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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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
쿠바 미사일 위기가 한창이던 1962년.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쿠바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군사기지까지 있는 관계로, 원래도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감돌고 있던 터에, 케네디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와 군병력의 이동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학교에서는 핵공격에 대비한 대피훈련이 거듭되고, 주민들은 슈퍼마켓에 쳐들어가 생필품을 사재기한다.

이런 흉흉한 시기에 청운의 꿈을 안고 이 마을에 등장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B급 영화 제작자인 로렌스 울지. 그는 자기가 직접 개발한 특수장치와 마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기의 최신작 '인간개미Mant'를 히트시키려고 동분서주한다.

해군 관계자의 아들로 공포영화 팬인 소년 진과 그의 동생 데니스, 말은 잘하지만 행동력이 별로 없는 진의 친구 스탠, 진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진보성향의 소녀 샌드라, 스탠에게 접근하는 교내 제일의 플레이걸 셰리, 셰리에게 차인 뒤 원한을 품고 그 주위를 맴도는 불량배 하비 등등이 얼키고 설킨 가운데, 마침내 영화가 개봉하는 토요일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렘린>의 조 단테가 1993년에 발표한 복고취향의 코미디 영화. 흉흉한 시대 분위기와 어딘가 나른한 사람들의 일상이 일견 모순된 듯하면서도 사실은 표리일체를 이루며 펼쳐지는 절묘한 작품으로, 울지를 중심으로 한 영화제작의 문제나 진을 중심으로 한 가족 드라마 & 청춘 애정극이 각각 미묘한 균형 위에서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에 더하여 울지의 최신작인 흑백영화 '인간개미'도 버젓한 기승전결을 가진 극중극으로 등장하여 옛날 SF호러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 자체는 <더 플라이>(오리지널) + < THEM! >의 짬뽕이지만)

잦은 아버지의 전근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공포영화광이 되긴 했지만 사실은 가족을 생각하는 속 깊은 소년인 진이나, '고개숙이고 엎드린다고 원폭이 피해갈줄 알아?'라고 외치며 대피훈련에 불응하고, 결국 그 때문에 근신처분을 받아도 '간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샌드라, 셰리에 대한 집착 때문에 스탠을 두들겨패고 사고를 일으키지만 스스로는 자기가 시인이라 믿고 있는 천하제일 싸이코 하비 등등 각각의 캐릭터도 개성 있게 묘사되어 있어, 절로 정이 간다. 특히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만한 울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동심을 잃지 않는 장난꾸러기 같은 인물로, 진과 함께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좀 황당한 건 스트랜드 극장의 소심한 매니저 역으로 출연한 배우가 로버트 피카르도더라는 사실... (언제 핵이 떨어질지 몰라 TV와 라디오를 켜놓고 방송을 체크하며 극장 지하에 철문이 달린 방공호까지 만들어두는 삽질을 선보인다.)

중간까지의 전개가 좀 답답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사소한 오해와 실수가 겹쳐져 클라이막스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난장은 그점을 충분히 해소해줄 정도로 기발하다. 핵에 대한 현실의 공포와 싸구려 호러 영화의 전율이 한데 겹쳐지면서, 이 둘이 사실은 서로 깊게 연관된 시대적 산물들이라는 사실을 살짝 드러내보이는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고나 할까. (영화야 어떻게 되든 간에 팝콘을 허공에 뿌려대며 즐겁게 놀아제끼는 관객들의 광기어린 모습은 유쾌함과 섬뜩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자아낸다)

제목으로 쓰인 '마티니'는 프랑스어 '마티네'에서 온 것으로, (연주음악회나 영화 등의) 낮 흥행을 의미한다. 특히 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 양산된 B급 장르영화의 연속 상영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조 단테나 그와 비슷한 세대의 스필버그, 루카스 등등의 연출가들이 이런 작품들의 세례를 받고 자라나, 비슷한 소재를 메이저급으로 부풀린 영화를 만들어 오늘날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각별하게 들리는 단어이다.

출연한 배우 중에서는 샌드라 역의 리사 제이컵이 가장 인상에 남는데, 출연작을 뒤져보니 무려 '조지 루카스 인 러브'라는 경천동지할 제목의 영화에서 헤로인으로 출연했단다. 이건 또 무슨 영화인지 되게 보고 싶어지는...;;;;;;

전체적인 줄거리와는 별도로, 중간에 진의 어머니 루미스 부인이 쿠바로 출동한 남편이 돌아오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 나머지 애들이 잠든 밤중에 몰래 영사기로 가족들이 함께 찍은 무비 필름을 돌려보며 눈물짓는 장면이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시대의 불안을 가장 절절하게 보여준 장면이랄까..)
by 잠본이 | 2004/06/04 20:50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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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ECRO at 2004/06/04 21:54
간디에 비하면 아무것도...........
Commented by 히지리 at 2004/06/04 22:23
마, 마티니하면 술....OTL
Commented by 버닝야옹 at 2004/06/04 22:44
저도 제목만 보고는 술 얘기인줄 알았다는...(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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