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애플시드(1988)
강대국들의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22세기의 지구. 공백기를 틈타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신흥세력 통합관리국은 인공계획도시 올림포스를 근거지로 인간과 기계가 조화를 이룬 이상향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도시의 인구 절반 이상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신인류 바이오로이드가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의 모든 기능은 거대 컴퓨터 가이아가 통제한다. 폐허를 헤매며 암울한 생활을 계속하던 전쟁의 생존자들 중에는 간혹 운 좋게 관리국의 '초대'를 받아 올림포스의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자도 나타났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에는 지나치게 완벽한 올림포스의 시스템에 대하여 의문을 품는 경우도 있었는데...

시로 마사무네가 1985년부터 발표한 SF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1988년에 제작된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가이낙스와 AIC가 참가하였으며 발매원은 반다이 비주얼. 감독은 도쿄무비신샤의 TV작품이나 스튜디오 피에로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이후 <더 빅오>, <아르젠토 소마>, <가시나무 왕> 등의 감독을 맡게 되는 카타야마 카즈요시[片山一良],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은 카타야마 감독의 부인이며 피에로 마법소녀 시리즈 등에서 활약한 호라자와 유미코[洞沢由美子], 메카 작화감독은 이후 <이하토브 환상 켄지의 봄>, < serial experiments lain >, <지구소녀 아르주나> 등에 참가하게 되는 키시다 타카히로[岸田隆宏]. 안노 히데아키도 메카닉 슈퍼바이저라는 직함으로 크레딧되어 있다. 방대한 정보량과 복잡한 설정 때문에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하기는 어려웠던지라, 올림포스의 신무기 '다각포대'에 얽힌 에피소드를 베이스로 하여 원작을 몰라도 즐길 수 있도록 간결하게 정리한 오리지널 스토리로써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외부세계에서 올림포스로 전입해 온 듀난 낫츠와 그녀의 사이보그 파트너 브리아레오스 두 사람이지만 실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그들의 동료 경관이면서도 올림포스의 시스템에 반발하여 테러조직과 내통하는 카론과 테러조직의 핵심인물로 인정사정없는 킬러인 세바스찬이다. 카론은 아내의 자살 이후 올림포스가 결코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며 자기들과 같은 전입자들은 실험용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순전히 사상적인 동기에서 테러에 협력한다. 그와 반대로 세바스찬은 어디까지나 프로다운 냉철한 사명감과 잔인한 본성 때문에 테러를 저지른다. 동기도 성격도 배경도 정반대인 이 두 명이 관리국의 세력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향하여 치밀하게 비밀작전을 전개해 나가는 한편, 이들과 여러 차례 관련을 맺은 두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사건의 뒤를 쫓아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식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다.

박진감 넘치는 메카액션과 범인의 소재를 추적하는 형사 드라마가 '과연 인공적으로 짜여진 환경 속에 갇혀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라는 문제의식과 잘 어우러진 작품. 올림포스의 위선적인 측면에 실망한 나머지 시스템 자체의 적으로 돌아선 카론과, 보통 인간은 물론이고 히토미나 아테나 총감 같은 바이오로이드들과도 나름대로 교감을 나누며 자기의 삶을 기운차게 살아가는 듀난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여기에 대하여 세바스찬은 공감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악당으로서 스토리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는 엔진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테러범들의 음모는 수포로 끝나지만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카론의 목소리는 듀난의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을 남기고, 이야기는 명확한 결론을 유보한 채 약간의 희망만을 보여주며 끝난다.

70분 정도의 러닝타임에 맞추기 위해 원작의 설정을 대폭 생략하고 스토리도 눈에 띄게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원작 팬들의 불만을 산 작품이지만, 버블경제 시대에 제작된 작품이라 작화나 연출의 퀄리티는 평균 이상이며 원작보다 이 애니를 먼저 접한 이들에게는 비교적 호의적인 평을 받기도 한다. 특히 80년대 중후반의 작화 스타일에 익숙하고 세밀한 고증을 거친 총기 액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이후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 APPLESEED >(2004), <애플시드 - 엑스 마키나>(2007), <애플시드 XIII(써틴)>(2011) 등은 모두 3D CG 방식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전통적인 2D 셀 방식으로 제작된 <애플시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특징. 제작 당시 홍보용으로 외국인 배우를 출연시킨 실사 필름이 만들어졌으나 이 필름은 반다이 비주얼의 일본판 DVD에만 실려 있다. 대신 한국판 DVD에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해준 한국어 더빙판이 수록되어 있다. (본편에서 음성만 한국어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아예 특전영상 메뉴로 들어가 한국어판 영상을 따로 찾아서 재생해야 함.)

DVD를 물려주신 animator 님께 감사드린다.


ps1. 원작에서도 그랬지만, 극중 고유명사 중에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이름이 은근슬쩍 많다. 카론의 아내 프레이야가 자살한 건 자기 혼자 북구신화 네이밍이라 왕따를 당했기 때문에...? (그럴리가)

ps2. 세바스찬 역의 와카모토 노리오야 뭐 늘 하던 역이 이런거니 별 느낌이 없는데 카론 역이 무려 후루카와 토시오라는 게 좀 개그. (카이시덴이나 킴볼 키니슨이나 시노하라 아스마 목소리로 저런 진지돋는 연기를 하는걸 듣노라니 만감이 교차하는군!)

ps3. 듀난 역은 <기동전사 Z건담>의 레코아나 <트랜스포머 2010>의 알씨로 유명한 카츠키 마사코, 브리아레오스 역은 모건 프리먼이나 숀 코네리 등의 외화 더빙에서 대활약한 원로성우 사카구치 요시사다[坂口芳貞]. 원작의 연인이자 동료이자 삼촌-조카같기도 한 절묘한 관계를 흥미롭게 연기했다.

ps4. 카론이 히토미를 마지막 남은 링크 포스트로 데려갔을 때 카론을 공격하지 말고 그냥 포스트 설비를 부셔버렸으면 끝났을텐데 아테나는 혼자 폼은 다 잡는 주제에 어째 저리도 머리가 안 돌아가냐 그래(...)

ps5. 원작은 영어판 1권만 보고 이 버전의 스토리도 그 옛날 모 게임잡지의 공략기사(?)를 통해 다 알아버린 터라 크게 신선한 맛은 없었으나 그냥 익숙한 이야기 한번 더 들춰보며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좋았던 듯. 좀 개그인 건 국내판 DVD의 재킷에는 이 버전이 아니라 원작판 시놉시스가 떡하니 실려있어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게 또 엄청나게 다른 내용이면 금방 알아차릴텐데 미묘하게 몇 문장만 차이나는 식이라...)
by 잠본이 | 2012/08/03 23:58 | ANI-BODY | 트랙백(2)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86839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Light . Make.. at 2012/08/04 01:48

제목 : 생각난 김에 꺼내본 애플시드 OVA(1988)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배추도사 무도사 풍으로) 국내에 케이블 방송이 처음 시작될 즈음,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 단지가 시범지구로 지정된 덕분에, 잠시 동안(한달 정도였던가?) 케이블 TV를 공짜로 접해볼 기회가 있었죠. 처음 맛 본 신세계 중에서도 음악채널과 더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투X버스와의 첫 만남~+_+) 그리고 당시 저녁 시간대에는 지금 봐도 명작 반열에 드는 작품들이 안정된 더빙(!)으로 방송되곤 했습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 1탄......more

Tracked from ☆드림노트2☆ at 2012/08/04 15:13

제목 : 그 성우가 이 성우더냐.
애플시드(1988)(잠본이님) 후로카와 토시오 이야기가 나와서 떠오른 것. 후로카와는 특유의 목소리를 살리어 개그와 시리어스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어느 쪽이건 대체로 말수가 많은 캐릭터를 맡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크라잉 프리맨을 맡았을 때에는 좀 의외라는 느낌이었어. 물론 결과는 나이스했지만... 근데 문제는 3화였던가 그 이후였던가, 프리맨을 잡으려고 몸에 전기장치를 달고 공격해 온 여자......more

Commented by 태천 at 2012/08/04 01:46
저도 케이블TV 초창기 투니버스판으로 먼저 접했죠.
이후 DVD를 구했는데 더빙판도 포함되어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Commented by LINK at 2012/08/04 01:48
첨에 봤을 땐 그림체가 너무 소박하다 해야할까, 연출도 좀 소박하달까... 그닥 기억에 남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한참 지나고 생각하니, 썩 잘 만들어진 OVA였더라구요.
Commented by animator at 2012/08/04 02:55
개인적으로는 공갈기동대보다는 애플시드쪽이 좀더 즐기기는 좋더군요.
드렸던 DVD말고도 애니메이션화된게 2개 더 있는데, 그중 초기 full CG애니메이션쪽은 좀 그렇고(그림의 위화감때문에)..두번째 껀 그래도 좀 볼만하더라는...
Commented by 데니스 at 2012/08/04 10:24
전 망가로 먼저 접했는데 그게 벌써 언제적인지...
Commented by sharkman at 2012/08/04 13:20
애플시드 아니메 중에선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메카 액션도 그렇고. 와카모토 노리오가 성우를 맡았다는 점에서 이미 최종보스가 누구인지는 답이 나온 거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