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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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제12화
*12화 '블랙박사의 우울[憂鬱]':

길버트와의 격전에서 큰 부상을 입은 철인은 시키시마 중공에서 수리를 받게 된다. 철인을 시키시마 박사에게 맡기고 차로 귀가하던 쇼타로는 길가에 세워진 차 안에 한 청년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고열에 시달리던 청년은 정신을 잃기 전에 '블랙박사...적사관...'이란 말을 남긴다. 청년을 진찰한 의사는 그가 생전 처음 보는 미지의 열병에 걸려 있으며 현재로서는 치료법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수상한 2인조가 병원에 숨어들어 문제의 청년을 납치해가고 만다. 쇼타로의 연락을 받고 병원에 와 있던 오오츠카 서장이 경관대를 이끌고 범인들이 탄 구급차를 추적하지만, 그것은 미끼였다. 청년은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반된 것이다.

타카미자와의 조사에 힘입어, '적사관'이라는 건물이 어느 지방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마을에 직접 찾아간 쇼타로와 서장은 적사관이 일종의 진료소로서, 블랙 박사라는 정체불명의 의사가 2년 전쯤에 찾아와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실종된 청년의 이름은 '사라'[佐良]인데, 그의 가족 또한 열병으로 인해 숨진 뒤였다. 열병이 돌기 시작한 시기는 블랙 박사가 마을에 찾아온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

전쟁 중에 입은 상처를 숨기기 위해서라며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는 블랙 박사는 사라 청년이 자기에게 진찰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한다. 일단 서장은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 도쿄로 돌아가고, 쇼타로 혼자 마을에 남아 적사관을 조사하기로 한다.

2층 창문 옆의 나무로 기어올라가 집 안으로 숨어드는 쇼타로. 그가 들어간 방에는 여러 가지 장난감과 함께, 붕대로 몸을 싸맨 채 작은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었다. 쇼타로는 블랙 박사가 올라오는 발소리를 듣고 재빨리 옷장에 몸을 숨기지만, 창문이 열려있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긴 박사에게 발각당하고 만다.

지하 연구실로 끌려온 쇼타로는 사라 청년이 감금되어 있는 것을 목격하고, 역시 마을에 열병을 퍼뜨린 장본인은 블랙 박사 본인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전쟁 중에 남방의 섬에서 군의관으로 일하고 있었던 박사는 미지의 열병에 의해 동료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보아가면서 자기 능력에 대한 회의와 병원균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나간다. 결국 종전 후 박사 혼자 살아남아 귀국하지만, 문제의 병원체는 계속 박사의 몸 안에 남아 그의 생명을 좀먹어 가면서 얼굴마저도 흉하게 바꿔버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 죄 없는 그의 어린 아들의 육체까지도...!

박사는 병원균을 물리칠 수 있는 항체를 만들기 위해 순진한 마을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척 하며 그 열병을 주입, 실험을 계속해 왔다. 사라 청년은 그 사실을 알고 탈출하여 세상에 알리려다가 자기 또한 열병 때문에 쓰러진 것이었다. 청년의 탈주 때문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절망을 감추지 않는 블랙 박사. 그러나 쇼타로는 '분명 당신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사라 씨를 구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직 당신에게 의사로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이라고 역설하고, 블랙 박사는 마지못해 사라에게 통증을 가라앉히는 처치를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쇼타로가 사라의 얼굴빛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발견하고 박사에게 알리자, 반신반의하던 박사는 현미경으로 그의 혈액을 관찰하고 깜짝 놀란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항체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제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러나 기뻐할 사이도 없이, 위층에서 연기가 밀려들어온다. 아들이 어둠 속에서 갑갑해할까봐 블랙 박사가 켜놓은 촛불이, 쇼타로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바람에 떠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집안에 불이 났던 것이다. 거의 광란상태가 되어 위층으로 뛰어올라가는 블랙 박사. 쇼타로는 가까스로 손발을 묶은 끈을 풀고 사라를 구하려 하지만, 이미 그들이 있는 실험실도 화학약품의 연쇄폭발로 인해 불바다가 되려 하고 있었다.

위기에 빠진 그들을 구한 것은 철인이었다. 쇼타로의 안전을 염려한 서장과 시키시마가 수리가 끝난 철인을 데리고 달려온 것이었다. 시키시마로부터 조종기를 받아든 쇼타로는 불 속에 갇힌 블랙 박사 부자를 구하려 하지만, 박사는 이미 연기에 질식하여 싸늘하게 식은 아들을 품에 안고서, 구출의 손길을 거부한다.

"사람의 목숨을 구해야 할 의사가 수많은 마을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말았다...
열병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아무리 자식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결코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 전쟁 중의 비극을, 나는 이 마을에서 되풀이하고 말았던 거다.
자식의 병상을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고 말이지.
지금 열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저 청년의 항체로 살릴 수 있다!"

"블랙 박사!!!"

"하하하하하하하하,
마치 나를 동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철인.
하지만 조심하라구.
'같은 굴 속의 너구리'(=한통속, 동류)라는 말도 있지 않나!
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쇼타로 일행과 마을사람들, 그리고 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울음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던 블랙 박사는, 불꽃에 휘말려 사라져 간다...


*주저리:

-원작과 마찬가지로 전체 스토리와는 별 상관 없는 중간 외전 격의 이야기. (아무래도 다음회인 '빛나는 물체' 또한 1회로 끝날 가능성이 큰데... 설마 이렇게 13화로 끝내버릴 것 같지는 않고, 역시 2쿠르로 넘어가기 위해 중간에 숨고르기를 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13화가 끝난 뒤에야 확실한 것을 알게 될 듯.) 다만 전편에서 크게 망가진 철인을 고치느라 전반부에는 철인이 전혀 활약하지 않는데, 연속 스토리로서의 이점을 살려 원작의 '왜 이 이야기엔 철인이 안 나오냐?'라는 의문을 말끔히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

-원작에서는 단순히 '유전병' 때문에 죽어가는 아들을 고치기 위해 사라의 '육체 그 자체'를 노리는 이야기였으나, 여기서는 블랙박사를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군의로 설정하여 그때 걸린 열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라를 실험체로 항체를 길러내려 한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본작의 분위기를 살리며 설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편, 보다 리얼하고 알기 쉬운 동기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할 만하다. 별로 상관없지만, 태평양전쟁 때 죽어가는 병사들을 앞에 두고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자고 약속했었잖아!'라며 괴로워하는 블랙박사의 모습은 완전히 블랙잭의 닥터 키리코...(투캉)

-다만 한가지 이상한 건. 회상신을 보아하니 전쟁 중에도 복면을 계속 쓰고 다녔던 것 같은데, 나중에 쇼타로에게 얼굴을 보여줄 때는 마치 그 열병 때문에 얼굴이 흉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어서, 그럼 대체 전쟁 중에는 왜 쓰고 있었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뭐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참고로 쇼타로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실제 블랙박사의 맨얼굴은 절묘한 구도로 짤려서 화면상에는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원작에서도 가면을 벗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 어설프게 새로 얼굴 만들어주는 것보다 이렇게 연출해서 궁금증을 부추기는 게 더 나을지도.)

-인명구조에 매진하는 철인을 보자니 로보트 태권브이 90[나인제로] 도입부 생각이 나서 잠시 굴렀음. (아파트 화재에서 어린이를 구하지 못해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훈이는 우울증에..... 우하하하 데굴데굴)

-이렇다 할 액션이나 반전 없이 그야말로 대화와 '무드' 만으로 수리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라, 뭔가 화끈한걸 기대한 사람에겐 좀 졸리는 에피소드일지도 모르지만, 평소때의 하드보일드 소년탐정물틱한 분위기에서 일전하여 다소 공포와 애수가 섞인 고딕 호러풍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나름대로 신선한 맛을 내기도 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묵묵히 바라보는 '철인의 시선'이 이렇게나 강조된 스토리도 드물 것 같다.

-묘하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 그야말로 중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블랙박사의 목소리. (어떻게 보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차분해서 좀 탈력기미가 있지만...라스트의 명연기로 다 해소된다;) 대체 성우가 누군가 했더니...

...카유미 이에마사...라는 이름인가.
잠깐만,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대체 어디서...
으음...
이, 이것은!

국제경찰기구의 '고요한 츄죠' 장관!

......어째 사라청년의 캐릭터 디자인이 영락없는 오선생이다 했더니...(퍼펑)
역시 멋진 이마가와. ;>
(참고로 사라청년의 성우는 우리의 세키토모...두두둥)

→천년용왕님의 감상으로 GO!
→라이거님의 감상으로 GO!
→Sion님의 감상으로 GO!
by 잠본이 | 2004/06/26 12:07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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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작가 at 2004/06/26 13:11
...... 단편시나리오......
그나저나 무라사메와 옥스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이마가와 감독!!
Commented by 라이거 at 2004/06/26 13:25
한편 짜리 에피소드 입니까.
보고 싶습니다.. 컴퓨터여, 부활하라.
Commented by 페이 at 2004/06/26 14:17
츄죠장관역의 성우가'하하하하하하'라...
무지 보고싶습니다.;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4/06/26 16:14
'태권브이 고철'이라는 기사와 함께 "이젠 끝장이야!"하던 훈이.
다른 의미로 참 걸작이었죠. (적어도 보고 있으면 지루할 일은 없는 작품)

처음 블랙박사 목소리 들을 때 순간 '음?'하고 의심해서(다른 때라면 설마 하고 넘어갔겠지만 이마가와라면 있을 수 있으니까) 스탭롤 나올 때 어디 보자, 하고 기다려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였더군요. 이젠 누구 남았냐,라는 생각만 드는. (풀썩)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6/27 00:57
그러니까 츄죠 장관이 오 선생을 병원균으로 지배하고 있었던 거군요.
(어째 가이버의 크로노스 과학자들 생각이…)
Commented by Ninjalee at 2004/06/27 13:30
엘리제의 우울[憂鬱]..(요점은 그게 아냐)
Commented by Sion at 2004/07/15 00:58
어디서 들었다 싶었더니 그런 성우 조합이었군요(쿨럭) 역시 언제나 넘쳐나는 정보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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