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파운데이션 시리즈 (1) 파운데이션
원제: Foundation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
역자: 김옥수
출판사: 황금가지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수도행성 트랜터를 중심으로 1만 2천 년의 번영을 누려 온 은하제국. 하지만 그 번영의 뒤편에는 눈에 띄지 않는 쇠퇴와 종말의 징조가 도사리고 있었다. 천재 수학자 해리 셀던은 자신이 제창한 심리역사학을 이용하여 제국의 운명을 미리 계산하고 멸망 이후 다가올 암흑시대를 단축하기 위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발동한다. 인류가 쌓아올린 지식의 보고를 한데 모은 '은하대백과사전'을 편찬하여 후세에게 전달, 혼란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었다. 불길한 미래를 예언한 셀던과 그의 추종자들을 위험인물로 판단한 제국의 지배세력은 그들을 은하계의 변방에 위치한 미개척 행성 터미너스로 추방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인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동시에 시리즈의 중핵을 이루는 초기 3부작의 제1부에 해당하는 소설. 실제로는 장편이 아니라 동일 세계관 내에서 벌어지는 독립된 사건을 묘사하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연대순으로 배열한 연작 단편집이다. 1942년부터 1944년까지 SF잡지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에 발표한 4편에 도입부 역할을 하는 1편을 추가하여 1951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파운데이션'은 해리 셀던의 유지를 받들어 은하대백과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조직된 '백과사전 편찬 재단( Encyclopedia Galactica Foundation)'을 의미하지만, 그 재단을 바탕으로 터미너스에 세워진 행성국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각 장(章)마다 30년~100년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어서 사실상 공통되는 등장인물이 극히 적은 대신에 파운데이션이라는 조직 자체가 실질적인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제1부 '심리역사학자(The Psychohistorians)'에서는 창설자 해리 셀던의 예언과 추방을 묘사하고, 제2부 '백과사전 편찬 위원회(The Encyclopedists)' 에서는 이웃 행성 아나크레온의 위협과 셀던의 진짜 의도를 파악한 초대(初代) 시장 샐버 하딘의 활약을 보여주며, 제3부 '시장(The Mayors)'에서는 하딘의 계책으로 태어난 신흥종교와 과학기술을 결합하여 주변 왕국들을 세력권하에 넣어가는 파운데이션의 행보가 구체화되고, 제4부 '무역상인(The Traders)'에서는 이른바 '아스콘 사건'을 통해 무역상인의 대두와 종교를 통한 지배의 어려움이 드러나며, 제5부 '대상(The Merchant Princes)'에서는 종교전술을 버리고 순수한 무역의 힘으로 시대를 헤쳐가는 전설의 무역상 호버 말로의 활약을 보여준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변방에 대한 제국의 지배력이 점점 약화됨에 따라 터미너스 주변의 행정구들이 '네 왕국'으로서 독립하여 위험세력으로 떠오르고, 그들을 슬기롭게 견제하면서 독자적인 발전을 계속해 가는 파운데이션의 역사적 변천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천재긴 해도 평범한 노인이던 셀던이 시대가 지날수록 점점 신격화되는 것도 재미있다.)

구성의 힌트를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에서 따왔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정된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각 시대별로 중요한 사건만을 짚어나감으로써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완성하는 대하 연작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또한 '어스타운딩' 편집장인 존 캠벨의 인종차별주의에 진저리가 난 아시모프가 아예 지구인류 외의 다른 지성체의 등장을 배제한 탓에 순전히 인류만으로 구성된 은하계 규모의 정치체제를 그리게 되었는데 오히려 별별 외계인이 난무하던 당시의 미국 SF계에서 이런 접근은 굉장히 신선하게 여겨졌던 듯 하다.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굉장히 고색창연해 보이는 과학설정이 가득하지만(특히나 1940년대 당시에는 아직 꿈의 에너지였던 '원자력'을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애지중지하는 태도가 눈에 밟힌다), 인류 사회의 알력과 충돌, 쇠퇴와 발전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사회과학적 사고실험으로서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다만 저자인 아시모프가 당시에는 아직 초보 티를 벗지 못한 20대의 젊은 작가였고, 학업으로 바쁜데도 불구하고 마감에 쫓겨가며 월간지에 연재한 시리즈인 터라 요즘 기준으로는 상당히 엉성하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다. 한정된 분량 안에 거대한 서사를 집어넣으려다 보니 대부분의 사건을 인물간의 대화나 설명으로 간단히 때워 버리고 저자만 아는(혹은 당시 SF를 읽던 사람이라면 대충 뭔지 짐작할 만한) 고유명사나 설정을 툭툭 던져놓고 지나가는 등 초보 작가들이 저지를 만한 나쁜 버릇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로봇 단편들은 그나마 현대와 비슷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로봇'이라는 눈에 확실히 드러나는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지라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수만 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그만큼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고 역사의 흐름과 개인의 역할이라는 추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각각의 위기에 대한 개별 주인공들의 해결책에 대한 설명이 잘 와닿지 않는 게 문제다.) 15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다루면서도 실제로 보여주는 부분은 각 시대의 전환점이 되는 몇몇 사건들 정도라서 나머지 부분은 독자의 상상력으로 때워야만 한다는 것도 아쉽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긴 해도 본 작품은 SF사상 유례가 없는 독특한 시리즈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앞으로 이어질 여러 작품들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젊은 날의 아시모프가 좌충우돌하며 빚어낸 서툰 문장 속에 보석 같은 아이디어나 반짝이는 재치가 살며시 숨어 있는 실험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에는 이 작품 이전에 벌어진 일을 다루는 프리퀄(prequel) 작품도 존재하지만 이 작품보다 훨씬 나중에 집필되어 퀄리티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거기에 더하여 중요한 내용에 대한 천기누설이 있을 수 있기에) 집필 순서대로 이 작품을 제일 먼저 읽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장점만큼이나 결점도 뚜렷하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대체 어떻길래 저 바닥에서 고전이 되었나 어디 한번 보자'라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by 잠본이 | 2013/10/22 00:04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3)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98698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파운데이션 시.. at 2013/10/23 23:53

...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소설. 1948년부터 1950년 사이에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 지에 발표된 중편소설 2편을 모아서 195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lt;파운데이션>에서 살짝 존재만이 암시되었고 &lt;파운데이션과 제국>에서는 뮬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결국 발견되지 않았던 비밀결사 '제2파운데이션'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 ...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파운데이션 시.. at 2013/11/28 00:12

...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의 일생을 꾸준히 추적하는 스타일이라 훨씬 응집력이 강하고 감정이입하기도 쉬운 편이다. 시기상으로는 제6권 &lt;파운데이션의 서막>과 제1권 &lt;파운데이션>의 중간 시기를 다루고 있으나 에필로그 부분은 &lt;파운데이션>의 제1장 '심리역사학자'보다 나중에 위치하며, 여기서 해리 셀던의 장엄하고도 애달픈 마지막 ...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은하제국을 세.. at 2014/01/26 02:18

... 데이션> 시리즈의 은하대백과사전을 연상케 한다. (거기서는 초반부터 '사전은 훼이크다 이 빙신들아!'였기 때문에 좀 다르긴 하지만) 어찌보면 나가토라는 인물 자체가 &lt;파운데이션>의 샐버 하딘을 따와서 에스퍼 액션 미중년 히어로로 재해석한 게 아닐까 싶기도. (믿거나 말거나) (C) Hijiri Prod. 그런데 사실 나가토는 어느날 ... more

Commented by ogion at 2013/10/22 01:42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부분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초보작가가 어슬프게 설정만 던져놓은건 맞지만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0/22 02:15
사실 2차대전 끝나기도 전에 쓴거란 점을 생각하면 대단하긴 한데...
저는 현대정보문화사의 괴악한 편집 때문에 '파운데이션의 서막'을 재밌게 읽은 뒤에 저걸 봐서 실망을 아주 제대로 했단 말이죠.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이거부터 봤으면 좋았을텐데~ 으으으 잊지않겠따
Commented at 2013/10/22 02: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10/23 00:2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10/23 19:39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레드진생 at 2013/10/22 12:01
저도 현대정보문화사 판으로 봤는데 1~2권(서막) 과 이후 3~5권(초기3부작) 이 많이 달라서 좀 당황스럽긴 했죠.

황금가지판을 사고 싶기는 한데 최근 건프라를 많이 질러서 총알비축중입니다. 사실 아시모프 아저씨를 존경하지만, 굳이 얼굴 보면서 차마시고 싶은 생각은... ㅋ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0/23 00:29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 읽는 맛이 쏠쏠하긴 합니다.
일부분은 번역을 새로 해서 대화의 느낌이 좀 다르고, 고유명사도 약간 고친 듯.
Commented by 하루 at 2013/10/27 20:15
10권짜리 구판본에서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었죠. 사실 파운데이션과 프렐류드와는 워낙 서술방식이 달라서 그렇게 위화감은 못느꼈습니다.
Commented by LionHeart at 2017/08/16 13:26
최근 읽기 시작해서 1권까지는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후 책들도 기대가 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제 안에서는 호호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한데, 이 작품은 그가 젊었을 때 썼던 책이었군요.

'로마제국 쇠망사'도 구매해두었는데 이 작품과 연관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이 책도 기대되네요.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