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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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2004) 제10화
*10화 '의문의 초인간 케리':

마키무라 박사의 집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들어간 쇼타로 일행은 계단을 걸어나오는 수상한 그림자와 마주친다. 중절모를 눌러쓰고 코트를 입은 채 전신에 붕대를 감은 그 남자는 '내겐 더이상 시간이 없다. 누구도... 나의 꿈을... 방해하게 그냥 두지 않겠어!'라고 외치고는 도주한다. 붕대가 풀리면서 드러난 철가면같은 얼굴과, 보통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도약력, 그리고 총알도 튕겨내는 단단한 몸체. 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쇼타로는 도망치는 범인을 급히 쫓아가지만 결국 놓치고, 대신 수풀 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존슨과 재회한다. 두 사람은 급히 2층으로 올라가지만 역시 마키무라 박사는 이미 살해당한 뒤였다. 서장은 박사가 역시 범인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 짐작하지만, 그가 죽은 이상 단서를 잡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쇼타로는 박사의 시체 옆에 피로 적힌 글씨를 가리킨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과 숫자로 이루어진 그 문자열은, 박사가 죽기 전에 남긴 다잉 메시지였다.

드라그넷의 인간관계나 지난 연구에 대해서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짚이는 데가 없게 되자, 결국 쇼타로 일행은 그 메시지 'YE6W5'을 해독해보기로 하고 밤샘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어딜 뒤져봐도 해독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조사를 중지하고 차를 꺼내어 밤길을 달리던 쇼타로는 무심코 대형 건물의 옥상에 설치된 뉴스 전광판을 보고 뭔가를 깨닫는다.

다시 마키무라 저택의 정원으로 돌아온 일행. 쇼타로는 범인을 추적할 때 던진 막대기가 정원의 Y자 모양 나무에 맞았을 때 쇳소리가 난 것을 기억해내고, 그 나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정표임을 알아낸다. 뉴스의 NEWS는 영어의 동서남북을 나타내는 단어들로부터 머릿글자를 따 와서 만들었다는 유래에 착안, Y가 그 나무라면, E와 W는 '동쪽'과 '서쪽'이라는 방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추리한 것이다.

"알았다! 그럼 이 나무에서 출발해서 동으로 6보, 서로 5보라는 얘기지? 바로 여기네!"
뛸 듯이 기뻐하는 타카미자와. 그러나 쇼타로가 그럴거면 애초에 '동으로 1보'면 될 걸 뭐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했겠냐고 찬물을 끼얹는다. 뾰로통해져서 도끼눈을 뜨는 그녀를 못본 체하고 쇼타로가 설명을 계속한다.
"동과 서는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죠. 그렇다면 태양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요?"
"오호라!"
"게다가 이 나무. 일부러 인공적으로 이런 걸 만들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나무 자체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메시지에 남겨진 방각과 수치는, 이 나무를 중심으로 한 태양빛의 방위와 각도가 아닐까 싶어요."
쇼타로는 철인에게 이 시기에 태양빛이 비칠만한 높이로 미리 맞춰놓은 전등을 부착하고 나무 뒤에 서게 한 다음, 동으로 6보, 서로 5보 걷게 한다. 그리고 서장으로 하여금 그때마다 땅에 비치는 그림자를 선으로 표시하게 한 뒤, 두 선이 만나는 곳을 철인의 손으로 파헤치는 것이었다.

과연 그곳에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철 상자가 묻혀 있었다. 상자의 내용물은 영어가 아닌 유럽 어딘가의 언어로 기록된 서류뭉치들. 타카미자와의 실력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하여, 일단 시키시마 박사에게 들고 가서 분석을 의뢰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들이 탄 차가 시키시마 중공 근처에 다다랐을 때, 공장 쪽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의문의 괴인이 엄청난 속도로 뛰쳐나온다. 쇼타로는 철인에게 추적을 명령하지만, 괴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다. 시키시마 중공에 도착하여 박사와 합류하는 일행. 박사는 몰래 숨어든 범인과 교전 중에, 로켓의 보조엔진 하나가 폭발을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역시 녀석은 로켓을 노리고 있었던 건가....."

박사의 사무실에 모여서 서류를 검토하는 일행. 호텔에 머물고 있던 존슨도 쇼타로의 제안에 의해 소환되어 자리를 같이한다. 서류를 읽어본 시키시마 박사는 드라그넷이 전쟁중에 마키무라와 함께 진행했던 신병기의 연구를 전후에도 계속하여 우주개발에 이용하려 했으나,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길버트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듯하다고 말한다. 그 신병기의 정체는, 살아있는 인간에게 기계부품을 이식하여 보통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초인간'이었다! 길버트 이전에 그가 만들었던 것은 로봇이 아니라 개조인간이었던 것이다.
"드라그넷 박사는, 그들을 어디까지나 전쟁을 위한 병기로 취급했던 거다. 우주개발을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겠지."
시키시마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가지 있다네. 드라그넷 박사의 연구에 참가했던 그들, 그러니까 초인간들의 심정은 도대체 어떠했었을까?"
그 말을 들은 존슨의 눈썹이 움찔한다.

"과연 그들은 진정으로 전쟁을 위해, 그 몸을 바친 걸까?
그건 아니겠지.
무언가 다른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그들은 그 범인처럼, 마치 로봇같은 모습으로 변모당하여,
실패작의 낙인마저 찍히고 말았다.
실패작의 낙인...대체 나는 몇 번이나 그걸 찍어왔던가.
28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철인들이 실패작으로서 매장당해야 했다.
그래, 8호, 16호, 24호....
만일 그들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입술을 깨물며, 얼마나 큰 원한을 품었겠는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28호는 차라리 행복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병기로서 한번은 매장당했다고 해도, 되살아난 지금은,
쇼타로군이라는 형제가 곁에 있어주니까 말일세."
복잡한 심경으로 박사를 바라보던 쇼타로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러나 오오츠카 서장은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말한다.
"하지만...아무리 범인에게 동정의 여지가 있다 해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다음에는 길버트를 사용해서 로켓을 습격해올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 말을 받은 타카미자와가 '하지만 범인은 지금 어디에 숨어있을까요'라고 묻자 곤란한 표정을 짓는 서장. 그때 쇼타로가 뜻밖의 말을 꺼낸다.
"어쩌면 범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죠."
"뭐?"
쇼타로는 드라그넷이 살해당했을 때 범인이 융단에 깊은 발자국을 남긴 것을 지적한다. 기계장치가 되어있는 몸인 만큼 무거운 것은 당연. 하지만 문제는 마키무라 저택에 갔을 때 따라들어간 존슨도 똑같은 발자국을 남겼다는 것이었다. 뜻밖의 지적에 경악하여 존슨을 바라보는 일행.
그러나 존슨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아까 로켓이 습격당한 시간에 자기는 호텔에 있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쇼타로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반론한다.
"예. 당신이 보통의 인간이라면 알리바이는 성립합니다.
하지만 초인간이라면... 단시간만에 여기서 호텔까지 이동할 수 있죠. 드라그넷 박사를 죽인 뒤 호텔 밖으로 나가서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것도 식은 죽먹기였을 테고요.
당신은 우주개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드라그넷 박사에게 의지했으나 그에게 배신당하자.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박사의 조수 존슨으로서."
"아니야!"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고, 서장이 황급히 라이터불을 밝힌다.
얼굴을 감싸고 부인하던 존슨의 뇌리에 그날 밤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드라그넷을 죽이던 바로 그날 밤의 기억이.
"너...너는...너는!"
"그렇습니다. 접니다."
"아냐! 그럴리가 없어. 그때 너는 가동되지를 않았다. 움직이지 않았다고! 그래서 나는... 나는!"
"아니야! 나는... 나는 실패작 따위가 아니야!"
회상에서 깨어난 그는 절규하며 얼굴의 가면을 잡아뜯는다. 그 아래에서 드러난 것은 범인의 차가운 철가면이었다.
존슨이 바로 케리였던 것이다!

시키시마는 케리를 진정시키며 자기에게 그를 고칠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그는 '안돼! 그래서는...시간에 맞출 수 없어!'라며 벽을 뚫고 로켓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나간다. 급히 철인을 출동시키는 쇼타로. 그러나 케리는 '방해하지마라!'고 외치며 맨손으로 철인을 잡아흔들더니 공장 쪽으로 집어던져 버린다. 그러나 케리 자신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탓에, 방전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급히 케리 쪽으로 달려오는 일행. 그러나 다시 일어선 케리는 시키시마를 납치하여 도주를 시작한다. 급히 철인에게 추격토록 하는 쇼타로. 그러나 케리가 불러낸 길버트가 철인을 막아서더니 용해액을 발사한다! 철인은 간신히 피하지만 빗나간 용해액에 맞은 크레인이 부러져 쇼타로 일행이 있는 쪽으로 쓰러진다. 위기일발의 순간, 철인이 크레인을 막아 그들을 구한다. 하지만 케리는 이미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춘 뒤였다...


*주저리:

-지난회에 이어 쇼타로군이 탐정으로서의 수완을 아낌없이 내보이는 공상과학 미스터리 극장 철인28호(농담 아님). 하지만 이미 케리의 속성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문제의 상자를 발굴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지만 정작 그 내용물에 대해서는 '그게 다야?'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으니 좀 문제가...-_-

-원작의 영역을 완벽하게 넘어서버린 엄청난 반전. 원작에서는 형제였던 케리와 존슨이 사실은 같은 사람이라는 설정으로 바뀌어 충격도 두배! (...케리가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늘 존슨이 모습을 감춘다던가 혹은 존슨이 있을 때는 길버트만 나타나던가 하는 걸 보고 '둘이 한패인가'라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진짜로 한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저런 위험한 녀석을 같은 자리에 불러내어 태연한 얼굴로 '수수께끼는 풀렸다! 범인은 바로 너!'라고 까발려 버리는 쇼타로는 대체 얼마나 강심장인 것이냐...(자칫하면 자기도 죽을 수 있을텐데 말이지;;;)

-특히 이번 편에서 주목할만한 장면은 케리의 비애를 대변하는 듯한 시키시마의 명대사들. (또한 그 장면에서 분위기 조성용으로 나와 펄럭거리는 나비들) 그 대사에 뭔가 감복을 받은 듯한 케리는 시키시마를 보쌈하여 무언가를 시킬 작정인가본데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설마 죽기 전에 로켓 한번 띄워서 우주에 나가 지구를 보며 '이젠 됐다'며 꼴까닥하려는 건가...뭔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같은 설정이군;;; 농담이긴 하지만 만약에 진짜로 이렇게 전개된다면 점집 차려야겠다 무하하하)

-그건 그렇고 시키시마...전쟁 중에 만든 실패작 철인들을 몽땅 땅속에 그냥 묻어버리고 본국으로 돌아온 거냐? 그건 공업 폐기물 불법투기라고! 거기서 흘러나온 폐수가 농수산물에 섞여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축적되면 몇 대에 걸친 오염이...(;;;)

...라는 건 농담이지만, 28호 이전에 '실제로 시험제작까지 들어간' 철인의 번호가 언급된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아무래도 저놈들 외의 다른 녀석들은 설계도만으로 끝났을 공산이 크다)

-본편 중에 굳이 케리를 '초인간'이라는 구시대적인 명칭으로 부르는 이유는, 시대 배경이 50년대이기 때문... ('사이보그'라는 단어는 60년대 이후에야 일본에 들어오니까 어쩔 수가 없다)

-케리 또한 전쟁과 그에 개입된 추악한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피해자로서, 분노와 울화로 가득한 복수극을 처절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또한 이에 더하여 '벼락 맞고 깨어났다'던가 '자기를 만든 과학자를 죽인다'던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스러운 모티브도 충실히 계승하여, 이전의 몬스타 에피소드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초반에 마키무라 저택에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계단 내려오는 장면을 보면 오히려 유니버설판 투명인간이 생각나는...두둥)

-조사중에 스타킹 솔이 뜯어지자 '우엥 이거 비싼건데'라며 언짢아하거나 흥에 겨워 추리를 내놓았다가 쇼타로 때문에 묵사발이 되자 인상을 쓰는 등 타카미자와상의 상큼발랄개그파워도 여전. 참고로 쇼타로가 들었다가 내려놓은 서류상자 안에 들어있는 신문에는 '샌프란시스코 방위조약'의 기사가! (...일본에는 철인이 있는데 굳이 미국이 지켜줄 필요가 있나 그런데? -_-)

-초반 나레이션 등 정황증거를 보니 아무래도 드라그넷은 2차대전 중에 '동맹국'의 과학자였던 것만은 틀림없는 듯...(역시 나치 쪽인가? 아니면 파시스트?) 하지만 실제로 일제와 다른 동맹국 사이에 저런 공동연구가 가능했을까는 좀 의문.

-이번회는 길버트보다는 오히려 케리의 초전력(...)이 돋보였는데, 마키무라 저택에서 경관대 상대로 깽판치는 부분은 뭔가 G건달 1화의 도몽(...), 정체가 탄로나자 도망쳐서 물 위로 샤샤샥 달려가는 부분은 뭔가 신행태보(...), 그 직후 철인이 쫓아오자 맨몸으로 철인 팔을 움켜쥐고 붕붕붕 휘두르다 던져버리는 부분은 뭔가 유파 동방불패(...). 우오오 화면만 어둡지 않았으면 더 불타오르는 연출이었을텐데! >_<

(...그러고보니 타카미자와가 잘난듯이 이스트 웨스트 사우스 노스를 열거할때는 나도 모르게 "동서남북 중앙불패 슈퍼 아시아?!"라고 외칠 뻔.....(미쳤군)

-다음회는 드디어 케리의 최후. 자 과연 어떤 활약을 보여줄 것인가! 잡혀간 다이사쿠...아니 시키시마 박사의 순결운명은 과연? (...뭘 걱정하고 있는거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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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거님의 감상으로 GO!
by 잠본이 | 2004/06/11 17:44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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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4/06/11 17:50
미카무라 박사!! [...]
Commented by 페이 at 2004/06/11 19:18
아하하하! 동인녀의 마인드를 건드리셨습...이 아니라; 늘 감상 잘 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라이거 at 2004/06/11 21:17
시키시마 정말 멋집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6/11 22:34
공동개발은 커녕, 돈도 제대로 안 주고 설계도 내 놓으라고 떼를 썼다고 독일이 투덜거렸지요. 전쟁 말기의 일입니다만.,
Commented by 끄레워즈 at 2004/06/12 10:58
어제서야 봤지만, 대략 충격이었지요...
더군다나 시키시마가 케리에게 붙잡혀 갈 땐,
순간 시키시마의 성정체성이 의심스러워 지기까지 하더라는...;
Commented by 작가 at 2004/06/12 13:19
잠깐만.... 9화의 존스, 아니 캐리의 회사에서 등장한 녀석은 그럼 누구지? 존슨 = 캐리 가 돼버린 이상! 그 녀석은 누구냐!! 이런 식으로 일주일 동안 사람의 피를 말리려는 거냐 이마가와아아아아!!!!!!!!!(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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