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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만화를 배우는 의의
8월 1일부터 4일까지 연례행사인 하절기 집중강의를 하기 위해 교토 세이카[精華]대학에 다녀왔다. 그럭저럭 5년간 계속해온 셈인데, 이제야 가까스로 교재도 다 갖춰지고, 나름대로 구색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전업 교육자들만큼 잘할 수는 없겠지만, 파트타임의 선생으로서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학생 여러분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실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부러 대학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나?'라는 의견일 것이다.

만화는 남에게 배우지 않아도 그릴 수 있고, 굳이 배울 거면 전문학교에서 가르치면 될 거 아닌가, 라는 얘기다. 실제로,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그 결과 데뷔했다는 만화가는 전체 중에서 소수파에 불과하다. 대졸 만화가 중 대부분은 문학부나 경제학부, 법학부 등 인문계 학부에서 공부하는 틈틈이 동아리 활동으로 만화연구부에 들어가서 솜씨를 갈고 닦은 사람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학이 만화를 커리큘럼(학사과정)에서 다루는 것은 학술적으로 만화를 연구한다는 목적도 있다. 그 때문에 만화가의 육성은 2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학교도 존재한다.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관한 연구는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금년에는 '<망가 월즈(Manga Worlds)> - 서브컬처, 일본, 재패놀로지' 등 국제 심포지엄도 몇 개가 일본에서 개최되었다. 하지만 다른 인문학 장르의 연구에 비하면 아직 취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취미 수준인 것을 약간 윗 단계로 올림으로써 만화 연구가 콘텐츠 산업의 육성 발전 등으로 이어진다면, 대학이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니 그 역시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인재육성에 대해서도 이제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대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대학 만화교육은 저명한 만화가를 선생으로 초빙하여 학생을 모은 뒤 학생에게는 실제로 작품을 그려가며 공부를 하도록 시키는 방식이 많았다. 저명한 만화가라고 해도 타인을 만화가로 길러내는 노하우에 대해서는 완전 주먹구구 식이라, 창작실습을 통하여 지도하는 것 외에 다른 유효한 방법을 도무지 찾아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인재육성을 위한 커리큘럼 작성 등에 본격적으로 달려드는 대학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토 세이카대학의 경우 내년도부터는 만화학부의 편성을 재검토하여 이제까지 스토리만화 학과, 애니메이션 학과, 카툰 학과, 만화 프로듀스 학과의 4가지가 존재했던 것을 폐지하고, 카툰 코스, 스토리만화 코스, 애니메이션 코스, 만화 프로듀스 코스에다가 신설의 캐릭터 디자인 코스, 개그만화 코스까지 합쳐 총 6개 코스로 재편할 것이라고 한다.

학생이 목표로 하는 방향이나 특성에 맞춘, 보다 실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새롭게 초빙된 선생들도 현재 제1선에서 활약하는 실무자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가 혹은 편집자로서의 과거 실적보다도 가르치려 하는 스킬이나 메소드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 선정 기준이라고 들었다.

그런 가운데,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는 체계적인 만화 교과서를 만들어 달라는 수요도 생겨났다. 그것도 이제까지 있어 왔던 만화의 역사나 만화의 장르,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만화 그리는 법이나 창작 노하우를 가르치는 텍스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과서만 갖춰진다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친다는 현재의 상황은 대폭 개선되리라. 만화 그리는 법이나 이론을 가르치는 스킬이나 메소드를 지닌 사람들이 교과서를 집필함으로써 만화를 가르치는 기술을 수많은 교육자들에게 전수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의 만화교육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는 교토 세이카대학을 중심으로 교과서 편찬사업이 이루어진다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만화를 가르치는 일본의 대학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아메리카 등지에서 일본을 연구하러 찾아오는 유학생들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메이지[明治]대학의 국제일본학부가 그 대표 중 하나인데, 이 학교가 오타쿠 문화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도쿄 나카노[中野] 쪽으로 캠퍼스를 옮긴다는 소식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야말로 실지(実地)연구의 대상이 캠퍼스 바로 곁에 있는 셈이니 말이다.

'쿨 재팬'이라는 구호에 놀아나는 일 없이, 땅에 두 발을 단단히 디딘 만화교육 · 만화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이 나타남에 따라,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일개 팬인 필자도 큰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런 학교가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대학에서 만화를 배워서 어디다 쓰게?'라는 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글: 나카노 하루유키[中野晴行] (만화 칼럼니스트, 편집자)
e북재팬 제공 칼럼 '만화의 구조[まんがの「しくみ」]' 2012년 8월 8일 게재분을 해석.

Original Text (C) Haruyuki Nakano / eBook Japan
Translated by ZAMBONY 2012

이런거 볼때마다 '아니 당신들은 그런거 안해도 충분히 잘나가고 있잖아?'라고 해주고 싶어짐 OTL
십수 년 후에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
by 잠본이 | 2012/08/17 23:55 | 만화광시대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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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12/08/18 02:20
두려운 일본의 만력입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8/18 09:57
저런거 안해도 충분히 두려운데 저거까지 하면(...)
Commented by 링고 at 2012/08/18 06:54
일본의 만화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그리 차이가 없었군요. 전문 학교가 있고 대학 학과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인식의 차이가 몇십년 차이인데 이거 격차가 더욱 더 벌어지겠는데요.

중국에서도 만화 육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도 있고 잘 하면 한국은 양국 문화 매체만 받아먹는 문화 후진국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8/18 10:20
국내 만화교육도 꽤 내공이 쌓인 터라 그렇게 극단적으로 예상하는 건 좀 이르지만 좀 불안한 건 사실이죠. 만화학과를 통해 교육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시스템은 우리쪽이 훨씬 먼저 개척하기 시작했지만 이제 그 방면에서도 추월당하기 시작하면 흠좀무(...)
Commented by sharkman at 2012/08/18 07:35
http://www.kyotomm.jp/

쿄토는 이런 것도 하고 있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8/18 10:00
부러운 인프라입니다.
Commented by 만보 at 2012/08/18 16:12
동창들이 데뷔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빠른 시대변화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 개그만화 코스가 따로 생기는군요.
90년대만 해도 개그만화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연구 분석할 가치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참 빠른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Commented by 놀자판대장 at 2012/08/18 17:27
저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니 지금까지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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