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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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조의석, 김병서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한국의 2013년작 범죄 스릴러 영화. 범인을 물샐 틈 없이 추적하며 검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경찰 감시반과 천재적인 계획으로 원하는 물건을 반드시 훔쳐내고 방해되는 요소는 냉정하게 제거하는 범죄자의 대결을 묘사한다. 2007년작 홍콩영화 <추적[跟蹤]>을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원전 영화의 영제는 Eye in the Sky(천공의 눈)이고 본 영화의 영제는 Cold Eyes(차가운 눈)이라 둘 다 무언가를 감시하는 '눈'을 강조한 제목이란 점이 흥미롭다. (별 상관없지만 원전 영화는 일본에 수입되면서 <천사의 눈, 야수의 거리>라는 더더욱 장대한 제목으로 탈바꿈했다.) 한효주가 감시반에 갓 배속된 신참 수사관 하윤주 역으로, 설경구가 그녀를 이끌어주는 상사인 황반장 역으로, 그리고 정우성이 그들과 적대하는 수수께끼의 범죄자 제임스 역으로 열연한다.

이야기의 핵심을 이끌어가는 주동인물인 제임스는 천재적인 두뇌와 한치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철저함으로 작전을 설계하여 실행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엄청난 인물이지만 동시에 그 자신도 어딘가에 숨어 있는 더 큰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원치 않는 일까지 해야 하는 하청업자 신세이기도 하다. 등에 난 상처자국이나 스승이자 브로커인 노인과의 대화, '사소한 욕심 때문에 10년을 허비했다'는 대사 등등으로 보아 여러 모로 사연이 많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어디까지나 슬쩍 암시하는 정도에 그치며 극의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개인사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사실 '제임스'라는 이름도 크레딧에만 명시되며 극중에서는 이름으로 불리는 장면조차 거의 없다. 본명인지 어떤지도 확실치 않다. 경찰측에서는 배후 조종자라는 의미에서 '그림자'라는 가칭으로 부른다.) 겉으로는 예의바르면서도 냉철하고 용의주도한 성격이며 결코 쓸데없이 남을 괴롭히지는 않으나 자기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한 순간에는 단순한 목격자나 자기 부하에게도 잔인한 처분을 내리는 무시무시함이 돋보인다.

제임스가 부하들을 수족처럼 부려서 일을 하긴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반드시 자기 손으로 마무리하는 엄마친구아들 스타일의 천재적 범죄자인데 비해 그의 반대편에 서 있는 황반장은 천재적인 재능보다는 끈기 있게 수집한 정보와 동물적인 감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고전적 경찰관에 가깝다. 또한 부하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제임스와 달리 감시반 팀원들(모두 동물 이름에서 따온 코드네임으로만 불리며 황반장과 하윤주를 제외하고는 본명이 밝혀지지 않는다)은 가족과 같은 결속력과 훈훈한 정으로 맺어진 인물들이다. 언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변명 한 번 못하고 어디까지나 어둠 속에 숨어서 몇 달간 잠복근무와 정보수집만 거듭하며 바로 옆에서 다른 사건이 터져도 신분이 노출될까봐 끼어들지 못하는 등등 갖은 애환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참으로서 이들의 세계에 끼어든 하윤주는 현장에 익숙지 않은 풋풋함이나 경찰관으로서 앞뒤 안 가리는 정의감 때문에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관객과 동등한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공감을 유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또한 한번 본 광경을 마치 사진기처럼 정확하게 기억하며 주변의 관계없는 정황까지도 혹시 나중에 필요하게 되면 끌어낼 수 있는 기막힌 관찰력과 기억술의 소유자로 사건 해결에 일조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솔직히 제임스보다 얘가 더 비현실적으로 보임...;;;)

영화는 제임스가 벌이는 신출귀몰한 범죄행각과 경찰측의 빈틈없는 감시작전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양측의 치열한 머리싸움과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깔끔하게 전개한다. 양쪽 진영에는 각각 저마다의 감춰진 사연과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어디까지나 양측의 추적을 냉정한 시선으로 따라가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인물의 감정에 집착하거나 개그나 멜로 같은 부수적인 요소에 집착하다가 샛길로 빠지는 등의 실수는 하지 않는다. 초반부는 주로 제임스를 중심으로 한 피카레스크 드라마 같은 형태로 흘러가다가 점점 감시반의 비중이 커지고 추적이 본격화되면서 베테랑 반장의 인도로 풋내기 하윤주가 진정한 수사관으로 거듭나는 성장 드라마의 비중이 커진다. 화끈한 액션보다는 집요한 추적과 정보를 둘러싼 두뇌전이 중심이기 때문에 액션을 원한 경우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겠으나 서울 시내의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내용에 몰입하다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클라이막스 근처에서 도주하던 제임스를 놓치고 OTL포즈를 취하던 하윤주가 비가 그치고 태양이 나오자마자 우연히도 그 뒤로 달려가는 제임스를 찾아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좀 뜬금없게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꽤 무난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교과서적인 스릴러라 하겠다.

귀중한 휴일을 함께하며 좋은 영화를 보여준 아내에게 감사드린다.


ps1. 하윤주에게 '감정에 휘둘려 임무를 위태롭게 하는 녀석은 필요없다'고 훈계하는 반장을 보며 '웃기지 마! 당신 강철중이잖아!'라고 외치고 싶은 걸 겨우 참았네 OTL (참고: <공공의 적> 시리즈)

ps2. 클라이막스에서 제임스에게 총 겨누고 뒤로 다가오는 지하철 따위 가볍게 씹어먹는 패기를 보여주는 반장을 보며 '이제 저기서 총 집어던지고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면 완벽하겠군... 으잉?'이란 생각이 들었다 OTL (참고: <박하사탕>)

ps3. "한효주 피부도 하얗고 너무 예쁘더라~ 근데 저렇게 생긴 사람이 미행을 하면 오히려 더 눈에 띄어서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아내의 날카로운 혜안 OTL

ps4. 추적을 피하고 싶으면 상품은 반드시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하마아저씨 말씀!

ps5. 현장에서 개고생하는 감시반들 못지 않게 본부에서 정보 취합하고 통신 연결하고 이런저런 교섭을 맡는 다른 팀들의 활약도 꽤 눈에 띄는 편이었는데... (문제는 그 중에서 개드립치는 역할로 굳어진 안경쓴 팀장 한명 말고는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별로 없다는 거지만) 대형 스크린 위에 일사불란하게 촤르륵 펼쳐지는 입체지도와 그 위에 짜자잔 하고 대원들 사진이 포인터와 함께 뜨는 거 보노라니 무슨 미국이나 일본 수사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ps6. 다람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s7. 마지막에 원전 영화의 주역이었던 임달화가 제임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수트의 남자로 깜짝출연. '그리고 모험은 계속된다!'같은 분위기로 약간의 여운을 남기면서도 아주 상쾌하게 끝난다. 왠지 속편이 나와도 될 듯한 느낌이지만, 감시반의 활약 패턴이 딱 미션 임파서블 같은 타입이라 여러번 보면 식상해지고 거기에 더하여 정우성에 맞먹는 악역을 찾아내긴 좀 힘들 것 같은지라 과연 어떨지 모르겠네.
by 잠본이 | 2013/07/14 15:16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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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을파소 at 2013/07/14 16:28
ps3와 비슷한 이유로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과는 달리 키 크고 잘 생긴 사람은 국정원 요원으로 적합치 않다고도 하죠.
Commented by rumic71 at 2013/07/14 16:54
그래서 MI6도 신장제한이 있는데 역대 모든 제임스 본드가 전부 규격 외...
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13/07/14 16:32
아내분의 예찬이 넘치는 감상이네요.
Commented by Uglycat at 2013/07/14 20:58
기존 국산 범죄 스릴러물과 궤를 달리한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보다 절제된 모습이 플러스 요인이었어요...
Commented by 풍신 at 2013/07/14 22:09
<정우성의 "포스"터>가 꽤나 간지나서, 어쩌다가 한번 볼 한국영화(?) 리스트에 집어 넣어 놨습니다. 그리하여 하윤주는 경시청의 1만3000건의 기밀 문서를 읽고 어떤 경찰의 인덱스라 불리는 것이로군요. (얌마!)

확실히 눈에 띄는 미녀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미행보단(...) 역시 함정수사가 나을지도...파티에서 미인계로 접근한 후에 미행하고, 그러다 들키면, 필살기 당신한테 마음 있습니다~로...(007이 괜히 이러는게 아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아내를 위한 영화 선택이었다는 숨은 메세지가!?
Commented by 오오 at 2013/07/15 02:28
아...결혼 하셨군요.
몰랐었는데 뒤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제가 결혼하고 전특작을 떠나, 아니 한국을 뜬지도 10년이 되어가네요.
Commented by 윤도람 at 2013/07/16 14:00
ps 1~6 포풍공감하고 갑니다. ^ㅅ^ ps4는 특히. 아니 왜 범죄자가 조신하게 교통카드 같은 거 쓰고 그래, 라고 생각했음. ps3. 한번 보면 절대 안 잊어먹을 것 같은 미모인데 말이에요. 마지막에 화려하게 롱웨이브 헤어 하고 나타났을 때 홀딱 반했음. >ㅅ<
Commented by Vapid at 2013/07/27 10:18
왓, 이게 리메이크작이었군요 -0-!! 몰랐던 사실!
초반에 '눈'을 하도 강조해서 뭔가 했더니 원작에서 벌써 그런 점이 있어서 그랬군요.
근데 감시자들에서는 막판에 한효주가 초능력자로 클래스 변경을 하더란(...) 무지막지한 시각 기억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임스(악당)를 끌어당기는 마성의 눈!! 게다가 1초라는 찰나의 시간에 사람 하나를 죽일 수 있는 살인병기 제임스에게 잡히고도 살아난 유일무이(?)한 인간!! 운도 실력이라는데 하윤주(한효주, 위에서 언급하신 역할 이름에 오류가 있네요)는 그야말로 최종병기 그녀가 아닐까 하고 망상해봅니다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07/27 17:55
고쳤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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