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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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계차
M방송사에서 현장감독으로 40년 이상을 보낸 L 어르신에게서 들은 이야기.
정말 현장의 애환이 팍팍 전해져오는지라 특별히 소개한다.

연말연시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역시 보신각 타종!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 제야의 종을 울리고, 모여든 사람들이 환호한다.
방송에 내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인 것이다.

다만 실제로는 10대 가수 가요제 등등의 이벤트를 스튜디오에서 하다가, 잠깐동안 현장에 연락을 취하여 중계를 한 다음,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오는 식이기 때문에 화면에 제야의 종이 비치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기회는 날아가버리고, 중계팀은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게다가, 예정 시각이 되면 보신각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지기 때문에, 그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있어야 한다. 종과 그 주변을 비추기 위해 카메라도 갖다놓아야 하고, 종 옆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은은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포착해야만 한다. 일단 그 주변이 사람들로 채워지고 나면, 뭔가를 수정하고 싶어도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철저하게 해야만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L감독은 스탭들과 함께 열심히 중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현장 엔지니어인 K씨가 자기 딴에는 매우 기발하다 싶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좀더 깨끗하게 종소리를 잡을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 그런 방법이 있나?"
"이제까지 해오던 것처럼 마이크를 종 옆에 설치하지 말고, 종 아래쪽으로 집어넣어 그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잡는 겁니다."
"그거 괜찮겠군. 한번 해봐."
그리하여 허락을 얻은 K씨는 자신만만하게 마이크를 설치했다.

마침내 시간이 되어, 모두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보신각을 바라보았다.
스튜디오에서 현장으로의 연결도 매끄럽게 이어졌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퍽!'
은은하게 울려야 할 종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뭔가가 깨지는 소리만 들렸다.
그 소리 이후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빨리 원인 체크해봐!"
이렇게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시간은 점점 흘러가기만 했다.

그래서 원인이 뭐였는고 하니...
원래 방송용 마이크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바짝 대고 말해야만 들리는 좀 둔한 마이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당히 민감하여 어느 방향에서 말해도 다 들리는 마이크(콘덴서 마이크)이다. 둔한 마이크는 주로 공연에서 가수의 보컬이 백밴드의 반주 등에 파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고, 민감한 마이크는 좌담회 등에서 사용한다.

그런데 K씨가 종 아래에 설치한 것은 민감한 마이크였다.
종을 치는 순간, 그 안에 울려퍼진 음파는 엄청나게 높은 음압을 형성하고, 그에 견디지 못한 마이크의 떨림판이 깨지면서 '퍽' 소리가 났다. 그 이후로는 마이크가 이미 망가진 뒤라서 사람의 고막이 터진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리도 전해지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K씨는 황급히 마이크를 교체하려 했지만 모여든 인파 때문에 보신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고, 그러는 동안 주어진 시간이 다 되는 바람에, 결국 '현장 사정으로 인해 타종식 중계는 이만 마치고, 다시 스튜디오로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중계가 끝나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L감독은 분노의 발길질을 날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 뒤 복귀한 K씨가 시말서와 감봉의 더블어택에 시달려야 했던 것은 물론이다.


교훈: 자기가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잘 알아둘 것.
by 잠본이 | 2004/08/12 21:53 | 개그 액추얼리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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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안드로이드 at 2004/08/12 22:17
라기 보다는 그냥 하던대로 하자는... 아닌가요? *뷁*
Commented by 보름 at 2004/08/12 23:07
..........컹.대형사고로군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4/08/13 00:15
시말서와 감봉의 더블어택이라... 요새같으면 해고라는 필살기가 들어갔겠죠....^^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4/08/13 09:40
감봉...._nO
Commented by 밀크티 at 2004/08/13 11:36
끔찍하군요.... 종 안쪽에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머리가 깨진다는 소리가 저거였나;;;
Commented by utena at 2004/08/13 19:35
초음파 가습기의 그 부분(..)에 손가락을 넣어봤으면 유추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버닝야옹 at 2004/08/14 01:51
교훈은 '일할 때는 괜히 안하던 짓 하지 마라'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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