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지: 강남역 롯데시네마★-
시카고 사태로부터 5년 뒤, 외계에서 온 로봇생명체 트랜스포머들에 대한 지구인들의 감정은 유례없이 악화된 상태다. CIA는 비밀부대 세메터리 윈드를 조직하여 트랜스포머들을 사냥하고, 그들과 제휴관계를 맺은 군수업체 KSI는 시카고에서 회수한 디셉티콘 잔해를 분석하여 외계 기술을 손에 넣는다. 믿었던 인류에게 배신당한 오토봇들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 도피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텍사스의 홀애비 발명가 케이드 예거는 우연히 입수한 고물 트럭을 수리하다가 그 트럭이 겉보기와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이윽고 문제의 트럭을 노리는 세메터리 윈드가 습격해 오고, 케이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류와 오토봇의 운명을 건 엄청난 사건에 말려든다.
-비평가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별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흥행만은 기묘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실사영화판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어느덧 4편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3편까지 인간측 주역을 맡았던 윗위키 가족과 레녹스의 미군 부대는 등장하지 않으며, 원래 감독도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예정이었으나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마이클 베이가 다시 돌아와서 더욱 더 화끈하고 더욱 더 바보같은 영화를 만드는 곡예를 보여준다. 3편에서 퇴장한 디셉티콘 군단을 대신하는 새로운 악역으로 특수부대 세메터리 윈드를 이끄는 CIA요원 해롤드 애틴저, 군수업체 KSI의 사장인 조슈아 조이스, 그리고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옵티머스를 추적하는 외계 바운티 헌터 락다운이 등장하여 새로운 주인공인 케이드와 그의 가족을 위협한다. 전편에서 믿었던 스승에게 배신당하고 소중한 동료를 잃은 것도 모자라 은혜를 베풀었던 인간들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된 옵티머스 프라임과 오토봇들은 지구를 버리고 떠날 것인지, 케이드와의 새로운 인연을 이어나갈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메가트론이 KSI를 배후조종하여 디셉티콘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다분히 후속편을 의식한 서브플롯까지 동시에 전개된다.
-3편까지는 미군과 손잡은 오토봇이 디셉티콘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단순명쾌한 패턴으로 일관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주적인 디셉티콘 자체가 괴멸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약간 달라졌다. 디셉티콘의 빈자리를 메우는 여러 세력들이 서로 연대하여 주인공들을 추적하고, 졸지에 영웅에서 사냥감으로 전략한 오토봇 일행은 주인공들과 함께 숨가쁜 도주를 계속한다. 새로운 인간측 주인공인 케이드 예거도 사춘기 티를 벗지 못한 찌질한 청년이었던 샘 윗위키와 달리 자녀문제와 생활고 때문에 고민하는 피곤한 중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주인공을 소개하고 그와 주변인물들간의 갈등을 보여주며 오토봇과의 관계도 정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추적하는 적대자들의 위력도 과시하고 그들간의 관계와 목적의 차이도 묘사하는 동시에 화끈한 전투장면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얘깃거리는 넘쳐나고 러닝타임은 빡빡하다. 게다가 3D 아이맥스를 돈내고 택한 관객들을 위해 스토리상으로는 별 의미 없지만 화면빨은 진짜 잘 받는 서비스 장면도 집어넣어야 하고 제작비를 지원한 중국측의 풍경도 담아야 한다. 그뿐인가? 락다운을 보내어 옵티머스를 포획하고자 하는 '창조주'의 존재도 암시하고, 신캐릭터 다이노봇들의 활약도 어느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이런 잡다한 요구사항을 최대한 만족시키려고 무리하다 보니 전체 상영시간이 2시간 45분에 육박하는 대 장편 영화가 탄생하고야 말았다.
-그동안 더욱 더 발달한 특수효과로 인해 로봇들의 움직임은 더욱 현란해졌고 폭발의 스케일은 더욱 웅장해졌다. 사실 투입된 설정이나 얘깃거리만 놓고 보면 1편 이래 가장 흥미로운 트랜스포머 영화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철없는 소년이 아닌 당당한 어른의 관점에서 가족간의 유대를 그리는 케이드의 이야기도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생활력은 제로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는 케이드의 존재가 3편의 쓰라린 비극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진 옵티머스 일행을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만들어진 영화가 이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느냐 하면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전작의 설정은 물론이고 작품의 내적 논리까지도 사정없이 허물어뜨리는 기괴한 각본(이를테면 전혀 비행기능이 없었던 옵티머스가 난데없이 클라이막스에서 아무런 보조장치 없이 하늘을 잘만 날아다니고 마지막 장면에선 아예 혼자 우주로 떠나간다)과 마베감독 특유의 단순무식하고 설익은 듯한 대사들(영어 원문이 번역한 자막보다 더 찐따같이 느껴지는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덕분에 기껏 괜찮은 배우들이 열연을 했음에도 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가족애에 불타는 케이드가 옵티머스에게 다시 한 번 인류를 믿어보라고 설득하는 과정이나 처음에는 백안시하던 딸의 남자친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 밋밋하고 부자연스러운 것도 문제다. 유기적으로 앞뒤를 연결하여 감정을 쌓아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아 이쯤 왔으니 여기선 이런 말을 하고 넘어가야겠군'이란 느낌으로 진행하는 게 너무 빤히 보여서 몰입이 안 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후반에 중요한 전력으로 등장하는 다이노봇들의 취급도 살아있는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강력한 소환수 정도에만 그치고 있어 그들의 출연을 기대했던 팬들을 아쉽게 한다. 3편에 이어 더욱 황폐해진 정신세계를 내보이던 옵티머스가 지구를 버리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케이드의 몇 마디 말에 너무나 쉽게 '까짓거 한 번 더 해볼까'라고 돌아서는 것도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의 파트너 자리를 옵티머스가 빼앗아가는 바람에 뒷전에서 반항하고 까불대는 것밖에 할 일이 없어진 범블비가 앞뒤 생각 없이 날뛰는 것도 가슴 아프고, 이번에 처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캐릭터성을 내보일 기회가 없어서 전투원 1, 2 정도의 취급밖에 받지 못하는 나머지 오토봇들도 불쌍할 따름이다.
-솔직히 위에서 열거한 단점들은 이전 작품들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던 터이고 마베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만큼 만성화된 문제들이라서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3편에서처럼 아까 저기서 총질하던 놈이 몇 초도 안 지나서 반대편에서 포로가 되어있는 식의 괴상한 편집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관람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영화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하도 길다보니 미국을 무대로 하는 1부와 중국을 무대로 하는 2부로 나누어 따로 개봉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스토리상 필요한 이야기를 다 하면서 동시에 액션도 질리도록 많이 집어넣다 보니 같은 감독의 작품인 <진주만>에 육박하는 엄청난 상영시간을 잡아먹게 된 것이다. 아무리 자극적인 장면도 너무 길게 이어지다 보면 관객에게 면역이 생겨서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내보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보다 함축적이고 경제적인 연출과 속도감 있는 편집을 했더라면 훨씬 산뜻하고 볼 만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극장을 나설 때 여기저기서 '내가 액션영화 볼 때는 웬만해선 안 조는데 이번엔 진짜 잠오더라'라는 대화가 들려오는 거 보고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궁금했을 정도)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이번 작품을 새로운 3부작의 1부로 포지셔닝하고 5편과 6편의 기획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4편의 흥행성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마이클 베이가 감독을 맡는다면 과연 얼마나 더 심각한 상태가 될지 상상도 안 간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른 감독을 기용하여 이미 굳어진 스타일을 깨고 뭔가 다른 걸 찍으려고 해도 결과가 좋을지 어떨지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창조주와 한판 뜨러 우주로 날아간 옵티머스가 수년 후에 어떤 선물을 들고 돌아올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나를 슬프게 한다.
ps1. 사실 마베감독은 진짜로 찍기 싫은데 이상하게 성적이 좋아서 자꾸 제작자가 만들라고 하니 "어디 이렇게 망쳐놔도 사람들이 와서 보나 한번 시험해 볼까?" 막 이런 마인드로 폭주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엇나가는 느낌이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제작상의 이유로 중국과 합작을 많이 하면서 중국 관련 장면은 그쪽 규제에 맞추다보니 영 바보스러워져서 영화의 나머지 부분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원래부터 바보같았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ps2. 이공계의 장점을 잘 살려서 정찰용 드론도 해킹하고 필요한 장비도 스스로 만들고 적진 침입도 능숙하게 해내며 처음 보는 외계 광선총도 막 휘둘러 적을 쓰러뜨리는 케이드의 활약을 보면서 거의 하는 일 없이 소리만 지르고 달리기만 냅다 하는 샘이 얼마나 날로먹는 주인공이었던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뭐 그런 샘을 보좌하기 위해 레녹스 일당이 존재했던 셈이지만) 그런 케이드조차도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꼰대질하고 딸 남친에게 쪼잔하게 구는 걸 보면 제작진은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ps3. 옵티머스 짝퉁이 될 예정이었으나 설계자의 농간으로 메가트론 전생체가 되어버린 갈바트론이나 범블비 짝퉁으로서 생산된 스팅어 등등 KSI에서 지구기술로 개발한 드론 TF들은 하나같이 신개발된 개량형 물질로 만들어져서 변신할때도 자잘한 블록으로 좌르륵 나누어져 물흐르듯 흘러가서 얼렁뚱땅 변신한다.
이건 트랜스포머라기보다는... 크리오(KRE-O)잖아? OTL ps4. 1편의 큐브(올스파크), 2편의 지도자의 매트릭스, 3편의 스페이스 브릿지에 이어서 이번에도 중요한 아이템이 등장한다. 트랜스포머의 구성물질인 외계금속 '트랜스포뮴'을 대량발생시킬 수 있는 광역 폭발장치 '씨드'가 그것인데, 프롤로그에서 '창조주'가 이 장치를 사용하여 지구의 공룡을 멸종시키는 장면에서 그 위력을 과시한다. 본 작품의 원제인 '멸종의 시대(Age of Extinction)'는 바로 이 장면을 가리키는 동시에, 씨드가 또 다시 발동될 경우 이번에는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암시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의 '사라진 시대'나 일본어판의 '로스트 에이지'는 좀 더 기억하기 쉽긴 하지만 대체 어떤 내용인지 잘 와닿지는 않는 듯.
ps5. 그동안 별 언급도 없다가 갑툭튀한 '창조주'는 아무래도 G1 카툰의 퀸테슨족(일본판에서는 '퀸테사 성인')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첫머리에 등장한 신체부위가 촉수가 아니고 인간의 손과 비슷한 기관인지라 실제로 등장한다면 디자인은 꽤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그나저나 옵대장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다짜고짜 우주로 날아올라서 '내가 너희를 찾아갈테니 지구는 그냥 냅둬라'라는 호기로운 소리를 해도 되는건가? 여행 준비 정도는 갖추고 가야 하는거 아냐? 하루 이틀 걸리는 거리도 아닐텐데(...)
ps6. 전편의 아이언하이드에 이어서 이번엔 래쳇이 싸워보지도 못한 채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하여 팬들 가슴을 아프게 하던데... 생각해보니 이거 G1 극장판에서 얘네 둘이 디셉티콘 기습 받고 입에서 불꽃 뿜으며 개박살나던 그 장면 오마주 아닌가 싶기도 하네. 베이포머가 영화적으론 개판이지만 은근슬쩍 원작 의식한 이스터 에그는 제법 많은 편임. 문제는 감독인 마베가 덕후가 아니기 때문에 스탭들이 그런거 넣거나 말거나 쿨하게 무시하고 자기 설정만 밀어붙인다는 거지. 더 큰 문제는 그 설정조차 각 편마다 널뛰듯 마구 바뀐다는 거지만(예: 옵티머스는 원래 우주탐험자 집단 '나이츠'의 일원...... 뭐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3편까진 그런 소리 없었잖아!).
ps7. 조이스 밑에서 일하는 그 지질학자 여인네는 정말 왜 나왔는지 모르겠음. 올해의 잉여상을 제정한다면 분명 이 아가씨가 수상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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