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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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시리즈 (6) 파운데이션의 서막
원제: Prelude to Foundation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
역자: 김옥수
출판사: 황금가지

무대는 황제 클레온 1세 치하의 은하제국. 변방행성 헬리콘 출신의 젊은 수학자 해리 셀던은 제국 수도 트랜터에서 개최된 수학자 총회에 참석하여 인간사회의 미래를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의 기초이론을 발표한다. 이 특이한 이론에 흥미를 느낀 클레온 황제는 셀던을 소환하여 자기를 위해 일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셀던은 '심리역사학은 어디까지나 사고실험에 불과하며 실용화하기에는 장애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하지만 황제뿐만 아니라 제국의 실권을 노리는 다른 세력까지도 셀던을 손에 넣기 위해 암약하기 시작하고, 우연히 만난 저널리스트 체터 휴민으로부터 '은하제국은 서서히 멸망하고 있다. 인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심리역사학이 필요하다'고 설득당한 셀던은 추적을 피해 트랜터 여기저기를 도망다니면서 심리역사학의 실용화를 모색한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1988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6번째 단행본이며 기존 시리즈의 전일담을 다루는 프리퀄 작품에 해당한다. 원조 3부작과 트레비스 2부작에 이어서 전체 시리즈의 3번째 사이클을 이루는 해리 셀던 2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본래 해리 셀던은 심리역사학을 창시하여 파운데이션을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시리즈 전체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지만 기존 작품에서는 아주 잠깐동안만 등장하거나 아예 전설적인 인물로 언급만 되는 데 그쳤고, 대체로 원숙기를 지난 고매한 노(老)학자의 모습으로만 그려졌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젊은 시절의 해리 셀던을 주인공으로 발탁하여 나름대로 인간적인 약점과 고민을 지닌 살아있는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원조 3부작이 이미 제국 쇠퇴기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은하제국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대충 넘어간 데 비해 여기서는 최전성기의 수도행성 트랜터를 무대로 삼아 훨씬 자세하고 다채로운 제국의 실상을 보여준다. 참고로 제목에 '파운데이션'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시대적으로 훨씬 앞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파운데이션 자체는 등장하지 않는다.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결국 셀던이 심리역사학을 완성시켜 후대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본작은 어떻게 미리 예정된 결과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야기를 짜내면서도 독자가 계속 흥미를 갖고 읽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물론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작품을 통해 시리즈에 처음 진입한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도 있으므로 여러모로 리스크가 많은 작업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꽤 영리한 출발점을 설정하여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는데, 그 출발점이란 바로 '해리 셀던 본인이 심리역사학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전제('셀던이 심리역사학을 정립했다')를 거꾸로 뒤집어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을 스토리의 추진력으로 삼은 것이다. 처음에는 셀던 본인도 그저 흥미로운 탁상공론 정도로 여겼던 심리역사학을 어떻게 실용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킬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풋내기 셀던이 어떻게 우리가 아는 전설의 대학자로 성장하게 되는지를 파헤쳐나가는 것이 본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의 원숙한 필력에 힘입은 탄탄한 스토리와 다소 전형적이지만 효과적으로 구현된 캐릭터들 덕분에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였다고 여겨진다.

본작은 해리 셀던이 신비한 인물 휴민의 의뢰를 받고 심리역사학을 완성하기 위해 트랜터의 다양한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벌이는 모험을 그리고 있는데, 대화를 통한 정보교환 및 서스펜스 조성과 수수께끼 풀이에 주력했던 전작들에 비해 훨씬 박진감과 현장감이 강조되어 있고 액션 장면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셀던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동반자이자 경호원인 도스 베나빌리도 빛나는 지성과 상당한 무술 실력을 겸비한 만능형 캐릭터라서 마냥 대화만 하기보다는 직접 사건에 뛰어들어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일단 궁금증이 생기면 그것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하다가 온갖 위험한 지경에 다 뛰어드는 셀던의 무모함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안절부절못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도스의 꼼꼼함이 좋은 대조를 이루어, 비슷한 듯하면서도 정반대 성격인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지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의 일면도 갖추고 있다. (아선생의 평소 버릇대로 안되는 연애담을 자기 맘대로 쓰다보니 읽다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허허허! 이녀석들 허허허!'라고 웃어 넘기며 관대하게 봐줄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본작은 셀던의 시점에서 심리역사학 완성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지적(知的) 편력인 동시에 트랜터의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은하제국의 생생한 모습을 조망하는 로드무비의 성격도 갖추고 있는데,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다른 세력들과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황제 직할령,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는 대학도시 스트릴링, 발달된 생화학 기술과 광신적인 편견을 동시에 갖춘 폐쇄사회 마이코겐, 인종차별과 범죄의 온상인 에너지 생산구역 다알, 그리고 황위를 노리고 호시탐탐 음모를 꾸미는 귀족사회 와이 등등 현실의 여러 집단을 풍자한 듯한 트랜터의 행정구역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이코겐과 다알에서 맞닥뜨리는 고대 전설을 통해 저자의 다른 대표작인 로봇 시리즈에 대한 암시를 주기도 하고, 결말에서 제시되는 셀던과 '어떤 인물'의 중요한 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복선을 깔기도 하는 등 시리즈물로서의 요소도 군데군데 잘 배치되어 있다. (다만 전작 <파운데이션과 지구>를 본 독자라면 휴민의 정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좀 김이 샐지도 모르겠으나, 그점을 고려해서인지 본작에서는 그의 목적과 전체적인 구도에 대한 또 하나의 트릭이 숨겨져 있다. 비주얼이 주어지지 않고 순전히 텍스트로만 장면을 상상해야 하는 소설매체의 특성을 잘 활용한 일종의 서술트릭이라고도 할 만하다.)

전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며 순수한 소설로서의 재미도 잘 갖춰져 있어서, 그동안 시리즈를 따라잡아 온 독자들에 대한 애교 넘치는 팬서비스라는 느낌도 든다. 나머지 에피소드들이 이 작품만큼의 퀄리티로 쓰여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망상마저 하게 되니 말 다했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선생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바람에 이후의 작품들은 초기 3부작 시절의 스타일로 돌아가 잡지에 띄엄띄엄 발표하는 연작 단편의 형식을 띠게 되는지라, 이 작품이 아시모프의 손으로 집필된 최후의 파운데이션 장편소설이 되고 말았다. 오호 통재라.
by 잠본이 | 2013/11/22 00:03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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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다.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다음해인 1993년에 출판된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로,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7번째 단행본인 동시에 최종편. 전작 &lt;파운데이션의 서막>에 이은 해리 셀던 2부작의 후편에 해당하지만 전작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되는 작품이다. 전작이 32세의 젊은 셀던을 주인공으로 하여 몇 달 동안의 짧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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