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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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베어
빙하기가 끝나가고 매머드와 인간들이 공존하던 시대. 이누이트족 소년 키나이는 힘들게 잡아온 물고기를 훔쳐간 곰을 혼내주려다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숨가쁜 추격전 끝에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키나이를 구하려고 달려온 큰형 싯카가 대신 희생되고 만다. 분노에 휩싸인 키나이는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문제의 곰을 추적하여 숨통을 끊지만, 정령들의 노여움을 사서 자기 자신이 곰으로 변해버린다. 키나이를 말리려고 달려온 둘째형 디나히는 곰에게 키나이가 당한 것으로 오해하고 복수하려고 쫓아온다. 부족의 주술사 타나나로부터 본래대로 돌아가려면 정령들이 사는 전설의 산에 올라가야 한다는 충고를 받은 키나이는 아기곰 코다를 길동무로 삼아 정처 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2003년에 로버트 워커와 아론 블레이즈가 공동으로 연출한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아메리카 원주민의 곰에 대한 설화에서 힌트를 얻어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철부지 소년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진정한 형제애를 배워나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클래식 시리즈의 44번째 작품이며 일부 CG처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디즈니 장편답게 일부 장면에서는 뮤지컬 방식으로 보컬이 삽입된다. 주인공 키나이의 목소리는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며, 넉살 좋은 연기로 분위기를 띄우는 코다의 목소리는 아프리카계 아역배우 제레미 수아레즈가 맡았다. 곰 무리의 지도자 터그 역으로 마이클 클라크 던컨이 출연하여 중후하면서도 코믹한 활약을 보여준다. 2006년에는 속편 <브라더 베어 2>가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이야기의 핵심을 간단히 요약하면 '역지사지의 미학'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주인공 키나이를 통하여 그러한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키나이는 본래 인간의 관점에서 '곰은 생각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며 우릴 괴롭히는 도둑놈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자기가 곰이 된 뒤로는 인간보다 훨씬 풍성한 감각(실제로 화면 비율과 색채 구성이 인간이었을 때의 시각과 미묘하게 달라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곰들 역시 인간 못지않게 사랑으로 가득한 존엄한 생명체임을 이해한다. 또한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 형들에게 반항하며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해내는 데에만 골몰하던 철부지였으나 하루아침에 형들을 잃고(큰형은 사망, 작은형은 자길 몰라본 채 죽이려고 따라옴) 고아인 코다를 동생으로 맞아들인 뒤 코다의 천진난만한 장난과 끊임없는 수다에 골머리를 앓으며 형들의 고생을 실감하게 된다. 거기에 더하여 작은형 디나히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곰이 괴물이지만 곰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 역시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키나이가 그러한 역지사지의 과정을 통해서 보다 성숙한 사나이가 되어가는 성장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해와 고집으로 인해 피차 가족을 잃은 자들이 한데 모여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키나이가 죽인 곰이 다름아닌 코다의 어미곰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후반부는 비교적 급박하게 전개되는데, 죄의식을 견디지 못한 키나이는 코다에게 자기의 정체와 과오를 고백하고 혼자 전설의 산으로 떠난다.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해 있던 코다는 고민 끝에 키나이를 뒤쫓아가고, 정령의 인도로 산에 도착한 디나히가 곰 키나이를 향하여 마지막 공격을 가해 온다. 과연 키나이는 오해를 풀고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홀로 남겨진 코다의 운명은? 너무 자세히 쓰면 천기누설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정도로 그치지만, 제법 납득이 가면서 훈훈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만 일러두도록 하겠다. 다만 키나이의 고백 장면이 보다 암시적인 가사의 보컬곡과 겹쳐지면서 실제로 코다에게 어디까지 설명하였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어서 이후 코다의 대응과 연결이 잘 안 된다는 게 아쉬우며, 클라이막스의 대치 장면이 좀 더 급박하고 처절하게 연출되었더라면 결말의 감동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DVD를 물려주신 시네프린지님께 감사드린다.


ps1. 이런 작품에 빼놓을 수 없는 개그 전담 캐릭터로 북미큰사슴 형제인 투크와 러트가 등장하는데, 중간중간의 틈을 썰렁한 우스개로 메우고 주인공의 진지 돋는 분위기를 중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만 후반부에는 고민하는 코다 앞에 나타나 '별 것도 아닌 걸로 싸우다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화해하는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에게 자극을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사만 놓고 보면 이게 형제 싸움인지 게이 부부의 치정싸움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는 거...OTL)

ps2. 어떻게 된 게 본편보다 NG장면 모음이 더 재미있냐. (다른 디즈니 캐릭터들도 은근슬쩍 끼어들어 촬영을 방해하고... 우하하 깨알같구만)

ps3. 타나나 할멈의 젊은 시절 모습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사람은 각각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지'라고 하면서 자기의 장점은 미모라고 개드립을 하는데, 저 넘치는 자신감을 보면 뻥이 아니라 진짜 미인이었을지도... OTL

ps4. 곰이 된 뒤에는 곰 말만 알아들어야 정상 아닌가? 결국 여기서도 사람 빼고 다른 동물들끼리는 원래 다 말이 통한다는 건데 볼 때마다 너무 편의주의적인 전개라는 느낌. (그러나 먹이에 불과한 생선과는 결국 끝까지 한마디도 못한다... 오호 통재라)

ps5. 변신소년, 엄마잃은 쇼타, 형제모에, 에스키모 액션... 디즈니 이놈들이 별거별거 다 하더니 어째 위험한 데에 눈을 뜬 듯 싶기도. (뭐 그래봐야 이거 하나로 끝이니 비슷한게 또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만 OTL)
by 잠본이 | 2012/08/02 09:10 | ANI-BODY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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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령 at 2012/08/02 10:37
이거 확 땡기진 않아서 "이런 게 있구나"하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괜찮은 건가 보군요.
애니메이션에서 (있을 리 없었을) "의도된 NG장면"은 픽사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는데, 원래 디즈니도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의 그건...... 어디서든 모에요소를 뽑아내는 능력, 혹자는 그것을 "동인회로"라고 부르곤 하지요.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2/08/02 12:12
ps4 : 인간과 동물이 말이 안 통하고 곰과 생선이 말이 안 통하니 이건 결국 '먹이'와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로군요. 의미심장한 결론입니다.(어이)
Commented by 히카 at 2012/08/02 13:55
인간이나 다른동물은 말이통하면서 생선들이랑은 말이안통하는걸보면 정말 이기적인걸지도요(이봐)
Commented by rumic71 at 2012/08/02 15:41
그리스 신화엔 사슴이 되어버린 케이스와 멧돼지가 되어버린 케이스가 있었죠. 양쪽 다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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