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레드 : 더 레전드
★촬영지: 강남 메가박스★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전직 CIA요원 프랭크 모지스와 그의 유쾌한 친구들이 벌이는 한바탕 난장을 그린 영화 <레드(Retired Extremely Dangerous = 은퇴했지만 극도로 위험한 인물)>의 속편. 원제는 그냥 <레드 2>이지만 국내에서는 <레드 : 더 레전드>라는 묘하게 말장난스런 타이틀로 개봉했는데, 옛날에는 부제가 붙은 영화제목도 숫자로 밀어붙이더니 요즘은 숫자로만 나가는 제목에도 국내 한정 부제를 붙이는 경향이 강해진 듯하여 격세지감이 든다. (팀 버튼의 <배트맨 리턴즈>가 <배트맨 2>로 개봉했을 때 분노의 한마디를 토해내던 영화광들의 반응이 지금도 기억에 새로운데 거참) 아무래도 숫자가 붙어 있으면 전편을 못 본 관객들이 부담을 느끼고 피해갈까봐 일부러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이 떠올랐으나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기가 안 맞아서 1편을 놓친 채 보았지만 내용상 독립된 이야기이고 등장인물들의 내력이나 관계도 대충 짐작이 가도록 해놓아서 이해에 무리는 없었다. 냉전시대에 프랭크가 관여했던 특수임무와 연관된 의문의 비밀병기 '밤 그림자'의 존재가 다시 떠오르면서 요주의 인물이 된 프랭크가 CIA와 MI6와 러시아 당국에까지 쫓기며 사선을 넘나드는 곡예를 펼친다는 이야기로, 지나치게 심각한 전개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액션 부분도 만화적인 겉멋을 중시하여 과장된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에 마음 편히 웃으며 즐길 수 있는 탄산음료같은 영화다. (애초에 장르 자체가 액션 코미디고 원작도 그래픽 노벨이니 뭐 당연한가.) 다만 이놈들의 깽판 덕분에 별 상관도 없는 미국 요원들과 러시아 군인들과 이란 대사관 직원들이 억울하게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주인공만 대접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찜찜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기도 하다.

-브루스 윌리스의 스타 파워를 활용한 영화이긴 하지만 <다이 하드> 시리즈처럼 그 혼자의 원맨쇼로만 끝나지도 않고 <익스펜더블> 시리즈처럼 의미심장한 특별출연에만 머물지도 않으면서 중용을 기하는 스타일이라 윌리스횽의 액션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존 말코비치가 연기한 떠버리 폭탄전문가 마빈의 능청스런 개그와 메리 루이즈 파커가 연기한 철부지 여친 사라의 귀염귀염한 행각, 그리고 헬렌 미렌이 연기한 영국측 킬러 빅토리아의 냉철하고 우아한 일처리가 돋보인다. 특히나 헬렌 미렌의 경우는 <언피니시드>에서 보여준 리얼하고 칙칙한 퇴역 첩보원의 모습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으며, 중간에 정신병동에 잠입하기 위해 영국 여왕을 자칭하며 사극풍으로 날뛰는 부분에서도 여러 작품에서 실제 여왕 역으로 등장한 경력이 오버랩되어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러시아측 추적자로 나온 캐서린 제타-존스는 지명도에 비해 좀 손해보는 역할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반대로 프랭크에게 원한을 품은 킬러로 나온 이병헌은 의외로 비중이 꽤 크다. 초반에는 <지 아이 조>의 스톰 섀도우를 연상시키는 쿨시크함과 <놈놈놈>의 박창이를 연상시키는 광기를 번갈아 보여주며 주인공들을 위협하지만 뒤로 갈수록 프랭크의 관록에 압도되어 허당스러움을 내보이는 마스코트 비슷한 캐릭터가 되어버리는데, 단독으로 액션을 보여주는 시간도 꽤 길어서 이채롭다. 냉장고 문에 손이 묶인 채로 러시아 경찰들을 격퇴하는 액션은 음악과 함께 흥겨운 춤사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주인공 못지 않은 박력을 선사한다. <지 아이 조 2>에서도 콜튼 장군 역으로 나온 브루스 윌리스와 짧게나마 함께 싸웠던 걸 생각하면 여기서 보여주는 둘의 대결과 협력이 제법 각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비행기 어딨어!"라는 희대의 명대사도 남겨주시고 말이지.)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문제의 비밀병기를 개발하였으나 32년 간 행방이 묘연했던 과학자 베일리 박사인데, 안소니 홉킨스가 출연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사람 좋고 수다스러우며 약물 복용의 영향으로 정신 산만한 행동을 보여주는 보통 늙은이지만 그 이면에 번득이는 천재성과 교활함을 감추고 있는 복잡한 인물을 능숙하게 연기하여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영화가 그리 무거운 편이 아니다보니 그의 행동도 술렁술렁 가볍게 넘어가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뭔 과학자가 저렇게 비밀공작과 암살에 능하냐 싶으면서도 '아 그래 한니발 렉터였지' 이 한마디로 납득이 가게 만드니 원) 그런 만큼 클라이막스에서 천재답지 않은 허술함을 보여 허를 찔리는 게 더 아쉽기도 한데, 워낙 본인이 잘나다보니 '우매한 네놈들이 나한테 뭘 하겠다고'라는 마인드로 방심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건 예상 못했구만"이라는 대사의 포인트가 2중 3중으로 뒤집히며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빅토리아와는 정면으로 부딪히지는 않지만 미묘한 숨바꼭질을 벌이는 부분이 나오는데, 홉킨스와 미렌이 <히치콕>에서 부부로 나왔던 걸 생각하며 보면 두 배로 웃긴다.

-내용 자체는 평이하지만 쉴 새 없이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와 러시아를 넘나들며 적과 동지가 오락가락하고 그 와중에 여친도 챙겨야 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쪼잔한 고뇌까지 겹쳐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다들 잊고 있었던 냉전시대의 유물이 난데없이 부활하여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는 컨셉이야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도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터라 별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특히나 그 뒤편에 자리잡은 동기가 복수심과 가족애라면 더더욱 그렇겠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이 이전에 쌓아온 경력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아우라가 단순한 스토리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나 그들의 확립된 이미지를 잘 모른 채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재미가 덜할 수도 있는지라, 캐릭터 영화로서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고 할 만하다.


ps1. 마빈이 특정 인물을 '프랭크 모지스의 <아킬레스건>'이라 표현하는데 원문은 엄하게도 '크립토나이트'. 원작이 DC계열이라 의도적으로 넣은 건지 아니면 마빈이 슈퍼맨 덕후여서 그런 표현을 쓴 건지는 나도 모름(...) 원문 그대로 옮겼으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을 테니 적절한 의역이라고 본다.

ps2. 사라는 잘못 가르치면 광기의 연쇄 살인범+세상 남자들을 한큐에 함락하는 요부로 거듭날 소질이 다분하다. 뭐 저 정도나 되니까 프랭크같은 팔자 사나운 영감하고 같이 다니는 거겠지만.

ps3.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말로 외치는 이병헌에게 '아 시바 뭐라고 씨부리는겨!'라고 반응하는 윌리스횽이 진짜 대박ㅋㅋㅋㅋㅋ

ps4. 열심히 등장해서 깐죽거리기만 하다가 결국 손해만 보고 퇴장하는 미국측 요원이 어째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더니 <스타트렉 퍼스트 컨택트>에서 단역으로 나왔다가 보그에게 동화되어 피카드에게 맞아죽는 호크중위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개그인건 이 아저씨가 <퍼스트 어벤저>에서 무려 덤덤 듀간이었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대단한 건 96년판 헐크 애니에서 브루스 배너 성우를 맡았다는 거지만 이건 내가 직접 시청을 못했으니 생략...)

ps5. 어 잠깐만... 그러면 후반부에 베일리가 이 요원을 엿먹이는 장면은 MCU 기준으로 하자면 무려 오딘이 덤덤 듀간을 갖고 노는 거잖아? 의외의 대발견일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6. 음악은 신뢰와 안심의 앨런 실베스트리. 영화 분위기에 맞게 깔끔하고 톡톡 튄다.

★촬영지: 강남 메가박스★
by 잠본이 | 2013/07/25 23:02 | 시네마진국 | 트랙백(1)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96891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작은outsider의 .. at 2013/08/07 10:12

제목 : 레드2는 지아이조2의 번외판?
글이 안풀린다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 쓰여지는 글은 여지없이 어렵다. 내가봐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레드2의 리뷰를 적으면서도 그랬다. 나름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고 검색을 하고, 분주하게 글을 끄적였다. 하지만 나온 글은 맹탕. 글자만 많은 맹탕이다. 슬프다. 어찌하여 그런 글들이 나오는 것인지... 그렇게 한참을 적었던 글을 저장해 두고 고민하다가 지웠다. 레드2는 이번에 한국에서 레드 더 레전드란 이름으로 개봉했다......more

Commented by 백합보존협회 at 2013/07/26 01:21
볼까 말까 고민 중인 작품이었는데 시간이 되면 한 번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시네프린지 at 2013/07/26 02:01
신나게 본 영화. 전편에 결코 꿀리지 않는 속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덤 덤 두건은 초반의 그 냉혹한 미소와 함께 상대방을 픽픽 총으로 쏘아 넘기는 모습이 제법 괜찮았죠.

제목 때문에 타이틀 뜰 때 2편임을 알게 된 관객들이 조금 당황했다는 뒷이야기도 들립니다.
Commented by 풍신 at 2013/07/26 12:01
RED를 봤었기 때문에 무지 기대하는 작품 입니다. 1편 때도 그랬지만, 각 배우가 뭐하시던 분인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으면 재미가 2,3배로 늘어날 듯 하군요.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13/07/26 12:06
영국 감옥에 갇혀 있던 안소니 홉킨스가 감옥 문 열고 나가면서 보안 유리창을 통해 힐끗 쳐다보는 장면에서 한니발 렉터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버팔로 빌 대신 이번엔 밤그림자 찾아주려고 나타난 셈이랄까요.
Commented by 카큔 at 2013/07/26 13:29
역시 마지막은 ㅅㅂㅈㄷㄴ 로 빵터졌죠.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시리즈입니다.
Commented by 킨키 at 2013/07/26 14:30
그 미국측 요원의 배우는 BOB에서 벅 컴튼 역으로도 나왔죠
우락부락한 면상이 워낙 인상깊다보니- _-;;
Commented by NIZU at 2013/07/26 20:29
기대없이 봤는데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역시 때려부수는 영화는 즐겁습니다 :)
Commented by KAYi at 2013/07/27 21:17
전편을 재밌게 봤던지라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 이상의 즐겁고 유쾌한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크립토나이트 부분은 DC라서 의도한 바도 있겠지만, 슈퍼맨이 원체 유명해서 실제 대화에서도 저런 이야길 한다고 얼핏 들은 적이;;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