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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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게임
CIA요원 출신 역사교수인 잭 라이언은 학술강연을 위해 런던을 방문했다가 IRA 과격파의 왕족 습격사건에 말려든다. 순수한 분노 때문에 현장에 끼어든 잭은 총상을 입지만 가까스로 테러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 그 와중에 범인들의 행동대장 격인 숀 밀러의 동생이 잭에게 사살당하고, 검거된 숀은 잭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다른 교도소로 옮겨가던 중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 숀은 잭과 그의 가족을 말살하기 위해 활동을 개시한다. 급기야 숀 일당의 기습을 받고 잭의 아내와 딸이 중상을 입는 참극이 벌어지고, 잭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CIA로 복귀, 집요한 추적을 개시하는데...

톰 클랜시의 1987년작 소설을 원작으로 1992년에 필립 노이스 감독이 연출한 극장용 장편영화. 제목의 '패트리어트 게임'은 1950년대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일련의 게릴라 투쟁을 소재로 한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같은 작가의 원작을 영상화한 <붉은 10월>의 속편에 해당하지만 전작에서 잭 라이언 역을 맡았던 알렉 볼드윈이 브로드웨이 진출 문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물러났기 때문에 해리슨 포드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그에 따라 원작에선 30대였던 잭 라이언이 배우의 나이에 맞춰 50대의 중년으로 바뀌었고, 해리슨 포드 본인의 의견에 따라 액션보다 지적인 매력과 가족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라이벌에 해당하는 숀 밀러는 숀 빈이 맡아서 잭과는 정반대의 거칠고 고독한 사나이를 잘 그려내고 있다.

잭의 본래 직책은 분석가이며 현장요원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액션을 보여주는 부분은 많지 않고, 액션을 하더라도 위협적인 상대를 만나 고전하다가 주변의 도움이나 본인의 지혜를 통해 가까스로 모면하는 식이라 화끈하지는 않지만 현실미가 있다. 대신에 아무리 사소한 정보나 정황도 놓치지 않고 치밀하게 분석하여 올바른 답을 찾아냄으로써 수사를 진행하는 탐정으로서의 면모가 더 돋보이며, 국가나 민족 같은 거창한 대의보다는 가족의 안전과 본인의 긍지라는 알기 쉬운 동기를 앞세워 우직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간미가 느껴진다. 세세한 일상의 디테일이나 가족과의 교감 같은 부분도 잘 잡아냄으로써 전작의 볼드윈판 잭 라이언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무리 없이 구축하고 있다. 앤 아처가 연기한 아내 캐시와는 마치 최불암과 김혜자처럼 천연덕스러운 찰떡궁합을 보여주기도 한다.

악역인 테러범들은 IRA에서 떨어져나온 일부 과격파로 묘사되는데, 이들의 목적은 어느 왕족을 납치하여 인질로 삼은 뒤 영국 정부를 협박하여 현재 수감 중인 아일랜드 정치범들을 석방토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대장 격인 케빈과 그 연인인 애넷은 우연히 말려든 얼뜨기인 잭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어디까지나 본래의 작전을 계속하는 데에 힘을 쏟으려 하지만, 메인 악역인 숀은 동생을 살해한 철천지 원수인 잭과 그의 가족에 대해 철저한 복수를 꾀한다. 그러므로 표면적으로는 IRA 본부가 손놓고 지켜보는 한편 과격파와 영국 정부가 대립하는 상황이고, CIA는 영국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 대결 구도가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대신 '가족'에 대한 악연으로 얽힌 잭과 숀이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1대1로 대립하는 구도가 훨씬 선명하게 부각된다.

런던에서의 납치 미수 사건으로 막을 연 스토리는 미국 본토로 옮겨가 라이언 가족에 대한 암살 기도로 이어진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CIA에 복귀한 잭은 공권력을 사정없이 남용하여 아프리카 모처에 위치한 케빈 일당의 비밀 캠프를 위성으로 탐지, SAS에 그 정보를 찔러주어 기습하도록 한다. 하지만 소탕 일보 직전에 탈출한 케빈 일당이 마침 기사 작위를 수여하기 위해 라이언네 집으로 찾아온 문제의 왕족을 노리고 쳐들어옴으로써 클라이막스에서는 개인의 마지막 피난처라 할 수 있는 '집' 마저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서스펜스 가득한 일전이 펼쳐진다. 결국 복수심에 눈이 먼 숀이 동료들의 만류도 듣지 않고 잭에게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마지막 대결은 잭과 숀의 피터지는 결투로 집약된다. 본래는 타고 가던 보트가 전복된 뒤 물가에 내려선 두 사람이 싸우다가 한 명이 익사하는 걸로 끝내려 했으나 아무래도 박진감이 부족하여 고민하던 차에 현장에서 짜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보트 위에서 다이나믹한 격투를 벌이는 걸로 바꿈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아일랜드를 테러범의 나라로 그려내는 편파적인 구도나 미국의 세계경찰로서의 포지션을 강조하는 설정 때문에 논란도 많았던 작품이지만, 해리슨 포드의 캐릭터가 절대무적이 아니기 때문에 스릴러물로서의 몰입도는 꽤 높은 편이며, 잘 짜여진 각본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가족'에 모든 것을 걸고 격돌하는 남자들의 세계를 기막히게 그려냈다. 클래식 음악이나 아일랜드 민요를 자유자재로 녹여낸 제임스 호너의 배경음악도 신비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원작에 비해 너무 심하게 각색하거나 생략된 부분이 많은 탓에 원작자로부터는 별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였다고 전해진다.

DVD를 물려주신 시네프린지 님께 감사드린다.


ps1. 잭 라이언의 상관이자 스승 격인 제임스 그리어 제독은 제임스 얼 존스, 절친한 친구이자 해군사관학교 교직원인 로비 잭슨은 사무엘 L. 잭슨이 연기한다. 셋을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한솔로 - 다스 베이더(목소리만) - 메이스 윈두라는 꿈의 스타워즈 3연성이 완성되니 이 아니 좋으랴. (실제로는 셋이 한데 모이는 장면은 없지만)

ps2. IRA 대변인 오닐 할배를 연기한 리처드 해리스는 아일랜드가 낳은 전설적인 배우 겸 감독 겸 가수. 말년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1대 덤블도어 교장을 연기하여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나 안타깝게도 시리즈의 종결을 보지 못하고 타계하였다.

ps3. 잭 라이언의 딸 샐리를 연기한 토라 버치는 속편 <긴급 명령>에서도 같은 역으로 등장. 이후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되바라진 딸래미로, 그리고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 안경잽이 4차원 고딩으로 등장하여 끊임없이 관객을 놀라게 하는 변신의 귀재로 자라났다.

ps4. 이 영화의 교훈 : '누구든 작은 미국라이언을 건드리기만 하면 아주 ○되는 거예요. 아주 ○되는 거야.'

ps5.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사람들이 같은 감독의 <솔트>를 보고 실망했는지 이해가 가더라. 액션은 좀 딸리지만 확실히 영화적인 완성도나 캐릭터의 몰입도는 이쪽이 더 높은 느낌.

ps6. 이 영화 최대의 개그장면은 아마도 숀 일당이 라이언네 모녀가 탄 자동차 따라가려다가 걸스카웃 비스무리한 꼬마의 '정지' 표시에 막혀 건널목 앞에 서서 목표물이 멀어져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 아닐까 싶음. '교통질서를 지키는 착한 테러범 아저씨들'이라니 이건 뭐 거의ㅋㅋㅋㅋㅋ(몇분 뒤에 같은 아저씨가 부녀자를 향해 우두두두 총질해대는 건 뭐 예상했던 바이니 어쩔 수 없지만 OTL)
by 잠본이 | 2012/07/30 22:37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핑백(3)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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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훔바바 at 2012/07/31 06:20
이제 잭 라이언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긴급명령을 보시는 겁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는 저격수 at 2012/07/31 08:57
요즘 테러리스트도 법 않지키면 힘들어요.

마냥 람보처럼 우두두~ 쏘아제끼면 끝나는게 아니니까요.

영화 히트맨처럼 조용하게 처리하죠.

그래서 준법정신이 요구되는...
Commented by 올드캣 at 2012/07/31 11:19
전 영화 스틸컷 삽입된 책을 봤는데 황태자 부부 묘사를 보니 기분이 좀 묘하더군요(.....).
Commented by sharkman at 2012/07/31 11:30
잭역을 연기한 배우가 알렉 볼드윈, 해리슨 포드, 벤 애플렉 셋인데 역시 포드가 제일 좋았음.
Commented by 블랙 at 2012/07/31 11:36
마지막 대결 부분은 영화와 원작이 좀 다르더군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2/07/31 11:55
뭐... 그렇지만... 존 매클레인 형사를 괴롭히는 악당들도.....
더 심하게 당하죠...

1편에서 와이프 인질로 잡았다가... 맛가고...
2편에서도 와이프 탄 비행기 공중에 띄워뒀다가 맛가고...
3편에서는... 뭐.. 와이프랑 사이 안좋아 기분나쁜데 게기다가 맛가고..
4편에서는 딸래미 데리고 가다가 맛가고....
Commented by 행인1 at 2012/07/31 12:33
1. 영화 중반의 죄수 탈옥신에서 호송경관들이 비무장으로 있다가 손도 못쓰고 당한게 놀라웠죠.

2. 영화에서의 전개는 본래 기사 수여식을 미국에서 할지 영국에서 할지 라이언에게 물어버려 했는데 고위층 비서가 IRA 협조자라 라이언 집에서 하는걸로 결정이 나버렸습니다.

3. 여담인데 테러범들이 밤중에 끔살당하는 캠프는 왠지 (위성사진만 보면)리비아스러운 나라에 있더군요.
Commented by 풍신 at 2012/07/31 12:50
CIA 요원 출신이라지만 역사 교수 께서 참 잘도 활약하시죠. (사실은 왕년에 채찍들고 모자 쓰고 고고학 하면서 수많은 세력과 싸워서...?)
Commented by 시네프린지 at 2012/07/31 15:46
아, 잠본이 님께서 가져가셨군요 :^)

지금까지 나온 잭 라이언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해리슨 포드의 연기도 훌륭했고, 무엇보다도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제임스 호너의 음악도 멋지고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12/07/31 18:40
저 시절 IRA는 아일랜드인들도 넌더리내는 과격파가 맞긴 맞습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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