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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평전
원제: Kants Welt
저자: 만프레트 가이어
출판사: 미다스북스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독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수년의 수행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평생 동안 그 도시를 떠나지 않고 매우 고요하고 절제된 나날을 보내며 자기의 독자적인 철학 체계를 완성한 학자였다. 사실 그 때문에 그의 일생은 다른 위인들의 일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충격적인 일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 때문인지 이 책도 (원제가 '칸트의 세계'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칸트의 외부적인 삶보다는 그의 내면에서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되는 사상적, 철학적인 흐름을 추적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책만을 읽고 칸트의 업적이나 그의 사상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전공자나 평소에 관심을 갖고 조사해 온 독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개념과 논리 전개로 가득한데다, 문장 자체도 독일어의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무리하게 옮기다보니 도저히 한국어라고는 볼 수 없는 괴이한 문장도 속출하고, 가끔 가다 문맥을 잡기 힘든 의미불명의 단락도 적잖게 끼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의 철학 또한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아이작 뉴턴의 물리학과 스베덴보리의 신지학, 그리고 크리스티안 볼프의 형이상학 등 당대의 빼어난 사상과 이론을 받아들이고 재검토하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형성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신'이나 '종교'로부터 독립하여 순수한 '이성'에 기반을 둔 윤리학 체계를 주장함으로써 당시의 계몽사상이나 정치적 혁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솔직히 그외의 자세한 사항은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보며 스스로 알아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철학에 조예가 깊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고 내용 자체도 '평전'이라기보다 '연구서'에 어울리는 내용이기 때문에 소화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다 읽긴 했지만 완전히 이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건 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전문가 대상으로 나와야 할 책을 무리하게 일반인도 읽을 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전기문학'으로 포장하야 발매한 출판사의 오산 때문인 듯 하다.

칸트에 대해 빠삭하고 기괴한 직역 문체도 문제없다! 라는 분이 아니라면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나마 이 책에서 건질 만한 건 칸트가 뜻밖에도 자연과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나 (결국 실험보다 형이상학적 사유로 그 이치를 밝혀내려고 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스베덴보리의 영혼세계에 대한 저술이 젊은 칸트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주었다는 점 정도랄까.
by 잠본이 | 2004/06/17 21:50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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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헬렌 켈러 -.. at 2012/04/29 00:40

...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ps. 탄탄한 신앙심에 바탕을 둔 낙관적 사고를 지닌 헬렌은 또한 신지학자 스베덴보리의 열렬한 숭배자였다고 하는데... 저번에 칸트도 그렇지만 여기에까지 이 인간의 이름이 나오다니 의외로 대단한 영향력;;;;;; ... more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4/06/17 21:51
칸트하니 기말고사의 아픔이 생각납니다.(헤겔은 그럭저럭 썼는데 칸트는 거의 GG)
Commented by jinliger at 2004/06/17 22:04
갑자기 토마스 쿤 생각 나네요. 칸트의 철학 체계의 형성
과정은 확실치는 않지만 과학혁명의 형성 과정과 뭔가 닮은
데가 있습니다.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4/06/17 22:11
GG -> Good Game의 약자로, 원래 스타크같은 게임에서 졌을때 진 쪽이 이긴쪽에게 예의로 했던 말이었습니다만 저나 다른분들은 그저 '졌다'(Giveup Game?), '질렸다' , '포기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6/17 22:11
난 또 Good Grief(찰리 브라운의)인가 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
Commented by 산왕 at 2004/06/18 00:02
융의 평전과 키에르케고르의 평전같은 경우는 초심자용 쉬운 해설서..를 겸한 물건이었는데..칸트 아저씨는 그렇지 못한가 보군요..칸트 아저씨의 멋들어진 말 중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거군요

"나의 활동영역. 그것은 곧 시간이다."
Commented by 작가 at 2004/06/18 00:04
고교시절 서양철학중 칸트만 나오면 선생이 말을 하는건지 뚤루뚤루뚤루루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6/18 00:33
대학교 철학강의 때 교수가 하필이면 칸트전공이었지요. 가끔 질문이 나오면 말하는 자신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면서 답변하는 분위기였는데 성적은 후하게 주더군요.
Commented by 에베드 at 2004/06/18 00:47
철학을 배울때만큼은, 독일어나 영어 중 아무거나 하나라도 잘해서 원서로 책을 읽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나라 철학 번역서는 말이 어려워요. 성경책이 우리말은 옛말투라 어려운데 영어는 쉬운 것처럼 철학책도 딱 그렇더군요. ....그냥 쉬운 말로 번역해주면 안될까요? 번역하시는 분들~~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4/06/18 03:01
철학의 경우 최대난관은.. 복잡한 개념을 함축한 약속어를 많이 사용하는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걸 알고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편리한 요약문인데.. 모르는 사람한텐 난수표가 되는게지요;

과학철학의 성립과 심리학의 분리과정에서도 칸트선생 얘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19세기 후반이전까지의 심리학은 역시 철학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되는지라..;
http://www.aladdin.co.kr/catalog/book.asp?UID=1912638555&ISBN=8989103444
관심 있으시다면 이 책도 괜찮을 듯 합니다..^^ 제목은 인지심리학이지만.. 사실 내용의 절반 이상은 역사적인 성립배경과 주변부학문과의 사상,패러다임 교류사를 다룬 심리철학사에 가깝거든요.
(제일 존경하는 교수님 작품이라서 추천하는 건 절대 아니..;;)
참, 링크 신고합니다. [본론이 왜 제일 뒤에 나와!]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4/06/18 03:07
정치학 교수님이 칸트는 필견이라 하시더군요 ~_~a
Commented by 마키 at 2004/06/18 10:37
윤리 때문에 수능을 망친 아련한 기억이 -_-;;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4/06/18 11:34
GG는 '기권' 의 약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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