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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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제14화
*14화 '괴도 블랙마스크':

검은 코트 차림에 검은 중절모를 쓰고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괴도 블랙마스크. 잘난듯이 예고장을 보내고는 반드시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서 귀금속이나 현금을 훔친 뒤 목격자들의 눈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신출귀몰한 괴인이다. 그저 단순한 소문으로만 생각했던 쇼타로나 오오츠카 서장도 그의 '사라지는 묘기'를 직접 목격한 뒤에는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대담하게도 쇼타로의 눈앞에 나타나 예고장을 건네주고 빛과 함께 모습을 감추는 블랙마스크. 그의 다음 목표인 긴자은행을 에워싸고 경관대와 철인이 비상대기에 들어간 가운데, 쇼타로와 서장은 초조해하는 은행장을 달래며 중앙금고 앞에서 도둑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예고한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쇼타로는 은행장에게 부탁하여 금고 문을 열게 한다. 놀랍게도 금고 안에는 이미 블랙마스크가 들어가 있었다! 총을 겨누고 그들을 위협한 뒤 바깥으로 도망치는 블랙마스크. 쇼타로는 철인을 조종하여 그를 붙잡지만, 괴도는 그들을 비웃으며 사라져버리고 철인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괴도를 잡지 못하여 미안해하는 쇼타로에게 서장은 그의 탓이 아니라며 빨리 블랙마스크의 속임수를 파헤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답한다. 그들을 방문한 시키시마 박사가 블랙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예전에 어느 과학자의 논문에서 비슷한 사례를 읽은 듯 하다고 말한다. 논문의 작성자인 아리모토 박사는 물체를 분자상태로 분해하여 한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순간이동장치'의 개발을 추진했으나, 너무나 황당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학계에서 망신만 당하고 결국 연구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후 아리모토는 생계를 위해 시계수리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시계방으로 찾아온 쇼타로 일행에게 아리모토는 순간이동장치가 실제로 존재하긴 했지만 자신은 결국 그 발명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완성 단계에까지 이른 장치를 가지고 일본에서 남극까지 물체를 이동시키는 실험에 들어갔으나, 결국 장치의 결함으로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연구를 하면 그걸로 만족이었던 박사는 완성을 포기하지만, 장치를 완성시켜 돈과 명예를 얻을 속셈이었던 박사의 아들 카게로는 설계도를 들고 잠적해버린다.

블랙마스크의 정체는 아리모토 카게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 쇼타로 일행은 박사에게 인사를 한 뒤 돌아간다. 다시 홀로 남은 박사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사진을 바라보며 아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다가, 갑작스런 고통을 느끼고 장갑으로 감싼 한쪽 손을 어루만진다.

블랙마스크의 다음 예고장이 배달된다. 이번에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철인의 조종기! 시키시마 중공 주변에 물샐 틈 없는 경비망을 펼친 뒤 괴도를 기다리던 쇼타로 일행은 쇼타로가 제안한 '어떤 작전'을 실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블랙마스크가 나타나 조종기를 나꿔채고 사라지기 시작한다. 흥분한 오오츠카 서장이 그에게 달려들고, 두 사람은 함께 빛 속으로 말려들어 모습을 감춘다. '내가 함께 사라질 예정이었는데'라고 난처해 하는 쇼타로에게 시키시마 박사가 '뒷일은 서장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대로 작전에 들어가자'고 말한다.

오오츠카 서장은 블랙마스크를 붙잡은 채 그의 비밀 아지트에 순간이동한다. 잽싸게 조종기를 되빼앗아 바깥 복도로 도망치는 서장. '너만 없애면 걱정할 게 없다'며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블랙마스크. 막다른 골목에 몰린 채 총알을 피하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서장. 바로 그때, 서장이 서 있는 벽 바로 옆을 꿰뚫고 거대한 주먹이 들어온다. 철인이다!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온 서장은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쇼타로에게 조종기를 돌려준다. 시키시마와 쇼타로가 조종기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추적하여 아지트를 찾아낸 것이다.

아지트를 버리고 순간이동하여 도망치려 하는 블랙마스크, 아니, 아리모토 카게로. 그러나 철인의 펀치가 건물에 직격, 장치가 고장을 일으키고 사방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시키시마는 서장과 쇼타로에게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소리치고, 그들이 철인과 함께 대피하자마자 건물은 엄청난 빛과 함께 소실되어 버린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서장.
"사라졌다... 꿈처럼. 그래, 마치 꿈처럼 말이지......"
결국 블랙마스크의 체포에는 실패. 이 사건은 어정쩡한 결말을 맞게 된다.
아지트 근처의 해변에서는 아리모토 박사가 자식의 최후를 짐작하며 눈물짓고 있었다. 장갑을 벗고 한쪽 손을 드러내는 박사. 그 손은 기계로 만들어진 의수였다.

화면은 난데없이 전혀 상관없는 어딘가로 이동한다.
바로 그곳에, 이미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버린 아지트의 잔해와 함께 아리모토 카게로가 쓰러져 있다. 아무래도 장치의 고장으로 인해 엉뚱한 곳으로 순간이동한 모양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카게로는 눈 밑의 얼음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헉? 이, 이건.... 아버지의......"
그것은 몸에서 방금 떼낸 듯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사람의 손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카게로. 그곳은 얼음과 눈보라만이 가득한 죽음의 땅이었다. 사람은 고사하고 생명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 바로 남극대륙이었던 것이다.
"사, 사람살려--------------------------!!!!!!!"
카게로의 겁에 질린 비명이 허공에 메아리친다.
누구 하나 들어줄 사람 없는 그곳에서...


*주저리:

-지난회에 이어 소년탐정 쇼타로의 SF 미스터리 극장(?) 제3탄. 역시 원작에서는 별로 비중이 없는 외전을 영상화한 에피소드. '순간이동장치'라는 고전적인 트릭에다가 이마가와 특유의 '아버지와 아들' 팩터를 가미함으로써, 과학을 악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어리석은 인간을 꾸짖는 교훈담으로 완성시켰다. 다만 여기서 아리모토 박사의 연구는 어디까지나 개인 레벨의 것이어서, 태평양 전쟁의 비극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비칠 정도다.

-전쟁의 비극 같은 현실적인 괴로움을 강조한 지난 2회와 달리 순수한 범죄수사의 요소가 중시된 각본으로 되어 있어서, 오히려 그점에서는 지난 2회처럼 깊이 우러나는 맛은 없지만 훨씬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장의 우왕좌왕하는 개그연기와 클라이막스에서 보여주는 대활약도 그런대로...

-이렇게 연속해서 단발성 에피소드만 내놓는 이유가 예산이 없어서 로봇격투를 최대한 줄이고 추리극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을 대비하여 잠깐 쉬어가기 위해서인지(더불어 초반 에피소드를 놓친 시청자들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하여인지)는 불명. 그래도 그나마 들러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철인이 클라이막스에서 어느정도 인상적인 역할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화재 속에서 인명구조, 방전으로 괴물 정체 폭로, 범인의 도주를 봉쇄하려다 전혀 엉뚱한 천벌[?] 내리기 등등...)

-'기계 고장으로 인해 범인 실종'이라는 클라이막스는 예상대로였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의표를 찌르는 결말이 기가 막혔다. (난 분해된 채로 그냥 소멸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훨씬 엄한 결말이라니...물론 중간에 복선이 나왔으니 잘만 머리를 굴리면 예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시키시마 박사는 어째서 그런 황당무계한 연구논문까지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 뭐 철인을 만드는 것 자체도 황당하지 않은 건 아니고 시체를 되살리는 수술에도 입회한 몸이니 이상할 건 없다만;;;) 혹시 지금 이 시간에도 도서실같은데서 '음 이 논문 괜찮군. 언젠가 이걸 갖고 누가 일 저지르지 않을까. 그때 짠 하고 나타나서 아는척좀 하자 음하하하' 이러고 있다던가;;;

-순간이동장치는 SF의 로망이지만 솔직히 실제 과학계에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분해된 입자를 다시 조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서 실현 가능성은 아직 제로.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 주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성공례로서는 스타트렉이나 우주형사 시리즈를 보시고, 실패했을 때의 부작용으로서는 <더 플라이>나 <전송인간>을 보시라. ←전혀 도움이 안돼!)

-블랙마스크가 빛에 감싸여 몸 아래쪽부터 위쪽까지 서서히 사라지는[지워져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투과광 기법을 쓴 건지 어떤지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참고로 카게로의 이름은 아마도 '影郞'으로 쓰지 않을까 싶지만... 읽기에 따라서는 '하루살이'라는 의미도 된다. 헛된 욕망에 빠지면 신세 망친다는 교훈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불쌍한 놈. (이죽거리는 태도나 앞머리 두가닥 내린 걸로 치면 테즈카 캐릭터인 록 홈에 버금가는 미형악역이지만서도... 이 그림체로 미형이라고 우겨봐야 한계가 있어서;;;)

-요코야마 선생의 초기작 중에는 '레드마스크'라는 왠지 슈퍼맨스러운 가면 히어로물이 있는데 (아카카게하고는 무관) 이 친구가 블랙마스크하고 격돌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개그겠지만 이마가와는 그런 매니악한 생각은 애시당초 안 하는 모양이다. (...당연하잖아!)

-오늘의 게스트를 살펴보니 (아주 버릇 되었구만):

카게로 / 블랙마스크: 히라타 히로아키

......'환상마전 최유기'의 사오정!!

아리모토 박사: 타키구치 쥰페이

......'린타로판 메트로폴리스'의 로튼 박사!!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엔 자로 동창회가 아니었다...(한숨)

-다음회 타이틀은 무려 '후랑켄의 제자들'. 으음 이제야 뭔가 큰걸 터뜨리려나, 기대되는군...


→배경이 겨울 맞아?
by 잠본이 | 2004/07/13 14:31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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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月靈 at 2004/07/13 15:42
음..아직도 로튼박사는.......수배중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4/07/13 16:29
陽炎 라고 해서, [아지랑이] 라는 뜻도 됩니다.
...그야말로 아지랑이처럼 사라져 버린 거니까...;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4/07/13 17:07
태양의 사자 버전을 처음으로 철인28호를 접한 사람으로썬 이번 편을 보면서 '유령 로봇편이다!'라고 데굴데굴 구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리메이크나 패러디를 먼저 접한 사람이 나중에 오리지날을 보았을때의 반응이라는 건가..;;)
Commented by 작가 at 2004/07/13 18:26
으음...... 후랑켄의 자식들이라면 옥스인가!?
아니면 가오리 로봇!? 블랙단!? 십자결사!? P국!?
.....알수없다아아아~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7/13 19:47
1. 양염(陽炎)이라면, 역시 전체 줄거리의 양념같은 역활인가 보군요.

2. 후랑켄의 자식이들이라면 겐야와 긴레이…(펑)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7/13 20:39
천조제님> 그쪽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천년용왕님> 카게로 본인도 도망가기 전에 "철인을 손에 넣으면 이 장치와 합쳐서 순간이동이 가능한 로봇으로 만들어 써먹어 주려고 했는데"라고 그러더군요. 그게 실현되었더라면...정말로 유령로봇이...(두둥)

작가님> 자식 말고 제자라니까요.

영원제타님> 그거 훌륭하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7/14 02:23
제자라면 무라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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