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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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제22화
*22화 '폭주의 끝에':

쿠로베 협곡에서 발전소 건설에 투입될 로봇을 선정하기 위한 정부 주최의 협곡 등정 레이스가 개최된다. 이 레이스를 제안한 베라네드 재단장도 관방장관과 파이어 박사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러 와 있었다.

취재기자 자격으로 현장에 온 무라사메 켄지는 타카미자와에게 장거리 전화를 걸어 쇼타로의 상태를 물어본다. 타카미자와의 말에 따르면, 방금 전까지도 '쿠로베로 달려가서 모두를 지켜야 한다'고 난리를 치다가 잠잠해져서 지금은 철인이 수리받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라고 한다. 무라사메는 '뭔가 상상도 못할 불길한 일이 일어날 듯한 예감이 든다'며 절대 쇼타로가 철인을 끌고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쇼타로를 감시하는 대신 돌아가는 길에 선물을 사 가겠다는 무라사메의 말에 기뻐하는 타카미자와, 그러나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는 순간 시간이 다 되어 전화가 끊어지고, 동전이 떨어진 무라사메는 전화박스에서 나와 현장으로 돌아간다. 그의 바로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바로 시키시마와 마지막으로 만난 검은 양복의 남자였다.

드디어 협곡을 향해 출발하는 로봇들.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라는 중계기자의 질문에 베라네드와 파이어 박사는 '그거야 당연히 우리들이지'라며 자신만만한 빛을 감추지 않는다. 심지어 관방장관에게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건네주며 '지금 서명하시면 싸게 해 드리지'라고 놀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장관은 계약서를 찢어버리며 분통을 터뜨린다.
"에에잇 두고봐라! 언젠가는 네놈들의 꼬리를 잡고 말 거다! 내가 보낸 그 남자가..."

시키시마 중공에 잠입한 오오츠카는 기관총을 든 감시인들이 사방에 깔려있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여긴다. 시키시마 박사의 생전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던 것이다. 최대한 조심해서 이동하던 오오츠카는 잠깐의 실수로 감시인 한 명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나 그 감시인의 정체는...

오오츠카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다 못한 타카미자와는 그를 위해 남겨둔 음식을 몰래 먹으려고 한다. 바로 그때 옆에서 뭔가를 기록하던 쇼타로가 돌아보며 그녀를 부르는 바람에 놀라서 목이 막힌다.
"왜, 왜 그래?"
"타카미자와씨, 정말로 무라사메씨와 결혼할 건가요?"
어이가 없어 쓰러져버리는 타카미자와.
"뭐.... 뭐야, 갑자기."
목을 풀어주기 위해 차를 마시는 타카미자와. 쇼타로가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계속 말한다.
"죄송해요. 하지만 타카미자와씨, 무라사메씨가 없는데도 매일 와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오늘밤도 자고 가잖아요."
"그거야 물론...."
순간적으로 '너를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뻔한 타카미자와는 당황하여 자기 입을 틀어막고, 재빨리 변명거리를 생각해서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말이지, 나도 레이디라고. 그러니까, 무라사메씨가 말야... '오타카쨩, 혼자 있으면 걱정되니까 쇼타로에게 지켜달라고 부탁해'라고 해서."
"하하하하하, 괜찮아요. 타카미자와씨는 강하니까."
"에?"
"생각해 봐요. 얼룩바위 때도 PX단을 메다꽂고 조종기를 되찾..."
듣다 못한 타카미자와는 쇼타로를 강제로 이부자리에 눕히고 잠옷으로 갈아입힌다.
"그런 얘긴 그만하고, 자아, 어서 자야지. 응? 그림책 읽어줄게. <병아리 삼총사 위기일발>!"
"어휴...기왕이면 육법전서로 해 주세요."
"아이, 그런 걸 읽으면 내가 먼저 잠들잖아. 그런데...어째서 나와 무라사메씨에 대해서 묻는 거야?"
"네, 최근 신경이 쓰여서요. 제 주위에서 여러가지가 급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 같아서..."
"그래?"
"고쿠류마루가 발견된 뒤로,
시키시마 박사님은 돌아가시고, 오오츠카 서장님도 경찰을 그만 두시고,
게다가... 시키시마 중공도 그래요.
파이어 박사와 베라네드 재단이 온 뒤로는 완전히 변해버렸죠.
과연 그런 공장이, 시키시마 박사님이 꿈꾸던 것이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그런데 참 이상하죠?
제가 무라사메씨와 함께 살게 되다니..."
그러나 하루 일과에 지친 타카미자와는 이미 엎어진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녀를 잠자리에 눕히고 커튼을 치면서 생각에 잠기는 쇼타로.
'하지만 가장 많이 변한 건, 나와 아버지일지도......'

다시 시키시마 중공. 오오츠카를 붙잡은 감시인은 그를 인적이 없는 곳까지 끌고 간 뒤 모자를 벗는다. 그는 관방장관의 의뢰로 파이어 박사를 조사하기 위해 잠입한 클로로포름이었다. 하지만 오오츠카는 그가 시키시마 중공의 구석구석을 마치 자기 집 안마당처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점에 의문을 품는다. 비좁은 통풍구를 통해 공장의 또 다른 구역으로 들어간 두 사람. 어둠 속에 빛나는 수십 쌍의 눈을 보고 놀라는 오오츠카.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쿠로베 협곡. 산을 오르던 로봇들은 파이어 2세의 치사한 술수에 의해 모두 파괴된다. 산 밑의 여관에서 파이어 2세에게 설치해 둔 TV카메라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는 베라네드와 파이어 박사. 그들은 승리의 기쁨에 들떠 맥주잔을 기울이며 진수성찬을 음미한다.
"아무래도 전부 무찌른 것 같군요."
"음,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주문이 들어오게 될 테지."
"파이어 2세 만만세로군요."
"아아, 정말로 잘 해주었어."
"아무쪼록 저희 시키시마 중공을 애용해 주십쇼."
"물론이다. 하지만, 한 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어."
"어떤 겁니까?"
"음, 바로 그 태양폭탄 말일세. 자네도 말했잖나. 진짜는 어딘가에 따로 있다고."
"그거라면 안심하십쇼. 바귬이 사라진 이상 아무리 그게 발견된다 해도..."
"하지만..."
베라네드는 해저에서 블랙옥스와 만났을 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파이어 박사는 그런 생각은 그만두고 술이나 한잔 더 하자며 룸 서비스에 전화를 건다. 뭔가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는 베라네드.
밖에서는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로봇들이 돌아오지 않는 건 이상하다'며 취재진과 출전자들이 관방장관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장관은 '어떻게든 손을 쓰겠다'며 그들을 달래려 한다.
기념품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무라사메는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파이어 박사와 베라네드 측에서는 아무 말도 않고 있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동정을 살피러 가기로 한다.

한 잔 더 하자는 파이어 박사의 제의를 뿌리치고 자러 가겠다며 일어서는 베라네드. 바로 그 때,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러나 들어온 것은 룸 서비스가 아니고 권총을 겨눈 니코폰스키였다! 밖에서 지켜보던 무라사메 역시 이를 목격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도쿄. 집 주인이 전화 왔다며 쇼타로를 깨운다. 졸린 눈으로 수화기를 드는 쇼타로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며 투털대는 여주인.
"정말이지...이런 늦은 시각에 전화라니, 대체 어디의 누구람?"
"아, 관방장관님?"
"히이익?"
급히 나갈 채비를 갖추는 쇼타로. 잠이 덜 깬 얼굴로 무슨 일인지 묻는 타카미자와에게 '쿠로베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니 빨리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달려나가는 쇼타로. 그를 말리려고 발을 동동 구르던 타카미자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철인의 손바닥에 함께 올라탄다. 두 사람을 태우고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철인. 울상을 하고 소리지르는 타카미자와.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거냐고오오-!!!"

니코폰스키는 권총을 겨눈 채 파이어 박사와 베라네드에게 TV화면을 지켜보게 한다. 협곡 저편으로부터 블랙옥스가 홀연히 나타나 파이어 2세를 사정없이 공격한다. 파이어 박사가 반격하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대로 조종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웃는 투로 말하는 니코폰스키.
"흐흐흐흐흐, 모처럼 예의 그 설계도를 넘겨줬더니만,
완성품을 베라네드에게 유출하려 했기 때문이다."
파이어 2세의 외장이 벗겨지고 이전에 공장을 습격했던 검은 로봇의 형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저녀석을 개조해서 파이어 2세를 만들었지.
그러니까 내게는 저놈의 약점이 손바닥처럼 훤히 보인단 말이야.
왜냐면, 그걸 설계한 후랑켄 박사와는 절친한 사이거든."

한편 시키시마 중공 지하에서는 오오츠카와 클로로포름이 뜻밖의 발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클로로포름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친다.
"설마, 이렇게 되어 있었으리라고는...!"

클로로포름의 얼굴에 오버랩되는 니코폰스키의 검은 가면. 무대는 다시 여관으로.
블랙옥스의 맹공에 파이어 2세, 아니 검은 로봇이 설원에 쓰러진다.
"그렇게 해서, 네놈들의 계획은 보시다시피 물거품이 되었다 이 말씀이야."
분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을 꺼내는 베라네드. 그리고 겨누고 있던 총의 안전장치를 푸는 니코폰스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룸 서비스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것은 종업원으로 변장한 무라사메였다.
'흥, 악당들이 한곳에 모였구만.... 응?'
술병을 상에 올려놓으며 상황을 살피려고 곁눈질하던 무라사메는 TV화면에 비친 옥스를 보고 놀란다. 검은 로봇은 옥스의 발길질에 밀려 발 밑의 얼음을 깨고 낙하, 한 손으로 절벽에 매달린다.
"블랙옥스! 게다가 저놈은 공장을 폭파한...!"
그를 수상히 여긴 베라네드가 무라사메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다.
"이자식, 어떻게 그걸......!"
"수상한 여자군, 얼굴을 보여라!"
'할 수 없군, 이렇게 된 이상 모가 되나 도가 되나 마찬가지다...!'
무라사메가 결심을 굳히고 반격하려는 순간, 파이어 박사가 TV를 보고 소리지른다.
"아, 아니, 잠깐, 잠깐만, 이번엔 또 뭐야? 어째서 철인 28호가?!"
쿠로베를 향해 날아오는 철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안돼! 지금 탄로나면 큰일난다!"
그들이 당황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무라사메는 창문을 깨고 달아난다. 또한 니코폰스키도 옥스를 퇴장시킨 뒤 자기도 유유하게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파이어 박사는 검은 로봇을 도망치게 하려 하지만, 아까 맞은 일격 때문에 조종전파 수신장치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었다. 당황하여 쩔쩔매는 베라네드.

쿠로베에 도착한 쇼타로와 타카미자와는 파괴된 로봇들의 잔해를 보고 경악한다. 그러던 중 절벽에 매달린 검은 로봇을 발견한 쇼타로는 그것이 전에 만난 PX단 로봇임을 알아보고 철인을 접근시켜 절벽에서 떨어지려 하는 그 로봇의 팔을 나꿔챈다. 한 손에는 두 사람을 태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로봇을 붙잡은 채 곧장 도쿄 방향으로 날아가는 철인.

쇼타로는 미리 준비해 둔 통신기로 관방장관에게 연락하고, 장관도 급히 세스나기에 올라 도쿄로 향한다. 중요한 증거이니 바로 시키시마 중공으로 연행하라고 말하는 장관. 그러나 그때 무라사메가 비행기 안으로 뛰어들어와 통신기를 가로채고 쇼타로를 꾸짖는다. '만약의 일이 생기면 어쩔 셈이냐!'라고. 그러나 쇼타로는 그러니까 더더욱 빨리 도쿄에 가야 한다며 철인에게 최대출력으로 날아갈 것을 명령한다. 헬리콥터로 그들의 뒤를 쫓으며 무선을 도청하던 베라네드는 '만약 그들이 시키시마 중공을 조사하게 된다면 골치아프게 된다'며 우려하지만, 옆에서 조종기를 수리하던 파이어 박사는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죠. 거기에는 '그들'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

사이렌을 울리며 경계태세에 돌입하는 시키시마 중공. 무슨 일인지 몰라서 당황하는 클로로포름과 오오츠카 앞에서, 그 '노란 눈동자들'에 불이 켜지며 그 눈동자의 주인공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고 속도로 날아가는 철인. 그 손바닥 위에서 눈보라와 폭풍을 견디며 덜덜 떨고 있던 타카미자와는 쇼타로에게 '이대로 끌고 가도 괜찮을까'라고 묻는다.
"괜찮습니다. 이녀석은 하늘은 날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럼 좀더 천천히 가도..."
"안됩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녀석을 조사해서 누가 만들었는지 밝혀내야만 해요."
"그치만..."
"그치만 뭐죠! 그럼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에?"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면 말도 안되는 얘가죠!
타카미자와씨도 봤잖아요, 그 설산에서 벌어진 일을...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저와 철인은 입다물고 있으란 소린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건 장난이 아녜요!"
"쇼타로 군......"
쇼타로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철인과 내가 싸우기라도 하지 않으면,
아버지는...아버지는... 정말로 악한 과학자가 되어버린다고요!"
"그, 그럼... 역시 아버지를 믿고 있구나..."
"물론이죠! 아버진 결백해요!
그런... 그런 태양폭탄 같은 걸... 아버지가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요.
분명 거짓말이에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절대로... 절대로...!
그러니까... 나와 철인은...!"
타카미자와가 가엾다는 표정으로 쇼타로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할 때, 갑자기 철인이 심하게 흔들린다. 파이어 박사가 조종기를 수리하여, 검은 로봇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균형을 잃고 철인의 손 밖으로 떨어지는 타카미자와. 그녀를 지탱해 주는 건 철인에게 묶여있는 로프 한 가닥 뿐이다. 세스나기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초조해하던 무라사메는 조종사에게 묻는다.
"좀더 속도를 낼 수는 없나?"
"네, 하, 하지만, 시키시마 중공은 바로 앞입니다!"

공장 밖으로 달려나온 오오츠카와 클로로포름은 철인이 검은 로봇을 끌고 오는 걸 보고 놀란다. 철인의 손아귀를 벗어난 검은 로봇은 공장 근처에 추락하고, 쇼타로는 가까스로 타카미자와를 끌어올린 다음 철인을 공장 옆의 강에 착륙시켜, 그녀를 강변의 잔디에 내려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내린 무라사메와 포옹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타카미자와. 무라사메는 철인을 향해 소리친다.
"이제 됐어! 쇼타로! 그만 물러서라! 너 혼자서 뭘 한다는 거냐!"
급히 달려온 클로로포름과 오오츠카가 합세한다.
"그렇다! 뒷일은 경찰에게 맡기게!"
"어이, 멈춰라, 쇼타로군! 그쪽에는...그쪽에는... 터무니없는 녀석들이......!"

하지만 쇼타로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뇨,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지금 저녀석을 놓칠 수는 없어요!
그래요, 저와 철인은... 당장 저녀석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안 그러면 아버지의 오명을... 오명을 벗길 수 없다고요!"
불꽃 속에서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일어서는 검은 로봇.
답답한 심정으로 소리지르는 무라사메.
"그러니까 그건 그만해도 된다니까...!"
"옳소! 여기서는 어른들 하는 말씀을 좀 들으라구."
"이 목소리는..."
빅 파이어 박사가 헬기를 타고 도착한 것이다.
"본래 여기는 내 공장이다. 더 이상 접근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난 몰라."
"당신의 공장이라고? 무슨 소리야! 여긴 박사님의...시키시마 박사님의 공장이다!
물러나야 할 것은 당신들 쪽이야!"
하지만 그의 대답은 상대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가자, 철인!"
"그만둬, 쇼타로!!!"
강을 건너가던 철인의 다리를 무언가가 붙잡는다. 쇼타로는 눈에 익은 검은 형체가 물 속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옥.....스!"
한 대만이 아니었다. 철인을 둘러싼 물 속에서, 그리고 사방의 공장 건물에서, 수십 대의 블랙옥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키시마 중공에 남아있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파이어 박사가 대량생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검은 로봇이 꾸물거리던 바로 그 자리에서 처음 보는 형태의 로봇이 눈을 빛내며 일어난다. 파이어 박사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말했잖아? 무슨 일이 나도 난 모른다고.
좋아, 소개하지. 나의 귀여운 또 하나의 분신 - 파이어 3세다!!!"
불꽃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파이어 3세.

타카미자와가 무라사메에게 '당신이 말했던 불길한 예감이 이런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아냐, 달라. 옥스도 이녀석도 아냐. 뭔가 훨씬 더... 절망적인 일이..."
파이어 3세는 천천히 철인의 앞으로 다가온다. 사방에서 꽉 붙들고 있는 옥스들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는 철인. 당황하는 쇼타로. 그리고 마침내 철인의 곁에 다가온 파이어 3세는 철인의 목을 잡고 어딘가를 누른다. 철인의 가슴 부분에서 볼트가 자동적으로 떨어져 나가고, 목 부분의 뚜껑이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은...
"이.....이건..."
마치 인간의 심장처럼 고동치는 커다란 물탱크 모양의 물체.
그 표면에는 '쇼타로'라는 글자가............
"으하하하하하! 역시 있었어. 이런 곳에 있었군. 걸작이야. 이건 정말 걸작이라고. 으핫핫핫핫하!"
그것은 바로, 파이어 박사가 말하던 태양폭탄의 진짜 기폭장치였다!
"그, 그럴수가.........어째서......"
완전히 넋나간 얼굴이 되어버린 쇼타로.
지켜보던 모든 사람이 경악하는 가운데, 파이어 박사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주저리:

마침내 질러버렸구나 이마가와아아아아아아!!! >_<

-30분도 채 안되는 러닝타임 안에 꽤 많은 정보량이 들어가 있어서 보고 나면 마치 1시간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결국 발전소 건설권을 둘러싼 로봇 경주는 어이없는 대참사로 끝났다. 범인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파이어 2세지만, 그를 물리친 것이 철인이 아니라 옥스라는 점이 깬다. 철인은 뒤늦게 달려와서 운반부 노릇만 하다가 양산형 옥스에게 포박당하더니 아예 뚜껑까지 열리는(...) 수모를 당한다.

한 마디로 본 에피소드에서 철인이 하는 일은 당하는 것말고는 거의 없다. 게다가 처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하던 쇼타로의 심리 역시 라스트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거의 회복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쯤되면 대체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완전 공인커플이 되어버린 타카미자와와 무라사메의 원거리 부부(?)를 연상시키는 대화라던가 악의 동지로서 짝짝꿍이 잘 맞는 베라네드와 파이어 박사의 콤비플레이가 쇼타로의 삽질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느낌. 여전히 정체불명으로 남아 있는 니코폰스키는 클로로포름과 더불어 여러가지 미스터리만을 남기고 또 사라져 버린다. 오오츠카와 관방장관은 나름대로 뭔가 하려고 버둥대지만 여전히 불쌍하기만 하다. (관방장관은 베라네드를 수상하다고 여기고 뒤를 캐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진다. 역시 당신은 카라토 위원장 마크2야 -_-)

-캐릭터 작화도 일부 장면에서 이상하리만치 폭주한다. 타카미자와나 무라사메는 물론 파이어 박사까지도 엄청나게 미려한 작화로 그려진 장면이 눈에 띈다. 인간 드라마는 점점 강조되는 반면 로봇 전투는 흑백 TV 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려지거나(이런 연출은 어딘가 60년판 흑백철인의 화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 치 앞도 잘 안 보이는 밤의 어둠 속에서 몇합만에 끝나 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제작비가 모자란 탓에 여러가지 꼼수를 동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옥스가 떼거리로 등장하고 파이어 3세가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내는 부분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엄청난 박력이 있다. (폼만 잡은 뒤 거의 싸우지도 않고 곧 끝나버린다는 게 문제지만;;;) 어쩌면 이마가와 아저씨는 '돈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었지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이런 거란 말이다!'라고 시위하는걸지도...;;;

-결국 태양폭탄의 기폭장치는 철인의 뱃속에 들어 있었다. (원작에서는 옥스의 에너지원이었던 바귬이 여기서는 오히려 철인의 동력원이었다는 뒤통수 치는 전개!) 너무나도 뻔한 결과라서 예상은 다들 했겠지만, 그걸 드러내는 장면의 연출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라서 불평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믿었던 도끼에 계속해서 발등 찍히는 쇼타로가 불쌍할 뿐이다. -_-

-PX단의 검은 로봇이 파이어 3세의 알맹이였다는 것은 원작에서도 있던 설정이지만, 파이어 2세의 알맹이까지도 같은 로봇이었다는 아이디어는 이마가와 오리지널. 원작에서는 철인에게 져서 절벽으로 떨어져 작동불능이 된 파이어 2세를 뒤늦게 달려온 파이어 박사가 증거를 없애려고 폭파시키고, 그 뒤 3세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먼저 알맹이 로봇을 내보낸 뒤 그 위에 파이어 2세의 외장을 씌워 활동시키고 그 외장이 벗겨지자 재빨리 3세의 외장으로 갈아치우는 묘수를 보여준다. (...라고 생각했지만 2회 뒤의 전개를 보면 꼭 이런 것 같지도 않다. 원작 팬의 허를 찌르는 역전의 발상이 꽤 자주 보인다는 것도 본작의 특징.)

-이번 에피소드 최대의 명장면은 아마도 서로 총 겨누고 잡아먹을듯 하고 있던 베라네드와 니코폰스키가 룸 서비스(실은 무라사메)가 들어오자 태연히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는 장면이랄까...(니코폰스키는 두건 비슷한 복면 차림이라 더더욱 웃긴다. 여관에 그런 차림으로 묵는 손님이 세상에 어디 있냐!)

-양산형 옥스가 미친듯이 쏟아져나오는 장면을 보고 OVA <체인지! 겟타로보 ~세계최후의 날~> 1화를 떠올린 사람도 적지 않을 터. 그럼 다음회엔 니코폰스키가 어깨에 붉은 망토를 두른 '진 블랙옥스'를 몰고 나와 저놈들을 다 쓸어버리려나? 라고 망상을 해보지만 이 가난한 시리즈에서 그런 꿈같이 일이 벌어질 리가....-_-

-가면 갈수록 정떨어지는 짓만 보여주는 쇼타로. 잠자리에선 그림책 대신 육법전서를 읽어달라는 둥 어른인척 하지만 결국 속마음은 '우리아빤 배반자가 아냐 징징'(...날아라 스타에이스?)이라는 걸로 요약되니, 어린애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긴가.... 이쯤 되면 원작의 뭔 생각을 하는건지 알 수 없는 냉혹무비 애어른 슈퍼히어로 쇼타로가 너무나 그리워진다.;;; 뭐 어찌됐든 이 작품의 쇼타로는 확실히 이전의 어느 쇼타로와도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최종회가 4화밖에 안 남았는데 저렇게 땅만 파고 있어서야 도대체...;;;;;;-_-

-니코폰스키가 중요한 대사를 몇 마디 하지만, 대명사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내용이 확실치가 않다. 후랑켄 박사가 설계한 '그것'이란 블랙옥스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파이어 2세 또한 파이어 박사 혼자 만든 게 아니라 후랑켄이 남겨둔 설계도로 만든 거란 얘긴가? 뭐 어느쪽이든 이야기의 전개에는 별로 상관 없겠지만...;;;

-그나저나 파이어 박사...로봇의 본체가 두들겨 맞아서 고장난 거라며 조종기만 고치니까 뚝딱 해결된다는 건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수? (게다가 조종기가 무려 진공관으로 만들어져 있다니.....;;;)

-단 한 마디 하려고 출연한 조종사의 성우는 타카다 벤. 데이터베이스에도 뜨지 않는 걸 보니 신인인 듯 하다. 구글에서 검색해봐도 웬 BL계 드라마CD만 뜨더라는....(데굴데굴 덱데굴)

-감상보다 스토리 다이제스트 쪽이 점점 길어져서 큰일이다. 체력도 딸리는 판에 3시간 동안 이런 거나 쓰고 앉았다니...(아직도 2회가 밀렸구만 투덜투덜 -_-)


→천년용왕님의 감상으로 GO!
by 잠본이 | 2004/09/19 10:24 | 바벨의 농성 | 트랙백(1)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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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낭만클럽's 대도시에 .. at 2004/09/19 13:30

제목 : 철인 28호 22화 9월 1일 방송분
드디어 쿠로베산 정상을 항햐는 로봇 경주(선발대회)는 시작되고, 승부는 이미 결정나있는 거라는 파이어 박사와 베라네드. 그들의 말대로 파이어 2세는 경주도중 참가 로봇 전부를 파괴해 버리는데, 이미 끝나야할 시합이 아무런 소식이 없자, 참가로봇의 관계자들은 동요하고, 이에 당황한 관방 장관은 동경에서 수리중이던 철인과 쇼타로를 부르는군요.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시키시마 통신.. at 2007/07/07 00:06

... 22 ... more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4/09/19 13:33
그러고보니 이때에도 분명히 클로로포름의 정체에 대해서 암시를 주고 있었군요
Commented by ╋파인애플달링╋ at 2004/09/19 15:37
링크타고 왔습니다앗.................(꿈질꿈질)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4/09/19 16:54
타카다 벤은 저도 건그레이브 관련해서 좀 찾아보다가 봤는데, 출연작 이름 대기가 민망할 지경이더군요. 남자, 행인, 뭐 이런것만 있는 것 같아서..
Commented by 작가 at 2004/09/19 19:53
마무리를 어떻게 내려그러는건지..... 거의 자이언트 로보 애니메이션 급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산 빵빵에다 실력있는 스텝들만 뒷받침 됐더라면 어떤 물건이 나왔을지 상상이 안가는군요.
Commented by 피스이즈 at 2004/09/19 20:14
....가만보니까 전부터 궁금했던건데 쇼타라는 단어가 쇼타로에서 나온건가요?
Commented by 이십오 at 2004/09/19 21:38
자막이 올라와야 되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코끼리엘리사 at 2004/09/19 22:21
피스이즈// 예, 보통 말하는 쇼타콘의 '쇼타'는 철인 28호의 '쇼타로'에서 기원하며 그런 이유로 '쇼타의 모습'의 표준으로 쇼타로의 복장을 꼽습니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 이후로는 코난의 복장을 쇼타의 기준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듯.. [하지만 코난과 쇼타로의 복장차이란게...;]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9/20 13:26
코난은 안경소년이라 변형쇼타임.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9/21 23:45
점점 갈수록 뭔가 큰 건수를 기대하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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