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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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크레아토르 ~신(神)만화 전기~
야마코시 칸타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중학교 2학년의 남학생. 요즘 들어 주변에서 뭔가 부자연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대충 살아가는 중.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칸타의 방에 처음 보는 만화잡지가 떨어진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 안에는 최근 칸타 본인의 일상을 정확하게 묘사한 만화가 연재 중이었다?! 곤혹스러워하는 칸타 앞에 마치 요정처럼 생긴 의문의 존재 '제크레아토르 3세'(통칭 제크씨)가 나타나 폭탄선언을 날린다. "넌 이 만화의 주인공이야. 난 네가 사는 모습을 만화로 만드는 감독이고." 그저 평온무사한 삶을 살고 싶었던 칸타의 뜻과는 정반대로,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충격적인 운명이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세계의 존망을 걸고, 차원의 벽을 넘어, 신에게 도전하는 남자의 이야기...?!

쇼가쿠간이 실험적으로 운영 중인 완전무료 만화연재 사이트 <우라 선데이>에서 절찬리(?) 연재중인 만화인데, 에뎀님 추천글을 보고 별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제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몇 시간에 걸쳐 최근 연재분까지 정주행. 토츠카 타쿠스[戸塚たくす]가 각본을, 아쿠이 마코토[阿久井真]가 작화를 담당했는데, 각본가 쪽은 개인 블로그에서 <오션 마나부>라는 웹툰을 올려 유명해진 재야작가 출신이고, 작화가 쪽은 < RUSH >라는 단편으로 쇼가쿠간 제66회 신인코믹대상 가작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신인. 한마디로 말해서 둘 다 아직까지 실력이나 상품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은 미지의 인물들인 셈인데... 광고수익이나 회비같은 수입원이 전혀 없이 순전히 단행본 판매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그 대신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막가는 작품도 낼 수 있다는 우라선데이의 성격에 꽤 잘 맞는 조합이라 하겠다.

이야기는 칸타가 사는 인간계(만화 속 세계)와 제크씨가 사는 선계(만화 밖 세계)를 넘나들며 작가와 창작물의 기묘한 애증과 창작물의 부조리한 신세를 처절하게 그려내는 일종의 메타픽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순진무구한 홈드라마나 러브코미디인가 싶었더니만 어느 순간 호러틱한 초능력 히어로물이 되어있고 또 어떤 때에는 주인공의 말 못할 고뇌를 그려내는 사이코드라마가 되는가 하면 뭔가 더 큰 음모와 반역의 향기를 풍기는 두뇌파 스릴러처럼 보이기도 하는 등 장르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일본만화의 고전적인 클리셰를 거침없이 까대고 급기야는 만화잡지와 출판사라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풍자도 집어넣는 호기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순전히 주인공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인생의 나락을 맛보고 점점 성격도 변해가던 칸타는 은밀히 창조주인 제크씨에 대한 반항심을 불태우며 어떻게든 선계로 쳐들어가 복수할 궁리를 한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주인공이 죽거나 인기하락으로 연재가 중단될 경우 칸타의 세계 자체가 소멸해버리는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주인공으로서의 소임도 게을리할 수는 없는 상황. 게다가 '이건 만화다'라는 진실을 남에게 말했다가는 바로 연재를 끊어버리겠다는 협박까지 받고 있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입장도 못된다. 한편 제크씨는 제크씨대로 칸타를 교묘하게 조련해가면서 작품을 점점 흥미진진하게 몰고 가는 한편으로 선계의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해서도 뭔가 손을 쓰려고 준비하기 시작한다. 동료 만화감독들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책사 제크씨의 숨은 의도란 과연...?

배틀이나 연애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나 그 자체를 개그의 소재로 삼아 장르의 법칙을 비꼬는 데 사용하는 등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고, 오히려 초점은 작가와 창작물이라는 기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해 가면서 어떻게든 서로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고 자기 목적을 이루려 하는 두 주인공의 머리싸움에 맞춰져 있다. (<데스노트>의 요소를 가미한 <바쿠만>이라고나 할까.) 예전에도 캐릭터가 스스로를 픽션 속의 주민으로 인식하고 창조자에 대하여 반항한다는 패턴은 종종 있어왔지만(<칠색잉꼬>에서도 잉꼬가 테즈카 오사무와 대치하는 에피소드가 있었고 <천재 유교수의 생활> 외전에서도 유교수가 동화 속의 등장인물들을 동정하여 신에게 항의하는 에피소드가... 기타등등) 그 아이디어 자체를 작품 전체의 근간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예는 그리 흔치 않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매력적인 조연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도 본 줄거리 전개에 급급하여 전혀 활약을 못 시키고 있다거나, 설정 늘어놓고 두뇌플레이하는 데에만 치중하느라 감성적인 면이 좀 약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결말만 제대로 낸다면 만화 역사에 다시 없을 이색작으로 기억될 듯.


ps1. 중반부 어느 시점에서 다른 인물이 제크씨를 가리키며 '오네에상'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이 캐릭터가 여성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음... (요정스럽게 짜리몽땅한 체구인데다 생긴 것 자체가 되게 중성적이니 뭐 어쩔 수 없긴 한데.) 인간측 주인공 칸타가 희노애락을 솔직히 드러내고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고전적 주인공이라면 이 녀석은 완벽하게 상황을 장악하고 남들을 깔보며 계책을 진행시키는 현대의 두뇌파 주인공... 재수없지만 왠지 멋지잖아 OTL

ps2. 각본의 토츠카는 아무래도 성향이 딱 '일본판 마사토끼'라는 느낌이다. 감정보다 이성에 의지하여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쳐나가는 이지적인 스토리 구성에다가 그림보다 글솜씨가 앞서서 작화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 하며... (개인작품인 <오션 마나부>도 물리적인 폭력은 아무 영향을 못 주지만 언어폭력은 치명적인 파괴력을 발휘하는 괴상한 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착상 자체가 이미 범인의 경지를 벗어났어!) 그런데 아직까지 작품을 그리 많이 낸 것은 아닌지라 마사님에 비해서는 한참 초보라는 느낌.

ps3. 여러 명의 미소녀가 등장하긴 하는데 장식이란 느낌이 강해서 별로 인상에 남지는 않고 그나마 명목상 여주인공이라 할 만한 카자오카 사키는 주인공의 비밀을 공유할 수가 없는 처지라 약간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서 아직까지 큰 활약은 못 하고 있다. 평범한 학급친구 컨셉인가 생각했더니 난데없이 모 프리큐어 생각나는 마법소녀로 변신해서 사람 환장하게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대한 자세한 사연은 단행본에만 추가된 20쪽짜리(!) 보너스 만화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ps4. 아직까지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위층에서 늘어지게 자는 모습 정도만 나온 칸타의 대학생 누나도 뭔가 비밀이 있을 법한데 과연 별 의미없는 설정으로 끝날 것인가, 새로운 복선으로 발전할 것인가? (설마 그 절대무적 마왕의 정체가 이 누님이었다든가... 뭐 그런 건 아니겠지 OTL)
by 잠본이 | 2013/02/07 22:54 | 만화광시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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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이온 at 2013/02/08 02:26
오션마나부는 영매거진에서 리메이크로 연재를 시작햇더군요, 웹버전도 나름의 맛이 있지맘, 그림작가를 따로 둔 오션 마나부가 얼마나 파워업 할지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02/08 22:23
카스텔라 레시피 생각나는군요 >_<
Commented by rumic71 at 2013/02/08 15:40
사실은 남잔데 별명이 오네에상...(어이어이!)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02/08 22:24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변태일 리가...... 있나?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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