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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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1905년 미국 캔자스, 유랑 서커스단의 마술사로 시덥잖은 공연을 펼치며 여자들을 꼬시던 허풍쟁이 오스카 딕스는 우연한 사고로 회오리바람에 말려들어 신비의 세계 '오즈'로 날아가게 된다. 게다가 그곳 사람들은 오스카를 예언에 나오는 진짜 마법사로 생각하고 사악한 마녀를 물리쳐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하는데... 과연 오스카는 자기를 둘러싼 세 마녀의 치정극을 무사히 해결하고 오즈 나라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디즈니의 2013년작 판타지 모험 영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1900년작 소설 <오즈의 마법사>와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MGM의 1939년작 동명 영화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도로시가 오즈에 도착하기 훨씬 이전에 오즈의 마법사가 어떻게 해서 그곳에 가게 되었나를 보여주는 프리퀄에 해당한다. 같은 오즈 시리즈의 프리퀄이지만 사악한 마녀의 입장에서 쓰여진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및 같은 제목의 뮤지컬과는 내용상 관련이 없으며, 겹치는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작품 내용에 대한 약간의 천기누설이 있습니다.***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한 주인공 오스카는 평범한 농부의 삶('좋은 사람good man'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을 바꿀 만한 엄청난 일을 이룩하고자 하는('위대한 인물great man'이 되고자 하는) 과대망상적 기질을 가진 사회부적응자에 가깝지만, 점차 빼어난 손재주, 기발한 아이디어, 정치가 쌈싸먹을 말빨 등등의 숨은 특기를 살려서 오즈의 어둠을 타파하고 백성들을 구원하는 영웅으로 변모해 간다.

미셸 윌리엄스가 연기한 글린다는 선왕의 딸이자 착한 마녀로서 사람들을 이끄는 자애로운 지도자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데, 오스카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에도 그를 끝까지 믿고 숨은 재능을 개화하여 저항의 선봉에 서도록 격려하는 서포터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너무 모범적인 성격이다 보니 헤로인임에도 불구하고 좀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오스카의 진실을 알고도 그를 노련하게 조교(?)하여 혁명가로 변신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레이첼 와이즈가 연기한 에바노라는 선왕의 고문이자 군대 사령관 비슷한 입장으로 겉으로는 마법사를 믿는 척하며 아양을 떨지만 뒤쪽에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며 책략을 꾸미고 친동생마저도 의심하더니 결국 자기 목적을 위해 이용해먹는 냉혹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베이스가 동화 캐릭터인데다가 마법에는 도가 텄지만 과학이라는 개념 자체를 전혀 알지 못하다 보니 끝에 가서는 오스카의 잔재주에 속아넘어가 멘붕하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밀라 쿠니스가 연기한 테오도라는 세 마녀 중에서도 가장 젊고 발랄한 편이지만 그만큼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 주변 상황에 쉽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본의 아니게 마법사를 사칭하며 작업을 걸어온 오스카에게 푹 빠진 나머지 혼자 로맨틱한 개삽질을 하다가 언니의 계략과 오스카의 무신경함이 합쳐진 기묘한 상황에 의해 실연의 아픔을 톡톡히 맛보고 언니를 능가하는 악인으로 거듭나는 캐릭터다. 사실 전투력이나 카리스마 면에서는 세 마녀 중에서 1위를 차지할 만하며 선인에서 악당으로 굴러떨어진다는 비극적인 행보 역시 잘만 요리했더라면 꽤 기막힌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역시 본판이 디즈니 영화다보니(...) 소리만 꽥꽥 지르고 불덩이만 팡팡 쏴대다가 도망가는 밋밋한 악당에 그쳐서 아쉬울 따름이다.

이 작품은 말하자면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욕심많은 바람둥이 사기꾼이 제 잘난 맛에 살다가 뜻하지 않은 상황에 휘말려 위대한 구원자를 연기해야만 하는 곤경에 빠져 갈팡질팡하는 이야기인 셈인데, 안타깝게도 아동용이라는 제약이나 디즈니라는 브랜드 이미지의 한계 내에서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하다 보니 갈등이 납득할 만하게 풀려나간다기 보다는 딱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악한 마녀 말마따나 '내 이럴 줄 알았지How predictable' 싶은 부분이 꽤 자주 나온다.) 본래 공포영화 감독으로 출발했던 샘 레이미답게 여기저기서 사람 놀라게 하는 섬뜩한 연출이 자주 나오지만 그마저도 어린 관객을 배려한 탓에 상당히 수위가 낮게 조절되어 있다.

오스카라는 인물의 '아이구 저놈 저거 저거...'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은 그런대로 잘 살아 있지만 주변인물들이 전부 오즈 시리즈의 동화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단순명료한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는 터라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다소 평면적이고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만한 독자적인 요소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사악한 마녀의 정체에 대해 약간의 반전이 숨어있긴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급하게 흘러가서 그다지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며 클라이막스에서 오스카가 펼쳐보이는 대반격의 속임수는 원작 <오즈의 마법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예상할 만한 내용이라 긴장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디즈니가 만든 전체관람가의 평범한 모험영화'라는 점을 미리 감안하고 본다면 그런대로 무난하게 즐길 만하며, 아름다운 색채와 환상적인 풍물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오즈의 풍광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특히 몇몇 장면은 3D로 보면 꽤 짜릿할 것이다.) 어린 관객의 대리인이라 할 만한 도자기 소녀가 오스카의 심리적 변화를 끌어내거나 위기에 처한 글린다를 돕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눈여겨볼만 한데, 피와 살로 된 다른 종족의 아이들은 대부분 정물이나 엑스트라에 그치는 데 비해 도자기 인간이라는 성질상 '박제된 유아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캐릭터만 눈에 띄게 활약하는 것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오스카가 존경하는 인물이 탈출마술의 명인(즉 엔터테인먼트의 귀재) 해리 후디니와 멘로파크의 발명왕(즉 과학기술의 총아) 토머스 에디슨이라는 설정은 그가 클라이막스에서 이 두 사람의 장기인 '감쪽같은 눈속임'과 '기발한 발명품'을 합체시켜 자기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자연스러운 토대를 제공한다. 과학과 마법의 대결(이라곤 해도 과학 쪽은 정면승부를 걸지 않고 심리적 트릭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지만)이라는 점에서는 <드래곤과 조지> 생각도 나고, 압제받던 민중의 힘을 모아 사악한 독재자를 쫓아낸다는 장면에서는 역시 영국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한 미국인의 혁명 판타지는 21세기에도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솔직히 클라이막스에서 광장에 몰려든 에메랄드시티 민중이 어느새 에바노라의 거짓선전을 간파하고 반항을 하게 된 것인지 중간과정이 생략되어 있어서 좀 뜬금없다. 분명 오즈 전체가 그 선전에 속았기 때문에 글린다가 도피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뭐 너크와 지하공작원들이 그동안 조금씩 제대로 된 정보를 퍼뜨려 사람들을 일깨웠다고 한다면 말은 되겠지만 그런 묘사가 전혀 없는지라.)

흑백으로 제작된 초반부 현실 장면에서 서커스단 관계자로 등장한 몇몇 인물들이 오즈로 넘어간 뒤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여 오스카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구성이 눈에 띄는데, 오스카에게 구박받던 조수는 충직한 수다쟁이 원숭이 핀리로, 휠체어의 소녀는 다리를 다친 도자기 소녀로, 그리고 '다른 남자의 청혼을 받았다'며 오스카의 마음을 확인하러 온 옛 여자친구는 글린다로 나타난다. 혹시 그렇다면 사실 오스카는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죽었고, 오즈로 넘어간 뒤의 이야기는 죽기 전에 그의 무의식 세계에서 벌어진 환상은 아닐까? (위 세 인물에 대한 오스카의 죄책감이나 후회가 각각 오즈 쪽 캐릭터에 대한 태도에 절묘하게 연결되도록 각본이 짜여져 있어서 이런 뻘생각도 한번 해 본다. =)


ps1. 오스카 이자식 대체 그 뮤직박스를 몇개나 갖고 다니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2. 팻말에 '차이나타운'이라 되어있길래 '어라? 중국인 마을?'이라 생각했더니 '도자기 마을'이었군 OTL

ps3. 레이미 감독의 영원한 페르소나 브루스 캠벨 횽님이 이번엔 어디에 나오나 했더니 말 잘못 했다가 너크에게 두들겨맞는 윙키족 문지기였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장을 저리 두껍게 했으니 알아볼 수가 있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랭코가 레이미의 거미남 3부작에서 해리오스본 역할로 나온거 생각하면 참 재미난 인연이야...)

ps4. 오스카의 조수 이름은 '프랭크', 서커스단 이름은 '바움 형제 서커스단'. 이걸 합치면...(두두둥)

ps5. 왠지 이게 디즈니가 아니라 어디 다른데서 만들고 레이미 감독 꼴리는대로 찍게 했더라면 되게 다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단 말이지... 사악한 마녀의 탄생도 거의 그린 고블린에 맞먹는 애수와 공포가 깃든 명장면이 되지 않았을까나... 여기서는 무슨 실연한 아가씨가 홧김에 설익은 사과 잘못 먹었다가 소화불량 일으켜 캑캑대는 걸로밖에 안 보이니 아이구야 OTL

ps6. 오스카가 테오도라한테 자기소개할 때 엄청 긴 본명을 밝히며 '친구들은 그냥 오즈라고 부르죠'라고 하는데 이친구 아버지가 평범한 농부였고 그전에도 자기 할머니가 황녀라는 개드립을 쳤던 거 생각하면 그 이름도 과연 진짜일까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구나;;; (20세기 초에 흘러들어온 유럽계 이민자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본명 버리고 울며겨자먹기로 미국식 개명을 했다는 아픈 역사를 패러디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오스카가 밝힌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한 농부 집안이 갖기엔 너무 장황하고 거창한 이름이 아닌가 싶어서... OTL)

ps7. 도자기 소녀/휠체어 소녀의 배우 이름이 어디서 봤다 싶었더니...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회상장면에 등장하는 어린시절의 그 누구씨ㅋㅋㅋㅋㅋㅋㅋㅋ아앍 이렇게 절묘할수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y 잠본이 | 2013/03/24 17:41 | 시네마진국 | 트랙백(3)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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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미人+착한 심성(우유부단)은 위험한 조합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오즈에서의 주인공, 제임스 프랭코가 딱 그 역할로 나와 코믹하게 봤던 영화 오즈입니다. 디즈니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간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로 어른도 추억의 동화책이었던 오즈의 마법사를 회상하며 볼만할 것 같네요. 내용은 오즈의 마법사 전에 오즈가 어떻게 오즈가 되었나(?)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아이맥스3D에서 봐서 그런지 효과도 좋았고 디즈니스러움만 면......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13/03/24 19:20
오즈마 공주 편도 만들어지기를...
Commented by 이젤론 at 2013/03/24 20:26
도자기 소녀 만세!!!!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3/03/24 23:36
디즈니 말고, 샘 레이미 판을 보고 싶어요! 어둡고 끈적하면서도 농담 섞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_~
Commented by rainism at 2013/03/25 10:10
디즈니판이 아니었다면 테오도라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겠죠. 물론 레이미 취향에 맞게 더 주름과 검버섯이 많은 얼굴로...
Commented by 아라 at 2013/03/25 10:11
같은 영화를 봤는데 음, 감상이 멋지시군요.-_-;;
오즈가 뮤직박스와 사용법(?)을 함께 판매한다면
토마스 에디슨 이상의 Great man으로 역사에 남을지 모릅니다.
Commented by 페리 at 2013/04/05 13:01
오즈의 이야기가 현실의 환영이라는 관점이 재밌네요! 하지만 전 영화관에 15분 늦게 들어간 관계로 현실파트를 못봐서 FAIL..orz..
Commented by 책고기 at 2013/05/28 23:57
ps3, ps5 매우 공감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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