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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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필립말로우
위대한 탐정들
원제: The Great Detectives
저자: 줄리안 시몬즈 (글) & 톰 애덤스 (삽화)
출판사: 일월서각 (1983, 현재절판)

※원서는 아직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는 듯.

시골로 은퇴하여 한가롭게 꿀벌을 키우던 셜록 홈즈에게 한 아가씨가 사라진 남자 친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는 클레멘트 목사가 그 마을에서 가장 희한한 인물인 미스 마플에 대해 회고한다. 네로 울프가 어떻게 해서 유고슬라비아의 산악지대 속으로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었는가를 그의 조수 아치 굿윈이 우리에게 들려준다. 파리의 민완경관 매그레는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은행강도 사건을 추적하다가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뿐만 아니라, 저자 시몬즈는 엘레리 퀸이 전기와 후기의 사건기록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다른 점을 이상히 여겨 혹시 두 명의 엘러리가 있었던 아닐까 추측하고, 헤이스팅스 대위의 기록을 바탕으로 에르큘 포와로의 신상을 보고하며, 급기야는 필립 말로우의 원형으로 의심되는 중년의 탐정을 인터뷰하기에 이른다. 사는 장소도 시대도 모두 각각 다르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말이 있다 - 그것은 바로 '위대한 탐정들'이다.

스스로도 추리작가이자 범죄평론가인 저자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 근대의 가장 위대한 탐정소설 주인공 7인을 실존 인물이라는 가정 하에 추적하여 펴낸 일종의 상업 동인지라고 할 만한 도큐먼트. 작품 속에서 부분적으로만 제시되는 각 캐릭터의 설정을 총괄하여 인간으로서의 그들이 지닌 면모를 재구성하고, 작가나 독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짚어보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형식이 모두 달라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때로는 해당 캐릭터가 실제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때로는 그들과 친했던 주변인물의 회상이나 대담이 제시되고, 때로는 그 캐릭터의 원형으로 생각되는 인물과 직격 인터뷰를 가하며, 때로는 저자 자신이 탐정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식이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나 전기문학의 형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극중에 제시되는 사건들은 별로 주목할 만한 면이 없는 사소한 것들 뿐이지만 (결혼 사기범을 추적하는 홈즈에 시장바닥에서 장물애비를 쫓는 매그레 경감에 잃어버린 사제 석고상을 찾아내는 엘러리[?] 퀸이라...-_-) 각 캐릭터들의 설정을 한데 정리한 가이드북으로서는 꽤 쓸만한 편. 탐정 본인을 대신하여 취재에 응하거나 회상을 펼쳐 보이는 조연들의 성격 묘사도 그런대로 원전에 충실하다. (선량한 클레멘트 목사, 뺀질한 굿윈, 소심쟁이 헤이스팅스 등등)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부분은 역시 매그레 경감이 사건을 추적하다가 녹색 눈동자를 가지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버릇이 있으며 멋드러진 콧수염을 기르고 키가 매우 작은 허영쟁이 벨기에 사립탐정과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퍼펑) 몇몇 부분에서는 이미 60년대에 홈즈나 울프 연구에 있어서 선구적인(?) 업적을 이룬 베어링굴드 할아버지의 논문(이라기보다 동인지)이 인용되어 있어서 이게 또 한 개그 한다. (그러고보니 '베이커가의 셜록홈즈' 원판을 구해놓고 대체 몇년째 안 읽고 있는 거시냐...)

삽화 역시 글의 분위기와 극중의 설정에 맞춰 철저한 고증과 정성어린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안타깝게도 번역본은 흑백 A5판 사이즈로 인쇄된 것이라서 그림들의 본래 풍미(?)를 느끼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번역은 그 당시 사정을 생각하면 요즘 읽어도 어색하지 않게 잘 된 편. (가끔가다 홈즈가 호움즈로 바뀌는 기현상이 있긴 해도...) 역자 후기를 보면 아무래도 '통속소설로만 여겨져 업신여김을 당하는 추리문학을 본격적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여 국내에서도 추리소설의 개화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거창한 소망이 있었던 모양인데 솔직히 20년 후인 지금 상황이 과연 얼마나 그 희망에 맞게 바뀌었을지 좀 의문스럽긴 하다. (국내 작품은 고사상태고 외국 추리문학은 옛날에 펴낸거 재판하는 케이스가 더 많아서...;;;)

보게 해 주신 rumic71님께 감사.
by 잠본이 | 2004/04/07 12:36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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