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오프에 들어온 테즈카오사무 에세이집(전8권 중 몇번째 권인지는 까먹었음)을 잠깐 들춰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나와서 기억나는대로 옮겨본다. 1페이지짜리 만화작품으로 제목이 '오즈노 아호츠카이[오즈의 마법사...가 아니라 바보술사 =_=]'인데 수총선생 본인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에 대한 텍스트 에세이에 부록으로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니메 붐'이라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빈털털이가 되어버린 수총선생 본인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허수아비 코스프레한 수염아저씨(...), 낡아빠진 양철인형 아톰(...), 겁쟁이 사자 레오(...)를 만나서 마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방불케 하는 굳은 결심을 한 뒤에 다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어...(첫 장면으로 무한반복)...라는 이야기.
익숙한 캐릭터를 기용한 고전의 패러디라는 틀 속에 애니메이션 제작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보고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열만은 영영 버리지 못하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쾌발랄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과연 이 양반은 장난꾸러기 천재로군'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물건이다. 불과 1페이지의 짧은 만화 속에 이런 복잡한 이야기와 정서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스리슬쩍 그려내는 걸 보노라니 진짜 이 양반이 오늘날까지 살아있었으면 대체 뭔 짓을 벌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수아비 역할은 아무래도 야마다노 카가시[들판의 허수아비]라는 예명도 있는 하나마루 영감을 불러오는 게 어울리지 않았을까? 라는 극히 매니악한 불만이 있긴 한데 사실 캐릭터의 대표성과 상징성이라는 의미에선 수염옹이 더 나은 게 사실이니 뭐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이 에세이집 시리즈도 만화 자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총선생의 여러 가지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서 끌리기는 하는데 역시 그림 없이 글만 읽으려니 영 실력이 딸리는 것을 느끼겠고 일부 텍스트는 다른 책에 서문이나 후기로 들어갔던 걸 재수록한 거라 전후사정을 모르고 그 글 자체만 읽으면 좀 뜬금없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적지 않아서 구입 자체는 아직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신촌 북오프에 전8권 중 4~8권이 들어와 있음. (얼마 전까지는 제3권도 있었는데 이건 어느 사이엔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으으음 칠색잉꼬와 타마사부로가 수총선생에게 빈대붙어 앙굴렘 만화축제 구경하는 에세이가 실려있는게 이 책이었는데 하필 그것만 누가 사갔냐 OTL)
테즈카오사무,
철완아톰,
우주소년아톰,
밀림의왕자레오,
정글대제,
수염아저씨,
오즈의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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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님좀짱인듯,
지를까말까,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