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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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최종화
태평양 전쟁을
패전이라는 이름 하에 끝낸 일본.
하지만 10년의 세월을 거쳐
미군 점령하에서 탈출.
더 이상 '전후'가 아니다.
그러한 공통인식 하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그 시대의 이면에는
결코 이야기되는 일이 없었던
상처자국을 다시 벌리듯이
다양한 분노, 증오, 슬픔이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기억 저편에 묻어버리려 했던
시대의 업보[罪]처럼......

그리고 바로 지금,
빛나는 미래의 햇빛 아래에
최후의 심판[罰]이 내려지려 하고 있다...



*최종화 '죄와 벌':

골목 저편으로부터 나타난 파이어 3세는 파괴된 옥스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 결국 오리지널 옥스는 격투 끝에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놀라는 쇼타로 일행과 그들을 비웃는 PX단 치프.
"안심하라구. 철인은 우리가 써 줄테니까. 소~중하게 말이지!"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는 PX단의 사수들. 치프의 명령에 따라 일제사격의 총성이...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쓰러져 있던 무라사메 켄지는 그 총성을 듣고 정신을 차린다. 옆에는 그의 나이프를 맞고 쓰러진 PX단원들이 널부러져 있다. 그를 발견한 다른 단원들이 총을 겨누고 접근하지만, 이미 나이프는 모두 떨어진 뒤였다. 반사적으로, 쓰러진 단원의 라이플을 잡으려다 멈칫하는 무라사메. 그를 비웃으며 계속해서 다가오는 PX단.
"흥, 네놈이 총을 안 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악무는 무라사메. 바로 그때, 그의 귀에 형 류사쿠의 목소리가 들린다.
"뭘 주저하고 있냐. 이런 녀석들에게 목숨을 빼앗긴다던가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형!"
"정말이지, 넌 지독하게도 융통성이 없구나.
하지만 이런 녀석들에게 조국이 유린당하게 놔둘 순 없지.
게다가... 너에겐 더욱 더 중요한 임무가 있지 않니?
안 그래?"
".....형...."
켄지는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손을 뻗지만, 형의 모습은 곧바로 사라지고, 그곳에는 철인 28호가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잠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뭔가를 깨달은 듯이 평온한 얼굴로 미소짓는 켄지.
".....알고 있다고."
그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한 것을 알고 약간 주춤하는 PX단원들.
"자아, 올테면 어디서든지 와라!
하지만 이건 잊지 말라고.
난 불사신의 무라사메 켄지다!"
웃기지 말라며 사격을 개시하는 PX단원들. 하지만 무라사메는 재빨리 총알을 피하며 떨어져 있던 라이플을 주워서 반격한다. 놀라는 단원들에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소리치는 무라사메.
"총을 안 쓴다고 했지 못 쓴다고는 안 했다!"

이미 그의 표정에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 계속해서 검은 복면들을 쓰러뜨려가며 총알이 떨어지면 다시 쓰러진 단원의 총을 주워서 무장하고 사방으로 미친 듯이 총알을 퍼부어댄다. 그는 완전히 형의 죽음에 대한 집착을 극복하고, 총 역시 쓰기에 따라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무라사메는 곧바로 언덕 위의 카네다 저택으로 치고 들어가 사방에 깔려 있는 PX단원들을 격퇴하고 금고실로 달려간다. 먼저 와서 금고 안의 조종기를 꺼내려 하던 단원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편, 총을 맞은 것은 쇼타로 일행이 아니었다. 상처입은 손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PX단 치프.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경관대와 함께 세키 형사가 응원차 달려온 것이다. 파죽지세로 사방을 둘러싸고 쇼타로 일행을 경호하는 경관대.
세키는 낯익은 검은 서장복을 들고 와서 오오츠카에게 내민다.
"역시 이 옷은 서장님께 가장 잘 어울립니다."
"하, 하지만, 나는...."
관방장관도 옆에서 재촉한다.
"아니, 나도 부탁하네."
"그렇지만 그게..."
"에에잇, 우물쭈물하지 말고 빨리 입으면 되잖아!"
"예, 옛!"
경례를 붙이고 서장복을 받아든 오오츠카는 멋드러진 타이밍으로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쓴다! 오오츠카 서장이 드디어 부활한 것이다! 곧바로 경관대에게 명령을 내리는 오오츠카.
"전원 돌격!"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당황한 PX단 치프는 파이어 3세를 움직여 철인만이라도 탈취하려 한다. 놀라는 쇼타로 일행.
"앗!"
"철인이!"
"어떻게 좀 해봐, 자넨 서장 아닌가!"
"아니 그렇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가서 철인의 팔을 붙잡으려 하는 파이어 3세. 하지만 바로 그때, 앉아 있던 철인이 눈을 빛내며 파이어 3세의 손을 먼저 잡는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는 조종기를 든 무라사메의 모습이!
"좋았어, 철인, 해치워라!!!"
다시 일어선 철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철권을 날려 파이어 3세를 파괴해 버린다.

기뻐하며 무라사메의 곁으로 몰려드는 쇼타로 일행. 하지만 무라사메의 상태가 이상하다. 그는 힘없는 얼굴로 그 자리에 서서히 주저앉는다. 그가 등을 대고 있던 자리에는 세 줄기의 핏자국이...
놀란 얼굴로 달려가 그를 부축하는 타카미자와.
"크, 큰일이야! 어서 병원에!"
"흥, 무슨 소리야.
내겐 말이지...
내겐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남아 있어.
그래, 지금은 나 자신 따윈 어찌되어도 좋아.
때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소중한 일이 있는 거라고...
철인도... 지금까지 불평 한 마디 않고...
그러니까 나도...
적어도 최후의... 최후의 일만은..."
".....갈게요!"
무라사메의 희생에 충격을 받은 쇼타로는, 드디어 망설임을 떨쳐 버리고 결심을 굳히는 것이었다.
"쿠로베에는....... 제가 가겠어요!
아무리 바귬을 사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아무리 철인을 묻어버릴 수밖에 없더라도,
제가....... 가겠어요.
그래서, 쿠로베를 지켜 보이겠어요!"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조종기를 넘겨주는 무라사메.
"좋아, 이걸 가져가라.
그래서 철인과 싸우라구.
적어도 너에게는 그럴 권리와......... 의무가 있어!"
쇼타로가 조종기를 넘겨받자마자 손을 떨어뜨리며 눈을 감는 무라사메 켄지.
그를 감싸안고 오열하는 타카미자와. 그리고 조용히 그들을 남겨둔 채 떠나는 쇼타로 일행.

시키시마는 철인의 가슴 뚜껑을 열고 남아있던 바귬을 심장에 주입한다.
그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쇼타로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죄송해요, 무라사메 씨...
제가 한심하게만 굴었기 때문에...
하지만 덕분에 제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어요.
전쟁의 이름 아래 태어나, 전쟁의 이름 아래 매장당한 존재...'
바귬이 들어가자마자 '쇼타로'라는 문자가 적힌 태양폭탄이 인간의 심장처럼 고동치며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물론, 그런 일이 용서받을 리가 없지.
그러니까 더 이상은, 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겠어.
그래, 언젠간 반드시 나도 벌을 받을 거야.
그것이 어떤 벌인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지금만은.... 나와 함께 싸워주길 바래.
철인......................28호!!!
"

작업이 끝나고, 뚜껑이 닫힘과 동시에 철인이 포효한다. 결의를 굳힌 쇼타로가 소리친다.
"자, 가자! 가서 싸우자!
또 하나의 나.........철인 28호!!"
쇼타로, 오오츠카, 시키시마를 손바닥에 태우고 철인이 밤하늘로 날아오른다. 관방장관도 세키를 위시한 경관대와 함께 쿠로베로 출발한다.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던 타카미자와는 땅바닥에 쓰러진 무라사메의 머리를 감싸안고 '이제 쿠로베는 괜찮을테니 당신도 안심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무라사메 켄지가 눈을 번쩍 뜨고 웃어보인다. 기운차게 일어서서 등에 감추고 있던 철판을 빼내는 무라사메. 총을 맞기는 했지만 부상을 입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런 술수라도 쓰지 않으면 쇼타로 녀석, 결심을 굳히지 못할 것 같아서 말야..."
"도대체가, 당신 정말 융통성 없는 사람이네..."
"어이 이봐, 우리 형같은 소린 하지 말라구."
"메롱~"
"하지만 이걸로 오타카쨩과도 이별이네."
"응? 어째서?"
"그거야... 실은 살아있었다며 이렇게 쌩쌩한 얼굴로 나타나 봐.
그러면 쇼타로의 결심까지도 거짓이 되어버리지 않겠어.
그것만은 절대 안되지."
"그...그치만!"
타카미자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키스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리는 무라사메.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야."
입을 가리며 얼굴을 붉히는 타카미자와.
무라사메는 모자를 꺼내 쓰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걸어가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럼, 안녕."
"엣~ 그럴수가~ 책임져주는거 아니었어?"
그녀는 이미 사라져 버린 무라사메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지만, 그러면서 서서히 감정을 정리해 나간다.
"좋아, 가, 가버리라구.
당신보다 훨씬 좋은 남자 찾아서
건강하고 착한 아이 한가득 낳을테니까!

....그래, 쇼타로군 같은."

쿠로베 협곡. 반쯤 완성된 댐을 향하여 옥스의 대군이 전진한다. 베라네드 재단장은 헬리콥터로 개조한 갤론의 머리를 타고 탈출준비를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파이어 박사는 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아내려고 옥스의 조종장치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박사를 내버려 두고 부하들과 함께 탈출하는 베라네드. 그는 이대로 옥스가 날뛰어서 일본이 엉망진창이 된다면 그것도 PX단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한다.

바로 그때, 하늘 저편으로부터 철인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온다. 철인과 충돌하여 협곡 밑으로 추락하는 갤론의 머리. 쇼타로 일행은 방금 스쳐지나간 물체가 PX단의 것임을 알아차리지만, 엄청난 옥스의 대군에 압도당하여, 더 이상은 신경쓰지 않는다. 옥스들이 다가오는 가운데, 댐의 정면에 내려서는 철인. 철인을 발견한 옥스 부대는 철인만을 향하여 다가오기 시작한다. 쇼타로가 철인과 함께 옥스들을 막고 있는 동안, 시키시마와 오오츠카는 파이어 박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쇼타로의 명령을 받고 옥스들을 무찌르기 시작하는 철인. 바귬의 위력에 힘입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파워를 보여준다. 게다가 체내의 태양폭탄이 발열[發熱]하기 시작함으로써 몸 전체가 붉게 빛난다.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는 시키시마와 오오츠카. 하지만 그들 외에도 철인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낙하산으로 탈출에 성공한 베라네드였다.
"굉장해! 이거야말로 내가 꿈꾸던 최강의 병기다! 내가 갖고 싶었던 거라고! 핫핫핫하!"

여전히 옥스들의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하여 쩔쩔 매는 빅 파이어 박사. 바로 그곳에 시키시마와 오오츠카가 달려온다. 시키시마를 보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파이어 박사. 시키시마는 파이어 박사가 조립한 원격장치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것은 옥스의 머리 위에 무수한 진공관들을 결합시킨 기괴한 물건이었다.
"이, 이건 설마.........!"
"아아, 모두 함께 동시에 움직이도록 하려고 옥스 한 대의 통신에 전부 연결했네.
그랬더니만... 그랬더니만..."
"세상에 이럴수가..."
시키시마의 말뜻을 이해 못한 오오츠카가 묻는다.
"박사,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아, 이건 '기억'이라네."
"기억?"
"그래, 옥스를 설계한 후랑켄 박사가 인공지능을 연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아아."
"허나, 몬스터 사건 때 급조된 옥스에 탑재되어 있던 것은 단순한 기억장치였다네.
그 때문에, 경시청 습격 같은, 지금보다 훨씬 오래된 철인과 싸웠던 기억만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세.
그리고 파이어 박사는 옥스의 조종에서 사람의 손을 배제하고 그들을 그 '기억'으로 한데 묶었다네!
그 결과, 파괴와 전투의 기억만으로 움직이는, 로봇병기가 되어버린 걸세!!"
"그렇다면......!"
묘하게 기뻐하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짓는 시키시마.
"이걸로 확실해졌네.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한, 철인은 병기가 아니라는 것이!"

파이어 박사도 한숨 돌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뭐야, 그럼 옥스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게로군. 옥스는 아직 쓸모가 있다는 건가."
"그런 것보다도 어서, 이곳을...!"
그러나 시키시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파이어 박사가 권총을 꺼내어 그를 쏜다. 팔을 감싸쥐고 괴로워하는 시키시마와 그 옆으로 다가와 부축하며 화난 표정을 짓는 오오츠카.
"이자식, 무슨 생각으로...!"
"시끄러워!!"
그가 쏜 총알의 충격으로, 탁자 위에 놓여있던 마이크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마이크가 떨어지며 발생한 소리의 울림이 바깥의 쇼타로에게 전해진다. 아무래도 외부 스피커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이어 박사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자기의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더이상 안 속아. 그 때 카네다도 그따위 구실로 내 연구를 방해했지.
모처럼 내가 바귬을 폭탄으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냈더니만...
절대 안된다고 반대를..."
"이 목소리는...!"
쇼타로는 그의 목소리가 카네다 저택 지하실에 보관된 레코드에서 끝까지 정체불명으로 남아 있던 마지막 목소리와 동일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래, 그 레코드는 여차할 때 증거로 삼으려고 내가 준비한 거다!"
"그럼 아버지가 스파이라는 것은......"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지!"
"그럼, 카네다 선생님이 철인에게 태양폭탄을 집어넣은 것도..."
"아아, 바귬을 안전하게 사용할 방법이 있다고 내가 속였지!"
그러나 그 후 카네다 박사는 그 사실을 알아채고서, 철인을 가지러 온 연락장교를 사살하고, 연구실 째로 철인을 영원히 묻어버리려 한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조종기를 꼭 끌어안는 쇼타로.
"그럼... 그럼... 아버지는... 아버지는 역시 결백한 거였구나...!"

"바보같은 녀석이었지... 기껏 일본이 이길 기회를 잡았건만...!"
"하지만..."
"하지만 뭐냐! 자네들은 지금의 일본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에에?"
"전쟁에 지고 나니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어
적국이 하는 짓을 따라하고,
자유니 민주주의니 웃기지도 않는 걸 갖고 야단법석,
이대로 간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있을 것 같나?
그래, 난 이런 일본이 정말로 싫다.
그러니까 내가 올바른 일본이 되도록 이끌어주겠다 이말이야!
우하하하하하!"


쇼타로가 한눈을 파는 틈을 타서, 처음에는 당하고만 있던 옥스의 대군이, 철인을 점점 코너로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우연히도 그 방향은 바로 파이어 박사가 있는 작업실 아래쪽이었다. 파이어 박사를 데리고 나가려 하는 시키시마, 그러나 오오츠카가 다가오는 위험을 눈치채고 그를 말린다. 작업실에서 도망치는 두 사람을 비웃는 빅 파이어.
"그래, 나가라, 도망치라구.
일본의 미래에 너희같은 약골은 필요없어!!"
그때 분노에 찬 쇼타로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닥쳐! 당신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나가!
전쟁이 끝난 후엔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것도 못하고서,
이제 와서 자기 편한대로 지껄이기나 하다니!"

"시끄러! 전후에 태어난 어린것이 뭘 안다고..........."
바로 그 순간, 옥스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철인이 빅 파이어 쪽을 돌아본다. 파이어 박사에게는 마치 그 모습이 자기를 꾸짖는 카네다 박사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아니, 자네야말로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히, 히이이이익!!!"
"용서받지 못할 자는 바로 너, 빅 파이어!"
"....카, 카네다......!!"

그 직후, 옥스들에게 밀린 철인이 벽을 뚫고 넘어진다. 벽 위에 있던 플랫폼이 허물어지고, 파이어 박사는 무너지는 파편 속에 파묻히고 만다. 이미 밖으로 나와 있던 시키시마와 오오츠카가 착잡한 심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본다.
그러나 재난은 그것만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플랫폼이 무너진 충격으로 건조물 안에 있던 용광로가 뚫린 것이다. 용광로에서 흘러나온 붉은 쇳물들이 순식간에 옥스들을 집어삼키고 댐 아래로 강처럼 흐른다.
관방장관과 세키 형사가 헬기를 타고 달려와 합류한다.
"오오, 무사했구만!"
"예, 댐 자체의 피해는 막았습니다. 하지만......."
시키시마의 시선 저편에는 붉게 달아오른 철인을 바라보는 쇼타로의 모습이 있었다.

"가야 되는구나... 가야 하는거지?
더 이상은 안되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너를.... 너를...........!"
철인을 폐기할 결의를 굳히는 쇼타로. 그때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쇼타로가 쓰러진다.
권총을 쏜 것은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베라네드였다.
"으하하하하하, 이 병기는 내가 받아가겠다. 불만 있나?"
그러나 다음 순간, 어째서인지 철인이 한쪽 발을 들어올려 그를 짓밟아버린다. 용광로의 쇳물로 인해 뜨겁게 달구어진 철인의 거대한 발에 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베라네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는 쇼타로. 기뻐하는 장관과 서장.
"오오! 쇼타로군은 무사하다!"
"아니 그런데, 조종기가..."
베라네드의 총알은 쇼타로를 상처입히는 대신 조종기를 파괴해버렸던 것이다.
당황하는 시키시마.
"이...이래서는, 둘을 이어주던 끈이..."
"그럼, 옥스와 마찬가지로..."
더이상 누구의 조종도 받지 않게 된 철인은 폭주를 시작한다. 발전소를 뒤로 하고, 망가진 기계인형처럼 어색한 몸놀림으로, 쇼타로를 향하여 걸어오는 철인.
눈 쌓인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쇼타로.
철인이 가까이 다가온 그 순간, 쇼타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자기의 죄이며, 자기에게 내려진 벌이라고.
그러니 끝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쇼타로를 구하려고 달려가는 시키시마 일행. 그러나 그들의 눈 앞에서 철인과 쇼타로를 잇는 길의 바로 양 옆에 서 있던 거대한 탑 두 개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너진다. 절망에 휩싸여 주저앉는 시키시마. 하지만 흙먼지가 걷히고 난 뒤, 그들의 눈에 아직 살아있는 쇼타로의 모습이 들어온다. 두 탑이 무너지면서 철인이 그 사이에 끼인 덕분에 쇼타로가 있는 곳까지 오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쇼타로군, 뭘 하고 있나. 이 틈에 빨리....!"
"하지만... 철인이... 철인이........"
쇼타로의 곁으로 달려와 그를 일으켜 세우는 시키시마와 오오츠카. 하지만 애처롭게 녹아내리는 철인의 모습을 본 쇼타로는 차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저는 싫어요. 저는 철인과.... 철인과....!"
얼굴이 녹아내리고, 그 다음엔 팔다리가, 그리고 체내의 부품 하나하나가 쇳물에 휩쓸려 녹아가는 철인.
"철인과 같이...............!!!"
하지만 바로 그때, 쇼타로는 녹아내리는 철인의 잔해 바로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환상을 본다.
뒤돌아보는 남자. 그는 바로 카네다 박사였다.
"아냐, 이걸로 됐다.
이걸로 충분해.
그렇지? 내 아들들아............................"

환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철인의 잔해도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변해서, 쇳물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쇼타로.
"철인 28호-------------------!!!!!!!!!!!!!!!!!!!!!!!!!!!!!!!"
마치 화산의 폭발처럼 새빨간 불꽃이 쿠로베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어느덧 밝아오는 아침.
쇳물 속으로 가라앉는 철인의 심장 - '쇼타로'라는 문자가 새겨진 진짜 태양폭탄.
이렇게 해서, 또 하나, 시대가 남긴 죄악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쇼타로와 그 일행은 절벽에 서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활짝 꽃핀 고도성장기.
일본은 끝없는 미래와 번영을 꿈꾸며 전진한다...



바로 여기에, 쇳덩어리 하나가 있다.
본래 철인 28호라고 불렸던 그것은,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떠받치는 주춧돌처럼
그 모습을 바꾸어,
헤이세이[平成]라 불리는 지금도 역시,
이 일본 어딘가에
남몰래 몸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시대의 죄를 한몸에 짊어진 것처럼
붉고, 검다.



*주저리:

아기다리고기다리던끝이왔다

-역시 마지막화인 만큼, 이제까지 벌려놓았던 여러가지 문제들을 정리하느라 상당히 정신없이 돌아가는 감이 있다. 원래 1시간짜리 드라마에나 들어갈 만한 내용을 20분 남짓 되는 러닝타임에서 해치우려다 보니 꽤 빡빡하게 느껴지는 것이 본 시리즈의 특징이지만, 최종화인 이번 회는 뭘 남겨놓고 다음회로 미루고 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면이 더욱 더 두드러진다.

-그래도 저렇게 꼬아놓은 얘기를 이만큼 깔끔하게 마무리지은 것은 감독 본인의 역량이겠지만, 역시 1~2화 정도 더 만들어서 좀더 여유있게 결말을 보여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특히나 이제까지 함께 해 왔던 캐릭터들을 휑하니 내동댕이쳐두고 '그래서 일본은 발전했단다'라는 식으로 끝을 맺어버린 뻔뻔함에는 치가 떨릴 정도다. 본작이 특정한 캐릭터나 사건이 아닌 '시대'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져서 그런 거라고 구라를 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역시 그런 식으로 끝내는 건 너무 돌연한 느낌이...)

-오프닝이나 엔딩 타이틀 없이 그대로 본론으로 넘어가서 본론으로 끝내버리는 수법은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액션신이 너무나 부족했던 이 작품에서 그나마 쓸만한 액션신은 오프닝에 다 몰려 있었는데 그것까지 안 보여주니 더더욱 처절한 느낌이 든다. (결국 오프닝의 그 멋진 전투장면들은 손님 끌어들이기 위한 환상의 서비스컷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오죽하면 극중의 PX단은 오프닝에서 나온 그 멋진 1인승 헬기조차 안 끌고 나오냐고)

-대체 이 작품을 뭘로 분류하면 좋을까? 원작과 달리 거대로봇물이나 탐정물의 요소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복잡하지만 실속 없는 음모론과 전쟁책임에 대한 애매무쌍한 고뇌와 어른인척하지만 역시 어린애일 수밖에 없는 쇼타로의 땡깡(...)으로 가득한 이 작품을 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단 말인가? 스폰서의 지원이 부족해서인지 감독 자신의 고집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는 한동안 알 수 없겠지만, 이 작품이 이마가와 감독의 필모그래피 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 역사에서도 상당히 기괴한 이색작으로 남을 거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역시 진심을 말하자면 그냥 단순무식호쾌통쾌한 오락물로 만들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두의 해설이 1화 이후 되풀이되었던 초반부 해설의 집대성인 데 비해, 결말의 해설은 예전에 제17화 서두에서 한 번 제시되었던 해설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결국 이때부터 대강의 결말(철인이 고철로 변하여 버려진다는 것)은 정해놓고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었다는 얘긴데, 이렇게나 허탈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과는 별도로, 전체의 내용을 매듭짓고 작품의 테마를 집약해 놓은 기막힌 클로징 멘트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근해에는 전함 야마토가 가라앉아 있고... 쿠로베 댐 밑바닥에는 철인 28호가 가라앉아 있고... 무서운 나라야 역시 -_-)

-형 류사쿠에 대한 켄지의 회한, 카네다 박사에 대한 빅 파이어의 죄책감, 같은 카네다 박사에 대한 쇼타로의 그리움 등등 각 캐릭터에게 잠재되어 있는 걸로 제시되었던 트라우마들이 각자 (너무나도 알기 쉽게) 환각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짓고 캐릭터들이 다음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재미있다. (빅 파이어는 결국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헛소리만 하다가 죽지만) 그러나 역시 켄지가 '형이 죽은 건 철인탓이 아냐'라고 납득해버린다던가, 이제와서 별 의미가 없게 된 마당에도 '카네다 박사는 역시 스파이가 아니었다'라고 밝혀진다던가 하는 전개는 다소 억지스럽고 논리적으로도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다. (천년용왕님의 감상을 참조)

-카네다 박사의 필살대사(...)는 '누스마지키와 빅그 파이아!'라고 들리는데, '속인 놈[혹은 도둑놈]은 빅 파이어!'인 듯 하지만, 좀더 의미를 강하게 하기 위해 의역했다.

-하고 싶은 말은 더 있지만 글자수 제한 때문에 다음 기회로...;;;
by 잠본이 | 2004/10/02 11:47 | 바벨의 농성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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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uts at 2004/10/02 18:40
아아, 드디어 완결이 되었군요.
이거 정말 언제 다 볼수 있는 날이 올런지;;;
Commented by eienEst at 2004/10/02 19:08
...1,2화 보고 접어버렸었습니다만. 으음. 종반부나마 다시볼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Commented by 烏有 at 2004/10/02 19:29
음............끝났군요.
일본도 복잡하겠지요-ㅅ-;;;;;;;;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4/10/02 20:27
아직 보진 않았습니다만...
그 부분은 '유루스마지키' 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해석하신 건데요. ^^; (뭐 굳이 따지자면 "네놈만은 절대 용서 않겠다 빅 파이어어!" 정도겠지만)
Commented by 작가 at 2004/10/02 21:03
6개월동안 즐거웠습니다. 일단 이마가와 감독님께 감사.

........그러니까 1화의 인트로와 오프닝은 장식이라니까요. 시청자분들은 그걸 몰라요.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4/10/02 21:12
이걸로 FX와의 연결고리는 영원히 바이바이~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4/10/02 22:53
그래도 역시 다음작품도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jinliger at 2004/10/02 22:57
과연 불사신 무라사메 켄지!!
Commented by 이십오 at 2004/10/02 23:14
끝났군요.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4/10/02 23:21
7인의 나나의 전례도 있고, DVD판에 한 편 정도 애프터 스토리가 들어가는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7인의 경우엔 처음부터 그거에 맞춰서 회수도 TV판은 25화였지만...;;;)
Commented by Redsoul at 2004/10/03 00:15
아..마지막에 철인이 녹아내리고 난 잔해물[?]을 비춰졌을 땐 정말 뭉클[?]한게 느껴졌다는..
자이안트로보에서 켄지가 괜히 불사신으로 나오는게 아니었군요^ㅡ^
Commented by 주시자 at 2004/10/03 00:36
늘 받아보던 동네에서 갑자기 안올려서 초반부에서 보다 스톱했는데...(거기 교토 나오는 이야기던가요 거기까지만...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하단 인상을 받아버려서말이죠 -_-;;)완결했다니 다시 잡아볼까나 ^^
Commented at 2004/10/03 01: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페이 at 2004/10/03 16:17
으아,드디어 마지막입니까! 어째선지 철인이 국내방영되는 꿈을 꾸었습니다만 절대 희망사항일 뿐이겠지요 orz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10/03 21:49
그러면 이제 20XX년 외계 침략자 간다무스 제국에 맞서기 위해서 가라앉은 철인28호를 건져서 '우주철인 28호'가 되는 겁니까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
Commented by kenshiro at 2004/10/04 05:30
근데 아무리 해도 무라사메...그냥 피가 나는 것만 보여주는 거였는데도 불구하고 등에 철판을 대고 있었다는 건 좀 이해가 안가더군요. 그자리에서 총을 맞는 상황도 아니었는데...-_-;
Commented by Sion at 2004/10/09 00:11
해석하신 대사를 좀 빌려도 될까요?^^; 혹시 안된다면 말씀 주시는데로 지우겠습니다(_-_)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10/09 00:17
별로 상관없습니다만 저도 좀 날림이라 정확도는 보장 못합니다.
(잘 안들리는 부분은 한 10번정도 돌려봐도 잘 안들려서 지어내기도 하니...;;;)
하여튼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

가능하시다면 이 글에 트랙백 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Sion at 2004/10/09 00:20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랙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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