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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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슈퍼히어로의 원조이자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DC코믹스의 고참 캐릭터 슈퍼맨을 소재로 만들어진 극장용 장편영화.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배트맨의 이미지를 일신하고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도 큰 파문을 일으킨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S. 고이어가 각각 제작자와 각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300>과 <왓치맨>으로 만화 원작 영화를 그 누구보다도 간지넘치게 찍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슈퍼맨 상(像)을 고민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제목의 Man of Steel은 원작 만화에서 널리 사용된 슈퍼맨의 별명 중 하나로, <다크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하면서도 주인공의 명칭을 제목에서 의도적으로 빼버리고 보다 중후한 분위기를 내고자 한 노림수가 언뜻 보인다. 실제로 엔딩 크레딧에서도 주연인 헨리 카빌은 '칼 엘/클락 켄트'라고만 표시되며 극중에서도 슈퍼맨이라는 명칭은 후반에 가서야 군대의 코드네임으로 한 두어번 정도 등장하는 데 그친다. (국내 극장 자막에서는 마치 민간인들도 그 명칭을 아는 것처럼 해놓았으나 실제로는 그냥 'he'라고 지칭하는 걸 쓸데없이 의역해서 이상하게 만든 것이다.)

-성공적인 슈퍼맨 영화를 만든다는 과제는 판권을 쥐고 있는 워너브라더스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숙제였다. 원저작자인 DC코믹스를 자회사로 편입하여 내용에 대한 통제권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고 워낙 유명한 캐릭터인 탓에 홍보에도 별다른 노력이 필요없다는 점 등등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이 많았지만 그와 동시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도 존재했다. 올해 75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오래된 캐릭터다보니 '이제와서 꺼내들기엔 너무 구식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고,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8년작 영화가 워낙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슈퍼맨 하면 이 영화에서 크리스토퍼 리브가 연기한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징크스도 남아 있었다.

-게다가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이 될 예정이었던 2006년작 <슈퍼맨 리턴즈>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보여주어서 흑역사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그래놓고 다시 엑스맨 시리즈로 도망간 브라이언 싱어를 나는 평생 용서할 수 읍따...으읭?) 놀란판 배트맨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완결된 이후 새로운 프랜차이즈 작품을 궤도에 올릴 필요에 쫓기고 있었던 워너로서는 어떻게든 이번의 슈퍼맨 신작이 대박을 터뜨려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슈퍼맨뿐만 아니라 다른 DC코믹스 히어로들을 은막으로 끌어들이고 종국에는 그들이 한데 모인 <저스티스 리그>를 실사화함으로써 마블의 어벤저스 계열에 도전장을 던지기 위해서라도 이번 슈퍼맨의 성공은 워너의 사활을 건 지상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리처드 도너판 <슈퍼맨>과 그 속편인 <슈퍼맨 2>의 기본적인 골격을 빌려와서 하나의 영화로 뒤섞고 거기에다가 놀란 스타일의 리얼리티 넘치는 접근법과 스나이더의 장기인 개박살 액션을 남김없이 끼얹은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기존 시리즈에서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여 사람들을 질리게 했던 라이벌 렉스 루더는 등장하지 않으며 대신 건물 간판이나 악당이 내던지는 유조차에 '렉스코프' 로고가 등장하여 그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하여 슈퍼맨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던 리처드 도너판 테마곡도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으며 한스 짐머의 보다 현대적인 음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의 멸망 과정이 이제까지의 어떤 실사판 작품에서보다 훨씬 자세하고 길게 묘사되며, 메인 악역인 조드 장군의 설정이나 동기도 그에 맞춰 훨씬 설득력이 넘친다. 또한 초인물보다는 외계 침략물 혹은 '외계문명과의 첫번째 접촉'이라는 클리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슈퍼맨 역시 외계로부터의 낯선 방문객(Strange Visitor)이라는 속성이 강조되어 군 당국과 대립하는 묘사도 있다. 지구인 클락 켄트로 자라난 크립톤인 칼 엘이 어떻게 자기의 남다른 능력을 제어하고 인간 사회에 섞여들어 사는 법을 배우는가에 중점을 둔 성장물이기 때문에 '안경 낀 신문기자'라는 위장 신분은 에필로그 부분에만 짤막하게 등장하고 극중에서는 대부분 스몰빌 농사꾼 차림이나 슈퍼맨 차림으로만 돌아다닌다.

-75년을 아우르는 슈퍼맨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도 새로운 세대에 어필하는 참신한 내용의 슈퍼맨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사람들이 보통 슈퍼맨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있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이제까지 원작이나 관련 미디어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었던 설정들이 제법 눈에 띈다. 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의 정체와 능력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은 드라마 <스몰빌>을, 초능력의 무게와 주변 사람들과의 어색한 관계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침잠하는 소심남 클락은 원작의 <버스라이트> 에피소드나 번외편 스토리인 <슈퍼맨 : 어스 원>을, 과학자로만 알려진 조 엘이 크립톤을 구하기 위해 액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충격의 도입부는 90년대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빨간 팬티가 실종되고 보다 어두운 톤으로 채색되어 화제를 모았던 슈퍼맨의 복장도 사실은 작년에 원작 시리즈가 < New 52 >라는 카테고리 하에 리부트될 때 처음 도입되어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어린 시절의 클락을 괴롭히던 골목대장 캐릭터는 <스몰빌>의 휘트니 포드만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로이스와 함께 미군을 도와 외계인을 추적하는 과학자로 원작의 에밀 해밀턴 박사가 등장한다. (근데 정작 나와서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함정.) 양아버지 조나단 켄트가 슈퍼맨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멘토로 활약했던 이제까지와의 작품들과 달리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이 작품의 조나단은 아들이 그 특출난 힘 때문에 세상과 유리될까봐 걱정하며 '적당한 때가 오기 전에는 네 정체를 드러내지 마라'고 제지하는 입장인데, 이 또한 <버스라이트>의 조나단과 유사하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완벽하게 꽉 짜여진 사회를 일구어냈으나 그와 동시에 인간미를 잃고 정체된 크립톤의 모습은 80년대에 원작의 설정을 업데이트하여 새로운 탄생비화로 그려낸 존 버언의 미니시리즈(역시 제목이 '맨 오브 스틸'이다)에 근원을 두고 있다.

-설정연령이 예수의 활동 시작 시기와 같은 33세라거나, 조드의 우주선에서 탈출할 때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포즈를 지으며 밖으로 나간다거나, 하필 성직자를 찾아가 자기 처지를 고백하고 지혜를 구한다거나 등등 기독교를 연상시키는 상징도 군데군데 눈에 띄는데, 리처드 도너판이나 <리턴즈> 등에서는 어느 정도 암시적으로만 처리되었던 것을 보다 강조하여 대놓고 예수놀이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워너에서는 아예 자료 제공 사이트까지 별도로 개설하고 교회에서 설교에 활용하라고 장려까지 하고 있다.) 그 모든 요소들이 스토리와 관련이 있고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왠지 어색하고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한 마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발현하기 시작한 초능력을 생각대로 제어하지 못해 당황한 클락이 부모의 보살핌으로 차차 고난을 극복해 나가지만 남들에게 상처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나치게 통제하다가 내성적이고 과묵한 남자로 자란다는 아이러니가 심금을 울리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미숙한 능력을 계발하고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밟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당당하고 뭐든 잘하는 엄마친구아들 슈퍼맨'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생각대로 하지는 못하고 이리저리 분주한 모습도 보여주는 초보운전 슈퍼맨'의 인상이 강하다. ("감히 우리 엄마를 위협해!"를 외치며 조드일당에게 반격하는 모습에서는 마마보이의 그림자를 느끼기도...)

-묵직한 타격감과 휘몰아치는 충격파가 인상적인 후반부 격투 장면들은 일본만화 <드래곤볼>을 방불케 한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빠르고 호쾌하게 연출되어 있는데, 분량이 많아서 보면 볼수록 질린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실사판 슈퍼맨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주인공의 힘에 걸맞는 액션의 부족'은 확실히 해소된 듯 하다. 모든 게 주인공이 지구에 온 탓에 벌어진 일인데다가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이 깔리는데도 주인공은 싸우기 바빠서 인명구조에 신경조차 못 쓰다 보니 '슈퍼맨이 저래도 되는 거냐'는 불만도 나오고 9/11 사태를 연상시키는 건물 연속 붕괴 장면이 '현실의 재난을 소재로 장삿속만 차리는 거냐'는 비판을 낳기도 하는 상황이지만 그만큼 박력 넘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내고 있다.

-최신 특수효과를 능숙하게 구사하여 표현해 낸 영상은 충분히 큰 화면으로 볼 만하며, 배우들의 연기와 각 장면의 연출도 그런대로 준수하다. 리처드 도너판과 마찬가지로 슈퍼맨의 탄생전야에서 그 본격적인 활약까지를 한 영화에서 전부 다루려다 보니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장르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금슬금 바뀌는 게 눈에 띄는데, 프롤로그 격인 크립톤 행성 장면은 미지의 외계를 무대로 1930년대 펄프소설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판타지 영웅전설이며, 청년 클락이 과거 회상을 섞어가며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리저리 여행하는 중간 부분은 잔잔한 분위기의 정통 드라마이고, 조드 장군의 침략과 그에 맞선 클락의 대격돌로 점철되는 후반부는 폭발과 타격이 난무하는 아드레날린 만빵의 초인 액션물을 지향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세 파트의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보니 다소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마치 다른 제작진이 만든 영화 3개를 옴니버스 상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인데, 특히 놀란식 리얼리즘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용쓴 중간 부분과 너무나 스나이더스러운 나머지 두 파트의 괴리감이 제법 크다. '슈퍼맨과 같은 초인이 현실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는 점에 착안하여 여러 가지 리얼한 연출을 보여주려 한 것은 인정할만하나 놀란판 배트맨과 같이 깊이 들어가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아마 이 정도겠지'라는 식의 타협에 그치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를테면 슈퍼맨의 존재에 대해 미군이 의구심을 느끼고 구속하려 한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뒤의 대응이 너무 아마추어스럽고, 혼자 발로 뛰는 로이스 레인도 며칠만에 밝혀낸 슈퍼맨의 정체를 전혀 추적하지 못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 이런 식으로 문제제기는 해놨는데 그에 대해 그럴싸하게 풀어내는 노력이 별로 없어서 '고이어 이 인간이 졸면서 썼나' 싶을 정도다.)

-새로운 슈퍼맨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확립한 것은 좋았으나 작품 자체로 보면 미흡하게 느껴지는 점이 적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리얼 지향이라고 큰소리 뻥뻥 쳐 가며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설정 구멍(plot holes)이 눈에 띄고 그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조차 보여주지 않아 관객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기 때문에 난감한 것이다. 크립톤은 한때 우주 식민지까지 개척했으며 범죄자들을 팬텀존으로 추방할 때도 원작과 달리 우주선으로 쏘아올린 뒤에 다른 공간으로 전송하던데 저 기술 갖고 탈출들 안 하고 빤히 앉아서 멸망한다는 게 말이 되나? (원작에선 모종의 사건으로 우주여행이 금지되어 우주선을 아예 못만들었다라고 변명이라도 하는데) 지구를 새로운 크립톤으로 개조한다면서 정작 태양 방사선은 그냥 두고 행성만 테라포밍해서 뭐 어쩌겠다고? (나중에 인공 돔으로 행성 전체를 덮어씌우고 붉은 인공태양이라도 쏘아올릴 생각이었나)

-아무리 자식놈 장래가 걱정되어서라지만 어거지로 자기를 희생하여 비밀을 지키는 조나단의 태도는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어린 시절의 클락은 참고할 만한 다른 히어로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해서 빨간 망토를 두르고 뛰어다닐 생각을 했을까? 클락이 발견한 고대 크립톤 우주선에 우연히도 엘 가문의 문장이 달린 전투복이 있었던 건 어째서인가? (DC에서 외전 코믹스를 통해 엘 가문의 조상이 거기 타고 있었다는 비화를 내놓긴 했는데 관객들이 그런거 다 알고 올리도 없고 말이지. 차라리 클락의 열쇠를 통해 다운로드된 조 엘의 홀로그램 AI가 그 자리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줬다고 하는게 더 그럴싸했을 듯) 조드 일당이 슈퍼맨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로이스까지 데려갈 이유가 있긴 있었나? (슈퍼맨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지구인이 로이스이니 그녀의 기억을 통하여 지구에서의 근거지를 알아내어 코덱스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서라고 짐작할 수 있긴 한데 그걸로는 너무 약하고... 로이스가 조드네 우주선에 올라타서 미로찾기하게 만들기 위한 구실로밖에 안 보임 OTL)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대가 컸던 만큼 이래저래 안타까움도 크긴 한데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보면 평작 이상은 되니 한 번 정도는 극장에서 보아도 후회는 없을 듯. <배트맨 비긴즈>에는 못미치지만 적어도 <그린 랜턴> 만큼 망작은 아니니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고 흥행은 제법 잘 돼서 속편 얘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하고 있으니 새로운 켄트씨의 활약은 한동안 계속될 모양이다. 1편에서 워낙 스케일 크게 싸움판을 벌인 터라 2편에서 뭘 하면 좋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슈퍼맨의 존재로 인해 벌어진 비극과 피해를 부각시켜서 그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불안을 강조하고 슈퍼맨이 그것을 극복하여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그 불신을 부채질하는 게 렉스 루더라면 딱 <버스라이트> 줄거리가 되어버리는데)

-이제까지의 다른 버전들과는 달리 슈퍼맨이 정식으로 히어로 데뷔하기도 전에 그의 출생과 관련된 대사건이 팍 터져버리고, 그로 인해 지구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므로, 속편에서는 슈퍼맨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만 제대로 다루어도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더불어 말로만 '이게 S가 아니고 희망의 상징이걸랑요'라고 하면서 대체 뭘 어떻게 해서 희망이 될 건지 보여주지조차 못한 설움도 좀 풀어야지. 이 영화를 끝까지 봐도 도대체 클락이 왜 동족을 버리고 인류를 택하는지 딱 와닿지가 않는단 말여~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조나단이 너무나 소극적으로 묘사되어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 되게 애매하거든 OTL)


ps1. 조드의 여성 부관인 파오라가 로이스의 존재감을 압도하는 재색겸비 무예출중의 포스를 보여준다. 전투 스타일도 무식하게 힘으로 퍽퍽 치고받는 다른 놈들과는 달리 꽤 절도있고 날렵한 무술가의 움직임을 보여주어서 마치 하리케인 포리마 실사판 보는 느낌이었음. 그러나 결국은 자기가 놀려먹던 지구인 하디 대령에게 거꾸로 발목 잡혀서 (이하생략)

ps2. 페리 화이트 편집장의 곁에 늘 붙어다니던 제니라는 캐릭터가 지미 올슨의 성전환 버전 아니냐는 루머가 있었으나 신분증을 확대하여 풀네임 확인해보니 올슨과 전혀 상관없더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극중 역할은 기껏해야 건물 파편에 깔려서 페리가 팔자에도 없는 인명구조대 노릇하도록 만드는 것밖에 없어서 김이 절로 샌다. 게다가 이 구조 장면도 원래 의도로는 되게 아슬아슬하고 눈물겹도록 찍고 싶었던 것 같은데 주변에 다른 민간인이 하나도 없어서 뭔가 어거지로 넣은 장면처럼 느껴졌다(...)

ps3. 이번 각색에서 가장 손해본 사람은 아마도 로이스의 동료 기자 스티브 롬바드. 원작에선 파비앙이 콧수염만 기르면 딱 요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느끼한 복실복실 근육남인데 여기선 머리가 슬슬 벗겨지기 시작하는 평범한 아저씨로 나와서 '느끼한' 게 아니라 그냥 '재수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후편에선 클락을 견제하다가 거꾸로 당하는 개그맨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겠지!

ps4. 히트비전으로 즉석수술까지 집도하는 돌파리 무면허 의사 클락(...) 이놈의 치료를 받으며 로이스가 내지르는 비명을 듣노라니 왠지 이 장면이 꽤나 야릇한 각도로 상상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로이스는 '내 상처를 불로 지진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를 외치며 클락을 여기저기 스토킹하는... 응? 잠깐만, 이거 <리턴즈>하고 정반대 구도네 생각해보니 OTL

ps5. 인공지능으로 부활하여 아들을 이끌어주는 아버지라니 이 무슨 강철지그... 아니 캡틴파워... 아니 팰콘5-0... (어째 뒤로 갈수록 점점 마이너해지는)

ps6. 아무리 봐도 이번 에피소드는 조드가 주인공 같다(...) 솔직히 클락의 성장은 되게 밋밋하게 처리되어 있는데 조드는 엄청 드라마틱해. 유전자 때문에 정해진 역할과 운명에 순응하다보니 주변을 온통 불행하게 만들고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비극의 남자. 리처드 도너판에서 테렌스 스탬프가 보여주셨던 유유자적 오만방자한 날나리 독재자 조드와는 또 다른 진중한 맛이 있군. 결국 모든 목적과 자기의 존재의의마저 잃고 폭주하다 주인공을 도발하여 사실상 자살하는 동시에 주인공에겐 금기를 깼다는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퇴장하는 것도 대단하고... 근데 분명 타고난 군인으로서 엄청나게 훈련을 받았다면서 어째서 싸움과는 별로 인연이 없을 듯한 과학자(그 정체는 글래디에이터지만)나 농장에서 농사지으며 자라난 아들놈(그 정체는 테세우스지만)에게도 지는 거냐? OTL
by 잠본이 | 2013/07/03 22:29 | 친절한 켄트씨 | 트랙백(8)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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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nga at 2013/07/04 18:34
저는 하디대령과 파오라의 대결이 제일 기억에 남더군요
Commented by 야구아 at 2013/07/05 10:58
뭔가 거창한 문제를 제시했지만, 액션과 사건 진행에 쫓겨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죠.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크립톤 행성, 우주 침입자에 대항하는 지구인, 세상을 구원할 철인 등등 묵직한 주제를 다루려고 했으나 정작 볼거리에 밀렸다고 해야 하나요. 애초에 현실적인 우주의 방문자를 이야기하려고 한 게 아닌 듯합니다. 중점은 무조건 대규모 전투이고, 곁다리로 모던한 플롯이 따라붙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액션과 도시 파괴를 보여주니, 속은 시원하더라고요. 이런 걸 극장에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솔직히 저도 <배트맨 비긴즈>보다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속편이 더 나와서 이런 슈퍼맨 이미지가 대세로 자리했으면 합니다.

※ 주인공보다 악당이 더 눈에 뜨이는 것도 특징이네요. 광기를 자랑하며 고함을 질러대는 조드와 냉정하고 조용하게 사태를 처리하는 파오라도 좋은 대조가 되고요. 특히, 파오라는 이런 초인물이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판에서 보기 드문 여성 악당이라는 것도 튀는 부분입니다. 얼굴도 빛나지, 몸매도 좋지, 보이시한 감성에다가 전투력도 출중하니, 스핀 오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 (스나이더 감독님, 속편에서도 파오라를 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엘로스 at 2013/07/05 16:43
도너가 (물론 도너의 의도는 아니지만) 1편과 2편으로 나눈게 괜히 나눈게 아님을 증명했달까요. 방황과 좌절을 거쳐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한 명분을 찾는 부분은 확실히 빈약하더군요. 워너가 확신만 있었다면 연작 시리즈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 어찌되었건 나름 최선은 다한 듯. 분위기는 꽤 좋았는데 좀 아쉬워요. ^^
Commented by 엿남작 at 2013/07/06 13:30
안그래도 누군가 어스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했더니 역시나 잠보니님이시네요

그리고 고이어가 계속 저스티스리그 프로젝트의 핵심역할을 해야하는가 점차 의문이 듭니다

Commented by 엿남작 at 2013/07/06 13:33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어제 몇달전 사놓았던
올스타슈퍼맨 블루레이를 처음 봤습니다

코믹스 내용대로 근사하고 품격있게 뽑았더군요

맨오브스틸보다 이 애니가 훨씬 완성도가 높지않았나 싶습니다

하긴 디시 애니도 브루스팀이 나가서 과연 앞날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Commented by 별이빛나는하늘 at 2013/07/07 05:14
묘하게도 영화를 보러갈 시간이 없어서 아직도 못봤기에 - 미국 살면서 차가 없으면 정말 서럽습니다 ㅠㅠ - 살짝 눈으로만 훑었습니다만, 역시 기대만큼 뽑아내지는 못한 것 같군요....몇달 전에 본 엄청난 예고편은 머릿 속에서 지우고 나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소시민A군 at 2013/07/07 17:01
사이버 아버지의 스타일리쉬 네비게이션 및 문 열고 닫기가 너무 멋졌습니다.
그리고 배트맨도 안하던 짓을 슈퍼맨이 저지르는 마무리는 이후 논란좀 일으킬 것 같더군요.
Commented by Powers at 2013/07/07 17:24
제가 요약하자면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인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에 안낚이고, 감독에 잭 스나이더가 있나 잘 봐야할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청광 at 2013/07/07 21:32
답은 간단합니다.

맨 오브 스틸로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리부트를...

그리하여 DC는 수렁으로...
Commented by mc 워너비 at 2013/07/08 23:08
꼼꼼하고 시야가 넓은 리뷰네요.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이쥬 at 2013/07/15 00:25
토르랑 붙혀보고싶더라구요.
근육 바보 둘이 싸우면 재미있을..(..)
Commented by rainism at 2013/07/15 10:09
"세 파트의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보니" 확실히 매끄럽지 않더군요.
그리고 맨하탄이 부서지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싸우다가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갑작스레 가족을 구하는 장면이란... ㅠㅠ
Commented by NIZU at 2013/07/18 09:06
트랙백 감사합니다.
원작에 대한 애정과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ㅠ.ㅠ 속편을 기대하며 한 수 배우고 갑니다 :)
Commented by Wanderjahr at 2013/08/07 00:01
보잘것 없는 제 리뷰에 트랙백이라니요..황송하옵니다. 그나저나 맨오브스틸이 설교 내용으로 등장하는 걸 상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_=ㅋㅋ 맨오브스틸에서는 조드장군이 가장 개성넘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님 글에 동감요. 게다가 감히 우리엄마를!$^&**(!! 부분에서 마마보이라고 느낀게 저 뿐만은 아니었군요ㅋㅋㅋ 그리고 웬 우주선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글래디에이터 출신의 과학자와 엘가문의 전투복은, 그리고 S가 왜 희망을 나타내는지는... 아무래도 분량의 문제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칼엘이 '우리 행성에서는 S는 희망을 나타내죠'라고 로이스레인에게 말했을 때, '이 양반이 진짜 자기 가문의 문양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이여?!'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쉬운 점은 있지만요. 이래저래 아쉬운 구멍이 많은 영화입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이거 완전 짜깁기아닌감?!'하는 리뷰가 여기서도 분명 나올 것 같네요. 수퍼맨을 다루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짐이지만요ㅋㅋ 무튼 글을 잘 써주셔서, 무척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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