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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
약 2500년 전의 인도 대륙에서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왕국이 서로 대립하며 치열한 항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대국인 코살라 국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웃의 샤카 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런 시대에 태어나서 험난한 삶을 살아가던 노예 소년 차프라는 마을 바깥에 사는 불가촉천민 출신의 꼬마 타타와 친구가 된다. 코살라 군대의 침공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타타는 격렬한 복수심에 불타 코살라 군의 대장을 살해하려 하지만, 그에게 협력하던 차프라는 오히려 위기에 처한 대장을 구해준다. 신분 상승의 야망을 품고 대장의 양자로 들어간 차프라는 코살라 국에 입국하여 빼어난 용사로 성장한다. 한편, 샤카 국에서는 자연의 신비한 기운을 받아 태어난 왕자 싯다르타가 '왜 인간은 평생 괴로워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샤카 국에 대한 코살라 국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면서,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두 소년의 인생은 하나의 흐름으로 겹쳐진다.

테즈카 오사무가 석가모니의 생애를 제재로 하여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장기연재한 대하만화 <붓다>를 2011년에 토에이가 영상화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테즈카 오사무의 붓다 ~ 붉은 사막이여! 아름답게>의 한국어 더빙판. 학산문화사에서 펴낸 애장판 <붓다>를 기준으로 제1권에서 제3권까지의 내용을 화면에 옮긴 것으로, 차프라와 타타가 사실상의 주인공인 초반부의 스토리는 약간의 변경이 있긴 해도 거의 그대로 살려낸 데 비해 타이틀 롤인 싯다르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원작에서 상당 부분이 생략되거나 간략화되어 전개가 다소 급하고 설명이 부족한 장면도 있다. 본래 원작에서는 차프라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야 싯다르타가 스토리 전면에 등장하는 데 비해 여기서는 러닝타임 관계상 싯다르타의 등장 시점을 차프라 이야기의 중간 부분으로 앞당겨서 두 이야기를 평행하게 전개하다 보니 여러 모로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띈다.

원작에서는 차프라가 죽은 지 한참 뒤에 청년으로 성장한 타타가 코살라에 복수하기 위해 싯다르타를 꾀어내고, 그 과정에서 미게라와 만나 불장난을 한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싯다르타는 차프라와 직접 만나지 않으며 싯다르타가 세상의 모순에 눈뜨는 것은 타타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애니에서는 차프라가 아직 살아있을 때 싯다르타가 인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코살라 군의 장수로 발탁된 차프라가 샤카 국으로 쳐들어오다가 전장 한복판에서 싯다르타와 우연히 마주친다는 오리지널 장면이 들어간다. (이때 차프라는 싯다르타의 주변에서 범상치 않은 오라를 느끼고 힘이 빠져서 그를 죽이지 못하고 지나치는데 이것이 그 당시 이미 적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어 피를 많이 흘려서 정신이 흐려진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싯다르타에게서 신성한 기운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장면 자체의 연출이 너무 작위적이고 뜬금없는지라 차라리 안 넣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애니에서 싯다르타에게 인생의 무상함을 가르쳐주는 역할은 미게라 혼자서 도맡고 있으며 타타는 싯다르타와 만나지조차 못하고 제1부가 끝난다.

샤카 국의 전투지휘관이며 유약한 싯다르타를 깔보는 호전파인 반다카의 경우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차프라의 라이벌로서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싯다르타와도 야쇼다라 왕녀의 사랑을 놓고 대립하며 결국 야쇼다라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홧김에 샤카 족의 다른 여인과 초스피드로 정을 통하여 후반부의 악역으로 활약하는 데바닷타를 낳게 된다는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이런 부분이 애니에서는 모두 생략되고 싯다르타를 갈구는 무술사범이라는 측면과 싯다르타의 아버지를 협박하여 권력을 탐하는 야심가라는 측면만 남는 바람에 꽤 단순무식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외모마저도 원작과 달리 남성미 가득한 호남형의 아저씨로 개조되어서 처음 등장했을 때는 반다카인줄 몰라봤을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출발은 비슷한데 뒤로 갈수록 원작과는 미묘하게 다른 행보를 취하는 인물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후 제작 예정인 제2부와 제3부에서는 타타와 싯다르타의 관계나 데바닷타의 출생 등등이 원작과 전혀 다른 설정으로 보완되거나 혹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차프라 이야기는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살려낸 데 비해 싯다르타의 고뇌와 첫사랑, 권태로운 결혼생활, 출가에 이르는 내용들은 대폭 생략되거나 추상적으로 묘사하고 넘어가는지라 원작이 갖고 있는 드라마적인 매력을 거세당하고 그냥 '석가모니가 드디어 깨달음을 찾아서 집을 떠났다! 오오 경배하라!'라고 외치는 듯한 밋밋한 내용으로 변해버린 탓에 뒤로 갈수록 실망이 커진다. 게다가 더빙판 해설을 맡은 최불암씨의 구수하고 차분한 나레이션 덕분에 극적으로 느껴져야 할 부분에서도 착 가라앉은 다큐멘터리 분위기가 되어 버려서 더더욱 난감하다. 원작이 석가모니를 소재로 가져와서 다양한 인간군상이 얽히는 대하 드라마를 일궈낸 반면 이 작품은 그러한 원작의 뼈대만 대충 추려서 하품 나오는 종교 교육용 만화로 순화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이건 최불암씨 나레이션만의 탓은 아니고 각색 자체에 내재된 한계 때문으로 여겨지는데, 애초에 불교 관련 법인의 협력을 얻어 제작이 성사된 걸 생각하면 더더욱 원작처럼 자유분방한 내용으로 가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잔인한 폭력 장면이 삭제되어 화면이 뜬금없이 빨리 넘어가는 부분도 눈에 띄는데(특히나 차프라와 그의 어머니가 처형당하는 부분 등등) 이것이 원판에서도 그런지 아니면 어린 관객을 감안하여 국내에서만 편집한 것인지 좀 궁금하다.
by 잠본이 | 2013/06/01 23:18 | 아톰대륙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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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3/06/02 00: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6/02 00:36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놀자판대장 at 2013/06/02 10:06
오사무 옹은 파우스트도 만화로 그리더니 정말 많은 걸 만화로 그렸군요... 호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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