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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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자각몽
7인의 집행관
저자: 김보영
출판사: 폴라북스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 아니면 꿈이 나를 꾸는 것인가.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고통은 전세의 업보로 인한 것인가, 아니면 내세에 닥칠 일을 미리 대비하기 위함인가. 나라는 존재는 모든 면에서 항상 변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계속해서 유지되는 일관된 본질이 있는 것인가. 세계는 단 하나뿐이며 이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있는 만큼 무수히 존재하며 그 사이를 어떻게든 넘나드는 수가 존재하는 것인가. 얼핏 듣기엔 참 멋지게 들리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답이 안 나오는 난문(難問)의 행렬이 아닐 수 없다.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을 잃고서도 내가 나일 수 있다면...
by 잠본이 | 2013/03/02 11:49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
인셉션
-으허허 의뢰자가 라즈알굴(간판)이야! 표적이 스케어크로우야! 주인공 장인어른이 알프레드야! 꿈 디자이너가 키티 프라이드야! ...요런 식으로 배우장난을 즐기며 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특히 모든 이야기의 핵심을 쥐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베일에 싸인 과거 때문에 그걸 모두 망쳐버릴 수 있는 위험요소도 스스로 갖추고 있는 주인공이 꽤 흥미로운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물오른 연기가 그점을 더욱 더 잘 살려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타인의 기억을 훔치거나 조작하는 미션을 놓고 표적이 된 인물의 무의식을 상대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팀플레이 액션 스릴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상처입은 과거를 떡밥 삼아 그가 어떻게 스스로를 극복하고 미래로 한발을 내딛게 되나를 추적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다만 상당히 해석의 여지가 많은 열린 결말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는가 아니면 배드엔딩 반전이었나 하는 점은 확실치 않다.)

-'어두운 과거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를 떠안게 된 다재다능한 남자가 벌이는 싸이코드라마 스타일의 편력'이라는 기본 틀은 기존의 놀란 작품들과 유사하지만, 아무래도 '꿈'이란 소재를 택했기 때문인지 작품 전개상 드러나는 정서는 이제까지의 차갑고 냉혹한 리얼리즘보다는 보다 연민어린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배어나는 노스탤지아에 가깝다. (동생 조나단이 참가를 안해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기계장치와 약물을 이용하여 타인의 꿈을 공유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상당히 촘촘한 설정을 깔아놓고 그걸 다 극중에서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그로 인한 극적 긴장감까지 능수능란하게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꿈 속의 꿈'이라는 다층구조 컨셉까지 끌어들여 '지금 이 상황이 꿈인가 생시인가, 만약 꿈이라면 몇단계의 꿈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여러 개의 꿈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첩해가며 '과연 정해진 목표를 제때 끝내고 무사히 정해진 절차를 밟아 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까'라는 스릴을 조성한다. 사실 엄청나게 독창적인 설정은 하나도 없고 다들 어디선가 보았거나 한번씩 생각해봄직한 것들이지만, 그것들을 조립해서 작동시키는 솜씨가 꽤 영리하다.

-다만 중첩이 좀 심하다 보니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나 각 인물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럽게 느껴질 위험이 있고, 계속해서 초반에 소개한 설정을 약간씩 비틀거나 응용하여 사태를 타개하고 또 새로운 위험이 닥쳐오기 때문에 설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저게 뭐시냐'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몇번씩 되풀이하여 보고 또 보며 몰랐던 걸 알아내는 쾌감을 즐기는 사람에겐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의 절단신공은 정말 신의 솜씨! [주인공의 상태가 도대체 A인가 B인가 하는 궁금증을 계속 유지하여 관객들 가슴을 벌렁벌렁하게 한 뒤에 점점 A로 굳어져가는 듯한 인상을 주다가도 아주 사소한 소품의 움직임을 통해 '어라 사실은 B였나?'라고 갈등하게 만들고는 바로 그 다음 순간 화면을 팍 끊어버리고 크레딧이 넘어온다.] (그 순간 관객석 곳곳에서 터져나온 원망과 감탄이 혼합된 관객들의 목소리를 나는 결코 잊지 않으리;;;)

-각성신호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이 에디뜨 삐아쁘의 모 히트곡인데, 여기서 끈질기게 주인공을 괴롭히는 부인의 망령(실은 주인공의 무의식)을 연기한 마리온 꼬띨라르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 바로 삐아쁘의 전기영화 <장밋빛 인생>이었던 걸 생각하면 꽤 얄궂은 느낌이 든다.

-또한 이 노래는 엔딩 크레딧 가장 마지막에 튀어나와 서서히 불안한 느낌을 주는 BGM으로 바뀌면서 '이제 영화라는 꿈이 끝났으니 너희들도 그만 깨어나라'라는 감독의 숨겨진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관객을 향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향한 것이고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는 의미가 있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절묘하지만.)


ps1. <다크나이트> 같은 사회성 짙은 느와르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너무 말랑해서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프레스티지> 정도의 재미는 충분히 제공하는 듯. 물론 놀란감독 최강의 명작은 아직 <메멘토>라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고.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 영화로서는 제법 대단하지만 놀란작품이라는 기준으로 놓고 보면 되게 평범한 영화라 논외.)

ps2. 가장 불쌍한 건 역시나 약장수 역의 모 아저씨. 다른 팀원들은 크레딧에서도 나름대로 대우를 받는데 이 아저씨 혼자만 단역 취급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아직 이름을 모르고 있군;;; 나름대로 꽤 빡센 역할을 하고 특히나 1단계 꿈에서는 거의 혼자서 별 생쇼를 다 하며 다른 인물들을 가드하는데도 말이야~ (솔직히 '약쟁이'라는 자막은 좀 심했다 싶은 게, 보통 '약쟁이'라고 하면 약을 만드는 사람보다는 약을 사용하는 환자를 가리키지 않던가?)

ps3. '표적이 ○○○를 탈거라는걸 알고 아예 △△△를 매수했지.'
..............의도한건 아니지만 개그로 들려서 극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들 웃더라는 전설이...

ps4. 광고용 스틸에 들어간 장면이 정작 극중에는 없어서 좀 슬펐다.
(기울어진 복도에서 격투할때도 폭발이나 물벼락같은건 거의 없고, '설계자'가 지어놓은 마을이 샌드위치처럼 접히는 걸 올려다보는 장면에서도 주인공과 '설계자' 외의 다른 팀원들은 안 나옴. 이건 사기야!;;;)

ps5. 생각해보니 '설계자'의 이름이 '아리아드네'라는 것도 꽤 의미심장. 요 이름의 원출전인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르스 전설에서도 미로가 꽤 중요한 역할을 했었지 아마? =]

ps6. 톰 하디의 껄렁껄렁한 적당주의자 임스와 조셉 고든-레빗의 꼼꼼한 범생이 아서가 은근슬쩍 툭탁툭탁하면서도 결정적인 때에는 손발을 맞추는 게 꽤 볼만함. 이제 이들과 약장수 아저씨만 히어로 영화에 나오면 완벽한 배우장난이 가능하겠지! (그건 좀 무리)

ps7. 주인공 부인의 죽음에 얽힌 '그 문제'는 어찌보면 극장판 <카우보이 비밥>의 빈센트나 <트루먼 쇼>를 연상케 하기도. 그나저나 '인셉션'이란 컨셉과 그 문제가 이렇게 연결되다니... 역시 이 감독은 천재 맞는듯.
by 잠본이 | 2010/07/21 23:01 | 시네마진국 | 트랙백(19) | 핑백(4)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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