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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
원제: Historia von D. Johann Fausten
편역: 임우영
출판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이제는 별로 새삼스런 사실도 아니지만, 독일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는 괴테 혼자서 창조해 낸 작품이 아니다. 그 모체는 16세기에 나왔던 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이며, 또한 그 민중본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도 괴테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서는 바로 그 파우스트에 관한 96가지 전설과 작품 해설에 더하여 실존인물 파우스트에 대한 역사적 증언과 당대의 민중신앙에 대한 자료를 수록한 일종의 학술서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파우스트 박사는 1480년경에 태어나 1540년경에 사망한 독일 역사상의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요한네스 파우스트와 게오르크 파우스트라는 두 명의 인물을 혼합한 것이라고도 하며,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라는 한 인물이었다고도 한다. 그는 스스로를 뛰어난 마술사이자 점성술사, 연금술사로 포장하고 미래에 대한 예언을 남겼다고 전해지나,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기록을 보면 하나같이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했던 듯 하다.

파우스트가 의문의 죽음(자연사는 아니었던 듯 하다)을 당한 이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1587년 프랑크푸르트의 출판업자 요한 슈피스가 파우스트에 대한 전설을 수집하여 최초의 민중본을 펴냈다. 표면상으로는 기독교 신앙을 굳건히 하고 악마의 술수를 경계하기 위해 교훈을 주고자 펴냈다고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있지만, 당시의 민중들은 이 이야기를 하나의 재미나는 읽을거리로 받아들였고, 결국 파우스트 전설은 수 백년 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각색, 변형되어 독일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의 정점에 위치하는 것이 괴테의 <파우스트>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괴테의 <파우스트>에 대해서는 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그에 관한 연구논문도 숱하게 쏟아져 나왔지만, 괴테에게 영감을 준 파우스트 전설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저 '이런 게 있다더라' 하는 식으로 번역물의 해설이나 논문 한 귀퉁이에 짤막하게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괴테 이전에 파우스트 전설의 문학화에 성공한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적 이야기> 또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뭐 어차피 영문학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작가이니...) 그런만큼 이렇게 전설 자체를 다룬 '1차 자료'가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파우스트나 독일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야기 자체는 16세기 전설을 마구잡이로 모은 것이다보니 서로 모순되는 부분도 많고 현대 독어로 풀어놓고 그걸 다시 한국어로 옮겨놓다보니 대체 뭔 얘길 하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문장도 숱하다. 또한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파우스트 전설을 언급한 여러 논문이나 일본의 오컬트 관련서 등에서 써먹은 것들이라(이를테면 추기경 앞에서 공중을 날며 꿩 사냥을 했다던가, 젊은 친구들 앞에서 트로이의 헬렌을 마술로 소환했다던가, 기타등등) 신선한 맛은 떨어진다.

하지만 몇몇 내용은 분명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이고, (이를테면 독실한 신자인 이웃집 노인의 도전을 받은 파우스트가 그를 놀래주려고 귀신소동을 일으키지만 오히려 노인이 호통을 쳐서 귀신을 쫓아버린다던가 하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파우스트 전설을 직접 접하고, 당시 독일 민중에게 이 전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분명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파우스트 박사는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를 벗어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라는 대변혁을 맞이했던 파란의 유럽 사회에서, 그 이면을 여전히 휘어잡고 있던 마술과 초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대변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한참 뒤에 등장하는 칼리오스트로 백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대체로 내게는 만족할 만한 서적이라 생각하지만,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수많은 오타나 지리멸렬한 문장, 그리고 고유명사의 한국어 표기에 일관성이 부족한 점 등은 상당히 불만스럽다. (편역자가 너무 바빠서 문하의 학생에게 정리를 맡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 듯 하지만...적어도 출판하기 전에 마지막 교정은 꼼꼼하게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300쪽도 안 되는 책을 1만1천원이나 받고 파는 거라면...-_-) 개정판을 낸다 해도 귀찮아서 다시 살 것 같지는 않다면 영 찜찜하다.

이리하여 언젠가는 쓰리라 생각하는 파우스트 망상(?)에 참고자료 또 하나 추가...
(말만 하고 대체 언제 쓸거냐 언제! -_-)
뭐 어떻든 바깥세상은 괴테판 아니면 국내 창작 뮤지컬 <파우스트>밖에 모르니...
이 민중본 붙잡고 우하하거리는 것도 어찌보면 되게 마이너한 취향인데 말이지;;;-_-
by 잠본이 | 2004/09/24 09:0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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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략적으로 작성된 터라 각각의 작품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대로 참고자료로서는 괜찮은 듯. (다만 민중본 파우스트 관련논문은 같은 저자가 따로 펴낸 민중본 텍스트의 해설과 별로 다른 내용이 없어서 좀 슬프긴 하지만 뭐 국내에서는 다들 관심없는 테마니까 이정도로 나온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해야 하나 OTL) 그럼 한동안은 ... more

Linked at 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 at 2016/11/16 01:23

... 것이 아닌가? 300쪽도 안 되는 책을 1만1천원이나 받고 파는 거라면&#8230;-_-) 개정판을 낸다 해도 귀찮아서 다시 살 것 같지는 않다면 영 찜찜하다. ※원문 작성: 2004-09-24 단편집마법사파우스트판타지 Previous article Be the first to comment Leave a Reply 응답 취소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 ... more

Commented by 작가 at 2004/09/24 11:14
죽으나 사나 번역문제......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4/09/24 11:47
헤에.. 괴테의 2부에서 헬렌 데려온 것도 원형(?)이 있었던 겁니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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