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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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블랙잭 1~2권 (재탕)
2003년 2월 26일경에 썼던 감상문.
페이퍼님 감상문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일부 손질하여 올려봅니다.
결국 아직도 3권 이후를 손대지 못하고 있다는......

→akachan님 리뷰
→jeremy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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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블랙잭에게 안부전해줘' 정도입니다만 뭐 그러면 너무 길어지니...
느낌을 말하라면 '아직은 정체를 잘 모르겠다'라는게 솔직한 심정.
(작가의 전작도 모르고 하니 더더욱 그런데)

일단 의사만화의 풀뿌리적 존재인 테즈카 오사무의 '블랙잭'이 수수께끼의 천재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비틀어진 현대사회의 병폐를 고발하고 언뜻언뜻 휴머니즘을 내비치는 수법으로 꽤 많은 이야기를 해먹었고 그 과정에서 픽션(가혹한 의료현실)과 판타지(천재 외과의의 모험)이라는 두개의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세웠고,

후대의 의사만화들이 이 틀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가면서도 아무래도 만화라는 대중매체의 특성상 '판타지' 쪽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현저했던 것에 비해 (특히나 '블랙잭의 손을 지닌 켄시로' [아마도 최택진님 표현] 닥터K를 보면 정말...-_-), 이 만화는 오히려 '픽션' 쪽에 무게를 두고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부터 달려가고 있다는게 특징인데,

그게 뭔고하니, 천재 외과의라는 히어로의 부재.

즉, 주인공은 의대를 졸업하여 연수를 받으며 현장을 체험하는 순 햇병아리 인턴에 지나지 않으며, 그가 이리저리 과를 옮겨다니며 의사의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고생과 환멸을 묘사하는 것이 본작의 중점이라는 얘기이다.

그것은 당연, 블랙잭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추상적인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이나 악덕 의사나 못난 환자 개개인에 대한 성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병원의 시스템' 혹은 '그 시스템에 맞추어 추하게 늙어가거나 혹은 시스템 밖에서 안으로 진입하려고 고민하면서도 스스로를 죽여가는 중간층에 속한다거나 하는 의사들'같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특징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주인공이 기술도 미숙하고 입장면에서도 내세울 것이 없다는 '무지하게 불리한 조건'에 서있다는 점에서도 이 만화는 의외로 핸디캡을 사방에 깔아놓고 시작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조직의 눈밖에 난 자는 배제당한다'라는 일본(뭐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_-)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어, 위기를 심화시킨다. 그런 것에 맞서서 주인공이 내세울것은 오직 '이건 옳지 않다'라는 [단순한 혈기가 아닌 심사숙고와 자포자기를 거친 끝에 얻은] 굳은 신념과, 환자를 생각하고 의사의 본분을 생각하는 [이상주의에 가까워서 보기 딱할 정도인] 열정밖에 없다. 그것으로 그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도 시스템에 휩쓸려 결국 무력한 부속품이 되거나 혹은 다 때려치우고 다른 길로 업종변경을 할 것인가? 라는 커다란 명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처지도 가혹하고 핸디캡도 보통이 아니며 [사실 이런 식의 캐릭터는 블랙잭이나 그 아류에 등장했다면 주인공에게 공감하거나 반발하여 어떤 역할을 해내지만 병원조직의 눈밖에 나서 쫓겨나는 결말을 맞을 공산이 크다...즉 기존의 시각으로 보면 1회용 캐릭터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라는...] 게다가 1회완결식이 아니라 여러 회의 이야기가 모여 각 의국별로 커다란 하나의 챕터를 만드는 연재방식인 만큼, 주인공의 고뇌가 완전히 해결되는 법은 없고,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밀려올 것은 불보듯 뻔한 일. 블랙잭이라면 적어도 마지막 장면에서 한숨을 돌리며 안도감이든 좌절이든 그 회의 주된 감상을 되씹을 여유라도 풍기겠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그것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초보인턴 사이토는 여기저기서 환자가 죽어도 다음날은 또 다른 환자를 돌보고 선배들 뒷바라지를 하고 자기 공부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인턴들의 생활도 거의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블랙잭처럼 환자를 가려받을 입장도 안되고 환자가 죽었다고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 리얼한 절박함이 더욱 더 독자를 슬프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사고[思考]를 멈추지 않고 끝없이 고민하는 데에 이 작품의 가치가 있다. [그와 대비되는 역으로 나오는 친구 인턴이 근무가 끝나면 룰루랄라하며 미팅 생각이나 하는 -사실 현실에서 만날수있는 인간은 이게 더 정상에 가까울 테지만- 설정이 더욱 그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그는 이른바 처음부터 신념이나 의협심이나 그런 것을 완전무결하게 갖추고 남에게 주장하는 그런 주인공은 아니고, 오히려 자기의 미숙함에 좌절하고 뭐가 옳은지 갈팡질팡하며 주변의 부조리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괴로워하는, 아직 미완성의 인물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결코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고, 의사란 무엇인가, 의학이란 왜 있는가, 지금 환자를 살리기 위해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고민한다. (이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블랙잭'을 들먹이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의사를 주역으로 했다는것 빼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임에도, 결국 하려는 말은, 주된 테마는 하나인 것이다:

'의사는, 의학은 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라는, 그 흔해빠졌으면서도 영원히 풀리지 않는 명제 말이다.

(물론 테즈카는 여기에 대해서 약간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의사가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면 그것이 오히려 인구과밀을 부추겨 자연에 거스르는 것은 아닌가? 혹은 환자를 무리하게 살려놔도 살 마음이 없다면 과연 살려놓을 가치가 있는가? 같은 보다 원론적인 문제가 그의 관심사였다.

현실에 밀착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본작에 비하면 참으로 광대하고 낭만적인 테마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원래 환자를 돌봐야 할 의사가 어째서 환자를 박대하는가?'라는 보다 친숙한 문제를 제기하는 본작과는 여러모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단순히 일본의 의료현실을 비판하며 '이거 이래서 되겠나?'라는 정도로 할 작정이었다면 그냥 특정한 주인공 없이 다큐멘터리류의 연작물로 해도 상관은 없었을테지만, 작가는 보다 정통적인 방식을 택함으로써 단순히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한 인간의 성장을 그리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종착점이 어디인가가 문제겠지만.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이 결코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보완하고 이끌고 때로는 반면교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이든 의사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다채로운 인간상을 그린다는 점이다. 블랙잭이나 그 아류라면 이런 캐릭터들은 잘하면 엑스트라는 발목잡는 역할, 출세해도 기껏 '라이벌'이나 '선의의 경쟁자' 쯤으로 치부될 것이지만, 본작은 주인공 자체가 미완성이므로 그들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2권에 나오는 심장전문의의 경우 실력은 거의 블랙잭급이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구하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메스를 놓고 있었던 것을 주인공과의 만남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찾는다는, 거의 주인공급의 활약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블랙잭이 손떨림으로 인해 수술을 그만드려 했던 야마다노 교수를 격려하여 다시 메스를 잡게 하는 이야기의 변주라고 해도...<어거지>)

문제는 그와 함께 이 파트에서는 병원조직과 드디어 심각한 충돌을 하게 되는 주인공의 고립된 모습도 그려지는데, 이를 다음 에피소드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블랙잭에 나오는 게스트 캐릭터 정도라면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하고 귀향하면 끝이지만 이 경우는 무려 주인공이니 그렇게 떠날 수도 없다! 게다가 떠난다 해도 이미 학벌과 인맥이 지배하는 의료계를 다 까발려 놓았으니 어디 다른데가서 개업한다 해도 고난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더 곤란한 것은 블랙잭같은 '신의손'도 없으니 독립하려 해도 여건이 안된다! >_<)

하여튼 이런저런 기존의 '의사만화'와는 다른, 오히려 '의료만화'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새로움을 늘어놓고 보니, 뭔가 무지하게 어둡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클라이막스에서 보여주는 절제되었지만 솔직한 '열혈'의 기운 때문일지도 모른다. (위에 말한 심장전문의도 이에 전염[?]당하여 수술을 성공시켰으니 어쩌면 주인공은 직접 수술하기보다는 다른 명의에게 영향을 미치는 활약을 더 많이 보이게 될지도...?;;;;;)

차갑고 단단한 사회와 시스템에 벽 앞에서 잘못을 잘못이라 외치고 분개할 줄 아는 젊음의 투지. 만화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한번쯤은 현실에서도 짚고 넘어갈 문제에 대한 투지인만큼 결코 헛짓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본작은 '열혈 의료 폭로 만화'가 될지도...?
(멋대로 장르를 만들지 마! >_<)


PS 그나저나 커버 일러스트에 나온 사이토의 얼굴은 어딘가 블랙잭에서 상처자국만 뺀듯한 인상을 받는 [순전히 내 느낌이 그렇다는 얘기] 얼굴이지만... 본편에 나온 그의 얼굴은 전혀 아니었다는... (뭐 그렇다고 속았다는 소린 아니지만)

PS 어찌보면 '게임센터 아라시아케이드게이머 후부키의 관계'인가...
(그건 아니라고 봐;;;-_-)

PS 어려운 말만 주워섬기며 환자를 업신여기고 제대로 치료도 안해주는 종합병원의 콧대높은 의사들...이란건 사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듯... (흑)

PS TV드라마로도 제작되었음.
근데 쇼지 나오키 역에 무려 아베 히로시....? -_-
(이 아저씬 나올데 안나올데 다 끼여드는 듯한...)

PS 그나저나 사실 진짜로 쓰고 싶은 건 본가 블랙잭에 대한 건데 언제나 쓸 수 있을지...-_-
by 잠본이 | 2004/04/15 01:11 | 만화광시대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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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loR at 2004/04/15 01:14
정말 멋진 만화입니다. 블랙잭이나 닥터K같은 의료만화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본 의료만화중 가장 높게 쳐주고싶네요-_-;
Commented by sesialord at 2004/04/15 01:16
멋진 만화죠. 예전에 패치 아담스라는 영화가 떠오르는 만화라죠. 뭐, 개인적으로 이 만화도, 패치아담스도 마음에 든다죠. 조금 미묘하게 다르지만 말입니다.(웃음)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4/04/15 01:27
집에 마크로스랑 건담을 좋아하는 의사 한마리 키우고 있습니다만... 한번 보여줘야겠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4/15 01:37
저렇게 오락가락 하다가 서류 한장 우연히 발견해서 특종 건지면 로빈 쿡.
Commented by ThePaper at 2004/04/15 02:03
블랙잭에게 부탁해...쪽이 어울린다고 할까요? 사토 슈호의 인터뷰를 보면
이 시대엔 블랙잭과 같은 히어로를 원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존경해 마지않는 데츠카 오사무 선생님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그런것이죠. 하핫. 감상문 잘보고 갑니다.
의료 폭로만화라... 역시나 조금은 돌아서 갔으면 하고 생각해요.
언제나 직구인 투수 계속 통할리 없지 않나요?(비유가 조금 이상하군요.(웃음))
Commented by JOSH at 2004/04/15 02:09
바다원숭이와 블랙잭에 안부를...
발전하는 작가입니다.
블랙잭은 아주 즐겨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4/04/15 07:54
흐음.. 관심이 가는 작품이군요.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4/04/15 08:07
좀 감정 과잉이라 걸리는 작품입니다. 전작인 해원도 그 과잉 감정 때문에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제일 기분 나쁜 건, 그 작품에 나오는 도제식 양성구조가 한국에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제도만이 아니지만.
Commented by 비안졸다크 at 2004/04/15 09:39
저 역시 보면서 좀 고역인 만화더군요, 만화라서 과장,축소된 부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일개 인턴 주제에 솔직히 너무 스스로에 대해서 과대 평가하는 느낌이랄까... (주변에 저런 사람 있으면 피곤하겠단 생각뿐)

아 그래도 후반부 가면 좀 나아질려는 것인지도?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4/15 09:56
충분히 감동적이고 공감이 가는 테마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3권 이후를 안 보는 이유도 그런 면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때문이죠. 하지만 그러한 면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니 뭐라 할 수는 없을 듯.
Commented by 카샤 at 2004/04/15 10:2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은근하게 텐션이 높은 만화라서, 읽다보면 어째 조금 지치더군요. 하지만 읽을 가치가 높은 만화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Commented by binah at 2004/04/15 11:11
제처가 의대생입니다. 바로 주인공과 같은 계급? 이지요^^
제 처 이야기만 풀어써도 화려한 만화책 한권은 넉근할거 같더군요. 게다가 그 헬로우블랙잭 만화를 보면서 어찌나 똑같다고 맞장구를 치던지.....하지만 모르겠군요 어느분야든 시스템이 갖춰지면 그다음에 들어서는게 인맥 아니던가요? 정치든 법조계든 이공계든 말입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4/15 14:10
그 인맥이 다른 모든 요소를 가려버리고 한 업계를 좌지우지하게 되면 좀 문제가 있죠. 어디든 간에.
Commented by 산왕 at 2004/04/17 11:52
'매일 경험하고 보고있는 걸 만화에서까지 보고싶겠냐? 정말 짜증나는 만화다'

...그래, 현실은 이런거야!라고 감탄하며 보는 일반인과 당사자의 입장은 다른것...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4/17 11:55
소위 리얼리즘 만화들이 일반독자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가 아마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현실을 잊고 싶은데 현실을 자꾸 깨닫게 해주면 피곤하기 때문에...
Commented by akachan at 2004/05/27 11:46
영화 오아시스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 같은 걸 의사 친구분도 느꼈을 지도 모르죠.^_^ 오아시스도 그렇고 박하사탕도 그렇고, 이창동 씨 작품들은 그런 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현실을 꼬집은 비판이라 생각하겠지만, 직접 당해본 사람이 보면 구질구질하고 짜증나는 이야기듯이...헬로 블랙잭도 매일 똑같은 일을 겪는 사람에게는 짜증일 수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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