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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시리즈 (3) 제2파운데이션
원제: Second Foundation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
역자: 김옥수
출판사: 황금가지

돌연변이체 뮬에 의해 파운데이션이 함락되고 은하제국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지금, 뮬의 앞길을 막을 존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해리 셀던은 생전에 '은하계의 양쪽 끝에 두 개의 파운데이션을 세우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두 번째 파운데이션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미지의 조직이 크나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뮬은 탐색을 계속하지만 도무지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다. 신비의 제2파운데이션은 그저 전설로만 남아있는 허구에 불과한가? 아니면 그들은 뮬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는 위력을 지니고 감쪽같이 암약하고 있는 것인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며 초기 3부작의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소설. 1948년부터 1950년 사이에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 지에 발표된 중편소설 2편을 모아서 195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파운데이션>에서 살짝 존재만이 암시되었고 <파운데이션과 제국>에서는 뮬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결국 발견되지 않았던 비밀결사 '제2파운데이션'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이야기. 터미너스에 세워진 파운데이션(구별을 위해 '제1파운데이션'이라고도 한다)이 발달된 물리과학과 구체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공공연한' 조직인 반면 제2파운데이션은 심리역사학과 정신조작 능력을 무기로 은밀하게 역사의 뒤편에서 활약하는 '숨은' 조직으로 그려진다. 제2파운데이션은 뮬이나 제1파운데이션의 유력자들이 자기들을 찾아내어 파괴하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뮬의 출현으로 인해 정상을 벗어난 셀던 프로젝트를 본 궤도로 돌려놓는 어려운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제1부 '뮬의 탐색(Search By the Mule)'에서는 전작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서 여전히 제2파운데이션을 찾으려고 분투하는 뮬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2파운데이션의 소재지로 의심되는 변방의 가난한 행성을 중심으로 뮬, 원래 제1파운데이션의 애국자였으나 뮬에게 조작당하여 전향한 한 프리처 장군, 그리고 기묘한 입장의 신 캐릭터인 베일 채니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서로의 의도를 숨기고 박진감 넘치는 말싸움을 벌이는 서스펜스물로서의 재미가 있다. 그에 더하여 마침내 독자들 앞에 등장한 제2파운데이션의 지도자 '제1발언자'가 뮬을 상대로 치열한 정신력의 대결을 펼치는 클라이막스는 시리즈 유일의 초능력 배틀이라는 메리트를 활용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옆에서 직접 보면 그냥 눈 부릅뜨고 이마에 땀 흘리며 서로 노려보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OTL)

제2부 '파운데이션의 탐색(Search By the Foundation)'에서는 뮬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제1파운데이션의 뜻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제2파운데이션의 존재여부와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작의 등장인물인 토란과 베이타 부부의 아들인 다렐 박사와 그의 총명한 외동딸 아르카디아가 각각 터미너스와 칼간으로 흩어져 제2파운데이션의 흔적을 쫓는데, 뮬 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한 칼간의 후임 군주가 파운데이션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이야기는 점점 앞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꼬이게 된다. 다만 칼간과의 전쟁은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부수적인 사건으로서 묘사되고, 이야기의 초점은 제2파운데이션의 탐색 및 무력화에 맞춰져 있다. 수수께끼의 핵심인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를 놓고 여러 인물들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면서 서서히 진실에 접근해 가는 추리적 구성이 돋보이는데, 이후 <강철도시>나 <흑거미 클럽>으로 추리작가의 영역에도 도전하는 저자의 역량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당시 SF계에서는 드물게도 십 대 소녀로서 주연급 역할을 잘 해낸 아르카디아 다렐은 <네메시스>의 마를레이너 피셔나 <파운데이션을 향하여>의 완다 셀던을 예감케 하는 대선배라고 할 만하다.

제1부 <파운데이션>이 인간 사회의 변천을 다이나믹하게 보여주는 사회풍자소설, 제2부 <파운데이션과 제국>이 거대한 운명에 농락당하는 인간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애도하는 서사시라고 한다면 본 작품은 하나의 수수께끼를 중심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엮어가면서 그 해결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재치 대결을 보여주는 추리극에 가깝다. 또한 전작의 '뮬' 편에서 보여주었던 정신조작 능력의 비중이 커지면서 초능력물로서의 재미가 부각되는 면도 있다. (다만 그 초능력이 눈에 띄게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종류의 능력이 아니고 인간의 두뇌 속에서 벌어지는 자기장의 흐름에 간섭하여 보일락 말락 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식의 능력이라서 무슨 아메리칸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를 기대하고 봤다간 피본다 OTL) 뮬을 능가할 만한 강렬한 개성의 캐릭터가 부족하여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제2파운데이션이라는 신비의 조직 자체가 실질적인 주인공으로서 스토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종의 비밀결사 음모론을 다룬 정치 드라마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어스타운딩'의 편집장 존 캠벨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대해 열광적인 관심을 보이며 집필을 계속 독촉했지만 아시모프 본인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점점 본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잃어간다. 비록 겹치는 캐릭터는 없지만 동일 세계관 내에서 쌓여가는 역사를 묘사하다 보니 설정이 점점 방대해졌고 뒷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앞 이야기를 전부 숙지하여 복선을 짜야 했기 때문에 집필에 많은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동시기에 쓰여진 양전자 로봇 시리즈는 캐릭터가 겹치긴 해도 각각 독립된 아이디어 중심의 단편들이었던지라 이러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결국 '이번에야말로 내가 그만두고 말리라'는 뜻을 계속 밝혀온 아시모프는 '파운데이션의 탐색'을 끝으로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종지부를 찍는다. 초기 3부작이 책으로 간행되어 점점 팬이 늘어나면서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는 독자들의 바람도 커져만 갔으나 정작 아시모프 본인은 교수로서의 본업과 과학저술가로서의 커리어에 쫓겨 아예 SF계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바람에 그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결국 다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 후......
by 잠본이 | 2013/10/23 22:1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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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스터 at 2013/10/24 03:36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 '반대편'의 의미에 어린 시절인데도 무릎을 쳤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생각해보면 아시모프 옹이 제 어린시절부터 거장(?)으로 각인된 순간이 이때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Rainism at 2013/10/24 19:13
읽은지 20년이 지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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