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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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제21화
*21화 'PX단의 음모':

PX단의 보스는 살아 있었다. 갤론의 몸체는 태양폭탄의 폭발에 말려들어 소멸했지만, 그 직전에 머리부분만을 분리시켜 바닷속으로 탈출한 것이다. 어이없는 결과에 분노하면서도 '이 머리부분에 남은 바귬만으로도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보스. 그러나 그 앞에 블랙옥스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는다. 침몰 위기에 처한 PX단. 결국 보스는 어쩔 수 없이 입 부분의 스크류를 써서 후진하도록 명령한다. 재빨리 도망치는 갤론의 머리. 목숨은 건지지만 남은 바귬마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PX단은 곤충형 로봇 '기드'를 내세워 일본 각지의 공장을 습격, 파괴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철인과 쇼타로가 나타나 그들을 사정없이 격퇴한다. 쇼타로는 아버지의 비밀을 알아버린 충격 탓인지 전보다 훨씬 과격하게 철인을 조종, 적을 한 대도 남기지 않고 파괴해 버린다. 옆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무라사메 켄지.

각료들과 함께 쇼타로의 처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관방장관.
"아아, 확실히 쇼타로군은 잘해주고 있어."
"그러면 태양폭탄의 건은 일단 없던 얘기로 하자는 거군요."
"으음, 바귬이고 뭐고, 증거가 모두 없어졌으니까."
"그것만 탄로나지 않으면 우리 정권도 염려할 건 없지요."
"하지만 그 대신에 이번엔 PX단이 날뛰고 있잖나. 이젠 좀 쉬고 싶은 심정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는 장관과 각료들.

쇼타로는 허름한 셋방을 탐정사무소로 개조하고 무라사메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곳에 찾아온 타카미자와가 정오가 되도록 늦잠을 자고 있는 두 사람을 깨우고 아침을 먹인다. 그전날에 보여준 철인의 활약을 보도하는 TV뉴스를 보고 쇼타로를 칭찬하는 타카미자와. 그러나 쇼타로는 맥없는 얼굴로 대답한다.
"관방장관님이 애써서 아버지의 스파이 혐의를 눈감아주기로 하셨으니, 이정도는 당연한 거죠."
"아, 그...그래?"
"예. 아무리 용서받았다고 해도, 아버지의 죄는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쇼타로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타카미자와와 무라사메.

쇼타로는 철인의 정비를 해야 된다며 나가고, 타카미자와도 출근길이 늦었다며 무라사메에게 키스를 날리고 뛰어 나간다. 그녀의 '달링'이란 말을 듣고 벙찐 표정으로 굳어버리는 무라사메.
타카미자와는 클로로포름의 부탁을 받고 다시 비서 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경시청 출입이 가능해짐으로써 손쉽게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들을 방문한 오오츠카는 앞치마 차림으로 빨래를 너는 무라사메를 보고 '자네도 많이 변했구만'이라고 놀리고, 무라사메는 '인공호흡 한번에 내 인생 침몰인가'라고 한탄한다. 오오츠카는 그런 그에게 '아니 오히려 어둡던 인생에 꽃이 피는게지'라고 말하며 웃어댄다.

일본은 미군 점령기를 벗어나 착실한 경제성장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번영의 뒤안길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심각한 에너지 부족 문제. 공장의 조업에 필요한 전력량은 점점 늘어나는데, 발전량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경제발전은 고사하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중대한 위기가 찾아오고 말 것이다.
그러한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거대한 댐을 이용한 수력발전소를 짓기로 결정하고, 쿠로베 협곡을 건설 예정지로 선택한다. 그러나 PX단의 연이은 공장 습격으로 인해 공사에 필요한 자재나 장비가 부족해져, 댐 건설 자체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찾아온다. 이대로라면 전력부족이 심해져 일본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만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공사현장의 사람들은 어떤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로봇이다! 이렇게 된 바에는 로봇을 쓰자!"

한편 쇼타로는 전시중에 카네다 박사의 신세를 졌던 기술자들에게 철인의 수리를 맡긴다. 시키시마 중공을 쓰지 못하게 되어, 마치 공사판같은 허름한 작업장에 철인을 앉혀놓고 부족한 장비로나마 열심히 정비하는 기술자들. 그들은 쇼타로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며 철인을 칭찬한다.
"이 철인을 보노라면 카네다 박사님의 인품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쇼타로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아뇨, 저희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아버지는 애초에 철인을 병기로 만들었으니까요.
게다가 시키시마 박사한테서 여러 번 수리를 받기도 했고..."
"그, 그런가....?"
"아, 그러고보니 시키시마박사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자네도 알지?"
"아, 맞아맞아. 최근에 로봇에 사용할 부품을 발주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는데,
그게 아무래도 시키시마 박사 목소리 같아서 말이야..."
"박사님의...?"
"응, 근데 그게 좀 이상해.
주문한 물건을 아무도 없는 산 속에 배달해달라고 하더니,
거기에다 물건을 받으러 온 사람은 검은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지..."
"...검은 양복의 남자...?"
"그게 아무리 봐도 전화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더라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PX단의 아지트로 끌려온 빅 파이어 박사. 보스는 그를 친절하게 맞아들이더니 담배까지 권한다. 각지의 공장을 습격하여 건설장비 부족을 초래한 것은 로봇의 도입을 결정케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거기에 자기들의 로봇을 참가시켜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껄껄 웃으며 가면을 벗는 보스. 그의 얼굴은 바로...
"이거 놀랐는걸. PX단의 흑막이 베라네드 재단이었을 줄은..."
"얼룩바위에서는 실례했네. 하지만 바귬을 잃었다고 해도 자네와 손잡는 편이 여러가지로..."
"아니 뭐, 그거야 피차일반이지. 헌데 관방장관은...?"
"마지못해 승낙했지. 하지만 성가신 것은 철인이야."
"아, 그 문제라면 안심하시게. 이번엔 비장의 무기를 꺼낼 테니까."
음흉하게 웃어보이는 파이어 박사.

한밤중에 무라사메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타카미자와는 클로로포름이 말한 정보라며 PX단이 어느 공장을 습격할 것이라고 전한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전화를 건 것이었지만 이미 클로로포름은 문 뒤에 숨어서 엿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부러 정보를 흘린 모양이다.

타카미자와가 알려준 공장으로 출동하는 쇼타로와 무라사메. 과연 그곳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검은 로봇이 서 있었다. 철인을 불러내어 응전케 하는 쇼타로. 하지만 상대의 힘은 철인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어이, 철인이 밀리고 있는 거 아냐?"
"그럴리가 없어요! 최대출력입니다!"
"하지만 저걸 봐, 일단은 저녀석에게서 떨어지는 편이......"
"아뇨, 철인이 질 리가....."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철인은 검은 로봇의 파워에 밀려 쓰러지고 만다! 쓰러진 철인의 배를 마구 밟는 검은 로봇. 철인의 팔 관절에서 스팀이 뿜어져 나온다.
"일어나! 철인!"
"뭔지 모르겠지만 도망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럴리가! 괜찮아요! 이 정도로......"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철인의 한쪽 팔이 날아간다.
"난처하군. 이번엔 우리가 후퇴해야 해!"
"그렇게는 못합니다!"
"에익, 비켜!"
보다 못한 무라사메는 쇼타로에게서 조종기를 빼앗아 철인을 철수시킨다. 검은 로봇은 무라사메가 쇼타로와 함께 자동차로 도망치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시한폭탄을 그 자리에 떨어뜨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폭발과 함께 불바다가 되는 공장.

철인의 심각한 부상을 보고 고개를 젓는 기술자들. 그들은 전면적으로 수리하여 완벽하게 고치는 편이 좋겠다고 말하지만 쇼타로는 반대한다.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만약 어제의 그녀석이 또 습격해 온다면 이번에야말로 쓰러뜨려야 하니까요.
그러니 응급수리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철인이 움직이기만 하면 그걸로..."
쇼타로의 태도를 보고 드디어 분노를 터뜨리는 무라사메.
"멍청한 놈! 넌 언제부터 철인을 그런 식으로 부리게 된 거냐? 응?
너와 철인은 조종기로 이어진 '또 하나의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저래서야 단순한 도구가, 아니, 한발만 잘못 디디면 병기가 되잖아!"
옆에서 쇼타로를 감싸는 타카미자와.
"그렇게 심한 말을!"
"아니, 이자식은 한번도 철인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어!
그래, 철인이 자기 의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저런 꼴로...
알겠냐, 더 이상 저녀석을 조잡하게 다루기만 해 봐라.
그 때는 내가 철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테니까!!"
감정이 격해져서 탁자에 나이프를 내려꽂는 무라사메.

파괴된 공장 터를 둘러보며 침울한 표정을 짓는 쇼타로.
'내가... 철인을...'
그때 파편 속에 떨어져 있던 라디오에서 사건 소식이 흘러나온다. 범인은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강이 있는 곳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강을 바라보던 쇼타로는 마침 근처에 시키시마 중공의 공장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키시마 중공을 찾아가서 '어제 저녁 때의 피해가 여기에도 미치지 않았는지 조사해 보고 싶다'고 하는 쇼타로. 그러나 경비원은 빅 파이어의 지시라며 들여보내주려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타카미자와의 말을 듣고 찾아온 클로로포름이 쇼타로에게 가세, 결국 공장 안을 둘러보게 된다.
공장 안은 예전보다 허름해져 있고, 직원들은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 뿐, 게다가 분위기도 어딘가 수상하다. 클로로포름은 한구석에 'II'라고 새겨진 커다란 문이 있는 것을 알고 그쪽을 조사해보려 하지만, 작업반의 반장이 '여기는 파이어 박사밖에 들어갈 수 없다'며 가로막는다. 그러나 타카미자와가 발견한 열쇠 구멍으로 속을 들여다 본 쇼타로와 클로로포름은 벽에 거대한 로봇의 실루엣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마지못해 로봇의 이름을 말하는 반장.
"파이어 2세?"
"그게... 실은 저도 오늘 처음 봤지만, 굉장한 로봇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로봇은 지금 어디에?"
"어라? 모르셨습니까? 오늘 열리는 로봇 견본시에 출품한다던데요."

각종 로봇이 모여 있는 로봇 견본시 회장에 나타난 파이어 박사. 파이어 2세의 어깨에 올라타고 다른 출전자들을 비웃으며 안하무인으로 설치는 그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산다.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던 파이어 2세의 발에 채여 쓰러진 로봇 '스모그'의 개발자는 파이어 박사에게 항의하지만, 박사는 코웃음만 칠 뿐이다.

순찰차를 타고 견본시 회장으로 달려가는 쇼타로, 클로로포름, 그리고 타카미자와.
"그렇군요! 로봇이라면 아무리 높은 산도 오를 수 있고, 어떤 작업이라도 척척 해내겠죠."
"아아, 그야말로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로봇의 모습이군."
"네? 이상이라뇨?"
"아...아, 아니. 멋진 사용법이라고 생각해서."
당황하며 둘러대는 클로로포름. 이야기를 계속하는 쇼타로.
"...네. 하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무슨 얘기지?"
"이번 일은 모두가 PX단의 공장 습격이 원인입니다."
"음... 그 때문에 쿠로베 댐의 공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지."
"거기에다 이번의, 로봇을 쓰자는 결정."
"이 기회에 솜씨좋게 로봇을 팔아넘긴다면......"

파이어 박사의 도발에 넘어간 스모그의 개발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파이어 2세에게 도전한다. 회장 바깥에서 격돌하는 스모그와 파이어 2세. 그러나 순식간에 스모그는 두 동강 나 버리고, 개발자는 망연자실하여 주저앉는다.
"자, 이제 그딴 고철은 빨리 치워버리시게."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마침 그곳에 도착한 쇼타로가 소리지른다.
"어이구 이거 이거, 쇼타로군 일행이군. 얼룩바위 이래 처음이지?"
"그보다도, 어째서 이런..."
"보다시피 쓸모없는 녀석을 퇴장시킨 것 뿐일세."
"그렇다고 해서...!"
"아니, 박사의 말대로다!"
어느 사이엔가 관방장관도 그 자리에 와 있었다.
"장관님, 이런 짓을 해도 괜찮다는 말씀입니까?!"
"아, 그게 말이지..."
왠지 기운이 없는 장관을 제치고 베라네드가 나서서 말하기 시작한다.
"괜찮다면 내가 대신 설명하지.
알고 있겠지? 쿠로베 고지에는 일본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정말로 쓸모있는 우수한 로봇을 골라내지 않으면 안돼.
그런 뜻에서, 여기 모인 로봇들을 경쟁시키기로 했다네."
"경쟁?"
"그래. 쿠로베 협곡 등정 레이스!
저 난공불락이라 하는 쿠로베 산을, 누구보다도 더 빨리 오른 로봇이야말로,
고지왕(王)으로서 국가에 채택될 자격이 있지!
물론 국산도 베라네드산도 차별 없이 말일세."
흐뭇한 얼굴로 박수를 치는 빅 파이어 박사. 힘없이 그 말을 인정하는 관방장관.
"하지만...!"
항의하려는 쇼타로를 비웃는 파이어 박사.
"불만이 있다면 자네도 철인을 참가시키지 그래. 아니면, 지금의 철인으로는 무리려나?"
"뭐라고?"
"으하하하하하, 아쉽구만. 꼭 필요한 때에 제구실을 할 수 없게 되다니. 으하하하."
분노에 떨며 주먹을 꽉 쥐는 쇼타로.
"그, 그럴리가 없어. 철인은... 철인은... 철인은!"
그가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 클로로포름이 말린다.
"일단은 참아. 지금은 얌전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클로로포름 씨..."
"그리고 기다리는 거다. 악인이 그 마각을 드러낼 때를......!"
"하지만......"
베라네드와 빅 파이어는 무력감에 떠는 쇼타로를 보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고도성장기 일본의 국운을 건 쿠로베 댐. 그리고 그 건설공사의 행방을 좌우할 로봇 경주.
그러나 그 산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림자의 존재를, 아직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주저리:

-갈수록 적인지 아군인지 알쏭달쏭해지는 클로로포름. 얼룩바위에서 돌아온 이래 타카미자와를 다시 기용하고 쇼타로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며 조사에 협조하는 등 여러모로 달라진 면을 보이지만, 일부러 정보를 흘려 철인이 상처입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는 걸 보면 역시 믿을 수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적인 로봇의 모습' 운운 하다가 뭔소리냐고 물으니까 얼버무리는 것도 좀 수상쩍고 말이지.

-PX단 보스가 베라네드와 성우가 같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같은사람이라고 밝혀질 줄은 몰랐다. (너무 뻔해서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 그들의 파괴활동도 의외로 계획적이고, 그 대가로 노리는 이득도 보통은 넘는 것 같다. (한 국가의 운명을 건 대공사이니만큼...) 이제는 빅 파이어와도 손을 잡았으니 범에 날개를 단 격이다. (설마 이러다가 나중에 베라네드가 죽으면서 조직이 파이어 박사에게 넘어가 BF단의 기초가 된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두둥>)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저 조직은 표면은 베라네드 재단(<파이어 2세>편)인데 알맹이는 블랙단(<갤론>편)이고 이름은 PX단(<철인 탄생>편)인데다 우두머리는 중동 모국의 국왕군 사령관(<사막의 괴로봇>편)이니 무지하게 복잡한 짬뽕이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휘둘리며 불쌍한 모습만 보여주는 우리의 관방장관 아저씨는 베라네드의 재력에 눌려 점점 초라해진다. 다만 아직 베라네드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동정심을 팍팍 일게 하는 중년의 명대사 "이젠 좀 쉬고 싶어~"가 압권.

-<가면라이더> 등의 켸켸묵은 히어로 드라마에서 주로 파괴공작의 목표물로 자주 나왔던 일본의 명소 쿠로베 댐. 이번 회에서는 그 공사에 얽힌 비화(가짜지만)를 다루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본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실존 아이템이 1~2회당 꼭 하나씩은 나와서 묘하게 가상의 이야기와 얽혀 '또 하나의 쇼와사'를 써내려가는 것이 본작의 특징이다. (나중에 관련된 소재를 한번 정리해봐도 재미있을 듯...)

이러한 '역사적 인용'에 대해서는 킹레코드쪽 공식홈피의 '칼럼'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초반에 등장한 곤충로봇 기드는 <사막의 괴로봇>편에서 혁명군의 주력병기로 나왔던 놈들, 쿠로베 댐 건설현장에서 심각하게 인상을 쓰고 있다가 '로봇을 쓰자!'라고 외치는 털보 아저씨는 원작 초반에 나왔던 나무꾼 아저씨, 파이어 박사의 비밀문 앞에서 쇼타로 일행을 제지하는 반장 아저씨는 <빛나는 물체>편에서 등장한 모 로봇공장의 제작주임, 기타등등 기타등등.

(이에 비하여 파이어 2세를 상대로 로켓형 로봇 스모그를 싸우게 했다가 폭삭 망한 발명가 아저씨는 원작에 나왔던 스모그의 주인과 180도 다른 얼굴. 아무래도 원작판의 발명가가 이미 9화에서 마키무라 박사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인 듯 하다. 원작 <로비>편의 마키무라 박사는 이사람과 전혀 다르게 생겼다.)

이런 식으로 원작의 게스트 캐릭터를 빌려온 연출이 꽤 눈에 띈다. 아마 앞에서도 여러 번 해먹지 않았을까 싶지만 원작을 전부 읽은 게 아니라서 확신은 못 하겠다.

-중간에 등장하여 철인을 압도한 엄청난 파워의 검은 로봇. 깡통을 방불케 하는 투박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거대감을 잘 살린 연출 덕에 꽤 멋있게 나온다. 디자인의 원전은 원작의 <파이어 3세>편에 등장한 파이어 박사의 공장 파괴용 로봇으로 생각되나, 옛날 흑백애니판 <철인28호>에 등장했던 QX단의 괴로봇 '맘모스콩'하고도 비슷하게 생겼다.

-본래 원작의 <파이어 2세>편에서는 로봇 견본시가 일본이 아닌 파가오니아에서 열리고 로봇 레이스는 쿠로베 산이 아닌 화이트 버팔로 산을 무대로 열리는 걸로 되어 있다. 레이스 자체도 이렇게 복잡한 음모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만심과 명예욕에 불타는 파이어 박사가 베라네드 재단의 주목을 끌기 위해 즉흥적으로 추진하는 이벤트에 가까웠다.

원작의 파이어 박사는 여기의 파이어 박사와 같은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성격인데, 원작판이 대체로 촐싹거리고 허풍만 센 데 비해 이쪽은 훨씬 용의주도하고 사악한 느낌이다. (자기가 잘났다고 뽐내어 남 기분 상하게 하는 건 똑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하세가와의 코믹스 '황제의 문장' 쪽에 등장한 파이어 박사 쪽이 훨씬 원작에 가까운 성격이다. (엉뚱하게도 후랑켄 박사에게 걸려서 바보 되지만)

-초반에 등장한 블랙옥스는 두 눈이 멀쩡하게 고쳐진 걸로 보아, 지난회의 사건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을 알 수 있다. 시키시마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살아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선글라스맨도 여전히 그의 주변에서 암약하고 있는 걸로 보아 앞으로 뭔가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칠 듯 하다. (라스트에 짜자잔하고 나타난 눈보라 속의 블랙옥스만 봐도.....-_-)

여러 세력이 숨가쁘게 얽혀돌아가는 음모극 속에서 그의 위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역시 선글라스맨의 배후에 있는 세력에게 이용당하여(혹은 자기 쪽에서 그 세력을 이용하여) 카네다 박사와 마찬가지로 반역에 가까운 행동에 나서려는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경비원 얘길 들어보니 시키시마 부인은 아예 공장경영에서도 떨려난 모양이더만...시키시마 당신은 어디 숨어서 가족도 모르게 삽질이나 하고 있는... 아니 이거 다시 생각해보니 원작의 <철인 탄생>편에서 시키시마가 보여준 행각과 똑같잖아! >_<)

......근데 그러면, 대체 시키시마의 깨진 안경과 함께 발견된 그 시체는 누구란 말인가...?
(에잇 생각하기 귀찮다)

-그나저나 원작에서 파이어 박사의 심부름꾼 노릇을 해먹으며 구박만 받던 선글라스맨은 여기선 오히려 그의 반대편에 서서 시키시마(로 추정되는 인물)를 돕고, 원작에서는 항상 철인의 요람이었던 시키시마 중공이 여기선 오히려 파이어 박사가 로봇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는 전초기지로 변모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각색이 아닐 수 없다.

-전 3회를 통해 아버지의 과거를 알고 상당한 쇼크를 먹은 쇼타로. 이번 회에서 그가 보여주는 심리상태 또한 복잡미묘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회의와 의문에 휩싸인 나머지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철인을 마구 혹사한다. (그러면서 자기 몸은 꼭꼭 챙긴다...나쁜놈) 결국 그런 그를 보다못한 무라사메의 일갈이 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지만, 곧이어 벌어진 파이어 박사의 난동으로 인해 그 문제의 해결은 잠시 뒤로 미뤄진다. 과연 쇼타로는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큰 부상을 입고 주저앉은 철인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다음회를 기다려 보자!

-무라사메는 완전히 타카미자와에게 코가 꿰인 듯....(두둥) 아, 그러고보니 기껏 전회에서 실지회복을 하나 싶었던 오오츠카 아저씨가 또 다시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런.;;;

-2004년 10월 6일부터는 같은 TV도쿄 심야애니 시간대에 다른 작품이 방영될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는 5화분. 과연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워낙 구렁이 담넘어가듯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어물쩍 넘어가는 짓을 많이 하는데다 그림체만 원작과 같고 스토리는 엄청 꿀꿀해져서 뭔가 말하기 되게 애매하다는... 원작의 아무 생각 없이 호쾌한 철인이 보고 싶어!;;;)


→낭만클럽님의 감상으로 GO!
→천년용왕님의 감상으로 GO!

→무, 무라사메!
→쇼타로의 즐거운 탐정사무소
by 잠본이 | 2004/09/04 17:48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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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작가 at 2004/09/04 22:49
21화에 이어서 22화까지 스트레이트로 보고다니 대 충격입니다....... 양산형 옥스에다 파이어 3세. 거기다....... 우와. 대체 어떻게 끝내려는 거냐!!!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4/09/05 03:28
헉..26화로 끝이 나는겁니까!! ...ㅠㅠ 역시나 어영부영 히어링이기에ㅠㅠ 놓치고 이해못했던 부분이 엄청났었군요.^^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9/05 22:55
이름이 '마취약'이다보니, 아군 적군 판단을 마취시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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