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괴수조련사와 소년 : 울트라맨의 작가들
원제: 怪獣使いと少年 ~ウルトラマンの作家たち~
저자: 키리도시 리사쿠
출판사: 타카라지마샤

츠부라야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SF특촬 드라마로서의 울트라 시리즈는 몇 개의 분기로 나누어지는데, 본서는 그 중에서 1기 시리즈와 2기 시리즈 초반에 관여했던 이른바 '울트라 창세기'의 각본가들 중 4인을 픽업하여 그들의 대표작품과 성장배경, 그리고 그들이 가진 사상과 일본이라는 사회에 대한 태도를 대조해 가며 보여주는 일종의 '작가론'이다.

첫번째 작가는 <울트라Q>에서 <울트라 세븐>에 이르는 초기 3부작에서 시리즈 구성과 전체의 조율을 맡아 사실상 시리즈의 기초를 쌓은 킨죠 테츠오. 그는 오키나와의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신념과 코스모폴리탄적인 이상을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 일본과 오키나와의 중개자 역할을 자청했으나 결국 좌절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요절한 비극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저 근거없는 희망에 들떠서 어떻게든 두 개의 세계를 융합시켜 그 속에서 자기가 있을 장소를 찾으려 했던 그를, 저자는 '영원한 경계인'이라 부른다.

두번째 작가는 초기 3부작에서 주로 변화구에 해당하는 작품을 써서 킨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시청자에게 안겨다 준 사사키 마모루. 그는 <코메트상>, <아이언킹> 등의 어린이프로 뿐만 아니라 <7인의 형사>, <여자 풍림화산> 등 성인 대상 드라마나 희곡에도 손을 대어 다양한 분야에서 절찬을 받았다. 어린 시절 전쟁의 광기와 패전으로 인한 어른들의 태도 변화를 뼈저리게 체험한 그는 전후(戰後) 지식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극도의 허무주의와 천황제 비판, 그리고 일본 내의 타자(他者)에 대한 속죄의식과 결부된 '일본원주민 개념'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끊임없이 파헤치면서도 대안보다는 냉소를 보내는 데 익숙한 그를 저자는 '영원한 방관자'로 규정한다.

세번째 작가는 킨죠의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오키나와 출신으로, 2기의 서막인 <돌아온 울트라맨>의 구성에 관계한 우에하라 쇼조. 그는 킨죠가 돌아간 이후에도 계속 일본에 남아 <비밀전대 고렌쟈>나 <겟타로보> 등 애니와 특촬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어린이 프로에 관여하여 명성을 쌓았고, 근래에는 소설의 집필을 하고 있다. 킨죠와는 달리 일본과 오키나와 그리고 미국의 점령군 사이에서 벌어진 참혹한 현실을 직접 체험한 그는 '국가'나 '민족'이라는 대의를 철저히 부정하고, 오직 '가족'이나 '동료'같은 개인 차원의 정의를 소중히 여겨, 그에 대한 배신을 철저히 단죄하는 작풍을 낳았다. 일본사회 속에 섞여 살면서도 절대 동화되지 않고 이분자로서 남아있으려 하는 그를 저자는 '영원한 이방인'이라 칭한다.

네번째 작가는 2기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울트라맨 에이스>에 주로 관여하고 그 이후로는 성인 대상 드라마로 완전히 업종전환한 이치가와 신이치. 어린 시절 결핵으로 어머니를 잃고 계모나 짓궂은 급우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일상을 보내며 공상으로의 도피를 낙으로 삼았던 그의 작품에는 사회비판이나 그 비슷한 종류의 주제의식보다는, 소외당한 자의 외로움, 아픔, 원념 같은 것이 더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데, 그런 그의 배경이 성별을 초월한 '완전한 신성'을 지닌 캐릭터로서의 울트라맨 에이스를 낳게 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깊다. (그러나 시청자도 제작진도 그 이상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결국 에이스는 시리즈 중간에 '남자 1인'으로 돌아온다) 구원을 갈망하면서도 현실을 너무 잘 알기에 결국 스스로 구원을 부정하고 쓸쓸히 떠도는 모습을 그릴 수밖에 없는 그를, 저자는 '영원한 부유자[浮遊者]라고 말한다.

본서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울트라맨이나 관련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주제를 논하는 책이다. 4인의 작가들이 어떤 배경에서 성장하여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러한 그들의 삶과 사상이 당시의 일본 사회라는 역사적 구조물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현대의 오타쿠 문화에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TV연예나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재미가 반감된다) 4인의 작가가 공통적으로 괴수 혹은 히어로에게 의탁했던 것은 바로 소외당한 자, 버림받은 자, 차별당하는 자의 '고독'과 '고통'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피차별민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키나와인이나 아이누인 뿐만 아니라 재일 조선인의 실태에 대한 언급도 상당 부분에 걸쳐 나온다는 점. 본서의 제목으로도 차용된 '괴수조련사와 소년'은 우에하라 각본, 토죠 쇼헤이 감독에 의해 영상화된 <돌아온 울트라맨>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가리키는데,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차별민 부락에 살게 된 소년과, 그와 우연히 만나 돌봐주는 중년 노동자의 이야기다. 사실 그 노동자는 지구를 조사하러 온 외계인이었으나 환경오염 때문에 초능력을 잃어, 강가에 묻어 둔 우주선을 꺼낼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소년이 마을 주민들에게 외계인이라는 의심을 받아 집단 린치를 당할 처지가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외계인은 나다'라고 밝혀,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처음 찍은 필름에서는 죽창에 찔려죽지만 방송국 측에서 클레임을 걸어오는 바람에 경찰관에게 사살당하는 걸로 변경했다고 한다) 라스트는 소년이 뭔가에 홀린 듯이 숟가락 하나만 가지고 우주선을 파내겠다며 강변의 흙더미를 긁어대는, 참으로 암울한 장면과 함께 끝이 난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리얼타임으로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후 대학에 들어가 차별문제를 다루는 학회에 참석하면서 이 이야기가 사실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대학살을 은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 이야기에서 죽은 노동자의 이름 카네야마[金山]는 창씨개명당한 김[金]씨를 연상시킨다) 우주선을 찾겠다고 흙바닥을 파헤치는 소년의 몸짓은, 결국 일본 역사의 뒤안길에 아무도 모르게 매장되어버린 수많은 희생자들의 유골을 파내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비단 이러한 예 뿐만 아니라, 초기 울트라 시리즈의 '적'들(괴수 혹은 외계인)은 명백한 악이라기보다는 외부에 있는 또 다른 무언가, 즉 타자(他者)의 상징으로서 등장하여, 때때로 지구인(즉 일본인)의 내부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기억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곤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무리 어린이 프로라고 해도, 그 안에 감춰져 있는 역사적 맥락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만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서는 단순한 대중오락의 작가/작품론을 넘어서서, 현대 일본사회 그 자체를 보는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런 사회학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본서는 울트라 시리즈가 어째서 1기와 2기 사이에 그렇게 많은 변화를 겪으며 '히어로의 인간화'라는 방향으로 접어들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킨죠가 제시했던 '빛의 아이'로서의 울트라맨 상(像)은 60년대 고도성장기를 대변하는, 희망에 가득한 낙관적인 미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성장에 대해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며 끊임없이 제동을 거는 사사키의 울트라맨 상(像)이 잠복하고 있다. 우에하라는 <돌아온 울트라맨>에서 현실의 가혹함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울트라맨의 신성함을 벗겨내어 '갈등하는 인간'으로서 그려냈다. 그리고 결국 이치가와는, <울트라맨 에이스>의 마지막회에서 인간에게마저도 이해받지 못하고 고독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소외당한 자'로서의 히어로를 그려내고 말았다. 단절된 것처럼 보이는 이런 사실들이, 사실은 모두 하나의 흐름 속에 수렴되는 여러 가지 국면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과 더불어, 자신도 별로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한 오타쿠 출신의 저자가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도 본서의 중요한 포인트다. 미야자키 츠토무의 연속살인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지만 이후 제대로 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그대로 '기분나쁜 녀석들' 정도로 낙인 찍힌 오타쿠들의 존재의의란 과연 무엇인가? 그들이 그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만약 오타쿠란 것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여 사회와 단절되어버린 어린이'라면,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가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본서의 전체에 걸쳐 은근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본서는 1993년에 하드커버로 초판이 발매되었는데 사실상 저자 키리도시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읽은 것은 2000년에 타카라지마 문고로 나온 개정판으로, 모 님의 제보로 홍대입구 망가진에서 구입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저자의 다른 서적은 거의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고, <미야자키 하야오 론>이라는 책만이 번역되어 있는 실정이다. (뭐 그거 자체는 상관없지만... 이 번역서의 날개 부분에 적힌 필자 프로필이 참으로 가관이다. <지구는 울트라맨의 별>을 <지구는 월드맨의 별>로 해놓지를 않나...-_-)

→울트라 시리즈의 역사
by 잠본이 | 2004/06/05 11:27 | 언밸런스 존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5543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4/06/06 11:34

제목 : 너에게도 보이는 울트라의 별 (재탕)
※누가 궁금해하길래 하이텔 애니메이트 카페란에 참고삼아 올렸던 글. 천문학에 관심가진 사람 아니면 별로 흥미없을지도... 울트라맨의 고향은 어디인가? 그 의문은, 제1화에서 하야타 대원에게 본인이 이렇게 이야기하므로 금새 풀린다. “[나는] M78성운의 우주인이다.” 주제가나 스토리 안에서는, <빛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M78성운은 오리온좌에 있는 산광성운[散光星雲]을 말하지만, 『울트라맨』을 기획한......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울트라맨 타로.. at 2013/08/09 00:17

... 우에하라 쇼조</a>)에서 고우 히데키(울트라맨)가 지로 소년과 헤어질 때 “나중에 크면 MAT에 들어가도 좋다”고 말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교훈을 설파할 때 나온 대사 중 한 토막.} 후에 코타로는 괴수 아스트로몬스의 출현에 깊은 책임을 느낌과 동시에 “저 괴수는 내가 처치하겠다”고 결의하고, ZAT에 입대한다. 그리고 전투 도중, 폭발의 불꽃에 휘말려든 코타로는, 대장과 마찬가지로 그의 본질을 꿰뚫어본 울트라의 어머니(녹색옷의 아주머니)로부터 ...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츠부라야 거대.. at 2015/12/07 00:31

... 설정이 개정되긴 했어도, 학년지를 통하여 처음 알게 된 팬들에게는 말 그대로 대망(待望)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들 기획의 일부에는 『울트라맨』을 성공시킨 문예부의 킨죠 테츠오[金城哲夫]가 츠부라야를 퇴사할 때 남기고 간 아이디어도 숨 쉬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생각해 보면, ‘제1차 괴수 붐’, ‘제2차 괴수 붐’은 결코 딱 ... more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4/06/05 18:41
뭐 번역 문제는 이젠 포기입니다. T_T 그냥 원서 보고 말지.. 라는게 요즘의 심정.

NOT DiGITAL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