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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가 있었으므로, 이 글은 과거형으로 읽어주십시오.
자세한 얘기는 cre+s님의 글을 보시면 알 것이니 생략하고,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된 다음 RSS넷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러잖아도 입사원서 한통에 기획서 한통을 동시에 쓰느라 머리에 쥐나던 중에 이런 일이 발견되어 참으로 우울하기 그지없다.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 끝까지 읽어주시길.)문제의 조현자씨 채널리스트를 들여다보면 이렇게 나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블로그가 다음 RSS넷에 하나의 '채널'로 등록되어 있는 것도 오싹했지만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인간이 그걸 자기 채널리스트 옆에 디폴트로 띄워놓았다는 것도 짜증난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전혀 표시가 되지 않는 시스템의 특성상, 저길 처음 방문한 사람은 조현자씨가 잠보니스틱스의 주인인줄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뒤져본다면 그 채널의 주인이 디폴트로 띄워져 있는 블로그의 주인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예를 살펴보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블로그를 RSS로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에서 무작위로 몇 분의 채널 리스트를 찾아가 보았다. 'XX님의 채널'이란 표시 바로 밑에 실린 채널이 바로 오른쪽 화면에 디폴트로 뜨는 내용이다.
이 경우는 리스트 주인이 무단사칭한 게 아닌 이상 블로그 주인과 일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저 m모님이 내가 아는 m모님과 동일인물이라면, 디폴트로 뜨는 블로그의 주인은 아니다. 저 블로그의 주인은 무협소설가 j님이고, m모님과는 명백히 다른 인물로 알고 있다. (혹시나 신분을 숨기고 계셨던 거라면 죄송한 일이지만;;;)
이처럼,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제3자에게는 마치 띄워놓은 블로그가 그 사람의 블로그인 것처럼 착각할 여지가 있다. (대부분은 그냥 내용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RSS넷에 접속하자마자 빨리 읽으려고 대문에 띄워놓은 것일 뿐, 사칭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디폴트로 띄워둔 블로그가 채널리스트 주인의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장치나 규정을 마련해두지 않은 다음 쪽에 있겠지만, 저런 식으로 오해의 여지를 남겨둔 본인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렇게 디폴트로는 다음에서 제공하는 채널을 띄워두고 그 밑에 블로그 채널들을 링크함으로써 '내 것이 아님'을 간접적으로나마 밝혀두는 성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왼쪽의 채널 리스트에서 '잠보니스틱스'를 누르면 이렇게 뜬다.
본문의 내용은 몽땅 갖고 간 주제에 작성자 이름이나 관련글, 덧글은 전혀 뜨지 않고 신문기사처럼 갱신시각만 뜬다. 작성자인 블로거의 인격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오른쪽의 디폴트 화면에서 '잠보니스틱스'를 누르면 더욱 해괴한 광경이 펼쳐진다. 어떤 광경인가 하면 대략 이런 광경이다.
테두리를 잘 보아주기 바란다. 알맹이는 이 블로그 그대로 뜨지만 사이트 이름은 '다음'으로 되어 있고, 아래에는 RSS넷을 표시하는 파란 테이프(?)와 즉석 구독 버튼까지 붙어 있다. 별 생각 없는 유저라면 이 테두리만 보고 외부의 컨텐츠를 다음 내부의 컨텐츠로 오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링크를 걸거나 트랙백을 보내거나 일부 특정글을 펌프질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내가 쓴 글 전체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통째로 다른 곳에 옮겨지고, 정작 글쓴이인 내 존재는 아주 깔끔하게 '실종'되어 버린다.
이건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허가를 내주기는커녕 아예 존재 자체도 모르는 서비스로 인해 내 사생활과 창작물이 무수히 복제되어 퍼져나가고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던 'get xml'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줄이야;;;)
개인이 자기만의 용도를 위해 RSS리더에 등록해서 읽는 거라면 또 모르지만, 이렇게 포털 단위의 서비스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제공하는 거라면 문제는 다르다.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도 우연히 지나가다 '구독신청'을 해서 내 블로그를 자기 채널에 추가할 수 있고, 더욱 끔찍한 건 그 사실을 정작 주인인 나는 까맣게 모른다는 거다.
더군다나 내 블로그의 경우는 다음 RSS넷의 채널 카테고리를 아무리 뒤져봐도 올라와 있지 않은 듯 하니, 누군가 개인적으로 등록한 게 어쩌다보니 퍼져나간 걸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는 서비스 관리자 쪽에 얘기해봤자 손쓸 도리가 없다. 만약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었던 것을 관리자에게 부탁하여 지워버린다 해도,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이 자기네 채널리스트에 등록해둔 건 손댈 수 없다고 하니, 버스 지나가고 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다.
cre+s님의 경우처럼 자신의 블로그를 채널로 올려둔 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삭제를 호소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구독자'의 채널 리스트를 타인이 열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구독자'가 어떤 사람인지 신상정보를 알 수도 없고, 심지어는 '구독자'의 메일 주소도 없어서 직접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다. (옛날 vt통신같이 pf 명령어로 찾아낼 수도 없고 말이지 -_-) 디폴트로 띄워 놓은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연락을 시도한다 해도, 위의 조현자씨 경우처럼 엉뚱한 사람 블로그를 띄워놓은 경우에는 연락이 불가능하다.
나는 여러분들 좋으라고 대가 없이 글 써주는 뉴스머신이 아니다. 여러분과 다름없는 살아있는 인간이다. 최소한 정상적인 경로로 들어와서 글을 읽고, 왔다 간다는 표시라도 해 주시기 바란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당신의 채널에서 이 주소를 삭제하시라. (이미 다녀가셨다는 표시를 했거나 내게 지인으로 인식되어 있는 분들이라도, 위와 같은 파급효과를 고려해서, 채널 리스트에서는 빼 주셨으면 한다. 아니면 적어도 비공개로 돌려놓거나.)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내 글을 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로로 보고 내게 피드백을 해 달라는 얘기다. 아니면 적어도 그냥 RSS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만 보아달라.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PS1. 여전히 위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예상 이상으로 과열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듯 하며 이 글을 보고 순간적인 감정에서 거부운동에 참가하시는 분도 늘어나고 있는 바,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시고 행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지, 무조건 '이게 뭡니까 다음 나빠요'라고 비난하거나 RSS넷 거부를 장려하려고 쓴 건 아닙니다. 더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신 분은 아래의 후속 포스팅을 반드시 읽어주시고 자신의 의견과 판단이 제대로 선 뒤에 발언해 주십시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PS2. 본문 중 일부 과격한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일단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에서도 문제점의 시정 작업에 들어갔으니 이 글은 '과거형'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XML은 여전히 비공개로 해두겠지만 '다음 RSS넷 거부' 배너는 내렸습니다.)
→일단 경과보고 →그후 다음RSS넷은 어떻게 변했는가? →관련글 완전정리!
# by 잠본이 | 2005/01/21 00:08 | 일상비일상 | 트랙백(91) | 덧글(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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