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이래 2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 외계인을, 일전에 잠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도 있고 해서 여러가지로 바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가하다더군요. 부시가 석유 많이 나는 어떤 나라를 들쑤시느라 사람들이 우주에 관심을 주지 않아서,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다음은 그때 나눈 짧지만 보람있는 대화의 일부.
"우리 애가 이렇게 컸다네. 귀엽지?"
-아무리 봐도 혼내주려고 쥐고 휘두르는 걸로밖에 안 보입니다만...
"지구인의 기준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말게."
-아니 왜 총을? 평화주의자이신 줄 알고 있었는데요.
"신문을 보니 요즘 한국이 영 불안하다고 해서 말이야.
저번에도 백 몇명의 성난 사람들이 여의도에서 무슨 핵을 터뜨렸다며?
경찰관이 동네사람이랑 싸움하다 총질을 하기도 했고.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지."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세관을 통과했죠?
"너무 깊이 알려고 하면 다쳐."
-당신 진짜 그 ET 맞아요?
"세월은 많은 걸 변하게 하지."
-.................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이쪽에서도 사업을 좀 할까 하네."
-왕년의 스타께서 왜 이런 변두리에?
"국제화 시대야. 앞날을 내다봐야지. 마침 요즘 시국에 맞는 아이템이 있어."
-요즘 시국이오?
"따라와보게. 이미 자리도 잡고 간판도 생각해 놨지."
-호프집?
"요즘 세상이 하도 뭣같아서 술 소비량이 늘어단다며? 이때 한몫 잡아야지."
-당신 진짜 그 ET 맞수?
"너무 깊이 캐지 마. 알려고 하면 다쳐. 앗 이만 난 가봐야겠네!"
그(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 자리를 황급히 피하여 달아났습니다.
삭막한 세상은 ET마저도 바꿔버린 것일까요...
★촬영지: 신촌 모 사격장 및 신림사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