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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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여기는 중계차
L감독님의 현장 이야기 두번째.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88 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될 무렵의 일이다.
개통식에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L감독은 스탭들과 함께 3일간의 출장 일정을 잡고 지리산 휴게소로 달려갔다. 이런 행사의 경우, 적어도 이틀 전부터 내려가서 준비를 하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당시에는 통신위성이 없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웨이브(초단파)로 중계를 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통신의 중계탑과 지리산 휴게소 사이에는 매우 험한 산악지대가 펼쳐져 있어서, 마이크로웨이브가 통과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직진하는 성질이 있어서 장애물이 있으면 지나갈 수 없다)

그 때문에 중간에 설치된 기지국에 사람을 보내어, 휴게소에서 그쪽으로 전파를 보낸 뒤 다시 거기서 중계탑으로 릴레이를 해야만 했다. 이미 의욕에 불타는 스탭 S씨와 J씨가 그쪽으로 파견되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행사 전날에 대통령의 스케줄이 바뀌는 바람에 개통식에는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는 통보가 와 버렸다. 결국 전면적인 행사 중계는 취소하고, 7시 뉴스에 토막 기사 비슷하게 넣는 걸로 일정을 변경했다. 그거야 어떻든 방송에 나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므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L감독은 S씨, J씨를 불러 중계에 차질이 없도록 단단히 일러 두었고, 휴게소 쪽에서도 여러가지 점검을 거친 뒤, 마침내 6시 55분에 서울 쪽으로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냈고, 마침내 7시부터 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리포터가 '여기는 지리산...'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순간, 갑자기 스피커에서 '삐이이이익'하는 소음이 이어지며 소리가 깨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난리가 났고,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대로 또 당황해서 '예, 현장 사정이 별로 고르지 못한 관계로, 다시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현장 나오세요'를 두어번 되풀이했지만 여전히 문제의 소음은 계속 울렸고, 결국 중계를 못한 채 주어진 시간을 넘겨버리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상부로부터 대판 깨진 L감독은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현장에서는 분명 전에 하던 대로 다 했고 눈에 띄는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기지국 쪽이다. S씨, J씨를 추궁한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기지국에서 멀뚱히 방송 시간만 기다리고 있자니 심심해진 두 사람은, 갖고 있던 코펠과 버너로 라면을 끓이고 소주병을 꺼내어 심심함을 달래려 했다고 한다. 그것까지는 별 문제 없었다. 하지만 술이 약간 들어가 들뜬 기분이 된 S씨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비싼 출장비 받아 내려온 건데, 기왕 중계하는 거, 우리도 말하는 것 좀 들어보죠?"
그래서 두 사람은 별 생각 없이 기지국 모니터의 전원을 켰고, 거기에 내장된 스피커에 피드백된 현장의 소리가 하울링 현상을 일으키는 바람에 삑삑거리는 소음이 계속해서 울려퍼졌던 것이다.

S씨, J씨가 그 뒤 어떻게 되었는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길 따름이다.


교훈: 실전 때는, 더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연습때처럼만 할 것.
by 잠본이 | 2004/08/12 22:12 | 개그 액추얼리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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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보름 at 2004/08/12 23:06
.....좀 맞아도 쌀 짓을 했군요;;;;;
Commented by 쥬리스 at 2004/08/13 00:50
시말서, 감봉, 해고의 3연타가 들어갔을 듯...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4/08/13 09:41
노래방에서 자주 나오는 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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