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궤도상에 쏘아올려져 로봇들만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는 무인 에너지 제조공장 '하이드라'. 가난한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기술개발회사의 사장으로 출세한 기업가 가제트는 이곳의 최신 기술 데이터를 빼내기 위해 해커인 버드와 함께 견학이라는 핑계를 대고 하이드라를 방문한다.
가제트가 갑자기 위에 통증이 있다며 관리로봇인 빌리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는 사이에 버드가 중앙 컴퓨터에 침투하여 데이터를 복사하지만, 갑자기 시스템이 이상을 일으키는 바람에 하이드라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다급해진 가제트는 자폭장치를 가동시키고 자기들만 탈출한 뒤에 로봇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한편 지상에서는 하이드라의 이상에 대해 통보받은 코주부(오챠노미즈)박사가 급히 구조대 파견을 요청하지만, '인간이 아닌 로봇은 구조 대상이 아니다'라며 상부로부터 거절당한다. 자기 혼자서라도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우주로 날아오르는 아톰. 그러나 이미 자폭 시퀀스에 돌입한 하이드라는 피해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에 강력한 방어막을 치고 있다. 어떻게 방어막을 돌파할 것인지 고민하는 아톰의 앞에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은 바로 청기사였다.
-청기사편 제2부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올린 게 다 날아갈 위기에 처하여, 이를 모면하기 위해 로봇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하고, 그게 잘 안되니까 다시 와서 그들의 탈출을 방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믿는 빌리의 태도에 감명을 받아 마음을 고쳐먹는 가제트(
형사 가제트 아님,
다람쥐 구조대의 그 아가씨도 아님)씨가 이번의 숨은 주인공. 클라이막스에서 빌리가 설파하는 생명이 어쩌구 지구가 어쩌구 하는 얘기는 어찌보면 너무 교과서적이고 또 지나치게 순진한 이상론으로 들려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부조리한 상황을 계기로 로봇과 인간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전개는 나름대로 볼만. (가제트가 입력한 자폭 패스워드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문제도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제트의 무책임한 행동과 그로 인해 벌어진 비상사태,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표면화된 로봇차별의 문제('우리 구조부대는 인간을 구하기 위한 것이오')는 청기사에게 깊은 고뇌를 안겨준다.
'내가 또 다시 인간에게 칼을 겨누게 된다면, 그때는 너도 날 막을 수 없을 거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톰의 표정 역시 밝지만은 않다. 아틀라스나 플루토 에피소드가 거의 단발적으로 팍 터뜨리고 끝나는 데 비해, 청기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것만 봐도 그가 시리즈 후반에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될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중간에 '구조대는 꼭 오는거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빌리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우물쭈물하는 아톰과 일단은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리는 선발대다. 곧 구조대가 올테니 그때까지는 우리 지시를 따라다오'라고 천연덕스레(카리스마를 담아) 뻥을 치는 청기사의 태도도 상당히 대조적. 생각해보면 본작에서 가장 인간에 가까운 로봇은 아톰이 아니라 청기사일지도 모르겠다. 무려 거짓말을 할 줄 아니까....-_-
-초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곧 out of 안중[眼中] 상태가 되어버리는 해커 버드는 아무래도 한호웅씨가 연기한 듯. 악당틱하면서도 은근히 오카마스러운 맛을 내는 것이 영락없이 SBS판 테카맨의
레빈 그대로였다.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