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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크리스마스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 한혜연 / 서울문화사

한혜연씨는 <름다운 지막 재> 첫권을 읽은 뒤로 (다음편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약간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이긴 하지만, 그 외에 이분의 작품을 달리 읽어본 일은 없기 때문에 이 단편집을 구입하기 전에도 약간 망설였다. 하지만 한 작가가 특정 경축일을 소재로 한 단편집을 내는 일은 매우 드물기도 하고, 마침 연말이 다가오기도 해서 이번에 드디어 구입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유난히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기 좋아하는 작가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발표한 열두어 편의 이야기 중에서 특별히 좋아한다는 5편을 수록한 것이 본 단편집이다. 수학여행을 계기로 친해진 네 명의 개성파 여고생이 5년 뒤 성탄절에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 뒤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전혀 공통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이유로 왕따를 당한 두 여학생이 크리스마스 전날에 만나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크리스마스 선물>, 뜻하지 않은 일로 임신한 범생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성탄절 모임도 뿌리치고 고군분투하는 날나리 여고생의 이야기를 성모 마리아와 요셉에 빗댄 <크리스마스 사막>, 통신 동호회에서 활동하기 위해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하던 재수생이 우연히 자기와는 정반대인 듯한 다른 회원의 신상에 의혹을 느끼게 된다는 <가짜 크리스마스>, 그리고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옛날에 헤어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붕어빵 장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그린 <크리스마스에 말하라>가 바로 그 단편들이다.

전부 크리스마스를 공통의 소재로 삼고 있지만,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서 저마다 독특한 맛을 담고 있으며, 발표 시기에 따라 작가의 성장이나 그림체의 진화, 혹은 세상에 대한 시선의 미묘한 변화가 느껴져 흥미롭다. 작가는 보통 크리스마스라는 소재에서 연상하게 되는 종교적인 경건함이나 축제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 중심으로부터 한발짝 물러나 있는 소외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각각의 작품을 발표했던 잡지의 주독자층과 일치하는) 여고생에서 여대생에 걸친 젊은 연령대의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다른 여성에 대해 느끼는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들이다. <그녀들의 크리스마스>에서 네 주인공이 보여주는 영원한 우정에서부터 시작하여,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희와 서영이가 서로 나누는 따스한 공감과 안타까움, <크리스마스 사막>의 종희가 자기와 이름이 똑같은 친구의 시련을 바라보며 느끼는 막막함과 안스러움, <가짜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 '폴로'가 정체불명의 여성 '지나'에게 느끼는 질투와 의심(및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미묘한 공범 의식), <크리스마스에 말하라>의 윤진이가 품고 있는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등, 정말로 다종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단편집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다양한 관계성과 감정의 교류이며, 크리스마스는 그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비일상적인 '계기'이자 '무대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기 만화에 따르면, 정작 작가 본인은 여름부터 겨울까지 작품 구상하고 그려내느라 시간을 다 보내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성탄절 당일에는 힘이 쭉 빠져서 하루종일 빈둥빈둥의 나날을 보낸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거야 어떻든 아직 단행본으로 나오지 못한 한혜연씨의 나머지 크리스마스 단편들도 언젠가는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2005년 11월 15일 쇼가쿠간 문고에서 일본어판 발매!!!
by 잠본이 | 2004/12/19 14:06 | 만화광시대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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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스터 at 2004/12/19 16:34
한혜연씨 작품은 다 좋아하지만.. 작품 외적인 이유로 가장 주목했던 건 미스터 노엘입니다.. 무려 캐릭터 탐정물(...;)이었으니..^^;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12/19 17:45
그것도 언제 한 번 보고 싶군요. ;>
Commented by 버닝야옹 at 2004/12/19 18:14
저도 몇달 전에 이 책을 샀었지요. 나머지 단편 뿐아니라 아마존도 제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4/12/19 19:45
요근래에 오후에 연재하신 단편들도 마음에 들더군요.^^
Commented by 작가 at 2004/12/19 21:43
단편집은 툭 하면 절판나버리는 이 사회가 밉다.......ㅠ.ㅠ
Commented by 로리 at 2004/12/20 04:15
저 책.. 저도 샀습니다. 산 이유는 황당하게도 추석날 고속버스 대합실에서 볼 책이 없다는 이유로^^ 굉장히 만족한 작품입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4/12/20 15:46
한혜연씨 단편집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있어서 좋습니다. ㅠ.ㅠ 노엘같은 경우는 뒤로도 계속 나왔으면 했는데요......ㅠ,ㅠ 첨에 신사미인곡과 같은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더라는...크흑...
Commented by 세피로스 at 2004/12/20 21:15
크리스마스라. 정작 카테고리 "여대생"에 속하는 저는 아무 느낌도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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