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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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대 헤도라
넘쳐나는 공장 폐수와 생활 쓰레기로 인해 점점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는 1970년대의 일본. 우주에서 날아온 광물생명체와 폐기물 덩어리가 융합하여 태어난 거대괴수 헤도라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자위대는 괴수의 발견자인 해양생물학자 야노 박사의 조언에 따라 후지산 기슭에 방전판을 설치하여 헤도라를 퇴치하려 한다. 또한, 본능에 따라 헤도라를 적대시하는 고지라도, 몇 차례의 싸움 끝에 헤도라를 쓰러뜨릴 마지막 기회를 잡으러 일본에 상륙한다.
내가 바로 헤도라다!

제작 당시 사회문제가 되었던 공해를 소재로 한 과감한 기획과 신괴수 헤도라의 의욕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어째 감독이 만들기 싫은데 괜히 끌려나와 억지로 만든 것처럼 맥빠지는 영화였다. 무엇보다도 인간측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연기가 상당히 부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야노 박사는 과학자인 주제에 초반에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고 소풍가는 기분으로 물에 들어갔다가 재수없게 헤도라 유생체를 잘못 만나 얼굴의 반쪽을 잃어버릴 뻔하고, 그 뒤로는 붕대 감고 내내 방에만 누워있다가 클라이막스가 되어서야 겨우 자위대와 접촉을 한다. 그의 아들 켄은 아버지보다도 한발 앞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혜안을 갖고 있지만, 아역배우의 썰렁한 연기 때문에 그러한 면이 별로 잘 살아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무리 먼 곳에서도 고지라를 맨 먼저 목격하거나 꿈을 통해 고지라의 행동을 예측하는 등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연출의 부실함 때문에 설득력이 전혀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야노 박사네 집에 드나들며 켄의 보모노릇까지 해주는 유키오 청년은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나이트클럽에서 술마시다가 헤도라가 나타나 죽을 뻔하더니, 급기야는 젊음의 열기를 불태우기 위해 공해 반대 백만인 운동...이 아닌 고고댄스파티를 주최하기까지 한다. (그 장소가 공교롭게도 자위대가 작전 중인 후지산 기슭이란게 또 문제지만, 자위대도 잘못은 있다. 대체 언제 괴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지역에 민간인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모닥불 피워놓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왜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_-) 결국 유키오는 클라이막스에 헤도라가 나타나자 도망가는 게 아니라 열받아서 사람들을 선동하여 횃불을 헤도라에게 던져대다가 헤도라가 보답으로 던져준 산성 끈적이를 맞고 유명을 달리하시니 주역급 조연 치고는 참으로 어이없는 최후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같이 있던 사람들 전부 백골이 되었고, 엔딩에도 안 나오니까 거의 죽었다고 봐야...-_-)

의외로 평범(?)한 내부도해

사실상의 주역인 헤도라는 그래도 꽤 공을 들인 흔적을 보여준다. 사건의 중심에 서서 세상을 뒤흔들어 놓는 역할이니 뭐 당연하겠지만, 초반에는 고지라보다도 오히려 이놈이 주인공 같이 느껴진다. (중간쯤 가서 고지라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짜자잔 나타나자 그제서야 사람들이 '아 고지라도 있었지 참' 이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 서서히 단계별로 레벨업한다는 성장 패턴은 후대의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에서 계승되었고, 외계에서 온 소통 불가능의 무기질 생명체가 지구를 대표하는 주역괴수와 생태계의 운명을 건 싸움을 벌인다는 구도는 <가메라 2 : 레기온 습래>의 전주곡이라 할 만하다. 비행형태일 때 내뿜는 유산성 안개가 철골을 녹이고 사람을 백골로 만들어버리는 위력 또한 공포스럽게 묘사되어 있어서 충분히 위력적이다. (문제는 이게 후반으로 갈수록 그다지 극중에서 살려지지 않아 긴장감이 풀려버린다는 거다.) 게다가 몇 번이고 죽여도 조각내어 건조시키거나 하지 않으면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질긴 생명력과, 버려진 청소 걸레를 연상시키는 몸체 위에서 새빨갛게 빛나며 상대를 노려보는 두 눈(중간에 고지라한테 당하여 한눈밖에 안 남지만)의 카리스마 또한 멋지다. 하지만 유산성 안개나 끈끈이, 혹은 머리에서 발사하는 적색광선 등의 발사무기에 주로 의존하는데다 디자인 자체도 격투에는 맞지 않는 형태라서 고지라와 접근전을 벌일 때의 긴박감이 많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클라이막스 이후에는 이미 보여줄만한 위력은 다 보여줬기 때문에 그때까지 당하고만 있다가 드디어 반격에 나선 고지라를 상대로 그다지 흥미를 끌 만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죽어라고 도망만 다니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충분히 개성적이고 기발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극중에서는 그점을 100% 활용하지는 못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짓궂은 동네 도둑고양이와 분노의 화신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헤도라를 쓰러뜨리기 위해 나왔다가 목적을 달성하자 스윽 돌아가버리는 고지라도 존재감이 딸리기는 마찬가진데, 이건 본 작품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 자체도 공포나 경악보다는 뭔가 나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때때로 시니컬한 묘사를 집어넣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느릿느릿하고 별 기복이 없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보면 졸린다. 묘하게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는 뚱땅뚱땅거리는 BGM도 탈력 만점이다. (고지라도 헤도라도 둘 다 어두운 색깔이다보니 밤 장면만 되면 둘이 껴안고 뭔짓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점도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물론 이것 역시 본작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이보다 뒤에 나오고 이보다 못한 걸로 평가되는 <메카고지라의 역습>도 최소한 말이 안되는 부분을 꼬집으며 웃는 재미나 있었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 정직하기 때문에 그런 재미조차 누릴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함을 넘어서 아예 말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없게 봤다. 슬프게도 <고지라 2000> 이후로 내가 보게 되는 고지라 영화들은 몇몇 예외를 빼고는 '이게 재미없다 싶으면 더 재미없는 게 또 다시 나타나는 식으로 나를 놀라게 해주는' 것 같아서 슬플 따름이다. (혹시 팬이 계시면 죄송)

충격! 고지라 하늘을 날다!!

영화의 재미와는 별도로, 몇몇 부분은 기존의 괴수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1) 영화 전체를 4파트로 나누고 각 파트로 넘어갈 때마다 헤도라를 소재로 한 풍자적인 애니메이션 화면을 집어넣어 주의를 환기시키는 부분이나, 2) 헤도라 사건을 설명하던 뉴스 화면이 하나에서 두개, 두개에서 세개 네개로 점점 불어나고 각 화면에 미친듯이 우는 어린아이, 피해를 당하여 분통을 터뜨리는 각계각층 민간인, 헤도라와 고지라, 공해로 얼룩진 도시 등등을 인서트시켜, 급기야는 온갖 컬러로 번쩍이는 사이키델릭 패턴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분, 그리고 3) 고지라가 오염된 바다 때문에 화내는 화면 위에 켄이 공해문제에 대해 쓴 동시를 낭독하는 음성을 집어넣고 자막으로 그 시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우행에 대한 자연의 분노'라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어찌보면 괴수영화라기보단 하나의 독특한 실험영상을 보는 듯하여 재미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야노 박사가 켄에게 '헤도라 우주 도래설'이나 '헤도라의 체내에너지'에 대해 설명해줄 때 알기 쉽게 설명화면이 딸려나오는 등 무슨 과학교육영화를 보는 듯한 부분도 있어,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오프닝에 나왔던 제목불명의 노래(사실상 주제가라고 해도 좋을 그 노래)가 특히 인상에 남는데, 온갖 중금속 이름을 외어대면서 '푸른숲과 나무들은 어디로 갔나. 동물들과 곤충들은 어디로 갔나. 돌려줘 돌려줘 파란하늘을~' 이런 식으로 처절하게 읊조리는 가사가 그야말로 아스트랄의 극을 달린다. (가사 자체는 이해할만하지만 왜 이런 노래를 나이트 클럽에서 사이키 조명 깔고 불러대며... 왜 클라이막스에 고지라가 헤도라를 마지막으로 잡아뜯을 때 아저씨 합창 버전으로 다시 내보내는 것이며... 기타등등 기타등등)

자위대는 초반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헤도라를 물리치기 위해 중반 이후 겨우 등장하는데, 방전판 설치 이후에도 삽질의 연속을 보여준다. 애써 칸토지방 전기를 몽땅 끌어다가 헤도라를 구워버리려 했더니 고지라가 송전선 위에 엎어져서 도루묵 되고, 수리를 하는 동안 열심히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려 헤도라를 유인하려 했더니 눈치없는 헬기 하나가 날아와서 별로 의미도 없는 산소투하를 하다가 격추당하고, (육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의 명령체계 혼선 때문인가? -_-) 결국 첫번째 방전 때는 전기가 준비되지 않는 바람에 고지라의 방사열선 신세를 지고 (그것도 사실 자위대는 손놓고 보고만 있었는데 고지라가 타이밍 좋게 쏘아줘서 가능했다는 게 정말 개그) 두번째 방전 때는 이제야 전기가 들어오나보다 했더니 갑자기 '퓨즈가 나갔습니다!'라고 주접을 떨어대어 결국 다시 고지라 신세를 져야 했으니... 토호자위대 사상 최악의 실태를 보여준 셈이다.

보게 해 주신 rumic71님께 감사. ;>


→작품 데이터
→백금기사님 리뷰

Photos (C) Toho
by 잠본이 | 2004/08/17 21:19 | 동보여상 고진아 | 트랙백(1)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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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ystery Crisis at 2007/07/29 15:17

제목 : [G시리즈 11] 고지라 대 헤도라 (1971) -..
고지라 대 헤도라 (ゴジラ対ヘドラ, 1971년작) 말도많고 탈도많은 희대의 괴작. 뭐 졸작이란건 아니고,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 이색작이자 독특한 작품이라 할수 있겠다. 스토리는 초간단. 환경오염에 의해 생겨난 공해괴수 '헤도라'를 물리치기 위해 고지라와 인류가 함께 맞서 싸운다는 내용으로, 환경보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매우 교훈적인 내용이다. 최근작 '괴물(2006)'과도 상당히 유사한 설정. 평성 시리즈의 사에구사 미키를 가히 뛰어넘는 주인......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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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ST_ at 2004/08/17 21:51
헤도라가 하늘을 난다는 것도 나름대로는 충격적이었는데,
설마하니 고지라가 저런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군요.
Commented by 이십오 at 2004/08/17 23:32
그래도 보긴 봐야겠습니다-_-;;;
Commented by Redsoul at 2004/08/17 23:53
와, 저런(세번째사진같은) 영상을 직접 캡쳐하신건가요?저런거 정말 보고싶은데 비디오는 망가지고..;;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4/08/18 11:15
생긴 게 저래서 へど(反吐:구토물)에서 온 헤도라인 줄 알았더니 ヘドロ(강 바닥의 뻘흙)에서 온 헤도라더군요;
Commented by 작가 at 2004/08/18 22:55
VS 시리즈는 역시 비오란테가.....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8/21 21:34
헤도라의 도안은 꽤 마음에 듭니다.
Commented by 고지라 at 2006/07/01 13:11
저 고지라vs헤도라 동영상으로 봤는데....
고지라 하늘나는 것도..
사람이 자연파괴하는것을 코믹적으로 바꿔버렸군요.
Commented at 2007/08/2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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