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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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디 한 장
예전 미타키하라에서 본 일이다.
교복 차림의 소녀 하나가 음악평론가를 찾아가 떨리는 손으로 데모CD 하나를 내놓으면서
"죄송하지만 이 곡이 쓸만한지 좀 들어봐주세요."하고 부탁하였다.
그녀는 마치 채점결과를 기다리는 추가시험 응시자와 같이 평론가의 입을 쳐다본다.
평론가는 소녀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사무실의 오디오로 CD를 틀어본 다음 "괜찮네"하고 내어준다.

소녀는 "괜찮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CD를 받아서 가방 속 깊이 집어넣고 인사를 몇번이나 하며 간다.
그녀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더 가더니 유명한 지휘자의 집을 찾아갔다.
가방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CD를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카미죠 쿄스케의 연주인가요?" 하고 묻는다.

지휘자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CD를 하이파이 서라운드 스테레오에 걸고 틀어보더니
"카미죠 군은 데뷔한지 얼마 안 되어서 CD 발매는 멀었는데, 이건 어디서 훔쳤어?"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리허설하는데 들어가서 몰래 녹음했단 말이냐?"
"누가 관계자도 아닌데 들어가게 둔답니까? 아마추어가 녹음하면 잡음은 안 들어가나요? 어서 주세요."
소녀는 손을 내밀었다. 지휘자는 웃으면서 "훌륭한 연주야."하며 돌려주었다.

소녀는 얼른 받아서 가방에 넣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CD가 상하지나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가냘픈 손가락이 가방 칸막이 사이로 그 CD를 쥘 때는 그녀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동네 하천의 제방 쪽으로 찾아가더니
강이 보이는 벤치 위에 쪼르기록 앉아서 CD를 휴대용 플레이어에 넣고 듣기 시작했다.
음악에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고작 CD인데, 뭘 그리 호들갑이래?"
그러자 그녀는 나를 알아보고 움찔하면서 CD를 플레이어에서 빼내어 가방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야, 야, 쫄지 마. 안 뺏아간다구." 하고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그냥 CD가 아냐. 괜히 호들갑 떠는 것도 아니고.
누가 사고로 다친 연주자에게 바이올린을 맡기겠어?
의사도 포기하라고 했던 상처야. 내가 위로해도 그저 울기만 했어.
나는 영혼을 팔아서 큐베와 계약했어.
이렇게 얻은 마법으로 마녀와 사역마를 정신없이 때려잡았지.
이러기를 여섯번 하여 겨우 쿄스케의 손을 고치는 기적을 일으켰어.
빚을 갚으려면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 몰라."

그녀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속으로는 뭉클했지만 애써 그런 기색을 누르고 일부러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애를 고쳐준 거야? 부잣집 도련님과 잘되고 싶었냐?" 하고 물었다.

그녀는 다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그 애의 연주를, 한 번 더 듣고 싶었어."

Puella Magi Madoka Magica (C) Magica Quartet / Aniplex · Madoka Partners · MBS 2011
은전 한 닢 (C) 皮千得 1959
Pastiche by ZAMBONY 2013


나레이터는 당연히 앙코(...)
카미죠는 쥑일놈이지만 그에게 향하는 사야카의 마음은 소중한 것이기에 이런 망상도 해보게 됨.
(아마 마도갓도 그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생성된 세계에서도 얘만 부활시켜주지 못한 것일 테고 T.T)
원래는 계약하자마자 기적이 일어나는게 맞지만 여기선 거지가 은전 만드는 과정에 맞추느라 약간 각색.
by 잠본이 | 2013/01/12 00:30 | 원환의 섭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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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DOMVS :: .. at 2013/02/07 22:03

제목 : [패러디] 여신 문답
씨디 한 장理契累水志 五章「基斗水傳」上理契累水志 五章「基斗水傳」下이 기록문은 일종의 대화형 논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세계의 다양한 문화, 지리, 역사, 정치 등을 연구한 학자 잠본이(箴本彛) 선생의 수필이라 할 수 있는데 본문에 글쓴이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마독교 역사 상 중요한 인물로 알려진 성동공(聖冬公)과 서면장군(西面將軍)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사옵니다.인정에 감싸인 유려(流麗)한 문체로 성동공의 마음에서 우러난 신앙심과 현실의......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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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dcin at 2013/01/12 00:29
하지만 망했죠..
Commented by Hineo at 2013/01/12 00:35
...수많은 수필 패러디를 봤지만 마지막 말만큼 심금을 울리는 대사가 없었습니다.
Commented by DMaster at 2013/01/12 02:12
나는 정말 바보 소리좀 안나게 하라!!
Commented by 유나씨 at 2013/01/12 03:12
...웃프네요..ㅠㅜㅋㅋ
Commented by 놀자판대장 at 2013/01/12 04:57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百合哲人 at 2013/01/12 08:52
오늘도 사야카 양을 위해 바치는 기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완전 나일롱 신자이기는 해도,궂이 무슨 종교를 믿냐고 하냐면 천주교).
하늘에 계신 아버지,저 불쌍한 소녀가 원작이 아닌 2차 창작에서라도 그 우엉남없이 행복하게 해 주세요.'
Commented by 김캐리버 at 2013/01/12 12:37
원본은 이런 감동적인 예기가 아니었는데...오오오
Commented by mithrandir at 2013/01/12 15:46
이런 감동적인 얘기는 샤아카를 세 번 죽이는... ㅠㅠ
Commented by 셔먼 at 2013/01/12 16:36
지못미 째야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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