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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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을 만든 사람들 ~별 숲에 달 조각배~
1966년 초봄, TBS의 신예 연출가인 키라 헤이지는 상식에 어긋나는 전위적이고 과감한 연출로 인해 상부의 노여움을 산다. 쫓겨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의 곁에 선배 디렉터인 츠부라야 이치로가 찾아와서 새로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일반 드라마를 잠시 떠나서 특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치로와 다른 스탭들, 그리고 이치로의 아버지 츠부라야 에이지 감독의 열성적인 태도에 감명을 받은 키라는 파견사원 형태로 츠부라야 프로덕션에 넘어와 당시 인기 최고를 구가하고 있던 <울트라 Q>의 후속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울트라맨>이라고 이름지어진 그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어 무사히 방송을 타게 되고, 키라도 마침내 그 중 한 에피소드를 연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현장에 끼어드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특수기술감독 타카다가 계속 시비를 걸고, 키라의 돌발적인 연출이 그때까지 프로그램이 쌓아 온 노선에 걸맞지 않는다고 여긴 TBS의 프로듀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키라는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마침내 작품을 완성시키지만...

울트라 시리즈를 비롯한 초창기 츠부라야 작품에 폭넓게 참가한 베테랑 감독 지츠소지 아키오의 자전적인 소설을 바탕으로 다소의 창작을 가미하여 제작된 2시간짜리 특집 드라마. 지츠소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키라의 시점을 통하여 꿈과 열정이 가득한 촬영 현장을 보여주는 직업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스크립터와의 로맨스나 주변 인물들과의 친교 등을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훈훈하게 그려냄으로써 실화에 기반을 둔 작품이 가질 수 있는 단조로움이나 딱딱함을 피하고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지나치게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울트라맨'이라는 이름이나 '슈왓치'라는 함성의 발명자가 다름아닌 키라 본인이라던가, 에이지 감독을 비롯하여 사방에 키라의 팬이 깔려 있어 그가 좌절할 때마다 용기를 준다던가 하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실제 지츠소지 감독도 분명 그에 못지 않은 고뇌와 영광의 순간을 겪었겠지만 저렇게 극적이었을지 어떨지는 의문이다. ('자서전'이 아닌 '자전적 소설'을 영상화한 것이니 뭐 할 말 없다만...)

사실이야 어떻든 간에 이 드라마는 충분히 재미있다. 보통 사람은 별로 볼 기회가 없는 특촬 제작현장의 긴박감 넘치는 묘사나, 일부 새로 촬영된 장면과 함께 은근슬쩍 삽입된 오리지널 울트라맨의 그리운 장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키라의 좌절과 성장을 그리는 본편의 감동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것이다. 특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니크한 발상을 짜내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키라의 예술가 기질이 일반 드라마에서는 물론 특촬 현장에서도 이해받지 못하여 쓰라린 맛을 볼 때의 묘사가 압권이다. '고작 어린이 프로나 만들고'라는 세간의 시선에 더하여,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도 '자네 방식은 너무 지나쳐'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이니 2중으로 고난에 부딪힌 셈이다.

기발한 연출과 뭔가 삐딱한 촬영 방식으로 역사에 남을 괴작을 다수 배출한 지츠소지 감독의 경험담이 있었기에, 이런 특이한 고뇌의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과특대가 자기들이 죽인 괴수에게 공양을 드리고, 괴수 시보즈는 흉칙한 외관과는 달리 길 잃은 어린이처럼 애교와 슬픔으로 가득하고, 괴수 낙하 소식에 놀라 옥상으로 달려가 변신하려던 하야타 대원은 너무 급한 나머지 스푼을 치켜들고 삽질을 하고... 프로듀서와 동료들은 안하던 짓을 왜 하냐고 마구 화를 냈지만 당시의 어린이 시청자들은 그것 또한 '울트라맨의 다양한 존재방식 중 하나'로써 문제 없이 받아들여 주었던 것이다. (뭐 결국 그렇게 해서 만든 작품이 시청률 38%라는 대기록을 세워서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식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결국 이 프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시청률만 올리면 장땡'이었던 것인가. -_-)

주인공 키라 역으로는 미카미 히로시가, 그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자기의 꿈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스크립터 역으로는 미나미 카호가 출연.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은 실존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츠부라야 에이지를 제외한 전원이 실명과는 약간 다른 가명으로 처리되어 있어, 이 작품이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는 픽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워낙 많은 인물이 몰려나오는 만큼, 별로 비중 없는 조연 중에서 의외의 캐스팅을 찾아볼 수도 있다.

테마음악은 미야우치 쿠니오가 작곡한 <울트라맨의 노래>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그외의 BGM은 무려 타나카 코헤이가 담당했다. 특촬현장도 실제 현장에 못지 않은 박력으로 가득하며, 특촬연출로 무려 히구치 신지가 참가하기도 했다.

울트라맨의 탄생에 앞서 디자인된 '과학특수대 베무라'와 '레드맨'의 스케치가 버젓이 등장하여 스탭들이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라며 머리를 싸매는 장면이라던가, 에이지 감독이 키라를 앉혀두고 '원래는 비행사가 꿈이었지. 언젠가는 <일본 비행기 소년>이란 영화를 만들 생각일세'라고 술회하는 장면 등등 매니악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극의 흐름을 부드럽게 한다. 울트라맨의 마스크가 처음부터 C타입만 등장한다던가, 과학특수대 대원들로 출연한 배우들이 전혀 실제 인물들과 닮지 않았다던가 하는 점이 좀 걸리긴 하지만, 어차피 다큐멘터리가 아닌 바에야 애교로 봐 줘야 할 듯. ;>

촬영 도중에 현실과 공상의 경계가 무너져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장면의 처리 또한 기발하다. 이 작품은 한 젊은이의 개인적인 좌절과 사랑의 드라마인 동시에, 60년대라는 힘겨운 시절을 뚫고서 어린이들의 꿈을 위해 분투했던 당시의 츠부라야 스탭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축복의 러브레터이기도 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장면인지는 천기누설이 되니 생략)

볼 기회를 주신 d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by 잠본이 | 2005/04/07 13:13 | 언밸런스 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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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6/12/02 12:45

제목 : 지츠소지 감독에게 바치는 작별인사
요미우리신문 2006년 12월 1일자의 스즈키 미시오[鈴木美潮] 칼럼 'donna'에서: 울트라의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은 빛 목요일, 문화프로그램 <라디컬>에 출연하기 위해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나서 조간신문(!!)을 펼쳐들었더니, 울트라맨에 참여한 감독 지츠소지 아키오[実相寺昭雄] 씨[*1]의 별세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 - 정확한 발음은 '짓소지 아키오'[じっそうじ あきお]가 맞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스푼의 남자 .. at 2011/06/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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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5/04/07 17:26
미카미 히로시는 또 공작왕...
Commented by 공상남 at 2005/04/23 14:33
오옷!드디어 이글을 보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히구치 신지가 특촬연출을 담당하여서 알게된 작품으로
지츠소지 감독을 존경까지 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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