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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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定本] 테즈카 오사무의 세계
원제: 定本 手塚治虫の世界
저자: 이시가미 미츠토시[石上 三登志]
출판사: 토쿄소겐샤 (번역판 없음)


어쩌다 강남교보를 돌아보던 중에 일서부 신간코너에 있는 걸 발견하고 두어번의 망설임 끝에 다시 찾아가서 구입하고 4개월에 걸쳐 안 되는 일어와 씨름하며 가까스로 완독. (일부 마음에 드는 파트는 옮겨보고 싶기도 하지만 당장은 무리...-_-)

아톰의 원작자로서 널리 알려진 섬나라 만화의 거장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와 그의 취미, 더 나아가서는 정신세계에 대해서까지 파고 드는 평론 겸 에세이 집...이라고 하면 좋겠지만, 이시가미 본인이 만화팬이라기보단 영화나 SF소설 쪽에 더 정통한 인물이라, 일반적인 만화관련서를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는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1930년대에 태어나 어린시절을 테즈카 만화의 홍수 속에서 보낸 뒤 대학을 졸업하고 할일을 찾다가 자기도 모른 사이에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로 데뷔하여 꾸준히 활동해 온 저자는, 자기의 어린 시절에 움직일 수 없는 추억의 일부분으로써 뿌리박힌 테즈카의 작품세계를 분석해 보는 작업을 통해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탐구하기에 이르렀다고 여겨진다. (사실 글쓰기란 작업 자체가 어느 정도는 그런 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 뭐 이 경우만 특이하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저자의 나이가 나이다보니 본서에서는 테즈카 하면 사람들히 능히 떠올릴 만한 그의 중반기 이후의 히트작, 즉 아톰이나 레오, 불새, 블랙잭 등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별로 없고, (수록된 글들 자체가 1970년대에 쓰여진 것이 대부분이라...불새는 연재가 덜 끝난 시기였고 블랙잭은 그때도 현역이었고;;;) 오히려 테즈카가 오사카의 3류 대본소 작가로 출발하여 수도 입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젊은 시절의 초기 작품군들, 즉 <로스트월드>, <메트로폴리스>, <다가올 세계>의 SF3부작이나, <유선형 사건> 등의 동물개그만화, <권총천사> 등 일련의 서부만화, <이상한 여행기> 등 모험만화군 쪽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런만큼 오히려 전부터 테즈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던 독자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잡은 사람에게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느낌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잠본이는 저 두 경우의 딱 중간 정도랄까...)

제1부는 잡지 롤링스톤즈에 게재했던 '테즈카 오사무의 기묘한 세계'를 다시 엮은 것으로, 그의 초기 작품과 주요 캐릭터에 대한 저자 특유의 추억담과 빛나는 고찰로 가득하다. 아톰은 왜 자라지 않는 영원한 소년일 수밖에 없으며, 테즈카 주인공 넘버원이었던 켄이치는 왜 주인공 자리를 빼앗겼는지, 테즈카 불세출의 미형캐릭터 록 홈은 왜 점점 악당으로 변해가는지, 우리는 왜 수염아저씨를 보며 배꼽을 잡고 친근하게 여기는지, 아세틸렌 램프는 어디가 테즈카의 다른 악역캐릭터들과 그리도 다른 건지, 기타등등 재미있는 주제가 많다. (켄이치와 수염아저씨가 미키마우스와 도널드덕의 테즈카풍 번안일지도 모른다는 견해는 꽤 흥미롭다)

제2부는 저자와 테즈카 본인의 대담기사를 모은 것으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일본을 뒤덮었던 SF/호러영화 붐에 편승하여 어느 영화잡지에서 기획한 프로젝트의 일부로써 행해진 듯 하다. 여기서는 테즈카 작품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가 어렸을 때 본 영화들이나 저자와의 공통체험, 그리고 영화업계에 대한 그들의 인상 등이 주로 서술되고 있어, 어찌보면 책의 본제와는 좀 어긋난 듯하기도 하지만 테즈카라는 인물을 더욱 깊게 알기 위해서는 꽤 읽을 만하다. 이 대담만 가지고 보면 정말로 호기심이 많고 쉼없이 여러가지를 해 보려고 광분하는(?) '영원한 어린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정말로 앞일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한가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철완아톰 미국방영 후의 에피소드 두개가 언급되는데, 하나는 NBC가 '스토리 중 하나를 베껴서 뭔가를 만들려 하는데 허가를 내달라'고 반강제로 승낙을 얻은 뒤에 뭘 만들었나 보니까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였다던가 [퍼펑] 이 프로를 본 스탠리 큐브릭이 편지를 보내어 친히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미술파트로 참가해주지 않겠냐고 부탁해 왔으나 스케줄이 바빠서 결국 참가는 고사하고 만나보지도 못했다던가 [콰쾅]. 아쉽게도 후자의 편지는 사모님이 청소할 때 쓰레기와 함께 불태워버려서 물적증거 제로.)

제3부는 2차대전 이후 일본 SF소설계나 SF만화계 혹은 기타 문화계의 흐름 속에서 테즈카가 어떠한 식으로 자기 위치를 다져왔는가에 대한 개괄적인 평론으로, 지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사실 초기의 테즈카는 별 볼일 없는 어중이떠중이 신진만화가들 중 하나로밖에 인식되지 못했으나, 차차 실력을 발휘하여 오늘날의 자리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모상태나 다름 없는 SF문학 및 만화가 일본에서는 어떤 식으로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갔는가 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저자의 주관이나 개인적 체험이 심하게 반영되어 있기는 해도) 일별할 수 있다.

권말에는 부록으로 테즈카 스타 100인 명감이나 테즈카 이생물[異生物] 사전, 테즈카랜드 지리사전 같은 쓸데없는 것이 실려 있다. (그림도 거의 안 실려 있기 때문에 개개 작품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글만 읽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뭐 읽어보고 후회는 들지 않지만 이 한권만으로는 좀 부족한 듯한 그런 책이랄까.... 아무래도 평론이라기보단 에세이 성격이 강해서 읽는이에 따라 평가가 좀 갈릴 듯한 느낌이다.

그나저나 테즈카씨 본인이 말년에 아들 마코토가 만든 독립영화에 깜짝출연한 게 있다던데 이거 어디서 못 구하나...(그런거 봐서 뭐하려고;;;)


*테즈카에 대해서 좀더 메이저하고 알기 쉽게 쓴 책을 찾는다면 이쪽을 추천. 다행히도 한국어판이 나와 있다.

*출판사 이름이 낯이 익다 했더니 이런 걸 내고 있었다. (부러비)

*초기 테즈카 만화들은 표지에 헐리우드 영화 식으로 영문 제목과 캐스트 크레딧을 잘난듯이 써놓는 후까시(?)를 부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게 중기로 갈수록 점점 사라진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일상을 이겨내고 자문화에 대한 긍지를 되찾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런 어려운 얘기는 내 알바 아니고,

......내가 이 글들에서 자주 하는 삽질과 되게 닮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써 본다.
"영어판을 낼것도 아니면서 왜 영문제목을 달아요?"
"취미입니다." (다인님 흉내)
"................"
음하하하.
by 잠본이 | 2004/04/02 12:32 | 아톰대륙 | 트랙백(1)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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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4/04/02 12:56

제목 : 테즈카 캐릭터 사전
순전히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찾다가 귀찮아서 아예 링크를 만들기로..-_- 공식홈인 주제에 빠진 캐릭터도 꽤 있더라는...(그래도 50명이나 있었군;;) 솔직히 말해 이 주제에 관심없는 사람에겐 쓸모가 제로이지만... 대죽하(?) 원작 애니를 보고 남들이 안웃는데서 웃을 수 있다는 장점이... (어디가 장점이냐) ★히어로 계열 *아톰 from '철완 아톰' *록크 호움 (마쿠베 로쿠로) *켄이치 (시키시마 켄이치) *사보텐 샘 from '사보텐군' *샤라쿠 호스케 from '세눈박이 납신다' *햐키마루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블로그 설명 .. at 2007/07/28 19:12

... 대 - 출판만화 및 그에 관련된 모든 것들. (유래: 찰스 스펜서 채플린의 무성영화 '황금광시대The Gold Rush'. 별로 크게 기발한 제목도 아니니 다른 누군가가 쓰고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ANI-BODY - 애니메이션 및 그에 관련된 여러가지. (유래: 애니메이션Animation에 대하여 누구나A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4/02 12:51
스탠리 큐브릭과의 인연은 여기저기서 소개되는 것을 보니 정설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다인 at 2004/04/02 12:59
아톰의 철학은 개인적으론 아주 좋아하는 책입니다.
Commented by Sori at 2004/04/02 14:07
잠본이님의 소설을 읽고 즐거워하는 내용의
본글과는 다소 뜬금없는 답글을 달아도 될까 고민하는 중임다.
축하 감사하고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
Commented by kunmoo at 2004/04/03 02:24
그저께 그렇지 않아도 블랙잭을 읽었던 참이었습니다. 뇌이식.. 같은 다소 황당한 수술이 나와서 약간 당황했지만 조금 더 읽다보니 왜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가 굉장하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것 같더군요.

그런데 "저자 본인이 만화팬이라기보단 영화나 SF소설 쪽에 더 정통한 인물이라" 부분에서 저자란 테즈카 오사무가 아닌 이시가미 미츠토시를 얘기하신거겠죠?
Commented by 녹차 at 2004/04/04 01:35
신신신![빠돌이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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