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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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피닉스
고대 이집트. 젊은 승려 카쿠라테스는 아리따운 여왕과 사랑에 빠져 계율을 어긴다. 두 사람의 밀회에 분노한 신들은 못생긴 마을 처녀 바스테트를 사주하여 두 사람을 살해토록 하고, 그 대가로 그녀에게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렇게 해서 불사의 몸을 얻은 바스테트는 새로운 여왕이 되지만, 자기가 죽인 카쿠라테스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2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며 그가 환생하기를 기다리게 된다.

1975년 일본. 카메라맨인 카쿠라 하루히코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귀한 풍경 사진을 찍는 것이 직업이다. 그런 그가 최근 이상한 증세에 시달린다. 불사조의 모양을 닮은 구름이 그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고, 모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밤마다 그를 불러내는 것이다. 그 목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여동생 마리와 함께 아프리카 오지로 탐험을 떠난 하루히코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깊은 산 속에 숨겨진 황금도시와, 그곳을 다스리는 불로불사의 여왕이었다....!

<철인28호>나 <바벨2세> 등 주로 소년대상 만화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한때 소녀 대상 만화에도 주력했었던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때 발표한 작품들은 주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주인공을 그리는 홈드라마 성향의 작품들이 많았으나, 별로 성과가 신통치 않아서인지 아니면 작가 본인의 감수성과 어울리지가 않아서인지 결국 큰 발전 없이 맥이 끊어져버린다. (이후에 나온 <요술공주 샐리>는 소녀만화라기보단 거의 개그만화니까 논외) 본작은 그러한 요코야마가 간만에 소녀만화잡지 연재에 도전한 의욕작으로, 쇼가쿠간의 <주간 소녀 코믹> 1975년 3월 16일호부터 11월 16일/23일 합병호까지 연재했다. 잠본이가 읽은 버전은 최근에 코단샤에서 '요코야마 미츠테루 SF걸작선'으로 나온 2권짜리.

'불로불사의 여왕'이란 설정만 보면 무언가 라이더 해가드의 고전 펄프소설 <동굴의 여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지만(실제로 이 소설에서 꽤 많은 설정을 베꼈다), 주인공인 여왕이 원래는 낮은 신분의 추녀였다가 자기가 반한 남자를 죽여버린 대가로 환골탈태한다는 점은 상당히 쇼킹하다. 또한 황금도시 자체가 지도층인 여전사 계급과 한 단계 낮은 남자 노동자 계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다만 히스테릭한 여왕께서 '충격과 공포'만으로 엄하게 다스리는 바람에 반발이 심해져 결국 끝에 가면 [남자들의 반란에 의해] 와해된다는 점이 영 마음에 걸린다. 결국 여성 우위 사회에 대한 '공포심'과 '왜곡된 시각'만 잔뜩 집어넣은 걸로밖에 안 보인다는...)

주로 남성 캐릭터 위주로만 돌아가는 요코야마 만화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자 주인공의 비중이 높고, 전투장면 등에서 몰려나오는 여성 캐릭터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다. (대부분 엑스트라라서 다 똑같이 생겼지만 -_-)

전반부에서는 하루히코와 마리가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데 비해, 후반부에서는 여왕의 압제에 못이겨 황금도시에서 도망친 남성 아다샤가 끌어들인 외부인들과 여왕의 군대가 벌이는 전투가 중심이 되어 있다. (이들이 황금도시로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길게 나오는 바람에 애초의 주인공이던 여왕이나 하루히코 남매는 몇회동안 완전 OUT OF 안중 상태... 오히려 아다샤가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결국 불의의 사태로 인해 젊음을 빼앗기고 노파가 되어 안절부절못하던 여왕은 권력을 잃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모습을 감춘다. 그리하여 아다샤가 이끄는 노동자 계급이 도시를 장악하고, 사금 채취꾼과 범죄자로 이루어진 외부인 탐험대는 소원하던 황금을 손에 넣게 되어, 잘된건지 어떤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결말로 이어진다. 하루히코 남매 또한 탐험대에 끼어서 그를 찾아온 하루히코의 약혼자 하토코씨와 재회하여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하루히코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여왕은 죽은 것이 아니라 다시 회춘하여 어딘가로 사라졌던 것이다. '나의 늙어버린 얼굴을 보았으니 이제 당신과는 함께할 수 없겠지요. 언젠가 당신의 혼이 또 다시 지상에 환생했을 때를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질투와 독점욕에 불타올라서 그 삽질을 해놓고 이렇게 사라져 버리다니 뭔가 되게 허무)

소녀지 연재 작품이긴 하지만, 요코야마 특유의 드라이하고 심드렁한 분위기는 여전해서, 소녀만화라기보단 약간 변칙적인 방향을 택한 비경[秘景] 어드벤처 정도로 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여인의 특정한 남자를 향한 집착이 오랜 세월에 걸쳐 끈질기게 묘사된다는 점에서는, 연애물로서의 요소 또한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

여왕뿐만 아니라 하토코씨(유부녀였으나 하루히코와 함께하기 위해 이혼)나 여전사 스틴(하루히코가 열병에 걸렸을 때 정성껏 간호하고 결국 그를 남편으로 '선택'하나 여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망) 등등 매력적인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노림을 받는(?) 하루히코의 스탠스는 뭔가 요즘의 하렘류 러브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정작 하루히코 본인은 아무 생각 없지만 -_-)

가장 불쌍한 건 이런저런 면에서 오빠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거나 해설자 역할도 가끔 맡는 등 대활약(?)하지만 마지막에 가면 거의 배경 정도로 전락하는 마리양... (<바벨2세>의 유미나 <마즈>의 하루미와 판박이 얼굴...그러고보면 하토코씨 얼굴은 <마즈>의 하루미 모친이고 아다샤의 얼굴은 <마즈>의 라 아저씨...;;;;)

좀 의문인 것은 카쿠라테스와 같이 살해당한 선대 여왕이 어찌되었냐 하는 건데... 하루히코가 하토코씨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서로 '왠지 전에 만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어쩌구 하길래 오오 그럼 하토코씨가 나중에 선대 여왕의 환생체로 판명되어서 하루히코를 사이에 두고 바스테트와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일 것인가! 라는 망상도 해봤지만 결국 이 문제는 애매하게 남겨둔 채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클라이막스의 황금도시 습격 장면에서도 하토코씨가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말이지;;;)

그나저나 우리의 여왕님 바스테트도 참 대단하신 분인데, 수정이나 샘물에 현재나 과거의 이벤트를 비쳐 보이는 능력은 기본이고 (다만 미래를 못 보기 때문에 삽질을 거듭하는 수가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통상의 3배(?)를 자랑하는 기동/회피 능력과 잔상을 투영하여 적들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기만전술에다가 강철같은 의지와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는 슈퍼 지도자인 것이다! (아마도 요코야마 여성캐릭터 중에서 이분과 겨룰 만한 사람은 <삼국지>의 축융부인이나 <수호전>의 일장청 호삼랑 정도가...;;;)

그러나 이분의 진정한 필살기가 뭐냐 하면 그건 바로바로,

에너지 충격파!

...거기에다 중반에는 반역자가 쏜 화살에 맞은 뒤 마음에 상처를 입은 탓인지 마력이 약해진 탓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갑자기 노화가 진행되어 호호백발 할망구가 되시기 때문에 (그러나 다행히도 전투력에는 별 영향 없음).....

당신 요미 사촌이지!

...라는 되도 않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는...
(정작 젊었을 때 얼굴은 삼국지의 조조 여자버전에 가깝지만...둥둥둥)

별 상관 없지만 여왕이 중반에 늙은 얼굴 감추기 위해 쓴 가면의 모양은...
뭔가 요코야마 초기 히어로물 <레드마스크>를 연상케 하는...(그런걸 누가 아냐!)

하여튼 꽤 인상적인 소재와 재미나는 캐릭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요코야마 특유의 썰렁한 분위기와 지나치게 정직한(...) 이야기 전개 때문에 좀 2% 부족한 작품이 되었음...

(좀 각본을 이리꼬고 저리꼬고 심리묘사를 강화하고 결말을 좀더 장엄하게 고치고 해서 3부작 OVA 정도로 만들면 볼만하지 않을까나...

캐릭터 디자인은 히메노 미치 강력 희망!!!;;;>_< ←바랠걸 바래라)
by 잠본이 | 2004/06/29 18:20 | 바벨의 농성 | 트랙백(1) | 핑백(3)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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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4/08/10 19:04

제목 : 동굴의 여왕
원제: She 저자: 헨리 라이더 해거드 출판사: 영언 루드윅 호레이스 홀리는 남자로서 그다지 축복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추한 용모와 길다란 팔에 땅딸막한 체구. 그야말로 고릴라를 연상케 하는 외모에 돈도 집안도 친척도 없이 사람들에게 따돌림받고 외롭게 살아온 사나이였다. 그런 그의 단점을 커버해주는 것은 오직 강인한 체력과 폭넓은 교양. 고생 끝에 대학 교육을 마치고 연구원 자리를 얻어 평생을 책 속에 파묻혀 살려고 결심한 그의 곁에 유일한 친구인 빈시 노인이 찾아와 이상한 제안을 한다. 자기의 어린 아들을 자기 대......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횡산선생 우주.. at 2012/01/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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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동굴의 여왕 &#8211; 앤서블 at 2016/11/15 01:35

... 것 같지도 않고 하니 뭐 당연한가&#8230;(글쎄, &lt;젠틀맨리그&gt;버전의 앨런 정도라면 감명을 줄지도?) 이 작품에서 많은 부분을 따온 요코야마의 &lt;퀸 피닉스&gt;와 함께 보면 재미가 두 배로 불어날지도? (그건 당신 생각이지&#8230;&#8230;;;;) 언젠가는 두 작품을 요모조모 비교하는 글도 써 보고 싶지 ... more

Linked at 퀸 피닉스 &#8211; 앤서블 at 2016/11/15 01:45

... 2004-06-29 ... more

Commented by zena at 2004/06/29 18:25
대단한 전개로군요!!
Commented by 작가 at 2004/06/29 18:44
동굴의 여왕.....!!
Commented by 다인 at 2004/06/29 19:05
남자는 아라키 싱고, 여자는 히라노 토시키 씨가 그리면 대박일 겁니다(의미 불명)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4/06/29 21:32
저도 동굴의 여왕이 딱 생각났습니다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6/29 22:24
호아~ 퀸 피닉스(딴소리)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4/06/30 00:31
어째 전개가 너무 동굴의 여왕 분위기입니다. 병 달래다 여자가 빠진다는 것도.
Commented by 채다인 at 2004/06/30 01:17
사실 저도 보면서 '으음?동굴의 여왕틱 하잖아?'라는 생각을;;
Commented by 산왕 at 2004/06/30 16:23
...역시 데즈카에게는 못 미치(...상관없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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