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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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 코드3 DVD
1995년에 개봉한 카네코 슈스케 감독의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은 특촬영상계 전반에 대해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생명이 다한 <고지라> 시리즈를 어떻게든 부활시켜 보려는 토호의 필사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90년대의 일본에서 괴수영화는 이미 한물 간 장르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일반 관객이 보기에 어색한 촬영 기법이나 시대에 뒤진 포맷 자체의 한계도 있긴 했지만, 괴수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너무 정해진 '코드'나 '문법'에 얽매여서, 일부 매니아 계층만을 위한 '닫힌 장르'로 굳어버렸다는 점이 훨씬 더 큰 이유로 작용했다. 고지라 이외의 다른 괴수영화는 멸종했고, 고지라는 화려하기는 했지만 내실이 없는 부활 대행진을 계속하던 중이었다. 카네코의 <가메라>는 그러한 흐름을 일거에 깨 버리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가메라나 그 숙적 갸오스가 완전한 '미지의 존재'로서 사람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가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옛날 가메라 시리즈의 기본설정만 빌려온 채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에서 다시 시작함으로써,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괴수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와 정체모를 무언가에 대한 경외감을 되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고지라 시리즈는 이제까지 제작된 그 어떤 작품도 최소한 1954년의 제1작 <고지라>의 속편이라는 전제조건 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물론 극중의 사람들도 고지라의 존재를 이미 알만큼 알고 있는지라 신선한 느낌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본작은 오히려 고지라보다 덜 유명하고 그 기원에 대한 집착도 그다지 크지 않은 가메라를 원전으로 채용함으로써 훨씬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또한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가까운 일본을 배경으로 자위대나 경찰, 해상보안청 등의 실존하는 조직들이 민간인의 협력을 얻어 괴수에 대처하는 과정을 진지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극적 긴장감과 박진감을 끝까지 잘 유지해나가고 있다. 고지라 시리즈가 '헌법상 비무장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일본의 딜레마를 피해나가기 위해 가상의 군사조직이나 국제조직을 등장시켜 현실과 동떨어진 배경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갔던 것에 비해, 본작에서는 그러한 제한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보다 현실감 넘치는 '리얼 시뮬레이션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괴수가 눈앞에서 난동을 부리는데도 '상대의 위협적인 의도가 확인되어 자위목적의 공격을 승인받지 못하는 한 공격을 개시할 수 없다'고 하는 자위대 장교의 발언은, 실제의 자위대가 처한 '군대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 기괴한 입장을 노골적으로 찔러대고 있다. 물론 2편에 가면 자위대가 너무 멋지게 나오는 바람에 '우경화'의 혐의를 받을 위험도 있기는 하지만.) 이점은 <패트레이버> 시리즈에서도 대활약한 각본가 이토 카즈노리의 공로가 크다고 하겠다.

90년대의 고지라 시리즈가 인기 스타의 우정출연이나 추억의 적괴수 부활 등의 이벤트성 요소를 앞세워 화려함에만 치중한 전개를 보여준 데 비해, (사실 이점은 요즘도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하면 화면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좀 더 진짜처럼 보여줄 것인가'라는 특촬영화의 기본에 보다 충실한 작품으로서, 보다 박진감 넘치고 '실물같은' 영상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이낙스의 스탭으로서 맹활약했던 히구치 신지가 특수효과를 맡아, 보다 젊은 세대의 비주얼 감각에 맞는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 노력한 결과, 이전의 괴수영화와는 어딘가 다른, 멋드러진 화면을 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장면들은 뭔가 획기적인 기술의 도입으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뭔가 새로운 화면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존의 기술을 개량한 결과 완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감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렇게 칭찬을 해놓긴 했지만 10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와서 보면 약간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고 라스트에 부각되는 가메라의 디자인이 너무 귀염성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분위기를 깨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준 시행착오는 이후 2, 3편으로 이어지면서 차차 극복되어 훨씬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론 덜 여문 1편이나 불완전 연소 기미를 보이는 3편에 비해, 2편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 나올 때만 해도 오래된 캐릭터의 리메이크 유행에 편승한 일회성 작품 정도로나 생각되었던 이 영화는, 서서히 관객의 관심을 모으게 되어, 종국에는 2편 <레기온 습래>, 3편 <사신[이리스] 각성>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3부작 시리즈를 형성하게 되었다. 결국 가메라 자체는 이 시리즈를 끝으로 다시 한 번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고, 괴수영화라는 장르 자체도 별다른 변화 없이 고지라의 독주체제로 돌아가 버렸지만, 전혀 엉뚱한 영역에서 이 시리즈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역시 80년대말 이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히어로 특촬 영역에서 이른바 '평성 가메라'의 방법론을 알게모르게 도입하기 시작하여, 뜻하지 않은 융성을 일궈내게 된 것이다. 1996년의 <울트라맨 티가>로 막을 연 이른바 '평성 울트라맨' 계열과 2000년의 <가면라이더 쿠우가>에서 시작된 '평성 가면라이더' 계열이 바로 그들인데, 영상평론가 키리도시 리사쿠는 자기의 저서에서 이들 '특촬 르네상스'기 작품들이 평성 가메라로부터 리얼리티 중시의 드라마 작법과 미형 배우의 캐스팅, 그리고 새로운 영상기법에 대한 도전정신 등을 적극적으로 흡수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성공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바다 건너 이야기고, 이러한 흐름과 전혀 상관이 없었던 한국에서는 90년대말 이후 극소수의 팬들만이 '평성 가메라'의 가치를 인정하는 정도였다. 첫 작품인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이 2002년에 때늦은 한국 개봉을 하긴 했지만, 흥행사가 별다른 기대를 안한 탓인지 소수의 개봉관에서 벼락치기 식으로 개봉한 뒤 며칠만에 간판을 내렸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개봉 사실 자체를 몰랐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개봉을 위해 별도로 한국어 더빙 버전을 녹음했다는 점인데, 이후 홈 CGV 등의 케이블 채널에서 잊을만하면 이 영화를 틀어주곤 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이 한국 개봉판의 코드3 DVD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2003년에 비트윈에서 출시한 소프트인데, 미국 ADV Films가 90년대 말에 출시한 코드1 DVD를 기반으로 한글화만 약간 더한 탓에 뭐라고 말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물건이다. 일단 영상 자체의 퀄리티나 같이 수록된 한국어 더빙 트랙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지만, 미국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걸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영화 처음과 끝의 크레딧이 전부 영어로 바뀌어 있고, 중간의 자막들도 영어 해석이 붙박이로 들어가 있어서 영 보기가 불편하다. 영화 본편이나 특전영상에 들어간 자막들도 그렇게 큰 무리는 없지만 영어대본을 기초로 번역한 탓에 일본사람 이름이 서양식으로 '이름+성' 패턴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일본식으로 '성+이름' 패턴으로 들어가는 등 일관성이 부족하고 영화의 타이틀도 본래 제목인 <대괴수공중결전> 대신 미국 공개 제목을 묘하게 의역(?)한 <우주의 수호천사>로 되어 있다. (그냥 Guardian인데 어디가 수호'천사'냐!)

완벽에 가까운 더빙 트랙을 위해 고생한 한국어판 스탭들의 이름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 거기에 더하여 최대의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본래 ADV판에서는 히구치 신지 특기감독의 롱 인터뷰를 3파트로 잘라서 1, 2, 3편의 각 DVD에 특전으로 집어넣었는데, 이 코드3 버전은 1편밖에 나와 있지 않고 나머지 속편들은 언제 수입될지 기약조차 없기 때문에 한국 고객은 히구치 인터뷰를 1/3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이 부분을 아예 빼던가 아니면 나머지 파트도 좀 넣어주던가 하지...)

문제의 한국어 더빙판은... 의외로 번역이 충실하게 되어 있고 성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딱딱 맞아서 그런대로 만족할 만하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급박함이나 당황스러움 등의 연기가 부족한 경우가 눈에 띈다. 특히 심한 것이 통제실의 자위대 여사관의 경우) 헤로인 중 한 명인 아사기의 목소리가 얼굴에 맞지 않게 너무 귀여운 보이스로 캐스팅된 것만 빼면 배역진도 잘 된 편이고, 특히 호들갑과 오도방정의 대가이신 오오사쿠 치카라(연기/ 호타루 유키지로) 아저씨 역을 우리의 호프 이인성씨가 맡아서 특유의 명연기를 보여 주신다. 다른 데서는 주인공급일 터인 강수진씨가 탐사선 승무원이나 아사기의 급우, 나가미네의 후배, 뉴스캐스터 등의 단역급으로 바쁘게 뛰시는 것을 들을 수도 있다. (이쪽은 비슷한 목소리를 착각한걸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맞다고 생각...) 그밖의 성우진은 크레딧이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알 수 없으니 생략.

귀중한 영상을 보여주신 rumic71님께 감사드린다.
by 잠본이 | 2004/12/19 16:00 | 대영각의 감애라 | 트랙백 | 핑백(3)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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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관을 출발시키는 '리부팅'에 가깝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즉 성격상 이 작품은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보다는 &lt;배트맨 비긴즈&gt;나 &lt;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gt;에 가깝다. 달리 말하자면 이 작품 이후에 스토리가 이어진다고 해도 거기서의 본드가 기존의 본드들과 동일인물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일부분 그들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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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OSH at 2004/12/19 17:59
가장 좋아하는 괴수영화인데...
(사실 헤이세이 가메라 1,2,3 외에 다른 작품은 관심없음)
일본 DVD 박스의 한국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12/19 18:02
갑자기 보고 싶어 집니다.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4/12/19 19:49
정말 벼르고만 있는중인데, 류우키를 다 보고나면 하번 볼까 싶군요.....또다시 티가는 밀려버리는건가.ㅠㅠ
Commented by 산왕 at 2004/12/19 21:02
..적어도 이 3부작은 다 보고 나서 뭔가 적어봐야겠습니다. 전에 잠시 언급한 것은 '사신 이리스 각성'만 본 직후에 적은 것이었습니다. 주제는 가메라의 평이 아니었고 말이죠.
Commented by Ninjalee at 2004/12/19 21:08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2편과 3편이 나올일은 없겠지요?(개인적으로 G3는 꼭 보고싶은데)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12/19 21:33
JOSH님> 그러자면 2, 3도 어떻게든 국내개봉을 해야 하는데...넘어야 할 산이 많죠.

영원제타님> 나중에 제가 저 DVD를 구하게 되면 빌려드리죠. 이 글은 남의거 빌려보고 쓴 거라;;;

낭만클럽님> 뭐 이건 TV물은 아니니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산왕님> 쓰신 글의 주제는 '이토는 실사물 각본 쓰면 안된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굳이 글 쓸 목적이 아니라도 3부작을 다 보시면 나름대로 재미있으실 지도. ;>

Ninjalee님> 국내판으론 좀 어렵겠지요.
Commented by 작가 at 2004/12/19 21:46
날아라 가메라~ 불꽃을 뿜어라..... 필살기 이름을 까먹었다....ㅠ.ㅠ
Commented by 바이트ㆍ알 at 2004/12/19 23:39
부제인 '우주의 수호천사'를 보았을 때, 그 괴이한 센스에 무척이나 놀랐습죠(뭐, 새삼스러울 것 있나 싶기도 하지만서도...;;)
Commented by Loomis at 2004/12/20 01:20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한국판 DVD가 얼마나 팔렸냐는 질문에 비트윈 담당자는 '수치를 말하기조차 부끄럽다'라고 답했다는군요. 2, 3편의 출시 희망은 일단 접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4/12/20 10:18
출시는 고사하고 극장에도 안 걸렸으니까요. 시기상으로 한꺼번에 걸고 한꺼번에 출시하는 편이 나았을텐데... (박스셋트로 출시하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Commented by 푸른세이버 at 2004/12/20 20:16
2편에서는 미즈노 미키씨가 나오시므로 만세입니..(우득)
Commented by EST_ at 2004/12/21 14:28
'기술의 발전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감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에 공감합니다.
코드3번은 할인품목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8천 얼마인가에 나와있는지라 그럭저럭 팔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Loomis님 덧글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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