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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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제13화
*13화 '빛나는 물체':

쇼타로와 오오츠카 서장은 살인사건의 수사에 입회하고 있었다.

어느 동물원 원장이 참혹한 모습으로 살해당하고, 그와 전날 밤 술집에서 언쟁을 벌인 야기라는 사육사가 참고인으로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다. 야기 카츠히로, 40세, 아오모리현 출신, 태평양전쟁 전부터 원장과 함께 문제의 동물원을 지탱해 온 베테랑으로, 사정상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았고, 가족도 친지도 친구도 없이 항상 혼자서 지내온 외톨박이였다. 동료 사육사들도 업무에 관한 것 외에는 별로 이야기한 바가 없지만,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원장의 시체는 도무지 인간의 짓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져 있어서 야기가 범인인지 어떤지도 확실치 않다. 수사를 맡은 세키 형사도 도무지 단서를 잡을 수 없어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경찰의 의뢰를 받고 도쿄생물대학의 야마기시 교수가 달려와 시체를 살펴본다. 시체의 상태를 보고 놀라는 교수. '이런, 이게 진짜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거야.' 교수의 의뢰를 받은 세키 형사는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무언가를 조사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교수와 오오츠카 서장이 마치 범인의 정체를 아는 것처럼 말하자 의문을 느낀 쇼타로는 그들이 말하는 '그'가 누구인지 묻는다. 교수는 주저하면서도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야기는 도쿄 대공습 당시의 일을 회상한다. 공습을 피해 동물원 내의 대피소로 도망쳐들어간 그는 어차피 자기가 죽어도 누구 하나 슬퍼할 사람도 없고, 자기는 늘 고독의 어둠 속에서 살아왔으니 이대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하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피소 안에 놓여있던, 박제된 동물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 그는 자기가 그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견딜 수 없게 되어, 폐쇄된 대피소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그에게는 그 동물들이 우리 밖의 자신을 원한에 차서 노려보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 무언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빛나는 물체?"
쇼타로의 물음을 받아, 교수가 설명을 계속한다. 십수년 전, 어느 산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거기서 기어나온 정체불명의 빛나는 물체가 마을을 습격하여 괴멸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 물체는 평소에는 부정형이었으나 필요에 따라 동식물이나 무생물로 '의태'하는 특이한 성질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그 생물은 근처의 동물원에 은밀히 수용된 채로 잊혀져버렸다. 너무나 위험한 생물인 탓에 그 누구도 연구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물체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일종의 가사상태에 빠져 있다가, 공습의 충격으로 인해 깨어나 먹이를 찾으러 다시 기어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야기는 그 생물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외톨이라고 느끼고 쓸데없이 녀석을 자극하거나 겁먹게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둠 속에서 같이 지낼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친구로 대해 주었다. 두 번 다시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저질렀던 것과 같은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교수는 쇼타로에게 야기의 '죄'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 확실해지자, 군부는 원장에게 동물들을 모두 죽이라는 지침을 내린다. 도쿄가 공습을 받아 동물원의 우리가 파괴되고 맹수가 뛰쳐나올 경우 심각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야기는 맹렬히 반대하지만 결국 원장의 명령에 따라 동물들에게 독을 주입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안락사시킨다. 여기에도 '전쟁으로 인해 묻혀버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쇼타로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야기는 자기의 유일한 친구인 '빛나는 물체'만은 절대 같은 운명을 맞게 하지 않겠다고, 대피소에서 결심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야기는 그 생물이 자기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녀석에게 자기가 태어난 곳, 자기의 소년시절, 자기의 일과 현재 생활에 대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나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듯이.
"그러니까 이젠 좀 사실을 얘기하라구! 젠장... 하긴 그런 식으로 죽인다는 건 무리겠지..."
추궁하는 형사의 목소리에 문득 현실로 돌아온 야기.
'아니, 나는 분명 그때 생각했었다. 원장을 죽이고 싶다고...!'
원장이 죽기 전날, 술자리로 그럴 불러낸 원장은 '미안하지만 동물원을 폐쇄하게 되었네. 아마도 지금 있는 동물들은...'이라는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흥분한 야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격하게 소리지르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야기는 분명 오해했던 거겠지요. 동물들은 다른 동물원으로 옮길 거라는 얘길 하려 한 건데..."
그때 경보가 울린다. 취조실로 달려가는 쇼타로와 서장. 야기는 이미 자기를 심문하던 두 명의 형사를 때려눕히고 도망친 뒤였다. 서장은 경관대와 함께 출동하면서 먼저 나가 있던 세키 형사에게 연락을 취한다.

후배 형사와 함께 야기의 집 안으로 돌입한 세키는 그곳에서 야기의 일기를 발견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빛나는 물체에 의해 후배가 희생되고 만다.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세키. 그 자리에 쇼타로 일행이 도착하고, 철인이 빛나는 물체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다. 철인보다 훨씬 거대한 코끼리의 모습으로 변하여 날뛰는 물체. 엄청난 힘 때문에 철인의 왼팔이 뽑혀 나간다. 철인이 필사적으로 로켓을 분사하여 녀석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할 때, 가까이 있던 송전선이 끊어져 방전을 일으키고, 빛나는 물체는 갑자기 약해져서 자취를 감춘다.
"그렇군, 녀석은 전기에 약해..."
야기의 일기를 펼쳐든 쇼타로 일행은 그 내용을 읽어보다가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설마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러나 근처에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야기는 하수도를 통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의 목적지는 바로......

동물원에 도착한 쇼타로는 철인을 사용하여 땅 속에 묻혀있던 문제의 대피소 입구를 찾아낸다. 안으로 들어가서 회중전등을 비춰보던 쇼타로 일행은 일기에 기록된 '그 무언가'를 찾아낸다.
"보세요."
"역시 일기에 기록된 대로 그는 여기서..."
"야기에게도 이 진실을..."
"아니,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본인에겐 행복한 일일지도 몰라."
"어쨌든 일단은 이걸 바깥으로 옮겨야..."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는 않겠다!"
어디선가 나타난 야기가 세키의 권총을 빼앗아 그들을 위협한다.
"거기서 물러나! 네놈들에게 그를 넘겨줄성 싶으냐!"
당황하여 그를 설득하려 드는 서장과 교수.
"기다려! 우선은 얘길 들어봐!"
"그래, 자넨 오해하고 있는 걸세! 이걸 보면 모든 것이..."
"시끄러!"
위협사격을 가하는 야기.
"나는... 두번 다시 녀석을 버리고 가지 않겠어!
그래... 그때 나는 그를 배신했다. 배신했단 말이다!"
그의 뇌리에 전쟁이 끝나고 대피소의 문이 열리던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바깥 세계로 돌아와버렸다.
위쪽 세계로 나오려 하지 않는 그를 못본척하고...
그래, 결국 나는 또다시 그 동물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그를 배신하지 않겠어!
내가, 내가 지켜보일거다!"
묵묵히 그의 말을 들으면서, 몰래 손을 뒤로 돌린 채 철인의 조종기를 조작하는 쇼타로.
대피소 안으로 철인의 손이 뻗어들어와, 앞쪽에만 정신이 팔린 야기를 집어올린다!

"좋았어! 해치워, 철인!"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전신에 방전을 일으키는 철인.
그 엄청난 전기충격을 받고 비명을 지르던 야기의 몸이 서서히 변해간다. 바로 '빛나는 물체'의 모습으로!
"이럴수가....."
"역시, 최후까지 자기가 야기라고 믿고 있었던 거로군요."
"맞아, 분명히 자기자신의 최후를 일기에 적어서 남겨두고, 얘기를 들어서 파악했던 야기의 인생을 스스로 이어받았던 거겠지... 허나, 이번에야말로, 둘 다..."
철인의 손에서 떨어져내려,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빛나는 물체. 너무나도 비참한 광경에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는 쇼타로.
야기, 아니 빛나는 물체가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독백한다.

'아아, 그랬던가...
우리에 갇혀있었던 건 내 쪽이었던 건가...
그래서 모두들 나를 친근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건가...
그래, 그들은 내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게 아니야.
내 몸을 걱정해주고 있었던 거구나.
우리, 우리, 우리... 어딜 가도 계속 놓여있는 우리.
하하... 어디고 안이고 어디가 밖인 걸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래, 여기엔 내 친구들이 있어.
이번에야말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
허나... 철인.
너는 그 눈으로 무얼 보고 있는거지?
우리 속의 나인가...
아니면......'


*주저리:

-지난회에 이어 전체 스토리와는 상관없는 외전격인 에피소드. 원작에도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주인공 격인 '빛나는 물체'의 설정을 제외한 모든 것이 이마가와 오리지널로 처리되어 있어, 원래 헐리우드 B급 공포영화풍의 단순한 괴물퇴치 호러 서스펜스였던 이야기가 엄청나게 기괴번쩍한 휴먼 SF 수사드라마(?)로 바뀌어 버렸다. '이해받지 못한 채 어둠 속에 사는 자의 고독'이라던가 '인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같은 제법 묵직한 테마까지 자연스럽게 깔려 있어, 감독의 내공이 보통 아님을 느끼게 한다.

-뭐 1화에서부터 계속해서 태평양 전쟁의 그림자가 알게모르게 깔리는 본작인만큼 이번에도 그와 연결된 이야기로 나가겠거니 하고 예상은 했지만... 전쟁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을 집단폐사시키는 사육사의 고뇌와 길잃은 우주생물의 비극이 저렇게 절묘하게 이어질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대체 누구 상식?) 전쟁 직전에 떨어진 운석에서 발견된 '빛나는 물체'를 군부가 무기로 악용하려다 실패하고 흉폭화된 물체가 10년만에 부활하여 날뛴다던가 하는 아주 뻔한 얘기로 가는게 보통인데 말이지...(어디가 보통?)

-잠본이의 글재주가 메주라서 저렇게 평이한 줄거리로 풀어놓을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진짜 작품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설명과 회상이 복잡하게 교차하며 슬금슬금 단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는 식으로 해서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절로 보는이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 준다는...(몇군데 설명 부족인 데가 좀 있긴 하다만) 특히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우리'의 이미지는 야기의 심상을 드러내는 데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결국 진짜 야기는 대피소 안에서 병이나 굶주림 비슷한 원인으로 죽었고, 낯선 지구에 와서 만날 박해만 받고 괴물취급만 당하다가(뭐 자업자득인 면이 있긴 해도) 난생 처음으로 친구처럼 대해준 그에게 감화된 '빛나는 물체'는 그의 모습을 본따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게 진실인 듯 한데, 어찌보면 가슴 찡하지만 어찌보면 참으로 괴기스러운 이야기가 아닌가! >_<

-철인의 왼팔은 너무 자주 빠개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망가진다. 상대가 워낙 강해서라고는 하지만... 혹시 다른 부분은 모두 카네다 박사가 만들었는데 그 부분만 나중에 시키시마가 갖다 붙였기 때문에, 약점이 되어버린 건가? -_-

-우리의 호프 세키토모는 간만에 세미레귤러인 세키형사 역으로 돌아와 대활약...할 터였지만, 한다는 짓이 사건설명과 길안내에 국한되고, 걸핏하면 위기에 처하고, 민간인에게 권총까지 빼앗기는 추태를 보여주다니. 이거 이래서야 되겠어? -_-

-'타카미자와군이 출장중이라서... 남자가 끓인 차밖에 없어 죄송합니다'라며 직접 차를 끓여 교수에게 대접하는 서장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에피소드. (귀중함의 핀트가 어긋나 있다고 생각지 않냐...?)

-이번에도 좀 황당한 게스트 출연자들.

야기: 야지마 마사아키

......쿠사마 박사였냐아아아아아

야마기시 교수: 무기히토

......카와라자키였단말이냐아아아아

이마가와는 이 작품을 자로 동창회로 여기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두둥)
by 잠본이 | 2004/07/13 11:55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3)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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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에 자주 목격했던 쇼와 30년대경의 일본 풍경이 모노톤의 화면 위에 아련히 떠올라, 그립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했다. [후략] ※정보 출처는 이 기사. 무기히토는 이마가와판 제13화에서 야마기시 교수로 등장. 다만 위 일기에서는 '변호사'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캐릭터는 동일하나 역할은 달라진 듯 하다. 이 성우는 그밖에 자이언트 로보 OV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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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시리즈 전 26화에 더하여 2007년에 극장개봉한 극장판 &lt;백주의 잔월>을 완전수록! DVD박스에 수록했던 영상특전 등을 재수록할 예정이며, 그 외에도 제13화 &lt;빛나는 물체>에는 이마가와 감독에 의한 완전신작의 작화 컷을 13년만에 추가하여 선보인다! 게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음반화되는 음원을 추가하여 새롭게 구성한 TV판 &l ... more

Commented by 페이 at 2004/07/13 14:58
세키형사라길래 '혹시!'했는데 역시 세키가 연기했군요. (세키세키 그러니까 어감이 참 묘합...)
그리고 동창회에 한 표 드립니다 >.<
Commented by 地上光輝 at 2004/07/13 15:25
시키시마 중공의 기술력이 의심스럽습니다. 그 팔만 27호 급이라던가.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7/13 15:52
'팔만 27호급'에 한표. (무하하하 데굴데굴)
Commented by 작가 at 2004/07/13 18:22
이러다 십걸진 일원들이 전원 엑스트라로 등장할지도.......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7/13 19:21
사실 만화에서 팔이 망가지면 십중팔구는 왼팔이죠 ?
Commented by EST_ at 2004/07/13 21:04
자로 동창회였던 것이군요.(수긍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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