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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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모험소설
2012/09/01   황혼의 들판
2012/09/01   악마의 무기 [1]
2012/06/30   사냥꾼의 현상금 [2]
2012/04/28   모털 엔진 [7]
2010/02/27   문 콜드 [4]
2005/12/10   쾌걸 조로 [10]
2004/11/20   대열차강도 [15]
2004/10/17   밤을 사냥하는 자들 [23]
2004/08/10   동굴의 여왕 [13]
2003/11/14   오트란토 성 [1]
황혼의 들판
원제: A Darkling Plain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뗏목 도시 브라이튼을 뒤흔든 클라우드 나인 사건 이후로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톰 내츠워디는 외동딸 렌과 함께 비행 무역상의 일로 돌아가지만 아내 헤스터와의 안타까운 이별로 인해 의기소침한 상태다. 테오 응고니는 렌과 헤어져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렌을 잊지 못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낸다. 한편 그린 스톰은 스토커 팽을 몰아내고 온건파인 나가 장군이 집권하여 견인 도시들과의 화평 정책을 추진한다. 나가의 아내가 된 위논 제로는 레이디 나가라는 이름으로 외교관 노릇을 하면서 전쟁을 하루라도 더 빨리 끝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우연히 레이디 나가 암살 음모를 저지한 테오는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어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가지만 그것은 더 큰 시련의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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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9/01 11:3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악마의 무기
원제: Infernal Devices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썰매 도시 앵커리지가 전설의 신대륙 북아메리카에 도착하여 정착한 지 16년 후. 톰 내츠워디와 헤스터 쇼는 부부가 되어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렌은 15세의 기운찬 소녀로 자라난다. 다른 세상을 겪어본 적 없는 렌은 앵커리지의 조용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바깥 세계에서 모험을 하고 싶어 하지만, 과거의 비극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톰과 헤스터는 조용히 숨어 사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스트 보이’ 출신의 기술자 카울이 옛 동료들과 접선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렌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 일에 끼어들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말려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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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2/09/01 11:2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
사냥꾼의 현상금
원제: Predator's Gold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견인 도시 런던이 불길 속으로 사라지고 2년 뒤, 톰 내츠워디와 헤스터 쇼는 죽은 친구로부터 물려받은 비행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무역상 겸 모험가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칭 역사학자라는 페니로얄 교수를 승객으로 태우고 날아가던 도중에 반 견인 도시 동맹의 과격파인 그린 스톰의 추격을 받는다. 일행이 천신만고 끝에 대피한 곳은 유서 깊은 견인 도시 앵커리지. 그러나 이곳은 얼마 전에 전염병이 돌아서 인구가 격감한 탓에 옛날의 활기를 잃은 상태였다. 어쨌거나 톰은 오랜만에 견인 도시에 체재하며 고향에 돌아온 기분을 맛보지만, 헤스터는 그럴수록 톰이 자기로부터 멀어지는 것만 같아 불안을 느끼는데…

이어지는 내용
by 잠본이 | 2012/06/30 23:42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모털 엔진
원제: Mortal Engines
저자: 필립 리브
역자: 김희정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수천 년 후의 미래. 대량살상병기가 동원된 최종전쟁 이후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캐터필러로 이동하는 초대형 구조물 ‘견인 도시(Traction City)’를 만들고 그 속에 틀어박혀 일생을 보낸다. 에너지와 물자를 얻기 위해 큰 도시는 작은 도시를 잡아먹고 작은 도시는 더 작은 마을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세계. 세월이 흐르고 환경도 안정을 되찾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도시의 망령에 사로잡혀 유랑생활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흐름에 반대하며 땅으로의 귀환을 주장하는 ‘반 견인 도시 연맹’도 등장하여, 긴장감 넘치는 일상이 이어진다. 유서 깊은 견인 도시 ‘런던’에 거주하는 역사학자 견습생 톰 내츠워디는 어느 날 흡수된 마을의 물품을 정리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가 생각지도 않은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쿼크의 이름을 걸고...?
by 잠본이 | 2012/04/28 21:49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7)
문 콜드
원제: Moon Called
저자: 파트리샤 브릭스
역자: 최용준
출판사: 시공사

머시 톰슨은 동부 워싱턴의 소도시에서 독일제 클래식카를 수리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정비공이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들끓는다. 이웃의 성질 고약한 이혼남은 늑대인간이며, 정비소를 물려준 옛 고용주는 금속을 다루는 요정이고, 버스 수리를 맡긴 친구는 뱀파이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모든 사실을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데, 사실은 그녀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머시의 정비소를 찾아온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헐벗고 굶주린 것이 분명한 그 소년은 잠시동안의 피난처와 일자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머시는 날카로운 감각으로 소년의 정체가 늑대인간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채용하는 것을 주저하지만, 소년에 대한 측은한 심정과 궁금증 때문에 결국 받아들인다. 그러나 얼마 후 정체불명의 무장괴한들이 소년의 행방을 쫓아 정비소에 들이닥치면서 머시의 인생은 사정없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보라고, 내 말을 믿는 사람도 있다니까.
by 잠본이 | 2010/02/27 12:25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쾌걸 조로
원제: The Mark of Zorro
저자: 존스턴 매컬리
출판사: 황금가지

1800년대 초 스페인 치하의 캘리포니아 지방, 포악한 총독의 학정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위해 홀연히 등장한 복면의 의적 '조로'가 불의를 자행하며 폭리를 취하는 악당들을 응징하고 빼앗은 재화를 백성들에게 나눠 준다. 조로가 사사건건 자신의 일을 방해하자 분노한 총독은 조로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최고 부자 돈 알레한드로 베가의 아들인 돈 디에고는 아버지의 명에 따라 신부감을 물색하다 몰락 귀족인 돈 카를로스 풀리도의 아리따운 딸 롤리타에게 청혼한다. 그러나 무기력하고 게으른 돈 디에고의 성품에 질려 버린 롤리타는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오히려 불쑥 찾아와 사랑을 고백한 조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수비대의 대장 라몬도 역시 롤리타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겨 그녀에게 저속한 행동을 일삼다가 조로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다. 이 일로 인해 롤리타에게 앙심을 품은 라몬은 그녀의 가족을 반역 혐의로 고발하는데...

"이것이 조로의 표식이다!!!"
by 잠본이 | 2005/12/10 22:38 | 대영도서관 | 트랙백(2) | 핑백(5) | 덧글(10)
대열차강도
원제: The Great Train Robbery
저자: 마이클 크라이튼
출판사: 명지사

1854년의 영국, 붉은 수염의 멋드러진 신사로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문 금고털이범인 에드워드 피어스는 일찍이 그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던, 대담하고도 교묘한 범죄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크리미아 전쟁에서 전투 중인 군인들의 봉급으로써 열차에 실려 수송되는 대량의 금괴를 쥐도 새도 모르게 훔쳐낸다는 것이었다. 피어스는 얼핏 보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이 범죄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저마다 한가지씩 특기를 지닌 동료들을 한데 모은다. 소심하지만 손재주는 끝내주는 열쇠 위조공 에이거, 엄청난 괴력과 충성심을 자랑하는 거구의 마부 바로우, 그리고 사창가를 환하게 꿰고 있으며 뛰어난 배우이기도 한 신비의 여인 미리엄. 1년 가까이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 끝에, 비로소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찾아 본격적인 금괴 강탈에 돌입하는 피어스 일당. 하지만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 인해 계획 실행은 점점 늦어지고, 범죄의 냄새를 맡은 경찰의 수사도 점점 강화된다. 과연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이 '대열차강도'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빅토리아 시대의 실존 범죄자 에드워드 피어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1975년작 장편소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크라이튼 본인의 창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배경으로 사용된 19세기 말의 영국 사회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관습, 성격, 행동양식을 방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묘사함으로써, 마치 실제 사건에 대한 르포 기사나 다큐멘터리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피어스 일당과 은행측 관계자와 경찰 등등 꽤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중심은 피어스 일당에게 맞춰져 있고 다른 인물들은 필요에 따라 차례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면서 알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야기는 대체로 피어스가 어떤 순서를 밟아가며 범행을 준비하고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지를 차근차근히 단계별로 보여주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이런저런 사건을 보여주며 '다음에는 어떻게 빠져나갈까'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초-중반에 비해 범행이 성공하고 뒤늦게 탄로나서 야단법석이 나는 후반의 전개는 약간 김이 빠지는 감이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이 오늘날과는 어떻게 다르며 그러한 특성이 피어스의 계획에 어떻게 이용되고, 그의 범행이 탄로났을 때 대중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끌어내는지도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더욱 더 현실감이 묻어난다. (그 시대 사람들의 위선적인 도덕관과 편향된 범죄관[범죄는 가난한 하류계층의 전유물이다...라는]이 자기 욕구에 솔직한 지능범 피어스의 가치관과 대립하여 묘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러한 시점으로 본다면 본 작품은 잘 짜여진 피카레스크[악한]소설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대결'을 다룬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크라이튼의 작품 중에서는 <쥬라기 공원>과 <스피어>를 이미 읽었는데, 솔직히 이들 작품에 대해서는 묵직한 소재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조잡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초기작인 본 작품을 읽고 나서는 크라이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이 작가는 SF보다는 범죄소설 쪽에 더 적성이 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의 작품 대부분이 SF적 소재를 차용한 모험물에 치우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좀 아이러니컬한 얘기다만...) 하여튼 크라이튼이 깊이는 모자라도 대중이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하여 맛깔나게 풀어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

본 작품은 1979년에 크라이튼 본인이 감독을 맡아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무려 숀 코너리가 피어스 역으로, 도널드 서덜랜드가 에이거 역으로 출연하여 명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연미복 차림으로 금괴 털 궁리를 하는 뺀돌이 숀할아범이라니... 갑자기 보고 싶어지잖아!;;;)
by 잠본이 | 2004/11/20 10:45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덧글(15)
밤을 사냥하는 자들
원제: Those who hunt the night
저자: 바버라 햄블리
출판사: 시공사

20세기 초의 영국 런던. 문명의 이기가 도시를 메우고 태평스런 기운이 사람들을 지배하던 시대.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밤의 어둠 속에 암약하며 인간의 피로 연명하는 불사의 존재들 - 뱀파이어들의 사회가 존재한다. 인간을 사냥하되 결코 절제와 냉철함을 잊지 않고 비밀을 엄수하는 흡혈귀들. 그러나 언제부턴가, 런던의 뱀파이어들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참혹히 살해당하는 괴이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스페인 귀족 출신의 뱀파이어 돈 시몬 이시드로는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낮에도 활동할 수 있는 인간 중에서 협력자를 찾아내어 사건의 조사를 맡기기로 한다. 그가 선택한 사람은 옥스포드의 비교언어학자로 한때는 정부의 첩보원 노릇을 하기도 했던 제임스 애셔 교수.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담보로 잡혀 어쩔 수 없이 흡혈귀 살해사건을 파헤치던 애셔는, 몇 번의 위기를 넘긴 끝에 서서히 진상에 접근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흡혈귀뿐만 아니라 인간 중에서도 피해자가 속출하고, 마침내 드러난 진범의 정체는...!

주저리
by 잠본이 | 2004/10/17 12:13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3)
동굴의 여왕
원제: She
저자: 헨리 라이더 해거드
역자: 김지혜
출판사: 영언(2003)

루드윅 호레이스 홀리는 남자로서 그다지 축복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추한 용모와 길다란 팔에 땅딸막한 체구. 그야말로 고릴라를 연상케 하는 외모에 돈도 집안도 친척도 없이 사람들에게 따돌림받고 외롭게 살아온 사나이였다. 그런 그의 단점을 커버해주는 것은 오직 강인한 체력과 폭넓은 교양. 고생 끝에 대학 교육을 마치고 연구원 자리를 얻어 평생을 책 속에 파묻혀 살려고 결심한 그의 곁에 유일한 친구인 빈시 노인이 찾아와 이상한 제안을 한다. 자기의 어린 아들을 자기 대신 맡아 기른 뒤, 그가 20대가 되면 자기가 맡긴 철궤를 보여주며 그의 운명을 선택하도록 해 주라는 것이었다.

홀리는 반신반의하지만 그날 밤에 빈시는 덜컥 죽어버리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아들 레오를 맡게 된 홀리는 정성들여 그를 교육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성년이 되어 친아버지의 유언을 읽게 되는 그날이 찾아왔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레오의 머나먼 조상 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연의 이야기와, 아프리카 늪지대 어딘가에 감춰진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신비의 여왕에 대한 것이 적혀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레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탐험을 떠나자고 홀리를 설득하는데.....

<솔로몬왕의 동굴>로 유명한 해거드가 1886년에 발표한 비경탐험소설. 화자(話者)인 홀리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영국의 어느 대학(케임브리지로 추정)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 해안, 악어와 모기가 우글거리는 늪지대, 기이한 풍습을 지닌 부족이 사는 마을, 고대인이 암반을 깎아 만든 여왕의 거대 도시, 그리고 생명의 불꽃이 넘실거리는 지하동굴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상당한 학식과 지성의 소유자이지만 외모 때문에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데다 대인관계도 별로라서 은근히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홀리의 캐릭터도 꽤 개성적이다. (오히려 그에 비하면 여왕의 직접적인 연애 대상인 천진난만한 미남자 레오나 '영국적'인 관습에 얽매여 어딜 가나 불쾌감에 시달리는 하인 조브는 상당히 틀에 박힌 인물들이라 재미가 떨어진다) 여왕을 사이에 두고 레오와 삼각관계가 될 뻔...하지만 워낙 이성적인 인물인데다 여왕 쪽은 이 아저씨를 그저 재미난 말상대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극단적인 데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장수와 젊음, 지식과 권위, 카리스마와 아름다움을 한몸에 갖춘 신비의 <여인> 아샤가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이겠지만, 이 사람은 이야기 시작 후 200쪽이나 지나야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아랍계 태생으로 이미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훨씬 오랜 옛날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풍물을 보고 당대의 철학자들과 토론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끝에 독자적인 철학을 갖게 된 아샤는 주로 홀리의 눈을 통해 신기하면서도 위험스럽고, 아름다우면서도 냉혹한, 최강의 타자(他者)로 그려진다.

스토리의 초점은 레오의 선조인 칼리크라테스와의 못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2천 년을 아프리카의 암굴에 은거하며 기다려 온 아샤가 조상의 유언과 운명의 장난이 반반씩 작용하여 마침내 그곳을 찾아온 레오와 만나, 그와 결혼하려 하는 과정에 맞춰져 있지만, 중간까지만 해도 엄청난 카리스마와 능력을 과시하며 매혹(주로 홀리와 레오에 대해)과 공포(주로 조브와 원주민들에 대해)의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에 비해, 결말은 좀 허탈하게 짜여져 있어서 캐릭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불꽃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레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 번 뛰어들었다가 부작용으로 인해 늙어 죽어버린다. 인디아나 존스 3의 도노반 보는 기분 -_-)

확실히 남성중심에 서구중심이었던 당시 유럽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저자는 무심코 자기 손으로 이 위력적인 여인을 창조해 놓고, 오히려 그녀가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곤 해도 외부적인 사고나 타인의 공격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자신의 삽질(...)로 스타일 왕창 구기고 퇴장한다는 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저자도 아깝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이후 집필한 <여왕의 귀환>(1905)에서 아샤를 되살려 티벳에 출현하게 한다고 한다. 이것까지 국내에 번역되어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서도...;;;)

요즘의 눈으로 보면 스토리 자체는 크게 놀랍거나 충격적인 데는 없지만, 저자의 아프리카 체류 경험을 백분 발휘한 정경묘사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은 꽤 쓸만하다고 여겨진다. (아샤가 아프리카에 도착하기 전에 겪은 모험이라던가, 그녀가 오기 수천년 전에 코르의 고대 도시를 건설한 선주민의 역사 등등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암시들이 많다 ;)

저자는 말년에 <솔로몬왕의 동굴> 이래 맹활약해 온 자기의 또 다른 거물 캐릭터 앨런 쿼터메인과 아샤를 함께 등장시킨 <동굴의 여왕과 앨런>이란 크로스오버도 시도했다는데, 이쪽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듯 하다. 하긴 앨런이 아무리 나대봐야 불사신 여왕에게 무슨 감명을 줄 것 같지도 않고 하니 뭐 당연한가...(글쎄, <젠틀맨리그>버전의 앨런 정도라면 감명을 줄지도?)

이 작품에서 많은 부분을 따온 요코야마의 <퀸 피닉스>와 함께 보면 재미가 두 배로 불어날지도? (그건 당신 생각이지......;;;) 언젠가는 두 작품을 요모조모 비교하는 글도 써 보고 싶지만 언제가 될지는...
by 잠본이 | 2004/08/10 18:37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3)
오트란토 성
원제: The Castle of Otranto
저자: 호레이스 월폴
출판사: 황금가지

중세 이탈리아로 짐작되는 배경 속에서 오트란토 성의 성주 만프레드와 그를 둘러싼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음침하고 박진감 넘치고 끈끈하기까지 한(?) 배신과 암투와 모험의 로망! 고딕이 뭔지를 보여주는 혼신의 명작!

......이라는 건 다 거짓말이고, 진짜 줄거리는.

하필 결혼식날에 의문의 거대 투구(M78성운산!...이란 건 거짓말)에 깔려 돌아가신 아들을 대신하여 자기가 며느리감과 결혼하겠다고 광분하는 막무가내 벽창호 인간말종 독재자 만프레드 영감과 그를 말리려는 주변 인간들의 좌충우돌 대소동

이라는 거였다. (털푸덕)

여기에 덧붙여 옛날 만프레드의 선대(先代)에게 성을 빼앗긴 모 귀족가문과의 투쟁이라던가 졸지에 남편감은 시체 되고 우러러보려 했던 시아버지감은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는 괴상한 사태에 놀라 도망치는 모 아씨의 비련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의 눈으로 보면 영 개연성 없는 신소설풍의 전개에 틀에 박힌 고풍스런 등장인물들의 언동에 거의 '기계장치의 신' 스타일로 되도 않는 기적을 들이밀어 다 해결해버리는 썰렁한 결말은 영 아니지만, (이거야 뭐 그당시 사람들도 진짜로 중세 때 소설인가보다 하고 믿을 정도였다니 할말 없다만...) 그야말로 '고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별로 많이 묘사하지도 않으면서 음침뻑적지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력만은 가상하다고 느꼈다.

그나마 쥔공에 가까운 만프레드가 좀 이리가고 저리가고 오락가락하는 복잡한 심리묘사를 보여주지만 그건 인물이 입체적이어서라기보다는 이 아저씨 지능 자체가 치매노인 수준인데 야망과 허세만 턱없이 높기 때문에 그리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본인은 무지 심각한데 내게는 개그로 보인다)

그래도 그러한 중세 장식인형같은 캐릭터들 가운데 유난히 이채를 발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만프레드의 딸의 시녀로 등장하는 우리의 비앙카양. 정말로 다른 인물들이 거의 아침 멜로드라마 수준으로 할말도 못하고 속만 끓이며 이리저리 남들의 눈치를 볼 때 혼자 못할말까지 다 토해버리고 있는 수선 없는 수선 다 떨어가며 분위기를 엄청 띄우는 희대의 명조연(잠본의 편견에 따르면)이다! 오죽하면 당대의 독자들도 이 아이를 비롯한 하인들의 행동이나 말투가 '너무 저속하다'고 불평을 했을꼬! (;;;)

게다가 비앙카의 이 수선은 클라이막스 가까이에서 그런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여 일을 진전시키게 되니 말이지... (그게 뭔지는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비밀로;;)


그래서 결론은 (두두두두둥)

비앙카 만세! 서민 만세! 메이드 만세!


.......뭔가 핀트가 무지하게 어긋난 듯한 (;;;)

by 잠본이 | 2003/11/14 17:35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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