'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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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SF소설
2012/12/29   죽음을 부탁하는 상냥한 방법 : 2012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2]
2012/12/22   어느 작품의 제작비화 [4]
2012/11/06   2020 Vision [1]
2012/09/09   은닉 [2]
2012/09/01   세상의 재시작까지 11억년 - 환상문학웹진 거울 “탄생” 단편선
2012/09/01   황혼의 들판
2012/09/01   악마의 무기 [1]
2012/06/30   사냥꾼의 현상금 [2]
2012/06/16   아시모프 '영원의 끝' 국내 출간! [7]
2012/05/20   아이 이야기 [10]
2012/05/19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
2012/04/28   모털 엔진 [7]
2012/01/02   호시 신이치 '플라시보 시리즈' 완독 [2]
2011/08/27   체코SF걸작선 :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1]
2011/05/03   퀀텀 패밀리즈 [1]
죽음을 부탁하는 상냥한 방법 : 2012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저자: 박애진 외 12인
출판사: 거울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 중단편선 시리즈 제9탄에 해당하며 소재별 앤솔러지 시리즈를 포함한 전체 단편선 중에서는 통산 14번째로 나온 책이다. 장편보다는 단편 위주로 참신하고 다양한 시도를 장려함으로써 국내 환상문학계의 독특한 일부분을 담당해 온 ‘거울’도 내년에는 드디어 10주년을 맞이한다. 또한 수년 전과는 달리 출판사들의 단편선 출간이 여러모로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해마다 꾸준히 작품집을 배출하여 작가들의 솜씨를 단련하고 독자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거울’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귀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10주년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근사한 연말 선물로서 찾아오게 된 이번 중단편선은 더욱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만하다. 아래에서는 과연 어떤 작품들이 그 선물 보따리 안에 담겨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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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12/29 00:50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어느 작품의 제작비화

(C) 배명훈 2010

같은 고온쟈를 봐도 나는 그냥 덕질하고 끝인데 이분은 걸작을 써내시고...
역시 아무리 관심없는 분야라도 유심히 보고 자기만의 발상으로 승화시키는 게 중요한 듯.
그나저나 청소년들로부터 성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y 잠본이 | 2012/12/22 13:00 | 레인보우 샤베트 | 트랙백 | 덧글(4)
2020 Vision
1974년에 제리 퍼넬이 편집하여 에이본(Avon) 출판사에서 발간한 SF단편집. 이태원 왓더북에서 중고로 구매. 기본적인 컨셉은 동료 SF작가들에게 의뢰하여 2020년경의 세계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상상하여 쓴 글을 모은 것으로, 작가마다 개성도 문체도 각각 다르다보니 꽤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외계인이나 시간여행, 초광속 비행 등의 환상적인 소재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당시 과학기술로 예측 가능한 사회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묘사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2020년을 불과 8년밖에 남겨놓지 않은 지금 와서 읽어보면 되게 평범하거나 진부한 설정도 눈에 띈다. 아마존 장터에 중고책으로 올라와 있긴 한데 리뷰가 하나밖에 없는 걸로 보아 물건너에서도 그리 메이저한 책은 아닌 모양이다. 편집인 본인은 서문에서 '2020년경의 후손들은 황금시대를 구가하게 될까, 아니면 우리가 살았던 70년대를 황금시대로 추억하게 될까?'라는 테마를 내세우고 있지만 수록된 작품들이 특별히 그 테마를 의식하고 쓰여진 것 같지는 않다. (좀 개그인 건 이 서문에서 미래예측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시모프 이름을 언급하는데 굳이 '닥터'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다. 진술의 신빙성을 위해 붙여놓은 건지 아니면 그당시 이미 SF를 벗어나 과학저술가로 잘먹고 잘사는게 배아파서 왕따시키려고 붙여놨는지 매우 흥미롭다?)

수록 단편 소개
by 잠본이 | 2012/11/06 23:25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
은닉
저자: 배명훈
출판사: 북하우스

남북한이 하나의 연방으로 느슨하게 통일된 가상의 근미래. 북측 정보조직의 현장요원인 '나'는 오랜만의 휴가를 맞아 체코를 여행 중에 기묘한 지령을 받는다. 어떤 극장을 찾아가서 공연 중인 연극을 관람한 뒤 무대 위에서 뭘 봤는지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연극을 보던 도중에 시체 역할로 출연하여 가만히 누워있는 한 인물을 발견하고 놀란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연방 유력자 장무권의 숨겨둔 딸이자 '나'의 영재학교 시절 동기인 김은경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감시 임무가 아니라 연방의 권력투쟁과 관련된 중대 사안임을 직감한 '나'는 조직을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자기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낀 '나'는 한때 유능한 정보분석가로 이름을 날렸으나 현재는 조직을 이탈하여 생사불명 상태인 옛친구 조은수를 불러내기로 한다. 하지만 조직에서도 이미 '나'의 배신을 눈치채고 함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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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9/09 21:19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세상의 재시작까지 11억년 - 환상문학웹진 거울 “탄생” 단편선
저자: 앤윈 외 10인
출판사: 거울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5번째로 내놓은 소재별 단편선. 거울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흡혈귀, 외계인, 고양이, 타로카드를 소재로 한 단편선을 순서대로 줄기차게 발행해 왔다. 해외에서는 예전부터 자주 있어왔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미개척에 가까운 출판 형식인데, 공통 소재를 가지고 여러 명의 작가가 저마다 다른 스타일과 메시지를 담아 이리저리 변주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소재별 단편선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기획 작업 자체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사실상 국내 출판시장 내에서 장르소설 단편집을 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의 문제도 있다. 메이저 출판물 중에서는 2010년에 웅진출판사의 뿔 임프린트를 통해 출간된 단편집 『독재자』가 이와 비슷한 경우인데, 이 책의 기획에도 거울이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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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9/01 12:09 | 대영도서관 | 트랙백
황혼의 들판
원제: A Darkling Plain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뗏목 도시 브라이튼을 뒤흔든 클라우드 나인 사건 이후로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톰 내츠워디는 외동딸 렌과 함께 비행 무역상의 일로 돌아가지만 아내 헤스터와의 안타까운 이별로 인해 의기소침한 상태다. 테오 응고니는 렌과 헤어져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렌을 잊지 못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낸다. 한편 그린 스톰은 스토커 팽을 몰아내고 온건파인 나가 장군이 집권하여 견인 도시들과의 화평 정책을 추진한다. 나가의 아내가 된 위논 제로는 레이디 나가라는 이름으로 외교관 노릇을 하면서 전쟁을 하루라도 더 빨리 끝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우연히 레이디 나가 암살 음모를 저지한 테오는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어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가지만 그것은 더 큰 시련의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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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9/01 11:3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악마의 무기
원제: Infernal Devices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썰매 도시 앵커리지가 전설의 신대륙 북아메리카에 도착하여 정착한 지 16년 후. 톰 내츠워디와 헤스터 쇼는 부부가 되어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렌은 15세의 기운찬 소녀로 자라난다. 다른 세상을 겪어본 적 없는 렌은 앵커리지의 조용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바깥 세계에서 모험을 하고 싶어 하지만, 과거의 비극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톰과 헤스터는 조용히 숨어 사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스트 보이’ 출신의 기술자 카울이 옛 동료들과 접선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렌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 일에 끼어들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말려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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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9/01 11:2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
사냥꾼의 현상금
원제: Predator's Gold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견인 도시 런던이 불길 속으로 사라지고 2년 뒤, 톰 내츠워디와 헤스터 쇼는 죽은 친구로부터 물려받은 비행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무역상 겸 모험가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칭 역사학자라는 페니로얄 교수를 승객으로 태우고 날아가던 도중에 반 견인 도시 동맹의 과격파인 그린 스톰의 추격을 받는다. 일행이 천신만고 끝에 대피한 곳은 유서 깊은 견인 도시 앵커리지. 그러나 이곳은 얼마 전에 전염병이 돌아서 인구가 격감한 탓에 옛날의 활기를 잃은 상태였다. 어쨌거나 톰은 오랜만에 견인 도시에 체재하며 고향에 돌아온 기분을 맛보지만, 헤스터는 그럴수록 톰이 자기로부터 멀어지는 것만 같아 불안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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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6/30 23:4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아시모프 '영원의 끝' 국내 출간!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937036
http://www.joysf.com/4394475

작년 말 쯤에 사석에서 번역자 분을 우연히 뵈었을 때 옆에서 흘려들은 얘기로는, 번역은 오래전에 다 되어있었는데 출판사 사정으로 한 2년 가까이 출간이 연기되고 있다고 하더니 다행히도 어찌어찌 나오긴 했군요. (아무래도 원래는 '오멜라스' 임프린트로 내고 싶었는데 오멜라스 쪽 사정이 별로 안 좋아서 표류하고 있다가 '뿔' 임프린트로 안착한 게 아닐까 추측)

사실 아선생 장편은 후기로 가면 갈수록 로봇 시리즈와 은하제국 시리즈 연결하려고 악전고투하다가 중심을 잃고 퀄리티가 오락가락하는 게 눈에 보이는지라, 어찌보면 어떤 시리즈에도 속하지 않고 작품 그 자체로만 승부해야 하는 이런 일회성 장편을 더 많이 내주는 게 바람직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사실 개인적으론 이양반 본질은 단편에서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라리 클라크옹처럼 단편전집 좀 나왔으면 좋겠다 싶지만 클라크옹이야 원서로 전집이 이미 있었으니 그나마 가능했던 거고 이양반은 본고장에서도 단편을 총망라한 서적이 안나온 상태라 편집자가 일일이 모아야 한다는건데 그건 우리나라 사정상 불가능...)

기다리던 책이니 일단은 서점으로 고고씽.
by 잠본이 | 2012/06/16 16:0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7)
아이 이야기
원제: アイの物語
저자: 야마모토 히로시[山本 弘]
역자: 김영종
출판사: 대원씨아이(주)

인류가 쇠퇴하고 대도시는 폐허로 변하여, 기계들이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머나먼 미래. 인간들은 기계의 간섭을 피하여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만의 생활을 이어 간다. 주인공 '나'는 이 공동체에서 저 공동체로 떠돌아다니며 신기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어느날 식량을 훔쳐 달아나던 '나'는 미소녀 형상의 전투용 안드로이드 '아이비스'에게 체포되어 기계들의 마을로 끌려온다. 병원에 수용된 '나'는 기계들에게 고문이나 세뇌를 당할까봐 두려워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그저 아이비스가 매일 찾아와 전자책에 기록된 옛 이야기들을 들려줄 뿐이다. 과연 그녀의 진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옛날에 기계와 인간 사이에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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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5/20 10:39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0)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
원제: シュレディンガーのチョコパフェ
저자: 야마모토 히로시[山本 弘]
역자: 박용국
출판사: 대원씨아이(주)

SF작가 겸 게임 디자이너이며 별별 황당스틱한 현상을 연구하는 '황당학회' 회장이기도 한 저자가 2008년에 발표한 단편집. 원래는 2006년에 발매된 단편집 <언젠가 찾아올 겨울의 슬픔도>에 단편 <7퍼센트의 천무>를 추가하여 제목을 바꾸고 문고화한 판본을 번역한 것이다. 양자역학, 인체개조, 외계문명, 언어의 무기화, 시간여행, 뇌과학, 펄프픽션 등 다양한 소재에 걸쳐 있는 7가지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그밖에 작가 및 역자 후기와 마에지마 사토시의 권말 해설을 수록.

원서는 마치 라이트노벨을 방불케 하는 화사한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지만 대원에서 NT라이브러리 시리즈로 펴낸 판본은 별 특징 없이 검은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들어가 있어 얼핏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아마도 이 시리즈의 컨셉 자체가 라이트노벨과는 달리 정통 SF소설을 소개하려는 것이라 일부러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1956년생으로 70~80년대에 청년시절을 보내며 이른바 1세대 오타쿠 문화를 선도했던 저자답게 온갖 잡스런 분야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과 매니악한 감성이 군데군데 배어 있다. 'SF는 조리 있는 엉터리 이야기다'라는 것이 저자의 평소 지론인데, 그에 걸맞게 여러 가지 황당무계한 소재를 최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따금 은근슬쩍 베드신이나 노출 장면이 튀어나오기도 하므로 감수성 강한 독자들에게는 요주의.

수록 작품별 해설
by 잠본이 | 2012/05/19 00:4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모털 엔진
원제: Mortal Engines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수천 년 후의 미래. 대량살상병기가 동원된 최종전쟁 이후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캐터필러로 이동하는 초대형 구조물 ‘견인 도시(Traction City)’를 만들고 그 속에 틀어박혀 일생을 보낸다. 에너지와 물자를 얻기 위해 큰 도시는 작은 도시를 잡아먹고 작은 도시는 더 작은 마을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세계. 세월이 흐르고 환경도 안정을 되찾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도시의 망령에 사로잡혀 유랑생활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흐름에 반대하며 땅으로의 귀환을 주장하는 ‘반 견인 도시 연맹’도 등장하여, 긴장감 넘치는 일상이 이어진다. 유서 깊은 견인 도시 ‘런던’에 거주하는 역사학자 견습생 톰 내츠워디는 어느 날 흡수된 마을의 물품을 정리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가 생각지도 않은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쿼크의 이름을 걸고...?
by 잠본이 | 2012/04/28 21:49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7)
호시 신이치 '플라시보 시리즈' 완독
일부는 할인, 일부는 중고로 차곡차곡 구입해서 틈틈이 읽다 보니 약 3개월만에 다 끝냈음. 워낙 자잘한 이야기가 많은지라 일일이 감상을 쓰는 건 무리고 그냥 훗날의 참고 삼아 몇 가지 느낀 점만 대충 적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책꽂이도 빈 자리가 없으니 이 많은 책을 대체 어디다 보관하나 고민되는군.)

1. '한번 시작하면 멈출수 없어~'라는 모 기호식품 광고가 연상되는 중독성은 발군. 각 작품마다 길이가 워낙 짧고 내용도 압축적이라 술술 잘도 읽힌다. 다만 작품마다 발표시기나 발표매체의 성질에 따라 퀄리티나 분위기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100%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기에는 SF로 시작해서 미스터리와 판타지로 영역을 점점 넓혀가더니 말년에는 역사인물 비틀어놓은 아스트랄 팩션(...)이나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무국적 민담(...)까지 별별 짓을 다 했다. 수록작의 대부분은 쇼트 쇼트에 해당하는 작품이지만 보다 길이가 긴 일반 단편도 있고 동일 캐릭터를 연속으로 등장시킨 연작 단편도 나온다.

2. 그전에 대표작품선으로 몇편 읽었을 때는 시니컬하고 허무개그스러운 인상이 강했는데 이제 보니 의외로 달관한 듯한 아련함이나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는 훈훈함을 안겨주는 작품도 많이 썼더라. (특히나 후자의 경우, 예전에 프뢰벨 어린이 그림책 시리즈로 읽었던 '꽃 심는 두더지 로봇' 이야기가 이사람 작품이란 사실을 알고 약간 놀랐음.) 이게 저자의 작품 전체를 일관되게 정리한 전집을 번역한 게 아니라 여러 시기에 걸쳐 띄엄띄엄 나온 단편집들을 뭉터기로 번역한 거라 그런지 중복 게재된 작품도 몇 편 눈에 띈다. 이제까지의 호시 번역작 중에서는 한없이 퍼펙트에 가까운 편이지만 역시 100% 퍼펙트는 아니란 점이 살짝 아쉽다.

3. 어찌보면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는 소재나 아이디어를 화분에 씨앗 심듯이 풀어놓고 그걸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자라나게 만들어 극단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하는 재주가 참 기막히다. '평화'나 '성해방' 같이 긍정적인 색채로 많이들 사용하는 개념을 정반대로 활용해서 웃지 못할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것도 이 작가가 아니면 어려울 듯. 다만 워낙 편수가 많다 보니 겹치는 소재나 패턴도 어느 정도 눈에 띄어서 한번에 여러 권을 몰아서 읽다 보면 작품 내용이 머릿속에서 마구 섞여 어지럽다(...)

4.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패턴이 꽤 자주 나온다. 새로운 사기수법이나 기상천외한 암흑가의 장사법같은 게 튀어나오는 걸 보노라면 이 양반이 젊은 시절에 아버지 회사 부도난 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5. 권말에 실린 저자 후기나 다른 사람들의 해설 등도 충실하게 옮겨놓아서 그동안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호시 신이치의 일면을 여러모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 할 수 있다. 다만 긴 시기에 걸쳐 나오다보니 분명 동일한 작품이나 책의 제목임에도 초반부와 후반부의 번역이 다르게 되어있는 게 눈에 밟힌다. (이를테면 <어이, 나와라>와 <이봐, 나와!> 등등.) 깔끔하고 고급스런 표지도 그렇고 여러모로 공들여 기획한 시리즈일텐데 나온지 10년도 못되어 서점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쉽기 그지없다. (그게 다 제때 안 사고 이렇게 뒷북이나 치는 나같은 놈 때문이겠지만 T.T)
by 잠본이 | 2012/01/02 23:28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체코SF걸작선 :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저자: 야나 레치코바 외 10인
-역자: 김창규 외 4인
-출판사: 행복한책읽기

현재까지 국내 SF독자들의 해외작품에 대한 선택지는 대부분 미국 작품에 국한되어 있으며, 약간의 일본이나 유럽, 호주(라고 해봐야 그렉 이건 정도지만) 작품이 간간이 소개되어 약간이나마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는 형편이다. 애초에 국내 출판시장이 너무 협소한 탓도 있지만, 워낙 본류인 미국의 SF계열 작품들이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는데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SF 전문출판 시장이 형성되면서 수용 가능한 양은 한도가 있는데 소개해야 할 작품은 지나치게 많은 탓에 미국 외의 다른 국가에까지 신경을 쓸 만큼 여유있는 편이 아니었다는 사정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길고 풍성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SF문학계에서도 엄연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체코 SF에 대한 소개가 미진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마저도 체코 SF라고 하면 당장 생각나는 게 카렐 차페크의 『R.U.R.』이나 『도롱뇽과의 전쟁』 정도이니 할 말이 없다.

이번에 출간된 『체코SF걸작선 :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는 그러한 현실에 일침을 가하고 아직까지 우리 독자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체코 SF의 세계를 개략적으로나마 소개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평소 체코 문화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해 온 주한 체코 대사 야로슬라프 올샤, jr.와 전 오멜라스 대표 박상준의 공동기획으로 태어난 이 작품집은 저마다 다양한 영역에 종사하면서 작품활동을 해 온 걸출한 작가들의 중ㆍ단편을 모은 것으로, 다루는 소재도 우주탐사, 가상현실, 종말 후 세계, 사자(死者) 재생, 두뇌공학, UFO, 미래의 사법제도, 강화육체 등 매우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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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1/08/27 01:3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퀀텀 패밀리즈
원제: クォンタム・ファミリーズ
저자: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역자: 이영미
출판사: 자음과모음

때는 2007년. 아시후네 유키토는 작가의 꿈을 접고 대학 부교수로 일하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35세의 평범한 남자다. 담당 편집자였던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여 평온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나 장인의 죽음 이후 부부 사이는 서먹해지고 아이가 생길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유키토의 계정으로 정체불명의 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이 세계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은 유키토의 딸이 2035년의 미래에서 보냈다고 하는 기묘한 내용의 편지였다. 유키토는 누군가의 장난이거나 혹은 정신병에 걸린 자기 자신이 보낸 편지일 거라 생각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답장을 보낸다. 수 개월 후인 2008년 3월, 미지의 '딸'과 주고받는 편지 교류에 점점 빠져들던 유키토는 결국 편지의 인도에 따라 미국 애리조나 주의 사막으로 달려가는데...

하드보일드는 정의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의 끝에 산다.
by 잠본이 | 2011/05/03 20:0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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