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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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저자: 장정희
출판사: 살림 (살림지식총서 146)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의 여성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가 1818년에 발표한 고딕 호러 소설로, 죽은 사람의 시체를 이용하여 생명을 창조하는 꿈을 이루려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들어 버린 청년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다. 빅터에게 버림받은 괴물은 독학으로 말과 글을 깨우치고 어느 인간보다도 고귀한 지성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품게 되지만, 흉칙한 외모 때문에 핍박받고 따돌림당하는 불행한 처지가 된다. 창조주인 빅터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올라 그의 동생을 살해한 괴물은, 빅터에게 자기의 동반자가 될 여성 괴물을 만들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빅터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괴물은 빅터의 친구와 약혼자까지도 살해한다. 빅터는 복수하기 위해 괴물을 뒤쫓아 세계를 방랑하다가 북극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한다.

공포문학뿐만 아니라 SF의 영역에서도 이미 하나의 고전이 되어버린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이 굉장히 많다. 소설 자체보다도 이를 원작 혹은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영화나 만화, TV프로그램 쪽이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빅터의 우울하고 복잡미묘한 면모는 단순무식한 미친 과학자 정도로 간략화되었고, 학자의 지성과 논리적인 언변을 지니고 있던 괴물은 말 한 마디 못 하는 살인기계로 타락했으며, 원작이 갖고 있던 다층적 서술구조나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함의들도 각색을 통해 대부분 거세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의 문제작 <프랑켄슈타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를 한데 모은 문학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제 1장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내용 중에서도 특히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요한 측면들(최초의 나레이터인 월튼 선장의 존재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액자 구조적 서술, 괴물의 뛰어난 지능과 추악한 외모가 빚어내는 언밸런스, 빅터의 생명 창조에 대한 야망과 그 이면에 감춰진 막연한 불안 등등)을 부각시켜 가며, 과학소설, 페미니즘, 라캉 심리학, 맑시즘, 그리고 당시 영미 문학의 전통 등등의 맥락에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낱낱이 파헤친다. 짧은 분량 안에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집어넣느라 다소 수박겉핥기식 압축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도 작품의 다채로운 면모를 살펴보기엔 충분하다. 그 후 제 2장에서는 프랑켄슈타인 관련 영화들의 목록과 대강의 경향을 소개하며 이미 하나의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를 잠깐 들여다본 뒤, 제3장에서 그나마 원작에 가장 근접한 영화라는 평을 받는 케네스 브래너 버전의 1994년작 극장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원작과 비교, 대조하면서 분석한다.

괴물의 이미지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노동계층이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하층민, 더 나아가 저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역할과 이미지만을 강요당하며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했던 여성의 비유일 수도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괴물이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은 소설 어디에도 없다'며 괴물의 성적인 모호함을 강조한다. 빅터에게 여성 괴물을 만들게 한 것도 성적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삶과 고민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친구를 얻고 싶었다는 식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원전에서 괴물을 인칭대명사 He로 지칭한다는 점 등등을 생각해 볼 때 이 주장은 다소 비약이 심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밖에도 이 책은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재확인시켜 주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미국으로 건너와 영화화되면서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가 범죄자나 악한으로 단순화된 것도, 표면적으로는 영상매체의 한계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을 캐고 들어가면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황폐해진 당시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특히 인상깊다.

유전자 공학의 발달로 인해 인공적인 생명 창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징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한 듯 하면서도 사실은 인간사의 핵심을 꿰뚫는 진리가 숨어 있고, 그 진리가 시대에 맞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용되어 나타난다는 것이, 바로 고전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런 고전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데 아주 유익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by 잠본이 | 2005/03/10 23:18 | 대영도서관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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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5/03/11 11:15

제목 : 두 명의 프랑켄슈타인
어제 쓴 <프랑켄슈타인> 해설서의 리뷰를 보완하기 위해 웹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프랑켄슈타인 영화정보 사이트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발견했습니다. 작년에 무려 두 개의 TV용 프랑켄슈타인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소식이지요. 첫 번째 작품인 홀마크 채널판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소설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미니시리즈로, 2004년 10월 5일, 6일에 방영되었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 알렉 뉴먼, 괴물 역에 루크 고스, 월튼 선장 역에 도널드 서덜랜드, 발트만 교수 역에 윌리엄 허트가 출연했고, 고풍스런 원작의 분위......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5/03/11 00:32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앤디워홀의 프랑켄슈타인'이 가장 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Luthien at 2005/03/11 00:46
정말 좋은 책이지요. (두권 소장중)
Commented by kisnelis at 2005/03/11 00:52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네요 - 이토 준지의 프랑켄슈타인도 좋아합니다만...
Commented by yasujiro at 2005/03/11 00:58
잘 읽었습니다. 같은 주제로 사회학자 김종엽씨가 쓴 글도 있는데 나중에 한번 빌려드리죠.
Commented by DreamLord at 2005/03/11 04:40
원작에서는 괴물을 언급할때 대명사 "he"를 사용하고, 괴물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여자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부분에서도 "I demand a creature of another sex"라고 말하고,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거의 완성된 여자괴물을 파괴하는 이유중 하나가 괴물들이 아이를 낳아서 결국은 인류를 파멸할 "괴물인종"들이 탄생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으니까, 괴물이 남성이라는 점과 여자괴물을 만든 동기에 대해서는 별로 모호함이 없죠.

The Matrix를 만든 워샤우스키 형제의 출판사 Burlyman Entertaiment에서 연재하고 있는 Doc Frankenstein 만화책 시리즈는 원작의 결말을 이어서 진행되죠. 북극에서 죽으려던 괴물이 에스키모 소녀를 공격하는 설인(Yeti)과 싸워 소녀의 목숨을 구해준 뒤, 다시한번 인간들과 함께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과거를 잊고 새롭게 시작할수 있는 땅"인 미국으로 와서, 자신을 죽이려는 카톨릭 교회를 상대로 수백년간에 걸친 전쟁을 벌인다는 설정입니다. (괴물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때문에 늙거나 죽지 않고 부상을 당해도 곧 회복하거나 수리할수 있다는 가정을 하기 때문에, 메인스토리의 배경은 미래죠.)
Commented by 글로리ㅡ3ㅢv at 2005/03/11 09: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담스 패밀리의 '그'가 생각이 먼저 나버린게...
....
...
..
"아빠?" 헉... 이건 또 뭐냐...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5/03/11 10:31
rumic71님> 무려 앤디 워홀입니까.

yasujiro님> 혹시 모 비평지에 실린 그 논문이라면 전에 보여주신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

DreamLord님> 원문을 살펴보니 정말 그렇군요. 일단은 수정했습니다. 더불어 링크 몇가지 추가. ;)
Commented by 愚公 at 2005/03/13 13:53
김종엽 선생님 얘기를 들으니 반갑습니다.
작년에 영화리뷰 책이 하나 나왔더군요. 96년판의 개정판입니다.

http://know21.co.kr/mall/mall_detail.asp?idxGdCode=528487&linkdiv=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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