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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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추리소설
너희가 추리를 아느냐
본문에서 언급된 작품들을 다 읽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 문제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국내에 들어왔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뭐 아무튼 복잡한 심정(...)

★촬영지: 종각역 영풍문고★
by 잠본이 | 2012/10/21 23:05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
[옮김] 브라운 신부와 추리오덕의 폭주
그 뒤 구석에 짐짝처럼 밧줄에 꽁꽁 묶인 제임스 토드헌터가 감자자루같이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입에는 스카프가 물려져 있었고, 팔꿈치와 발목엔 밧줄이 예닐곱 겹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갈색 눈동자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후드 박사는 잠시 문 앞 깔개 위에 서서 이 소리 없는 폭력의 현장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서는 실크 모자를 집어들어 묶여 있는 토드헌터의 머리에 조심스레 씌웠다. 그것은 너무 커서 그의 머리를 다 가리고 어깨까지 닿을 정도였다.
"글라스 씨의 모자로군요."
박사가 모자를 들고 되돌아서며 말했다. 그는 휴대용 돋보기로 모자의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글라스 씨는 없고 모자만 남아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글라스 씨는 옷차림에 꽤 신경쓰는 사람인 것 같네요. 이 모자는 최신은 아니지만 유행하는 스타일인데다 솔질도 잘 되어 있고 반들반들하게 광이 나도록 닦여 있어요. 나이 지긋한 멋쟁이 신사일지도 모르죠."
"아니, 세상에 저 사람 먼저 풀어주지 않고 뭐 하시는 거예요?" 맥내브 양이 소리쳤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글라스 씨는 어디에?」
/ 『브라운 신부 전집 2 : 지혜』(봉명화 옮김, 북하우스, 2002) p.167에서 인용

요약: 피해자(?) 구조는 안중에도 없고 열심히 두뇌게임을 즐기는 범죄학자 아저씨의 뻘짓.txt
교훈: 실제 사건현장에서 제발 홈즈놀이 좀 하지 말자. 홈즈는 홈즈니까 그게 가능한거다 OTL
by 잠본이 | 2012/01/01 15:1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0)
매그레 반장, 드디어 상륙!
★촬영지: 서초동 모 마을버스★
★촬영지: 지하철 2호선★

드디어 열린책들의 매그레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여, 시내 곳곳에 광고물이 등장!
(사실 실제로 나온 건 몇달 전이지만 사진을 찍는 게 늦어져서 이제야 올림을 양해 바람 OTL)
대중교통에서 책 광고를 한다는 것 자체는 별로 드문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광고를 내는 경우는
이런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보다는 대부분 유력 월간지나 베스트셀러가 많았던 걸 생각하면
이 시리즈에 출판사가 어느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

현재까지 출간된 작품은 열린책들 공식홈에서 확인가능! >_<

ps. 그런데 '메'그레를 고수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대체 어느쪽이 맞는건지 궁금...
(Me가 아니라 Mai인 걸 보면 '매'도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다만 불어를 잘 몰라서;;)
by 잠본이 | 2011/07/10 11:25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7)
리라장 사건
원제: りら荘事件
저자: 야유카와 테츠야[鮎川哲也]
역자: 김선영
출판사: 시공사

원래 대부호의 별장으로 지어졌으나 원주인이 몰락하여 자살한 뒤 휴양시설로 탈바꿈한 '리라장'. 어느 늦여름, 이곳에 일곱 명의 예술대학 학생들이 피서 목적으로 찾아온다. 원래 다들 자존심이 강한데다가 서로 보이지 않는 애증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항상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근처 계곡에서 변사한 마을사람의 시체 옆에서 그들이 잃어버린 스페이드 카드가 발견되면서 의심과 불안은 점점 깊어지고, 결국 리라장을 중심으로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내 엉덩이가 뭐 어쨌다고 그래? 똑바로 말해!
by 잠본이 | 2010/11/23 23:21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
검은별
원제: The Black Star
저자: 존스턴 매컬리
역자: 원은주
출판사: (주)페이퍼하우스

모험을 즐기는 젊은 백만장자 로저 버벡은 어느 날 저녁에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최근 도시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수수께끼의 괴도 검은별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똑똑한 사람이 집중하여 사건을 수사한다면 검은별을 체포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호언장담한 버벡의 자신감에 흥미를 느낀 검은별은, 대담하게도 버벡이 잠든 한밤중에 부하를 보내 도전장을 전하게 한다. 문제의 부하를 현장에서 붙잡은 버벡은 이 기회를 역이용하여 검은별의 은신처를 알아내고 그의 계획을 망쳐놓으려고 행동에 들어가는데...

당신이 과거에 내게 그랬듯 나도 당신에게 장식을 해주어야지.
by 잠본이 | 2009/10/11 21:33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2) | 덧글(19)
[마인 서평] 한국 추리소설의 모순 가득한 출발점
저자: 김내성
출판사: (주)페이퍼하우스

1930년대 후반의 경성. 공작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무용가 주은몽은 결혼식을 앞두고 주홍빛 망토를 둘러쓴 괴인의 습격을 받는다. 그 이후 은몽의 주변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협박장이 연달아 날아든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백만장자 백영호가 한밤중에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필사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의 종적은 묘연할 따름.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제2, 제3의 참극! 은몽을 노리는 괴인 '해월'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시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명탐정 유불란이 이 사건을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아아! 절망이다! 암흑이로구나!
by 잠본이 | 2009/06/07 20:35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5)
시체는 누구?
원제: Whose Body?
저자: 도로시 리 세이어즈
출판사: 시공사

평범한 건축가의 집 욕조에서 신원불명의 중년남자가 알몸의 시체로 발견된다. 남겨진 단서는 금테 코안경과 사슬 뿐. 소문난 애서가이자 범죄수사가 취미인 명문귀족의 아들 피터 윔지 경은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 경찰은 같은 날 실종된 유태인 사업가가 문제의 시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지만 조사 결과 시체는 사라진 사업가와 전혀 별개의 인물로 밝혀진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만 빠져들어가는 이 사건을 수사하던 피터 경은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인간의 추악한 일면과 마주하게 되는데...
나도 참! 취미생활 두 개를 동시에 하다니, 너무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어.
by 잠본이 | 2008/03/09 20:54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
푸코의 진자
원제: Il Pendolo Di Foucault
저자: 움베르토 에코
출판사: 열린책들

다소 냉소적이지만 왕성한 호기심과 지적인 두뇌를 갖춘 대학생 까소봉은 성당기사단에 대한 연구논문을 쓰다가 우연히 가라몬드 출판사의 편집자인 벨보와 디오탈레비를 만나 의기투합한다. 어린 시절에 2차대전의 참상을 직접 몸으로 겪은 벨보는 용기를 냈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도망친 과거의 자신을 견디지 못해 타인의 글을 손질하며 평생을 보내는 염세적인 사나이이고, 단짝인 디오탈레비는 스스로 정신적인 유대인을 자처하며 세상 만물을 숫자의 신비로 해석하려는 괴벽을 갖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업을 마친 까소봉은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 남미로 이주했다가 뜻하지 않은 운명의 장난으로 그녀와 헤어진 뒤 조국 이탈리아로 되돌아와 가라몬드 출판사에 합류한다. 새로운 연인인 리아와 동거하며 풍족하지는 않으나 그런대로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던 까소봉. 그러나 외인부대 출신의 아르덴티 대령이라는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출판사에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대령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위력을 지닌, 유서 깊은 성당기사단 관련 문건에 적힌 암호를 해독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벨보는 그를 적당히 구슬려 쫓아 보내지만, 다음날 대령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한다. 그 사건도 흐지부지되어 잊혀질 무렵, 가라몬드 사장이 현대의 젊은이들이 정치사상보다는 신비주의나 오컬트 쪽에 경도되어 있음을 이유로, 온갖 잡스런 미스터리와 비학(秘學)에 관련된 총서를 내자고 제의한다. 이미 무수한 엉터리 필자들의 글을 수도 없이 손질해 온 3인의 편집자는 이 계획을 발판으로 하나의 재미나는 '게임'을 벌이기로 작당한다.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헤매는 '거대한 역사적 음모'를 자기들 손으로 짜맞춰 보자는 것. 하지만 처음에는 가벼운 장난으로 시작한 이 '계획'은 점점 그들의 손을 떠나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가기 시작하는데......

기호학과 철학, 역사학, 미학, 대중문화에다가 컴퓨터까지 섭렵한 희대의 만능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가 1988년에 발표한 장르불명의 초 대작 장편소설. 이야기는 나레이터 역인 까소봉의 시점을 통하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펼쳐지고, 각 장마다 역사, 종교, 문학, 팝컬처, 오컬트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길어올린 인용과 비유, 패러디들이 장마철 장대비처럼 사정없이 쏟아져 독자를 어리벙벙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책이다. 시간적 배경 역시, 일단 '이틀 전'의 파리 공예원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까소봉이 학생시절 벨보 일당과 처음 만났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현재 벨보의 시골집으로 돌아오는가 싶었더니 그러다 다시 까소봉이 남미로 갔다가 밀라노로 돌아온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일부 장면에서는 아예 그런 흐름을 초월하여 벨보가 엉망진창으로 적어놓은 '사적인 기록'들이 풀어헤쳐지거나 혹은 벨보의 2차대전 때 체험담이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들쭉날쭉 기괴번쩍한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까소봉이 아닌 벨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신없는 스타일을 극복하기만 하면 이처럼 재미나는 책도 없다. 벨보 삼총사를 비롯한 지적(知的)이고 위트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짐짓 점잔빼면서도 쿡쿡 찌르는 맛이 있는 대화라던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인생이나 출판계에 관한 독설들, 그리고 겉보기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역사적 자료(및 신화의 단편)들을 주워모아 종국에는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음모론으로 조립해 가는 얼토당토않은 과정이 볼만하다.

특히 처음에는 그런 음모론을 신봉하는 필자들('귀신 떨거지들'이란 제목으로 낮춰 부르는)을 비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계획'에 착수했던 벨보 삼총사가 점점 이상한 마력에라도 사로잡힌 듯이 제정신을 잃고 음모 짜내기에 몰두하다가 종국에는 오히려 자기들이 그 음모에 말려들어 희생된다는 웃지못할 전개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장난으로 이것저것 뒤섞어 만든 음모가 오히려 실제 역사보다도 더 그럴듯해지고, 때마침 철저하게 정체를 감추고 벨보 일당 주위에 숨어서 '위대한 초인들'의 계시를 기다리던 광신자들마저 이를 믿어버리게 됨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실 이 책의 주제는 실체 없는 음모론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지나치게 맹신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머지 타인을 희생시켜 그 궁지를 빠져나오려 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광기를 다루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위의 주제만 놓고 본다면 (사실 저 정도만 해도 참 대단한 것이지만) 이 작품은 음모론의 허무함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인문계 블랙코미디 정도로 보아야 하겠지만, 사실 이 작품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삶의 진정성, 개인적인 체험의 소중함이라고 생각한다. 벨보는 타인의 글을 편집함으로써 남의 생사를 좌우하는 은밀한 기쁨을 누리지만 결국 그 글들은 그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의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삶에서 한발짝 물러나 관조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떻게든 자기 안의 무언가를 글로 표현하고 싶어 안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삶의 진실은 너무나도 막연해서, 그는 항상 얼굴도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여자를 쫓아 거리를 헤매거나, 어린 시절의 소중한 물건들이 가득한 광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찾아 집 안을 맴도는 꿈을 꾼다.

결국 그러한 삶의 진실을 캐내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길은 어린 시절의 체험을 샅샅이 파고들어 다시 기록하는 것이었고, 벨보가 사라진 뒤 그가 남긴 기록을 살피던 까소봉은 이러한 벨보의 심리를 더욱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마침내 까소봉은 벨보의 시골집을 뒤져 찾아낸 기록을 읽고 그의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전쟁이 끝난 직후 묘지에서 군악대와 함께 서서 하늘을 향해 그토록 소원하던 트럼펫을 불던 그 순간이었다. 벨보는 그 순간을 상실의 순간으로 생각하고 더욱 침울한 기분에 빠졌지만, 까소봉이 보기에는 그 순간이야말로 그가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얻은' 순간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여 벨보를 처형하는 광신자의 무리들은, 그러한 삶의 진실을 상실하고 왜곡된 허구에 현혹되었을 때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체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흐릿해져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의 인간들에게 '너는 과연 네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일갈(一喝)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비약이 좀 심했나)

비슷하게 음모론을 소재로 삼은 <다빈치 코드>와 비교해볼 때, 내용의 깊이나 소재를 풀어나가는 역량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 때문에 이 작가가 군데군데 펼쳐놓은 지식의 그물을 뚫고 들어가 속내용에 파고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뭔 소리 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다'로 비칠 위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나 구조적 복잡함같은 기술적 문제를 접어두고, 내용 자체만을 갖고 순수하게 비교하자면, <다빈치 코드> 쪽이 여러가지 음모론 중에 하나를 택해서 '이게 진짜니까 딴소리 마'라고 못을 박아놓고 그걸 계속 전제로 깔아둔 채 퍼즐맞추기 스릴러를 보여주는 척 하다가 결국에는 아주 흔한 '가족의 복원'이라는 테마로 안착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여러 음모론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며 '진짜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근데 이거 진짜로 진짠가?'라는 식으로 스르륵 얼버무리고는 결론적으로 가족이나 국가를 떠난 인간 개개인의 실존의 문제에 파고든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다루는 고민거리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 비교해봤자 결판이 안 난다.)

그런 뜻에서,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인 리아에게 건배. (결론이 왜 이래!)
빌려주신 yasujiro님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PS1. 레이 라인에 UFO에 아틀란티스 대륙까지 끌어넣다니...에코 아저씨는 이런거 밥비벼먹는 데 있어서는 이시노모리 쇼타로를 뺨치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PS2. 생백작 짝퉁 아글리에는 잘 나가다가 끝에 가서 추한 꼴을 보여주며 한계를 드러낸다. 뭐 성격 자체는 잘 시뮬레이션한 듯 하지만 회의론자를 가장하고 남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척 하면서도 결국은 남들보다 더 진지하게 그들이 찾던 무언가를 믿어버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지독한 오타쿠가 돈까지 많으면 어떤 꼴이 되는지를 보여준다고나 할까...두둥)

PS3. 벨보의 백부님과 유격대 대장의 '신사적 평화공존' 이야기는 어딘가 돈 까밀로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하기야 같은 시대의 공기를 호흡하며 만들어진 이야기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점이라면 여기에는 돈 까밀로나 빼뽀네같은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PS4. 전쟁 당시 벨보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였고 그의 가족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지만, 적어도 그때는 흑백이 분명했고 눈앞의 세상이 진짜라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벨보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진실된 시기였던 셈이다. 가장 힘든 시기가 오히려 가장 소중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우리네 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나 할까...

PS5. 군데군데 괄호가 제대로 닫히지 않거나 오타가 고쳐지지 않거나 끝맺는 어미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두 번이나 개역한 거 맞나? (뭐 대화할 때의 문체가 어딘가 노인틱하고 아스트랄한 거야 번역자분의 버릇이라 치더라도... 저런 실수들은 도대체... 교정도 안 봤단 말인가?;;;)
by 잠본이 | 2005/01/06 21:25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덧글(35)
다빈치 코드(원작판)
원제: The Da Vinci Code
저자: 댄 브라운
출판사: 베텔스만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관장이자 존경받는 예술 애호가인 자크 소니에르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프랑스 사법경찰국은 소니에르가 그날 밤에 마지막으로 만날 예정이었던 어느 인물에게 혐의를 두고 그를 소환하여 현장 검증에 입회하게 한다. 그 인물이란 다름 아닌 기호학의 명수인 미국 역사학자 로버트 랭던이었다. 그러나 소니에르의 손녀이자 사법경찰의 암호분석 요원인 소피 느뵈는 랭던의 무죄를 확신하고, 상관 몰래 그를 빼돌려 함께 도망친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사건에 말려든 랭던은 이 사건의 배후에 사라진 성배의 전설과 그 비밀을 수호하는 '시온 수도원'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그것은 랭던이 다음 저서에서 다루려고 했던 테마였기 때문이다. 소니에르가 손녀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살인사건의 진범인과 기독교 역사 속에 감춰진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기 위해, 랭던과 소피는 프랑스 경찰과 가톨릭 과격파, 그리고 그 뒤에 암약하여 모든 것을 조종하는 흑막에 쫓기면서도, 지혜와 재치를 한데 모아 소니에르의 암호에 도전한다.

작품 자체는 그냥 평균적으로 만족할 만하게 짜여진 할리우드식 서스펜스 스릴러지만, 가슴이 확 트이는 액션이나 선악의 호쾌한 대결보다는 주로 주인공들의 '수수께끼 풀이'에 초점을 두고 쓰여져 있어서, 중간 중간의 이벤트는 그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 또 다른 수수께끼를 찾아내고 그것을 풀어나가게끔 만드는 징검다리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주역인 랭던의 캐릭터 자체가 잘 와닿지 않고, 스릴러로서의 박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랭던과 소피가 왜 사랑에 빠져야 하는 건지도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

달리 말하면 주인공들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사람이나 조직을 상대로 싸우기보다는 소니에르가 죽기 전에 남긴 수수께끼를 상대로 싸우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인다. (그 때문에 중간중간에 나오는 위기들은 주인공들의 활약보다는 단순한 우연이나 다른 인물의 변덕 등에 힘입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렁술렁 넘어간다.) 심하게 말하면 이건 스릴러를 가장한 '퍼즐 소설'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인물도 배경도 사건도 모두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직 수수께끼 풀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수께끼 풀이가 어린이 탐정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데... 뭐 이건 팔불출 할배 소니에르가 손녀를 위해 마련해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다...-_-)

하지만 모든 음모의 뒤에 도사린 흑막인 '스승'의 정체에 대한 기발한 반전은 그런대로 볼만하다. 종교적 광신에 대한 경계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듯한 초반의 분위기에서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어, 인간 이성에 대한 광신도 지나치면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 (더 이상 말하면 천기누설이니 생략. 마지막으로 힌트를 드리자면 진범의 신체적 특징이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읍읍)

초기 기독교 역사에 대한 각종 이설(異說), 주류 교회와 대립하는 비밀결사를 다룬 음모론, 그리고 고전 예술품을 헤집어내 작가가 교묘하게 숨겨놓은 암호를 찾아내는 종교기호학 등이 화려하게 동원되어 주인공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만, 실제로 동원되는 암호 풀이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거나 심오하지 않고, 적당히 뜸을 들인 다음에 너무나도 손쉽게 풀리기 때문에, 다소 허탈한 느낌도 든다. 기독교 역사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내세워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는 하지만,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오컬트 관련서나 신화 연구서를 뒤져보면 이보다 더 황당무계한 이설도 많은 터라서, 기독교인도 아니고 그쪽에 별 관심도 없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본서가 히트한 데에는 위에서 든 두 가지 요소가 꽤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즉 복잡한 기호학과 역사학의 세계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한 형태로 펼쳐 보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거대 기성종교에 대해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별로 새삼스런 것도 아닌 논란거리를 던져 줌으로써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이 책의 성공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이슬람이나 인도의 고대신화 같은 걸 소재로 이런 책을 썼다면 미국이야 어떻든 간에 한국에서 이만큼 히트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다빈치 코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비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럽 아트영화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결론을 내기 힘든 문제이기도 하다. 햄버거와 콜라가 건강에 그다지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햄버거와 콜라를 선호하니 말이다.

(사실 이 작품 자체에서는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에 대한 묘사는 정확한 것이다'라고만 했지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것은 사실이다'라고 우기지는 않는다. 랭던이 차고 다니는 미키마우스 손목시계만큼이나, 이 소설도 흥미거리 이상의 그 어떤 것을 주장하거나 요구하지는 않는다. 사실 일부 사람들을 분개하게 하는 것은 사용된 설정들의 진위여부보다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이고, 그러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버린 가증스런 마케팅 전략일 것이다.)


PS1. 아예 작가 본인이 랭던을 '해리슨 포드를 닮은 랭포드씨'라는 식으로 묘사를 하고 있는데, 과연 이게 영화화되면 해리슨 포드는 랭던 역을 맡으려고 할까 궁금해진다. (만약 맡는다면 한솔로, 인디존스, 잭 라이언에 이은 제4의 해리슨포드 프랜차이즈 페르소나가 탄생하는...두둥)

PS2.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 소설을 갖고 커플링 동인지를 만든다면 제1순위는 분명 아링가로사 주교 X 사일래스 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니 어쩌면 결말에 가서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콜레 X 파슈 라던가 (...다들 중년 아저씨잖아 -_-)

PS3. 별로 읽을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어머님이 친구분 책을 빌려오셨길래 '우하하 공짜다'라는 심정으로 이틀만에 냉큼 완독. 자 이제 어디 가서 <천사와 악마>를 빌려볼 수 있을까 한번 궁리를 해 봐야... (그보다는 <푸코의 진자>를 빨리 봐야 하는데...자칭 생백작이 나오시기 때문에~)

PS4. 한국어판은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오역의 문제로 인해 다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미 많은 분이 의견을 개진해 주셨으니 나로서는 뭐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참 어려운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PS5. 책 자체도 많이 팔렸지만 여기에 인용된 신화나 학설에 대해 설명하는 부독본이나, 학계나 종교계 입장에서 펴낸 반박서나, 해설용 다큐멘터리까지 나왔다고 하니, 사실 책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 내게는 더 재미있다.

PS6. 클라이막스에서 랭던은 '스승'을 혼란시키기 위해 크립텍스를 하늘로 던져올렸다. 그런데 그러기 바로 전에 암호를 번개처럼 풀어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미리 꺼내 갖고 있었단다. '스승'이 계속 앞에서 총을 겨누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랭던은 마술사 재주도 갖고 있었던 건가?!

PS7. 신성한 여성이 어쩌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어쩌고 하는 주제에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남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수수께끼를 푸는 것도 대부분 랭던이다. (애초에 소피와 결말부의 누구씨 말고는 여자가 별로 안 나온다.) 성배에 대해서 이러니저러니 다른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이야기도 많고 많은 성배 탐색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차라리 소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랭던은 캐미오 정도로 등장했더라면 결말부에서 자기 가족의 진실과 직면했을 때 보다 감동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어거지가 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PS8.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역사상 최강의 동인남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PS9. 결말에서 랭던이 무릎을 꿇는 건 경건한 신앙심 때문에 아니라 분명 허탈해서였을 것이다. 사실은 OTL 자세를 취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게 무슨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도 아니고...)
by 잠본이 | 2004/12/24 14:02 | 대영도서관 | 트랙백(5) | 핑백(1) | 덧글(23)
밤을 사냥하는 자들
원제: Those who hunt the night
저자: 바버라 햄블리
출판사: 시공사

20세기 초의 영국 런던. 문명의 이기가 도시를 메우고 태평스런 기운이 사람들을 지배하던 시대.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밤의 어둠 속에 암약하며 인간의 피로 연명하는 불사의 존재들 - 뱀파이어들의 사회가 존재한다. 인간을 사냥하되 결코 절제와 냉철함을 잊지 않고 비밀을 엄수하는 흡혈귀들. 그러나 언제부턴가, 런던의 뱀파이어들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참혹히 살해당하는 괴이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스페인 귀족 출신의 뱀파이어 돈 시몬 이시드로는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낮에도 활동할 수 있는 인간 중에서 협력자를 찾아내어 사건의 조사를 맡기기로 한다. 그가 선택한 사람은 옥스포드의 비교언어학자로 한때는 정부의 첩보원 노릇을 하기도 했던 제임스 애셔 교수.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담보로 잡혀 어쩔 수 없이 흡혈귀 살해사건을 파헤치던 애셔는, 몇 번의 위기를 넘긴 끝에 서서히 진상에 접근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흡혈귀뿐만 아니라 인간 중에서도 피해자가 속출하고, 마침내 드러난 진범의 정체는...!

주저리
by 잠본이 | 2004/10/17 12:13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3)
흑거미 클럽
원제: Tales of the Black Widowers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
출판사: 동서문화사 (동서추리문고 92)

치밀한 변호사, 고민 많은 암호전문가, 수다쟁이 작가, 집요한 화학자, 시니컬한 화가, 시를 사랑하는 수학자 - 이들 6인으로 구성된 사교 모임의 이름이 '흑거미 클럽'이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식당에 모여 진수성찬을 앞에 놓고 환담을 나누는 유쾌한 사람들. 회장이나 운영진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회원이 달마다 돌아가며 호스트 역을 맡아 모임을 이끌어 나간다. 그 호스트가 초대한 손님을 상대로 이리저리 질문공세를 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그런데 언제부턴가 찾아오는 손님들로부터 경찰에 가져가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잊어버리기는 아쉬운 기기묘묘한 수수께끼가 제시되어 토론의 대상이 되는 일이 늘어난다. 모든 회원이 달려들어 지혜를 짜내지만 마지막 해결은 언제나 특별회원인 식당 급사의 몫. 그러나 그는 '다른 분들이 지나간 뒤 남은 길을 짚어본 것 뿐'이라며 겸손해할 뿐이다.

읽어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제시되는 수수께끼들도 하나같이 뭔가 쪼잔한 것들뿐이고 해결책도 가끔은 너무 비약적으로 보여서 허탈할 정도다. 거기에다 일정한 모임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건을 제시하면 안락의자형 탐정이 척척 해결한다는 패턴은 (작품 본문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애거서 크리스티가 미스마플 단편 시리즈로 실컷 해먹었다. 그런 만큼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본작을 펼쳐 본 사람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본작의 가치는 교묘한 추리적 구성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심각한 통찰보다는, 가벼운 퍼즐로서의 재미나 작가 특유의 해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자 아시모프는 아시다시피 SF작가로서 유명하지만, 동시에 박사학위를 지닌 과학자이고, 과학 저술가이며, 성서와 셰익스피어 연구가일 뿐만 아니라, 뛰어난 만담가이기도 하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그의 이러한 전방위적 지식과 장난기 가득한 유머가 어우러져 태어난, 다분히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일일이 붙어있는 작가 후기를 보면 그저 즐기기 위해 취미로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양문학과 영어 말장난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겐 솔직히 읽기 괴로울지도 모르겠다만;;;

아시모프는 역시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개그를 보여줘야지 쓸데없이 정색하고 무거운 얘기를 늘어놓으면 썰렁해지기만 한다~라고 생각하는 (이를테면 나 같은) 독자에겐 꽤 즐거운 읽을거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작은 악마 아자젤> 시리즈의 괴악스런 허무개그를 당할 수는 없드아~! 잠본이가 생각하는 아심홉쁘 최고작은 역시 아자젤 시리즈~! ←독단과 편견)

사건의 해결은 언제나 정체불명의 1류 급사인 헨리가 (대부분 어거지로) 도맡아 하지만 사실 본작의 재미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처음에 초대손님의 문제가 제시된 뒤에, 6인의 개성 넘치는 회원들이 자기들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하여 별별 황당스틱한 논의를 다 거치며 서로 헐뜯거나 비꼬기도 하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기도 하는 그 '과정' 자체가 훨씬 의미있다. 이들 유식한 사람들이 한바탕 '복잡한 해결책'을 잔뜩 늘어놓으면, 헨리가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맹점을 찾아내어 '단순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수수께끼를 해결한 것은 헨리 혼자의 힘이라기보다는, 먼저 6인의 회원들이 사전작업을 거쳐 방해물을 모두 제거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뭐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잇살 먹은 아저씨들이 동네 개구쟁이들처럼 서로 자기가 잘났네 네가 바보네 하고 (세련되긴 하지만 다소 속보이게) 툭탁툭탁하는 광경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특히나 딴지의 명인인 화가 곤잘로와 투덜이 역할을 맡은 작가 루빈의 가시돋친 설전이 참으로 개그)

원래는 옛날 자유추리문고 시리즈로 나왔던 버전을 절판 직전에 살 기회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놓치고 피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뜻하지 않게 동서추리문고 버전이 재판되어 이렇게 읽을 기회를 잡았다. (좋은건가) 본작 이후에도 아시모프는 6편 이상의 관련작을 또 집필했다는데 이들을 제대로 된 한국어판으로 볼 날이 과연 찾아올까 궁금할 뿐이다. (무리야 무리)
그거야 어떻든, 본 작품 최대의 개그가 뭐냐 하면
by 잠본이 | 2004/09/06 22:4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9)
지푸라기 여자
원제: La Femme De Paille (1956)
저자: 카트린 아를레이
출판사: 해문 (Q미스터리 3)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힐데가르데 마에나(애칭 힐데)는 전쟁 때 폭격으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은 천애고아. 종전 후 성인이 된 뒤에는 번역 일 등을 하면서 그럭저럭 먹고 살지만, 권태로운 일상과 밀려드는 가난의 압박이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신문의 구인광고란을 샅샅이 뒤져보며 부자 신랑감을 잡을 궁리를 하던 힐데는 세계적인 백만장자의 신부감을 구한다는 광고를 발견하고 지체없이 응모한다. 그러나 그것은......!

앞서 읽은 '죽음의 편지'가 남성 작가에 의해 집필되고 중증의 정신질환자가 범인이며 빗나간 우상숭배에서 비롯된 스토킹과 살인이라는 현대적, 도시적인 범죄를 다루는 데 비해, 본작은 여성 작가에 의해 쓰여졌고, 치밀하고 영리하기 그지없는 지성적인 범인이 등장하며, 유산을 노린 살인과 모함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국에 가서 '이 바보들아, 세상에 정의같은 건 없단 말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절망적인 결말로 치닫는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결론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범인이 완전히 말짱한 정신으로 일말의 가책도 없이 그저 순수한 '이익' 때문에 그러한 짓을 천연덕스럽게 저질러 버린다는 점에서, 본작이 주는 충격이 훨씬 크다. (게다가 '죽음의 편지'에서는 철저히 독자를 제3자의 입장에 놓고 두 쪽의 시점을 모두 보여주는 데 비해 여기서는 그럴듯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철저히 몰고 간 뒤에 가장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면서 '너 희생양이야 임마, 약오르지?'라는 식으로 뒤통수를 치기 때문에 더더욱 할 말이 없다;;;)

별 의미가 없어보였던 복선들이 계속 제시된 뒤에 그것이 결말부에 가서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되어 버리는 수법 또한 절묘하기 그지없다. (함부르크... 유언장... 수표... 이런 젠장! -_-) 완성도도 높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훌륭하지만, 역시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새디스틱하기 그지없는 작품을 22살에 발표했다는 저자의 머릿속이 심히 궁금할 따름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보여주신 D모님께는 감사를.
by 잠본이 | 2004/06/29 17:58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덧글(7)
죽음의 편지
원제: The Fan (1977)
저자: 보브 랜들
출판사: 고려원 (고려원미스터리 6)

샐리 로스는 한때 헐리우드에서 일세를 풍미한 인기 스타였으나 사십줄에 접어든 지금은 다가오는 노후를 두려워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진출하여 인생의 전환점을 찾아보고자 하는 다소 어중간한 위치의 여배우. 그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팬 더글러스 브린은 줄기차게 편지를 보내지만 그가 바라는 답장은 오지 않고 주변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샐리에 대한 집착과 그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점점 커져서 편집증으로까지 발전하자, 마침내 참다 못한 브린은 잔인한 살인게임을 계획하고 준비를 갖춰 나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등장인물들끼리 보내는 편지로만 제시되는 특이한 형식의 소설. (뭐 서간체 소설이란 게 꽤 옛날부터 있었고, 요즘은 e메일로만 이루어진 소설도 나오니까 별로 특이하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극중의 실제 상황이 전혀 묘사되지 않고, 모든 사건과 정보가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이라는 필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독자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주어진 정보만을 분석하여 상황을 짐작하고, 여기 주어진 정보나 진술이 혹시 거짓이나 연막이 아닌가 끊임없이 의심해 보아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형식을 십분 활용하여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조성하면서도 때때로 약간의 유머를 가미하여 독자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진짜로 중요한 '메인 이벤트'들은 쏙 빠지고, 그 사건을 전후하여 발송된 편지들에만 살짝 암시되어 있는 정도라 더욱 더 영악하다;;;)

다만 중반까지만 해도 빈틈없이 이런저런 인물들이 얽혀가며 돌아가던 이야기 구조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뭔가 맥빠진 결론으로 가는가 싶게 만들고는 결말에서 '결국 악이 이겼다!'라는 식으로 (그것도 상당히 치졸하게) 뒤통수를 쳐 버리기 때문에 뒷맛은 별로 좋지 않다. (빌려주신 D모님이 '두 번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씀하신 것도 무리가 아니다) 편지라는 한정된 형식을 통해 인물의 성격이나 서로간의 관계, 그밖의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솜씨는 인정할 만 하지만, 풀어놓는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짜증이 난다. (특히 모든걸 아전인수격으로 받아들여 점점 더 비뚤어져 가는 범인의 고백들은 소름이 절로 끼칠 지경)

별 상관없지만 고려원판 뒷표지에는 원제가 'The Pan'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한동안 굴렀음 (;;;;;)
by 잠본이 | 2004/06/29 17:3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애거서 크리스티 15문 15답
포와로 & 마플 애니화 기념 포스팅.
질문을 만들어주신 amanzo님께 감사.

솔직히 제대로 읽은 게 몇년 전이라 답변 자체는 허접하지만...
그럼 회색 뇌세포를 마구 굴려봅시다.


1. Agatha Christie의 소설은 언제부터 읽으셨나요?

국민학생 때 어린이용 해문추리문고에 끼어 있는 작품을 통해 접하지 않았나 생각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역시 중학교 때 해문에서 한국최초이자 최후의 크리스티 완역 전집을 내 주었을 때부터.


2. 처음 읽은 그녀의 작품은 어떤 것입니까?

위에 말한 시리즈 중에서 'ABC 살인사건'.
알렉산더 나폴레옹 카스트는 지금 생각해 봐도 꽤 웃기는 작명이었다. (의도적으로 그런 거지만...)

전집시리즈 중에서는 '나일강의 죽음'.


3. 전집을 갖고 계시나요? 아니라면 갖고 계신 책은 어떤 것입니까?

중고등학생 때 해문에서 나온 80여권짜리 (빨간책) 시리즈 중 40여권을 사 보았으나, 수납공간 부족과 흥미 저하 등의 문제 때문에 몇권만 남기고 헐값에 처분. 현재 가지고 있는 건 단편집 여덟권 뿐.


4. 그녀의 작품 이외에 좋아하는 추리(탐정, 미스테리)소설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녀의 작품에 비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릴 때는 추리소설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하는 소설을 꼽기는 힘들다. (게다가 지금 와서는 대부분 내용을 까먹었음)

다만 확실한 건 그녀의 작품만큼 인간적인 캐릭터나 일상적인 배경(특히 '가정')을 가지고 자연스런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은 보기 드물었다는 점이다.


5. 추리 소설을 써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포기하신 이유 또는 계속하고 계시는 이유는 무엇 입니까?

중학교 때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비밀'을 읽고 감동하여 나도 밀실살인 하나 써 볼까 하고 볼펜으로 노트에 이리저리 긁적이다가 포기. 포기한 이유는 스토리 구성이나 그럴듯한 트릭을 고안해내는 것이 어려워서.


6. 그녀의 탐정 중 가장 좋아하는 탐정은 누구인가요?

배틀 총경. 솔직히 말해 주연을 맡은 작품은 하나뿐이고 나머지 출연작에선 완전 조역에 머무른 불쌍한 신세인데다 처자식 딸린 피곤한 가장이고 별다른 개성이나 특수능력(?)도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제일 감정이입하기가 쉽다. (게다가 고명딸이 있다! 만세! >_<)

베레즈포드 부부도 좋아하긴 하는데 후기로 갈수록 망가지는데다 터펜스 쪽이 질질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영 마음에 안 든다. -_-


7. 가장 좋아하는 장편을 고른다면 어떤걸 고르겠습니까?

'오리엔트 특급살인'. 최고의 트릭, 최고의 동기, 최고의 범인. 그리고 범인에게 깊이 공감한 탐정이 '스스로 발을 빼는' 감동의 라스트.

또 다른 장편으로는 '애국살인'[하나, 둘, 내 구두를 채워라]. 국가의 이익을 내세워 살인을 저지르는[개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용서할 수 없다는 포와로의 정의감이 돋보이는 엔딩 때문에.

'복수의 여신'도 준엄하게 심판을 내리고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는 마플 할머니의 대활약 덕분에 꽤 좋아했음.

'비밀결사'는 캐릭터는 좋았지만 전개가 너무 통속적이라 염증이...


8.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단편은 어떤 것입니까?

추리가 아니라 오컬트지만 '죽음의 사냥개'가 제일 인상에 남는다. 거대한 힘을 휘두르는 고대 초문명의 존재와 그 생존자(혹은 환생체)를 손에 넣어 그 힘을 자기 맘대로 하려다 파멸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솔직히 정통 추리팬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인정하기 싫겠지만...나는 이미 정통 추리팬도 아니니~)

역시 오컬트에 가까운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도 재미있는데, "인형은 사랑받기를 원하는 거라고요!"라는 대사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정통추리계 쪽에서는... 역시나 '쥐덫'일까나. (이건 원래 희곡이니 반칙인가?)


9. 조연급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입니까?

할리 퀸 시리즈의 새터드웨이트 씨. (포와로와는 '죽은자의 거울'이나 '3막의 비극' 등에서 공연) 별로 나서기는 싫어하는 주제에 남의 일을 스토킹하는 취미가 있다는 이중성이 마음에 든다.

만날 포와로에게 놀림당하면서도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니는 우리의 충실한 친구 헤이스팅스 대위도 마음에 든다.

로사코프 백작 부인은 처음 나왔을 때는 포와로와 맞장뜰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 주제에 갈수록 비중이 작아져서 좀 불만스러움.


10. Agatha Christie의 작품 중에서 좋아하는 형식이 있습니까?

(할리 퀸 시리즈처럼) 다소 초현실적인 요소가 섞인 타입, 혹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캐릭터의 심리에만 의존하여 서스펜스 넘치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타입.


11. 작품이나, 작품의 형식 등에서 맘에 안든다, 불편하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까?

언제나 틀에 박힌 인물상이 이름만 바꿔서 나오는 건 좀 질린다. (수다쟁이 노처녀, 건장한 퇴역 군인, 괴팍한 외국인, 상류계급 속물들...) 완전히 똑같은 얘기를 인물이나 디테일만 약간 바꾸어 재활용해먹는 수법이 나올 때도 좀 짜증이 났다.


12.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거나 인상적인 제목은 무엇입니까?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그거야 당연한 얘기 아닌가! 라고 딴지를 걸 만한 제목이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용과는 아무 관계 없는 제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_-


13. 그녀의 소설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까?

'부부탐정'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침대 시트 밑에 사람 숨기는 트릭.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지않는한 어떻게 하는건지 이해불가)


14. Agatha Christie 작품의 매력이란 어떤 거라 생각하십니까?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특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극히 보통의 캐릭터들을, 역시 당시 영국 어딘가에 존재했을 듯한, 극히 보통의 배경에 늘어놓고, 자연스럽고도 매끄럽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본다.

크리스티 이전의 추리소설에서는 아이디어나 트릭이 중요했지만, 크리스티는 범행의 '동기'와 그에 얽힌 '인간관계'까지도 파헤치고 있다. 평온해 보이는 일상 아래에 물결치는 인간의 악의와 오해가 얼마나 엄청난 일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리소설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실 같은 책을 두 번째 읽게 될 때는 사건이나 트릭 자체보다 나오는 캐릭터들이 찧고 까부는 걸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그녀의 작품 중에서는 서자 취급 받는 오컬트류나 연애소설류도 나이가 든 뒤에 다시 읽어보면 추리물에 못지 않게 재미있다. 역시 인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인 듯)

탐정이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아닌 인간미 넘치는 괴짜로 그려지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15.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이나, 당신 주위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그녀의 탐정 중 누구와 상담하시겠습니까?

영어 말고 다른 나라 말도 할 줄 아는 사람.


→허접패러디 '죽이는 나라의 애거서'

....사실 이렇게 긴 글을 쓴 이유는 이걸 퍼뜨리기 위해 (이런 팔불출)
by 잠본이 | 2004/06/19 02:02 | 대영도서관 | 트랙백(5) | 덧글(19)
추리소설 쓰는 법
원제: Mystery Writer's Handbook
저자: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MWA)
출판사: 보성사, 1987 (현재 절판)

말 그대로 추리소설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 기술한 교과서 스타일의 책. 전부 2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25장에서는 구상과 집필과정 및 투고와 포맷의 선정 등에 대한 일반론을 기술하고, 나머지 4장에서는 추리소설의 하부장르에 대한 사정 설명이나 집필에 참가한 작가들이 가르쳐 주는 개인적인 비결 등을 다루고 있다.

책임집필자는 로렌스 트리트(Lawrence Treat)라는 작가이지만, MWA에 소속되어 있는 쟁쟁한 작가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인터뷰 형식으로 짤막하게 들려주거나, 혹은 한 챕터를 그 분야에 자신있는 작가가 따로 집필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 한 권으로 수십 명의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각각의 작가에 대해서 보다 잘 알고 싶다면 그들의 작품을 읽어야 하겠지만, 각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명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충분히 뽑는다. (렉스 스타우트가 왓슨역의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하거나 프레드릭 브라운이 기상천외한 플롯을 어떻게 건지나 설명하거나 그레고리 맥도널드가 순전히 두 인물간의 대화만을 보여줌으로써 '대화의 역할'에 대해 일깨워 주거나 등등)

특히나 아이디어 구상과 집필 과정, 그리고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가혹하지만 또한 가장 필요한 과정인 퇴고와 삭제, 수정에 대한 부분은 굳이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어떤 창작물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 문제는 1976년에 초판이 나오고 1986년에 4판이 나온 책인지라 지금 와서 읽으면 뭔가 실소를 자아낼 만한 부분도 있다는 점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단순했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고를 손으로 쓰고, 잘해봐야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절이니...)

몇몇 부분은 문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되새겨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한때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그리고 추리물이건 아니건 간에 언젠가는 자기 자신의 글을 써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이제 와서는 구할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서도)

보게 해 주신 rumic71님께 감사드린다.


ps 가장 깨는 대목은 역시...
수사현장의 실태에 대해서 현직에 있었던 모 작가가 써놓은 챕터 중에서,
몇 달 동안이나 미행을 계속했었던 소련인 불법입국자를 그만 놓쳐버리는 바람에 '후버 장관으로부터 몹시 기합을 받았다'라는 부분이랄까...

(에드거 후버가 현직에 있을 때면... 저게 대체 언제야~)
by 잠본이 | 2004/06/16 17:39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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