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로봇을 실사로 구현했다고 해서 <트랜스포머>와 비교하는 의견이 꽤 많이 보이고, 특수효과 부분만 출중하고 중간중간의 드라마가 개판이라 <디워> 미국버전이라 평하는 의견도 있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론 둘 다 핀트가 약간씩 어긋난 평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트랜스포머>는 로봇 장난감을 원작으로 해서 그걸 CG로 설득력있게 그려낸 건 맞는데 감독이 그걸 갖고 덕질을 하지는 않고 계속 자기 좋은 방향으로 딴짓거리를 시도하고 있단 말이지. 1편은 그나마 균형이 맞는데 뒤로 갈수록 로봇은 구색맞추기고 실제로는 외계인 음모론과 민간인들의 저질개그와 미군들의 킹왕짱 화력이 더 돋보이는 아주 대중적인 영화일 뿐. 한마디로 마이클 베이는 '로봇따위 족구하라그래! 나 인간 그릴거야!' 이러고 있는데 어쨌든 영화가 잘 팔리니까 3편까지도 초지일관하게 된 거다. 여기에 비해서 <퍼시픽 림>은 기본 소재인 괴수와 로봇에 대해 감독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아주 신나게 덕질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단 말이지. 마이클 베이와는 반대로 '인간따위 족구하라그래! 나 로봇 그릴거야!'로 나가다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고나 할까. 즉 겉으로 보이는 소재는 비슷해 보여도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
<디워>의 경우는 제작자의 역량 부족 때문에 드라마 파트가 괴이해진 것이고 그것이 한국의 일반적인 특수효과 수준을 제법 넘어섰던 괴수 파트와 엄청나게 대조되다 보니 단점이 더 눈에 띄었던 것인데, <퍼시픽 림>의 경우는
토토로델 토로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 보면 역량이 부족해서 드라마 파트가 그 꼴이 되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전투 장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건성으로 넘어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노골적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그리 된 것 같다. 뭐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퍼시픽 림>의 드라마 파트는 <디워>에 비하면 기본에는 충실하다. 연출이 되게 밋밋하고 짚고 넘어갈 거 다 생략해버려서 구멍이 많긴 한데 그래도 쌍팔년대 영화스러운 허술함이 드러나지는 않으니...
사실 이런 면에서 볼 때 <퍼시픽 림>과 진짜 비슷한 영화는 워쇼스키의 실사판 <스피드 레이서>가 아닐까 싶다. 마이너한 섬나라 대중문화 아이콘을 발굴하여 대자본을 끌어들인 양덕 감독이 신나게 덕질을 한판 벌였으나 대중이 호응해주지 않아서 위태위태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말이지. 인물들이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몰개성한 것 하며, 소년들의 꿈을 반영한 메카액션 하며, 실사보다는 은근히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영상 스타일 하며...
토토로델 토로 감독이 조금만 덕심을 억제하고 드라마 파트에도 정성을 기울여 <트랜스포머> 1편 정도로만 밸런스가 잘 잡힌 작품을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스피드 레이서>는 애초에 원작이 그모양이기 때문에 더 고치면 이상해지니까 일부러 그렇게 만든거고 그게 나름대로 키치한 맛도 있고 뭐 그렇다고 쉴드라도 칠 수 있지만 <퍼시픽 림>은 소재와 스타일만 차용한 오리지널 스토리인 만큼 제작진이 하기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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