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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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켈수스
원제: Paracelsus
저자: 에른스트 카이저
출판사: 한길사 (한길로로로 017)

파라켈수스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테오프라스투스 봄바스투스 폰 호엔하임은 스위스의 슈비츠 주에서 1493년경에 태어나 1541년 잘츠부르크에서 생을 마친 의사이자 철학자이고 신비가이자 연금술사였다. 말년에는 종교에도 관심을 보여 성경의 여러 부분에 대한 독자적인 견해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오컬트 쪽에 관심을 갖다 보면 이 아저씨가 역사상의 유명한 연금술사 중 한 명으로 나오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사실 그의 본업은 의사로서 가난한 사람들을 고치고 당시 학계를 지배하던 구태의연한 의학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취미(?)였던 듯 하다.

본서는 그가 남긴 방대한 저작의 극히 일부분과 그에 관한 여러가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극히 신중한 태도로 이 재미나는 인물의 일대기를 살펴보고 있는데, 워낙 옛날에 살았던 인물이고 개인사에 대해서는 남겨진 자료가 극히 적어서 대부분의 서술은 사실에 대한 진술보다는 파라켈수스 자신의 저작에서 따온 구절이나 동시대인들과의 서신, 그리고 당시의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대한 설명 등으로 채워져 있다. 게다가 원래 독일어(일부는 라틴어에서 독일어로 옮긴 번역체)로 되어있는 물건을 다시 철학 전공자의 손으로 번역한 것이다보니 다소 의미가 아리송한 부분도 많고 쉽게 술술 읽혀지지 않아서 난감한 구절도 적지 않다. 그래도 당시 시대상과 연관지어 그의 사상과 일생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데에는 그런대로 도움이 된다.

본서에 따르면 파라켈수스는, 갈레노스로 대표되는 전통의학의 아카데미즘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민중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의학의 효용과 현장에서 직접 맞닥뜨려가며 쌓은 경험적 치료술을 더욱 중시했다. 또한 단순히 '기술'로만 여겨지던 의학을 점성술과 종교와 연금술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개념과도 접목시켜 하나의 독특한 철학으로까지 승화시키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는 과거의 인습이나 기득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가는 곳마다 칭송과 비판을 동시에 사게 되어 평생토록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녀야 했다. (결국 늙고 병약해진 뒤에야 어떻게든 안주할 곳을 찾으려고 하다가 잘츠부르크에 도달했지만 얼마 안 되어 죽었다)

물론 그의 사고방식이나 종교관, 그리고 그가 구사하던 의학 지식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중세의 그늘 아래에서 성립한 것이었고 그가 태어난 시대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한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전통'이나 '진리'라고 떠받들어지는 것들을 의심하고 이의를 제기하여, 오늘날에도 통용될 수 있는 여러가지 의학적 발견들로 가는 물꼬를 텄다. (광산 노동자들의 직업병이나 인간의 정신이 육체에 주는 병리학적 영향 등등) 한마디로 그는 변혁기의 한가운데에 서서 부단한 도전과 개혁을 추구한 이단아였던 셈이다. (무려 '의학계의 루터'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단순히 반대파의 비난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니까...)

그가 살던 시대 역시 르네상스와 인본주의의 발흥, 신대륙 발견으로 인한 세계관의 변화, 종교개혁과 농민반란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폭발, 그리고 신성 로마제국의 몰락과 새로운 강호 프랑스의 대두로 촉발된 유럽의 재편 등등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건들이 겹쳐져, 모든 것이 '새롭게 판을 짜는' 그런 시대였다. 파라켈수스는 마르틴 루터보다 10살 아래였고 그의 강연을 들은 일도 있다. 또한 파라켈수스는 인본주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네덜란드의 학자 에라스무스를 고쳐준 일도 있다고 한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렇게 굉장한 인간들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찾는 것도 의외로 재미난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인물의 인생이 단순히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와 관계를 맺어가며 흘러가는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다. (뻔한 얘기를 이렇게 잘난듯이 하는 것도 병인데...)

편하게 읽기에는 좀 부담이 되고 생각보다 내용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김이 새지만, 파라켈수스란 인물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이제 이 영감을 어떤 식으로 나의 16세기 망상에 등장시킬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독서의 동기가 불순해;;;>)
by 잠본이 | 2004/05/22 01:34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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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ri at 2004/05/22 09:54
망상의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요... (역시 불순하기 짝이 없는-잠본이님의-독자?)
Commented by Gerda at 2004/05/22 09:59
저 역시나 독자의 한사람으로, 그 망상의 결과를 빨리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4/05/22 10:10
와 망상 망상 ㅇㅅㅇ/
Commented by sesialord at 2004/05/22 13:34
흐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읽다가 몇번을 중단했었습니다만, 괜찮은 책이라고는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에이엔_오즈 at 2004/05/22 20:00
망상 만세 ^ㅂ^/ 기대하고있겠습니다♪
Commented by Gunn at 2004/05/22 23:09
망상(?)의 결과물이 된다 하더라도 독서(?)하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
Commented by Jinliger at 2004/05/23 02:34
파라켈수스라면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의 소환술사에서
도 소개되는 인물인데 그의 의학관은 어딘지 모를 한의학의
냄새를 풍기더군요. 동서의 교류 때문인지... 과거 의사들의
사상이 비슷했던 건지...
Commented by Gunn at 2004/05/23 09:51
글과는 관계없지만, 헉! 이 영화는! --> http://www.thunderbirdsmovie.uk.com/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5/23 11:54
선더버드 영화화는 올해 초쯤부터 한참 떠들썩했지요.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4/05/23 13:24
파라셀수스라면 도시전설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 빈센트의 아버지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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