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야웨와 바알
살림지식총서 042 '야웨와 바알'
저자: 김남일
출판사: 살림

성경에서 자주 유대교 혹은 야웨(야훼/여호와/하나님)와 대립되는 입장으로 묘사되는 가나안 민족의 고대신 바알. 성경 기자들과 그 후예들의 끈질긴 노력과 투쟁(?)으로 인해 사실 현대의 우리들(굳이 기독교도가 아니더라도 성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이 갖고 있는 바알의 이미지는 뭔가 사악하고 음험하며 기독교와 정반대되는 그 어떤 무엇으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가 과연 진실에 근거를 둔 것인가?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성서에 나타난 바알(혹은 그에 대한 성서의 입장), 가나안 족속과 이스라엘 족속, 이스라엘과 야웨의 관계, 고대 문헌에 따른 바알의 진짜 모습, 야웨와 바알에 관계된 유대 역사 등등의 여러 요소를 살펴본 뒤, 가나안과 이스라엘 종교가 실은 놀랄만큼 문화적, 사상적으로 유사하고 겹치는 부분도 많으며, 실제의 바알은 야웨와 비슷한 속성이나 행적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결론적으로 바알과 야웨의 관계는 단순한 2항 대립이나 문화적 충돌보다 훨씬 복잡 미묘한 것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리저리 목축을 하며 떠돌아다니던 이스라엘 민족과는 달리, 일찍부터 한 곳에 정착하여 수준 높은 농경문화를 일구어 온 가나안 민족은 그에 걸맞게 훨씬 고도화된 종교와 그에 기반을 둔 생활문화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비와 풍요를 상징하는 바알 신이었다. 오랜 고생 끝에 가나안 땅에 흘러와 그쪽 원주민들 틈에 섞여 살게 된 이스라엘 민족은 이미 종교라기보다는 하나의 생활로 굳어져 있는 바알 신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민족의 정체성이 흐려질 것을 두려워 한 사사(유대의 판관)나 선지자들이 의도적으로 바알을 깎아내리고 야웨를 치켜세우게 되었던 것이다. 성서의 온갖 바알 관련 기술들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및 글쓴이들의 의도가 철저하게 반영되어 있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인 셈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겉으로는 바알을 배척하고 이스라엘 민족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 야웨 신봉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알의 속성이라던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적 코드를 도입하여 그것을 야웨의 위대성을 강조하고 신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역이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종교 또한 문화의 일부분이고 인간은 자기가 살아가는 문화권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이점을 단순한 모방이 아닌 '토착화를 위한 재해석'이라 정의내리면서 바로 이러한 탄력성이 야웨이즘을 이스라엘 민족 뿐만이 아닌 세계 여러 민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신앙으로 발돋움하게 한 요인 중 하나라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이를 19세기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무속이나 조상숭배와 타협하며 토착화하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지만, 이미 갈데까지 가버린 잠본이의 머리 속에서는 '이것은 말하자면, 선라이즈의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애니가 기존 거대로봇물을 혁파한다는 기치를 내세우면서도 사실은 그 장르에 많은 빚을 지고 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라는 되도 않는 생각이 떠올라 버렸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분은 이놈은 원래 이런놈인가보다 하고 넘어가 주시기를...;;;)

그거야 어떻든, 문화와 종교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괜찮은 책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바알 신화에 대해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만큼 그쪽으로 연구하려는 사람에게도 귀중한 자료가 되리라고 본다.

PS 엘로임의 유래가 바알의 아버지인 '엘'일지도 모른다는 게 제일 인상깊었다나 뭐라나... (뭔가 원수인줄 알아왔던 것이 사실은 육친이었다, 라는 느낌?)
by 잠본이 | 2004/05/04 15:20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4895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다인 at 2004/05/04 16:31
야훼는 흔히들 화산의 신이 근원이라고 하지요. 그 지역 소수 민족들이 다들 풍요나 농경 관련인데 비해서 왜 유태 민족만 그런 걸 중심으로 섬겼는지는 의문입니다.
Commented by 빨강머리앤 at 2004/05/04 16:53
음..뭔가 거창한듯도...건담얘기에서 엣!!??
그러나..덧글에서 다시..으흠~~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4/05/04 17:43
사람의 아들이 생각나 버리는군요-_-;
Commented by 한루 at 2004/05/04 19:31
안녕하세요 잠본이님. 히브리어에서 신성, 신을 뜻하는 게 엘, 그리고 그것의 복수형이 엘로힘입니다. 가나안 신화는 바빌로니아 신화와도 연관이 되는데 바빌로니아에서의 바람의 신 엔릴이 풍요의 상징인 황소, 엘로 동일시되었고 엔릴의 후계자였던 마르두크는 가나안의 바알이 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히 같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가나안은 바빌로니아에서 개념을 빌려온 거죠. 말하자면 본래 신(神)의 문(門)이라는 바빌로니아 어 '바빌리'가 히브리어에서는 혼돈을 뜻하는 '바벨'로 전해지면서 에-사길라 신전이 바벨탑으로 바뀐 것 처럼 말이지요. 우연히 아는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습니다... 이런 방면의 이야기는 평소에는 말하기 어려운 화제라서;;;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5/05 13:03
다인님> 화산의 신이라는 얘기는 여기도 나오더군요. 확실히 그쪽의 자연환경을 생각해 보면 좀 의문스러운 점입니다.

빨강머리앤> 엉뚱한데로 빠져서 죄송. ;>

프리스티님> 하도 옛날에 읽다 말아서 아하스 페르츠라는 이름 하나밖에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군요. 언제 다시 제대로 봐야 할텐데...(그나저나 이것도 초기판과 개정판이 있던데 차이점이 뭘까나)

한루님> 검은천사님,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링크해도 되겠지요? ;)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5/05 13:12
'불의 신' 이랄지, '벼락의 신' 이라는 말도 들은 적 있습니다. (의외로 원시적인 머티리얼로 출발한 셈인가...)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5/05 13:19
제우스는 야웨의 형님?
Commented by jinliger at 2004/05/05 22:22
건담 관련 이야기에는 공감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