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로컬라이징을 넘어서 정신승리의 경지로
예전에 알라딘이라는 출판사에서 해적판으로 나온 패트레이버 코믹스는 당연 그당시의 시대 분위기상 일본 쪽 고유명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인명과 지명을 모조리 한국으로 바꿔놓은 로컬라이징의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는데 (이를테면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범죄 레이버를 잡으려고 포위공격을 펼친 곳이 무려 '보라매 공원'... 원본은 아마 우에노 공원이나 그 비슷한 곳이었을텐데 어딘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무래도 일본이라는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몇몇 장면에선 아예 한국과 일본의 껄끄러운 관계를 역이용하여 무지무지 자연스럽고도 기기묘묘하게 느껴지는 초월이식(?)을 보여주었다.

#1. 바다 근처에서 환경단체가 시위를 하고 있는데 중간중간에 보이는 피켓에 '인천 앞바다와 한국 만화를 살리자!' 혹은 'SAVE THE 한국 만화'라는 애교 섞인 문구를 집어넣었다. 일본만화를 해적판으로 들여와서 파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 치고는 엄청 자가당착적으로 들리는데 그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2. 두 인물이 박물관 비슷한 곳에서 만나는데 전시물 중에 아무리 봐도 일본 쪽 유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물건이 나오는지라 저걸 어떻게 해결하나 봤더니 안내문을 아예 '위대한 우리 조상이 일본을 정복했을 때 가져온 전리품'이라고 바꿔놨다. 이런 쌈박한 정신승리를 봤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리처드 왕 = 우츠미가 자기의 신개발 OS '아수라'를 샤프트 코리아의 김(金) 상에게 팔아먹으려고 하나 '우리는 이미 독자기술이 있다'며 거절당하는 장면. 우츠미가 이미 김도훈이라는 한국인으로 로컬라이징되어 있는 터라 알라딘판에서는 김상이 '우쯔미'라는 이름의 샤프트 '저팬' 대표로 바뀌었다. 이건 마치 <내일의 죠> 국내판에서 김용비가 동남아 어디 출신으로 강제변환당했던 사태에 맞먹는 국적세탁(?)

#4. 제2소대가 폐건물을 정리하며 전지훈련 비슷한 걸 하는 에피소드. 명백히 사무라이로밖에 안 보이는 유령이 나온다는 설정이라 아예 제갈용(신시)의 설명에 '일제 때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던 일본 낭인들이 쓰던 건물이랍니다'라는 대사가 붙었다. 당연히 그 뒤 전쟁 때 죽은 유령들은 태평양전쟁이 아니라 6. 25 때 죽은 걸로 바뀌고 기타등등.

지금 와서 보면 좀 어이가 가출할 만큼 황당한 로컬라이징이긴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꽤나 머리를 굴리고 굴린 끝에 나온 아이디어들이었을 테니 이래저래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다. 정식판이 아니라는 게 안타깝지만 어차피 정식판은 인명은 투니버스 쪽을 따라 한국명으로 해버리고 지명은 또 일본 쪽 그대로 놔둔 이상한 조합을 내놓는 바람에 내 눈 밖에 나서 결국 안 샀으니 뭐라 더 얘기할 거리가 없군(...)

만약 내년에 나오는 실사판 패트레이버를 챔프영상이나 그 비슷한 곳에서 수입하여 더빙방영한다면 또 어떤 각색을 보여줄 것인가가 기대될 따름이다. (김칫국 한사발)
by 잠본이 | 2013/12/18 00:10 | 만화광시대 | 트랙백 | 덧글(26)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99854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아무것도없어서죄송 at 2013/12/18 01:40
님아 혹시 페트레이버 어떻게 끝나는 줄 아시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봤던 화가 면도날 상사가 잠깐 동안 휴양을 지내고 그 셀러리맨 악당이 칼빵 맞고 쓰러지는 거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더 나왔을텐데 혹시 어떻게 끝나는지 아시나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4
알라딘판에서 '계속'이라고 잘못 달아놔서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게 마지막 맞습니다. 노아는 그리폰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우츠미는 일당과 함께 도망가다 칼침맞고 소식두절, 그리고 2소대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로 끝입니다.
Commented by 아빠늑대 at 2013/12/18 02:36
나름대로 애먹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볼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나이먹고 보니... 어색함과 불쌍함이 한꺼번에 몰리는게...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4
특히나 상사의 지시나 정부의 검열 때문에 머리굴리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을듯한
Commented by BS at 2013/12/18 05:04
그시절 해적판 특유의 막무가내 번역이 은근히 찰진 결과물을 많이 냈죠. 나중에 정식발매되면서 해적판들은 거의 처리해버렸는데 지금은 매우 후회중입니다. 그것들 가지고 있었으면 몇십년치 짤방감은 나왔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유일하게 해적판을 안버리고 남겨놓은 게 있는데 그거슨 여기는 그린우드.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4
전설의 남궁상민!
Commented by . at 2013/12/18 05:38
작중에 사무라이가 미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자기도 죽었더랬다.. 이 비슷한 옛날 이야기를 하는데, 사무라이 이름을 "도끼로 이마까라"로 바꾸고 아스마가 "정말로 도끼로 이마를 깠구만!" 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OTL 라이센스판이 워낙 오역이 넘치기도 해서 오히려 해적판이 더 빛을 발하기도 하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5
"이마나까[今中]라는 사무라이가 미쳐서 식솔들을 칼로 죽이고 자기도 자결을..."
"저주받은 거 아냐? 이 건물." (정말 이마를 깠군!)
Commented by 듀란달 at 2013/12/18 09:17
생각해 보면 해적판 쪽 번역이 더 찰진 경우가 종종 있죠.

'오손도손 피바다' 라든가 '등짝을 보자'라든가(...)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6
보통 감각 갖고는 도달하기 힘든 경지
Commented by 풍신 at 2013/12/18 09:34
'위대한 우리 조상이 일본을 정복했을 때 가져온 전리품'이라닠...너무 멋진데요. OTL

해적판 번역들 중엔 정말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들이 꽤 있었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6
어차피 해적판이니 시비걸 놈도 없겠다 역사 한번 찰지게 바꿔보자~뭐 이런 의욕이 느껴...질 리가.
Commented by sharkman at 2013/12/18 14:06
식초를 마시는 로크데나시 블루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6
진짜로 건강 때문에 홍초를 마셔대는 시대가 올줄은 미처 몰랐던 그시절에!
Commented by 달산 at 2013/12/18 17:08
이츠키 나츠미의 팔운성 해적판은 이즈모 도공 가문의 후손이었던 주인공을 재일교포(!!)로 삼아서, 주인공 가족 외에는 전혀 로컬라이징하는 일 없이 그대로 일본 이름 지명 등을 살렸습니다. 백제인의 후손인가, 하는 심정으로 읽었더랬....(거긴 차라리 야마토에 가깝지 않...)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7
그러고보면 주변이 모조리 일본명인데 혼자 한국명으로 밀고 나가는 소년탐정 김전일은 대체 뭐하는 설정인지
Commented by 크로스번 at 2013/12/18 18:39
... 잡설이지만 메뉴의 #을 보는 순간 공대쪽 공부를 하신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뇨 그냥 그런 생각이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7
허허허허허 오해입니다(?)
Commented by 쾌속고양이 at 2013/12/18 20:26
그 보라매공원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는 도주 경로가 다 한국화 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것도 실제와 잘 맞아떨어지게요.

아주 예전이라 가물가물하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8
지도를 아예 새로 그렸더군요. 그래 각색하려면 이정도 정성은 보여줘야지!
Commented by TOWA at 2013/12/19 04:39
저쯤되면 좀 측은해보일정도로[..]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4 00:08
뭐 그래봐야 옛날에 다 지나간 일이니 측은해도 어쩔 수 없지만
Commented by 쓰레기청소부 at 2013/12/25 16:43
몇 개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철저한 원판 신봉자였던 본인조차 너무 자연스러워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을 정도였습니다. 공감가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2/29 20:23
바느질을 했는데 자국이 전혀 없는 자연스러움!
Commented by 먹통XKim at 2014/01/01 19:52
나일등이 생각나네요..엔젤전설의 '기타노 세이치로' 해적판 이름

1권 시작부터

믿던 대통령에게 발등찍히고 험난한 세상에 천사랑 짝꿍해도 될 정도로 순수한 아이가 있었어......라고 원작과 확 다른 현지화를 보여준(?) 나레이션도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4/01/01 19:54
한국인만 알수있는 대통령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