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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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2007)
실수쟁이 경찰견 한 마리가 상자 안에 들어있는 햄을 폭탄으로 잘못 알고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캐피톨 시티의 시장 특별연설이 엉망진창이 된다. 큰 망신을 당한 경찰견은 자기 처지에 절망하여 거리를 방황하다가 누군가에게 유괴되어 어느 회사의 연구실로 끌려간다. 그곳의 책임자인 저명한 유전공학자 사이먼 바시니스터 박사는 경찰견을 훈련시키는 것보다는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주입하여 원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게 빠르다는 신념 하에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황한 경찰견이 날뛰는 바람에 연구실은 불꽃에 휩싸이고 박사도 큰 상처를 입는다. 날쌔게 도망친 경찰견은 연구실에서 뒤집어쓴 혈청 때문에 자기에게 기묘한 초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청난 완력과 비행능력, 자동차에 부딪혀도 멀쩡한 강철피부, 게다가 사람의 말로 지껄이는 능력까지! 도망 끝에 우연히 연구실 경비원 댄의 집에 머물게 된 경찰견은 댄의 아들 잭의 권유로 새로운 능력을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쓰기로 결심한다. 사상 초유의 견공 슈퍼히어로 '언더독'의 탄생이다! 하지만 언더독 때문에 연구실을 잃고 흉칙한 외모가 된 바시니스터는 어떻게든 그를 찾아내어 초능력의 비밀을 캐려고 하는데...

2007년에 스파이글래스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여 월트 디즈니 픽처스가 배급한 장편 실사영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NBC에서 총 124화에 걸쳐 방영된 같은 제목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실사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이 의인화된 동물과 인간 캐릭터들이 뒤섞여 벌어지는 소동극인 데 비해 실사판은 현실세계에서 보통의 개가 초능력을 얻어 활약하는 동물영화로 바뀌었다. 그 때문에 <벤지>나 <래시> 등의 견공 캐릭터를 내세운 가족 동물 모험극에 현대 슈퍼히어로 영화의 요소를 가미한 일종의 변종 영화로 만들어졌다.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매직 스워드Quest for Camelot> 등을 연출한 프레드릭 두 쇼우(국내에서는 '차우'로 표기하나 특전영상에 나온 자기소개에서는 '쇼우'에 가깝게 발음)가 감독을 맡았고, 요즘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티리온 라니스터 역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피터 딘클리지가 매드 사이언티스트 바시니스터 역을 맡아 혼신의 괴연(怪演)을 보여준다. 감독의 내력 탓인지 실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상황설정과 각종 슈퍼히어로물의 패러디를 통해 만화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장면이 많다. 바시니스터의 조수 캐드 역의 패트릭 워버튼이나 우주비행사(단역)로 나온 제스 하넬 등 애니메이션 성우 출신의 연기자가 눈에 띄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그에 비해 당시 영화계에서 지명도가 있었음직한 배우는 댄 역의 짐 벨루시 정도.)

원작은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소심하고 겸손한 견공 구두닦이 '슈샤인 보이'가 빨간 내복의 히어로 '언더독'으로 변신하여 악을 물리치지만 그 과정에서 훨씬 더 심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단순명쾌한 블랙코미디 작품으로, 당시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올라 있던 DC코믹스의 '슈퍼맨'을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부분이 많다. 영화는 경찰견 자리에서 밀려난 덜렁이 비글견이 도망길에 우연히 만난 댄과 잭 부자와의 교감을 통해 진정한 가족과 사는 보람을 찾아내는 홈드라마의 성격이 짙다. 이 비글견은 원래 이름이 나오지 않으나 댄의 구두를 핥아대는 것을 보고 댄이 '슈샤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원작에서 슈샤인의 짝사랑 상대이자 TV리포터로 활약했던 암캐 '폴리 퓨어브레드'는 영화에서는 역시 보통 개로 등장하나, 대신 그녀의 주인인 몰리가 학교신문 기자로서 사건을 추적한다. 클락 켄트-로이스 레인-슈퍼맨의 3각관계를 그대로 따온 원작의 슈샤인-폴리-언더독의 3각관계도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으나 시각정보에 의존하여 상대방을 파악하는 인간이라면 몰라도 예민한 후각을 지녔을 터인 견공 폴리가 슈샤인과 언더독이 동일인임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좀 억지스럽다. (폴리의 후각에 문제가 있거나 슈샤인이 언더독으로 변신할 때 냄새를 바꾸려고 뭔가를 했거나 하는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원작에서 의인화된 늑대 갱스터였던 리프래프는 슈샤인을 괴롭히다가 큰코 다치는 로트와일러종 불량견으로 강등(?)되어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영화는 초능력을 얻은 슈샤인의 활약(본인은 평온하게 살고 싶어하지만 잭이 떠미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히어로질을 하게 된다), 그에게 원한을 품고 추적하는 바시니스터의 음모(사고로 인해 발표 기회를 잃은 연구성과를 제대로 살려내어 자기를 비웃은 시장과 세상 사람들에게 복수할 속셈이다), 그리고 잭과 댄 부자의 갈등과 화해(댄은 아내가 죽은 뒤 자기도 임무 수행중 사고를 당하면 잭이 고아가 될 것을 우려하여 경찰을 그만두고 경비원으로 전업하지만 잭은 그런 아버지가 겁쟁이처럼 여겨져 못미더워하고 또한 경비원이 된 뒤로도 집을 자주 비우기 때문에 쓸쓸해한다)라는 3가지 이야기로 구성되는데, 전반적으로는 납득할 만하게 짜여져 있으나 세부사항이 너무 허술하거나 대충 넘어간 부분이 있고 뒤로 갈수록 전개가 좀 썰렁해지는 느낌이 든다. 잭과 댄 부자의 갈등은 대사로는 어느 정도 설명되지만 화면상으로는 약간 묘사가 불충분하고 화해하는 과정도 너무 빨리 넘어가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야기를 이끄는 또 다른 주역인 바시니스터 또한 어린이 영화의 악당들이 늘 그렇듯이 무섭게 보이려고 폼은 많이 잡지만 긴장감이 영 부족하다. 청춘답게 충동적인 보통 소년 잭과 실수투성이에 자신감이 부족하지만 의외로 속 깊고 말빨 죽이는 초견(?) 슈샤인의 개와 사람이 뒤바뀐 듯한 만담은 재미나지만 영화 전체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80~90년대 디즈니 TV영화 정도의 느낌을 주는 평작. 동물영화와 슈퍼히어로를 결합한 기획이나 히어로가 주변에 끼치는 민폐를 강조한 코미디, 그리고 슈샤인의 배꼽 빠지는 활약을 그려낸 특수효과는 좋았으나 그 사이사이를 메꾸는 배우들의 드라마가 약하고, 당시 히트했던 히어로 영화의 패러디가 너무 자주 나와서 식상한 느낌도 든다.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우주로 날아갔다가 지구에 떨어진 슈샤인을 잭이 안아드는 장면에서 진짜 개가 아닌 인형을 집어든다는 게 너무 빤히 보여서 분위기를 깨는 것도 감점 요소다. 오프닝에 원작 카툰의 장면을 깔아놓고 나레이션을 슈샤인 본인(<앨빈과 슈퍼밴드>에서 주인공 다람쥐들의 매니저를 연기하며 생고생하는 코미디언 제이슨 리가 목소리를 맡았다.)이 맡음으로써 '이건 원래 만화니까 너무 깐깐하게 보지 맙시다'라고 전제한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기대를 품지 않고 본다면 킬링타임용 가족영화로는 그런대로 볼만하다. 흥행도 비평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던지라 한국에서는 극장에 걸리지 않고 DVD로 직행했는데, 영상특전으로 감독의 해설이 들어간 삭제장면, NG장면집, 언더독의 촬영장 일기, 주제가 뮤직 비디오, 그리고 원작 카툰 제1화가 실려 있다. (단 NG장면과 촬영장 일기에는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음.)


ps1. 주인공의 가명 '언더독(Underdog)'은 '싸움에 진 개'에서 파생되어 '패배자, 만년 꼴찌'를 가리키는 은어로 사용되는데, 원작에서는 히어로를 자칭하면서도 항상 실수를 저지르는 주인공에 대한 풍자의 뜻으로 붙여진 듯하다. 영화에서는 잭이 항상 지기만 하는 자기 학교의 야구팀에 대해 슈샤인에게 설명하다가 이 단어가 나오고, 그 어감을 마음에 들어한 슈샤인이 자기를 '언더독'이라 부르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그런데 한국판 DVD에서는 제목이 '슈퍼독'으로 바뀌는 바람에 극중에서 '언더독'이 언급되는 모든 장면이 '슈퍼독'으로 교체되어서 본래 뉘앙스와 전혀 안 맞는 자막이 되어버렸다.)

ps2. 빼도 박도 못할 로이스 레인 포지션을 고수하는 폴리의 성우는 같은 해에 같은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지젤 공주를 연기하여 대성공을 거둔 에이미 아담스. 그녀는 슈퍼맨과 꽤 징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걸로 유명한데, 이미 2001년에 TV드라마 <스몰빌>에서 타인의 지방을 흡수하는 돌연변이 조디 멜빌 역으로 출연한 바 있으며, 2013년 개봉 예정인 슈퍼맨 극장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는 진짜 로이스 레인 역으로 등장한다!

ps3. 원작 관련 개그
○ 언더독의 입버릇 "두려워할 것 없어요. 언더독이 왔어요!(There's no need to fear-- Underdog is here!)"는 원작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전설의 대사. 잭이 대사의 운율을 강조하는 것도 원작판 언더독이 항상 운율을 맞춘 대사를 날리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 주인공이 날아가는 걸 보고 행인들이 "저게 뭐지?" "새인가?" "비행긴가?" "개구린가?" "개구리?"라고 웅성거린 뒤 주인공이 "새도 비행기도 개구리도 아니에요. 여러분의 친구 언더독이라고요!"라고 소리치는 것은 원작에서 매번 스토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써먹은 패턴의 재현. 당연히 "새다! 비행기다! 아냐, 슈퍼맨이다!"의 패러디.
○ 주인공이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부스를 산산조각내며 날아가는 출동 패턴. 이것 역시 슈퍼맨 패러디.
○ 폴리가 혼잣말로 지껄이는 "아, 어디에, 어디에 있으려나, 나의 언더독님은?(Oh where, oh where can my Underdog be?)"이라는 대사는 원작의 "아, 어디로,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의 언더독님은?(Oh where, oh where has my Underdog gone?)"을 변형시킨 것.
○ 바시니스터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릴 때 먼저 말하는 "사이먼 가라사대(Simon says...)".
○ 주인공이 벌이는 모든 기물파손 행각(...)

ps4. 다른 영화 패러디
○ 언더독이 건물 유리창에 수직으로 서서 건물을 기어올라오던 도둑을 놀래키는 장면이나 폴리를 데리고 공중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 자기에게 욕한 고양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골탕먹이는 장면 또한 이 영화에서 슈퍼맨이 나무에 올라갔다가 발이 묶인 고양이를 내려준 장면을 거꾸로 재현한 것.
○ 언더독이 가까운 사람을 위해서 초능력을 버리는 장면이나 자기와 똑같은 힘을 가진 세 악역(저먼 셰퍼드 세 마리)을 상대로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장면은 <슈퍼맨 2>. 여자친구 앞에서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동네 불량배에게 꼼짝 못하다가 나중에 혼자 불량배를 혼내주는 장면도 따 왔다.
○ 언더독이 대기권까지 날아올라갔다가 마찰열로 인해 불길에 휩싸인 채 지상에 추락하는 장면은 <슈퍼맨 리턴즈>. 예고편 중에도 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연출이 나온다.
○ 캐드가 노부인으로 변장하고 건물 벽에 매달려 언더독을 꾀어내는 장면은 <스파이더맨 2>.
○ 언더독이 폴리와 데이트 도중에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레이디와 트램프>.
○ 홍보용 포스터 중에서 언더독이 빌딩 벽에 찰싹 붙어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는 <스파이더맨>. 중간에 불난 집에서 고양이 구하는 장면도 이 영화를 연상케 한다.

ps5. 꽤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폴리에게 밀려 진정한 헤로인 자리는 차지하지 못한 꾀순이 몰리 역은 이후 드라마 <가십 걸>로 뜨게 되는 테일러 몸슨. 또한 시장 역은 이후 <아이언 맨 2>에서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로 잠깐 나오는 존 슬래터리. 별로 눈에 띄는 얼굴은 없는데 은근히 막강한 조연진이 받쳐주는 영화다. (근데 그러면 뭐하나 각본이 갈데없는 디즈니 홈드라마인데 OTL)

ps6. 제이슨 리의 주인공 더빙은 가히 최강급. 약간 나른하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시니컬하고 촐싹대기도 하는 연기 스타일이 마치 고(故) 로렌조 뮤직 선생이 가필드 연기했을 때 생각나게 한다. >_<

ps7. "내가 냄새맡는 건 좀 서툴지만 착한 사람 냄새는 기차게 잘 맡거든!"이라고 뻐기는 슈샤인... 네가 무슨 철완 아톰이냐? OTL
by 잠본이 | 2012/11/09 22:17 | 시네마진국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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